125. 안간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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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안간힘 (6)
2022.01.03.
그롸아아―
경비병 좀비는 팔꿈치 아래가 떨어져 나간 두 팔을 흔들면서 하이바로 연신 유리문을 들이받고 소리를 질러 댄다. 아무 의미 없이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다른 놈들이 모두 원자력 발전 시설에 꽂혀 그곳을 향해 이동해 가고 있는 동안 경비병 좀비만은 이따금씩 매점 안을 노려보고 있다.
여기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놈의 곁에 또 두 마리가 다가와 똑같은 행동을 한다. 시간을 끌 여유가 없었다.
“처리하겠습니다!”
진우가 이 병장의 의사를 확인하고 몸을 일으켜 유리문 쪽으로 뛰어갔다.
꾸에에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경비병 좀비와 그 일행은 미친 듯이 문을 들이받고 괴성을 질러댔다.
툭― 투툭― 툭―
문을 밀어치고 뒤로 물러난 진우는 단 네 발만으로 달려드는 세 마리를 처리했다.
쏴아아―
열린 문 안으로 바람을 타고 샤워 줄기 같은 빗방울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근처를 지나던 놈들의 시선도 일제히 매점을 향해 쏠렸다.
그롸아아아아~
일제히 질러 대는 놈들의 울부짖음이 귀를 따갑게 한다.
이 정도의 태풍이라면 몇 방의 총성 정도는 가볍게 묻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발전 시설을 향해 돌진하고 있던 한 무리의 좀비들이 몸을 틀었다. 이제 그들의 목표는 매점이다.
“이런!”
진우는 재빨리 몸을 돌려 매점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 병장 일행은 영문을 모르고 엉거주춤하게 멈춰 섰다.
“좀비가 옵니다! 서른 마리 이상!”
진우는 필사적으로 외치며 사격 자세로 뒷걸음질을 쳤다. 부근에 있던 놈들이 한꺼번에 부딪쳐 오자 유리창이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난다.
투투투투둑― 투투둑―
진우는 놈들이 매점 안으로 발을 들이미는 족족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이 병장이 엘리베이터까지 뛰어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뛰어! 뛰어!”
이 병장을 독려하며 중위가 호위를 해준다. 코너를 돌고 있을 때, 건물 반대편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왼쪽에서도 놈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대가리에 유리 파편이 박힌 놈들이 복도를 가로질러 달려온다. 중위와 강 일병이 놈들을 향해 난사를 퍼부어 댔다.
“괜찮아! 엘리베이터에만 타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코너를 돌았을 때, 반쯤 닫힌 엘리베이터의 문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남자 엔지니어의 겁에 질린 얼굴도 눈에 들어왔다.
“안 돼! 혼자 가지 마!”
중위가 손을 들어 올리며 간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이미 닫힘 버튼을 연타하는 중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복도는 다시 어둠 속에 묻혔다. 플래시의 불빛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아~ 하아! 왜 그러십니까? 엘리베이터는…….”
김 상병을 업고 뒤늦게 도착한 이 병장이 망연자실해 있는 중위와 강 일병을 보고 묻는다. 중위는 이를 갈며 고개를 저었다.
“그 멍청이가 혼자만 도망가 버렸어. 이런 젠장!”
투투투둑― 투투투투둑―
진우의 총소리가 복도 전체를 왕왕 울렸다. 이 병장은 똥그래진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계산을 했다. 엘리베이터는 3층까지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불러 내리면 된다.
“내려와! 내려오라고!”
올라가겠다는 단추와 내려가겠다는 단추를 모두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3층에 멈춰 선 채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아무리 버튼을 쾅쾅, 두드려 봐도 요지부동이다.
“도대체 왜 안 내려오는 거야? 뭔 짓을 해놓은 거냐고!”
미치기 직전인 중위를 내버려 두고 이 병장은 서둘러 계단을 찾았다. 이렇게 양쪽에서 협공을 당할 수 있는 위치에 마냥 멈춰 서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고개를 내밀자마자 양쪽 복도가 모두 좀비들로 막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점 반대쪽 복도를 뚫어낸 진우가 망연자실해 있는 이 병장을 향해 외쳤다.
“이쪽으로 오십쇼! 거기보단 낫습니다!”
그렇게 판단할 만한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이 병장과 일행은 일단 뛰었다. 진우가 처리한 좀비들의 시체를 넘어서 그들이 들어간 곳은 작은 강당이었다.
쿠웅―!
매점의 방화문이 울린다. 조금 전 진우가 잠그고 빠져나온 그 문을 놈들이 몸으로 부딪쳐 대고 있는 모양이다.
