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안간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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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안간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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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안간힘 (2)
2021.12.30.
“씨발! 이젠 안 피해! 너희는 바퀴벌레다아아아~!”
김 상병이 눈을 질끈 감으며 액셀러레이터를 꾹 밟았다.
콰자작― 푸걱―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터지는 소리! 그리고 앞 유리창에는 찐득한 체액이 가득 튀었다.
삐익― 삐익―
퍼붓는 비 때문에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와이퍼가 지나가자 여러 개의 불투명한 녹색 줄이 유리창에 그려진다.
“도대체 왜 이렇게 멉니까? 지나친 거 아니에요, 연구원 아저씨?”
이따금씩 하얀 수증기를 잔뜩 뿜어내는 네모 건물들 사이로 한참 달린 것 같은데도 아인슈타인이 아무 반응이 없자, 김 상병이 묻는다.
옷깃을 당겨 코피를 훔쳐낸 아인슈타인이 코 먹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부러진 콧잔등이 부어올라 있다.
“이런 건물들은 전부 디젤 터빈들이야! 발전소 모양 알잖나, 큰 원기둥 모양인 것 말이야. 저거! 저기가 발전 시설이네!”
과연 원통형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의 입구에 바로 닿을 듯 가까운 곳까지 접근해 있는 좀비들도 보인다.
“꽉 잡아!”
뒤를 향해 외친 김 상병은 전속력으로 트럭을 몰아 발전소를 향해 뛰어가는 좀비들의 등을 덮쳤다.
콰드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 하지만 아직도 뒤에는 뛰어오는 놈들이 잔뜩 있다.
끼이익―
트럭은 발전소 건물의 정문을 오른쪽으로 두고 크게 회전한 뒤 멈춰 섰다.
“자! 내려요! 빨리!”
아인슈타인을 옆에 끼고 하차한 이 병장이 트럭 짐칸을 향해 외쳤다.
“박 이병! 윤 일병! 이분 호위해! 나머지는 현 위치를 사수한다!”
투투투둑―
근처로 다가오는 좀비들을 향해 총알 세례를 퍼부은 후, 진우와 윤 일병이 짐