투투투둑― 투투둑―
달려들려던 놈들의 대갈통을 날리고 강당 안으로 합류한 진우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긴 의자들을 엎어 간이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아주 허술한 장애물이지만, 목숨이 걸린 1초를 벌어줄 수도 있다.
“같이해!”
강당 무대 위에 김 상병을 내려놓은 이 병장이 진우를 도와 의자들을 엎는다. 강 일병은 벽을 더듬어 조명 스위치를 찾았다.
탁―
불이 밝혀지자 그들이 처한 답답한 상황이 고스란히 한눈에 담겼다.
한쪽 면이 지하로 된 구조여서 강당 안에는 창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외부와 통하는 유일한 통로에는 그들 스스로 쳐놓은 바리케이드가 여러 겹으로 쌓여 있다.
“젠장, 이거 완전히 공포 영화잖아!”
무대 뒤쪽에 둘러진 두꺼운 자줏빛 커튼을 보며 중위가 울상을 짓는다.
무대 위에 걸터앉은 김 상병은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분대원들에게 탄창을 나눠 주며 손을 가볍게 한 번씩 꼭 쥐었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아아~ 하아~ 거친 숨소리가 강당 안을 가득 메우며 불안감을 더 키운다.
“옵니다!”
문가에서 바깥을 보고 있던 진우가 앞서 달려오는 좀비들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으며 외쳤다.
정확히 전부 몇 마리나 되는지 파악할 수도 없다. 확실한 건 저놈들을 모두 쓰러뜨리지 않으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그롸아아―
동료들의 시체를 짓밟고 또 다른 무리의 좀비들이 돌진해 온다.
후우~ 진우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탕탕―
진우의 K―2가 불을 뿜고, 달려오던 좀비 두 마리의 머리가 터지며 초록빛 안개가 뿜어져 나온다. 순식간에 둘을 줄이기는 했다.
하지만 전부 몇 마리 중에서?
그게 중요했다. 열 마리 중에 두 마리를 잡은 거라면 큰 성취감을 주겠지만, 어림잡아 보이는 놈들만 사오십 마리가 넘는 이런 때에 둘이라는 건 그다지 의미가 없는 숫자일 따름 아닌가.
투투둑― 투둑―
그래도 진우는 쉬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놈들이 좁은 복도 내에 몰려 있을 때, 그래서 그 혼자만으로도 어느 정도 저지가 가능할 때, 하나라도 더 줄여보려는 심산이었다.
그롸아아아―
대가리가 깨져 죽은 동료들의 몸통을 짓이기고 걷어차며 뒷줄의 좀비들이 달려온다. 놈들과 싸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공포를 느끼지 않는 대량의 적들과 싸우는 일은 언제나 이쪽을 먼저 주눅 들게 한다.
“들어와! 문을 막아야 돼!”
진우가 쓰러뜨린 좀비의 카운트가 7을 넘었을 때, 이 병장이 그를 불러들인다.
문을 잠그기 직전, 진우의 곁눈에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또 다른 한 무리가 비쳤다. 제기랄, 지금껏 복도에 쌓아둔 시체들은 다시 헛일이 되어버렸다.
“더 늘었습니다!”
진우는 숨기지 않고 곧바로 보고했다. 상황을 낙관하는 것이 도움될 때도 있을 테지만, 탄약 개수까지도 헤아려 가며 싸워야 하는 이런 때에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전투를 진행하는 게 옳다.
“몇 마리야? 몇 마리 정도 돼?”
중위와 함께 긴 의자를 옮겨 문을 막고 있던 이 병장이 묻는다. 진우는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 병장을 거들었다.
“끄응차! 규모 삼도 안 됩니다. 충분히 다 잡을 수 있습니다.”
“규모 삼? 그럼 백 마리가 넘는다고? 야이, 젠장. 이제 꼼짝없이 죽은 거잖아!”
깜짝 놀란 중위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고 문을 막는 일에 열중했다. 그만큼 다급하고 필사적인 상황이었다.
“그 정도는 여러 번 처리해 봤습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긴 의자 세 개를 포개서 겹쳐 놓은 뒤,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면서 진우가 중위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중위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안 믿을 거야…….
이 병장은 그런 그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대 하나가 제한된 공간에서 좀비를 만나 100마리 이상 잡는다는 건 논리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탄창 하나로 열 마리 이상을 쓰러뜨리는 박 이병이 없다면 그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이번에는 기관총 지원도 없고, 화력도 평소의 반 정도밖에는 안 된다.
언제나 폭죽처럼 하늘을 향해 탄환을 쏘아 올리는 김 상병과, 안경이 없어 조준 사격이 불가능한 강 일병을 제외하면 K―2 세 정이 화력의 전부다. 게다가 중위의 사격 솜씨 역시 그다지 신뢰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쿠웅―!
상대적으로 더 단단히 틀어막아 놓은 앞문이 먼저 울린다. 놈들이 몸으로 들이받고 있는 것이다. 병사들은 긴장된 얼굴로 흔들리는 문과 그 앞에 쌓아둔 각종 집기들을 바라보았다.
쿠웅―! 쿠웅!
집기들의 틈에서 해묵은 먼지가 일어날 때마다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다. 육중한 쇠문이지만, 어차피 문을 고정시키고 있는 자물쇠 깊이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안 된다.
“뒷문으로 와라. 제발…… 뒷문으로 와……. 거기가 더 들어오기 쉽다.”
진우의 제안으로 뒷문을 허술하게 해놓았지만, 애초에 좀비들에게 그런 걸 비교해서 결정하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쿠웅! 쿠우웅―!
좀비들이 대가리와 몸통으로 쇠문을 들이받는 소리가 점점 더 자주, 그리고 크게 들려온다.
아무래도 앞문에 몰린 놈들이 훨씬 많은 듯하다. 무대에서 불과 5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앞문이 무너진다는 것은, 그들 모두가 죽음에 내몰린다는 말과 같다.
“어떡하지? 하아~ 하아~ 작전 변경입니까? 뒷문 쪽으로 이동합니까?”
강 일병이 걱정스레 묻는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승산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병사들은 자신들이 선점하고 있는 무대의 높이를, 그 1미터 남짓의 고도차가 주는 지형적 이점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비켜봐! 내가 뒷문을 터주고 온다!”
갑자기 무대 아래로 뛰어 내려간 중위가 얼기설기 엎어뜨려 놓은 바리케이드 사이를 지나 뒷문 앞에 섰다. 그러고는 잠겨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쿠우웅―
때맞춰 부딪쳐 온 좀비들의 어깨에 바리케이드가 흔들리며 문이 빼꼼 열렸다.
“그래! 이리 와라, 이 개새끼들아아아~!”
투투투투둑―
문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놈을 난사해서 벌집처럼 만든 중위는 곧바로 뒤돌아 뛰었다.
쿠쿵― 쿵― 끼이익―
일단 자물쇠가 풀린 뒷문은 몇 번의 몸통박치기만으로도 쉽게 열렸고, 긴 의자 바리케이드는 놈들의 미는 힘을 당해내지 못했다.
끼이익, 의자가 바닥에 끌리며 밀려나자 문이 반 이상 열렸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끄러진 의자들이 벽과 문 사이에 버팀목처럼 끼워져서 쇠문이 활짝 열리지 못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그건 의도하지 않은 행운이었다.
그롸아아아―!
좀비들이 포효하며 좁은 문틈을 비집고 덤벼댄다. 놈들은 서로 먼저 들어오고 싶어 서로 부딪치고 밀치며 난리를 벌였다.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한 번에 두 마리 이상이 통과하기는 어려운 폭이다.
“박 이병!”
이 병장의 호명이 있기 전부터 조준을 끝마치고 있던 진우가 방아쇠를 당겼다.
툭― 투둑― 투둑― 툭―
강당에 발을 들여놓던 좀비들은 머리가 엉망으로 터진 채 차례로 바닥에 쓰러졌다. 으으으~! 총소리가 울리자 달려오던 중위는 지레 겁을 먹고 허리를 굽혔다.
“시간 끌면 안 됩니다! 빨리 뛰어요!”
이 병장이 중위를 재촉한다.
투두둑― 투두둑―
그러는 동안에도 진우는 기계처럼 냉정하게 좀비들의 대가리를 날렸고, 탄창이 바닥나면 옆에 대기하고 있던 김 상병이 장전된 총으로 바꿔 주었다.
강 일병과 이 병장은 그 사이를 메우는 지원사격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데도 벅찼다.
“나도 알아, 인마!”
중위는 이를 악물고 뛰었다. 좀비들이 웬만한 운동선수들보다 빠르다는 것은 그 역시 여러 번 들어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급한 마음 때문에 바리케이드를 뛰어넘는 것이 꽤나 힘들다. 놈들의 발을 조금이라도 묶기 위해 늘어놓았던 긴 의자들이 지금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마지막 장애물 두 개다……라고 생각한 순간, 착지하는 워커가 미끄러지며 중위는 뒤로 넘어졌다.
쩡―!
뒤통수가 대리석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총성보다도 크게 울린다. 하이바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만한 충격이었다.
“중위님!”
이 병장이 달려가 중위를 일으켰다.
피시싯, 폐에서 바람이 빠져나오며 중위의 입가에 침 거품을 만들고, 두 눈은 흰자를 드러낸 채 위로 향해 홉떠졌다.
끄응~ 이 병장은 있는 힘을 다해 중위를 끌어당겨 본다.
하지만 기절해서 축 늘어져 있는 성인 남자를 마음대로 다루기는 벅차다. 계속 김 상병을 업고 뛰어다니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였기에 아무리 두 팔에 힘을 줘 봐도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그롸아아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둘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던 좀비가 진우의 총에 맞고 뒤로 나동그라진다.
“일어나! 일어나요! 젠장!”
이 병장은 손바닥을 쫙 펴서 중위의 뺨을 때렸다.
짝― 짝―
세 대를 맞고서야 중위는 머리를 흔들며 말을 더듬는다.
“으, 으으~ 뭐, 뭐야…… 내가 왜…….”
“그런 건 나중에 말하고 빨리 뛰어요!”
이 병장은 중위의 두 팔을 잡아끌며 무대를 향해 뛰었다. 중위 역시 비틀거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뒤를 따라 달려오던 세 마리의 좀비가 진우에 의해 저지되며 쓰러진다. 하지만 확연히 밀리고 있다. 단 두 명만이 사격 중이기 때문에 확실히 화력이 부족하다.
“빨리! 빨리!”
강 일병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두 사람을 재촉했다. 강당 안으로 들어와 뛰는 좀비들의 수는 어느새 10여 마리에 이르렀다.
투투투투둑― 투투투투둑―
이 병장과 중위는 무대에 기어 올라가자마자 몸을 돌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중위의 발목을 낚아채려던 좀비의 몸통이 박살 나며 내장들이 무대 위에까지 튄다. 화력이 보충된 무대 위에서는 화끈한 실탄 사격이 뒷문을 향해 쏟아졌다.
우웨에에엑, 열심히 난사하던 중위가 뇌진탕의 후유증 때문에 구토를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방아쇠를 움켜쥔 검지에서 힘을 빼지 않았다. 대리석 바닥을 향해 날아간 뒤 튀어 오른 도탄들은 좀비들의 다리를 작살냈다.
그롸아악―
의자 바리케이드에 걸려 넘어지고 주춤거리는 놈들을 진우가 처리하는 동안, 나머지 병사들은 문가에 걸려 버둥거리는 녀석들을 향해 사정없이 총알을 퍼부어 댔다.
“이거! 의외로 싱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어라! 이것들아아아~!”
뒷문 근처에 쌓이는 좀비 시체들의 수가 늘어가면서 조금은 여유를 찾은 김 상병이 환하게 웃었다.
하늘 위로 총알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는 무대에 납작 엎드린 채 사격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당 뒷벽, 2.2미터 높이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탄흔은 거의 다 그의 작품들이었다.
“이빨 보이지 마! 정신 바짝 차려!”
이 병장은 혹시나 해이해질지 모르는 병사들을 독려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확실히…… 조금 전 무대 바로 근처까지 여러 마리가 돌진해 왔던 때와 비교한다면 밀려드는 좀비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던 놈들의 포효도 이제는 잦아드는 느낌이다. 의자에 걸려 뒷문이 반밖에 열리지 않은 덕이 크다.
쿠웅―!
다시 앞문이 흔들린다. 단단히 잠가둔 저 문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려 있는 놈들 때문에 좀비들이 분산되었고, 그들은 아직 살아 숨 쉴 수 있다.
“탄창!”
진우는 탄창을 교환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전투 조끼를 더듬거렸다. 없다.
다시 건빵 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었다. 탄창 세 개가 만져진다. 탄창을 갈아 끼우며 진우는 바닥에 놓여 있는 김 상병의 배낭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주둥이를 열어놓은 배낭에도 탄창의 개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 병장과 중위, 강 일병의 배낭 역시 다들 비슷한 상황일 터다.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다. 아무리 밀려드는 놈들의 수가 적어졌다고 해도 영원히 이렇게 버틸 수는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탄약을 아껴라’라는 멍청한 소리는 하고 싶지 않다. 계속 난사를 하고, 이 허술한 소총에 잼이 일어나지 않아 준 덕에 이렇게나마 버텨낼 수 있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달아나야 한다.
자동차가 필요하다. 뒷문을 밀치고 뛰어드는 좀비들이 1분당 두 마리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진우가 이 병장을 향해 외쳤다.
“엔지니어를 찾으러 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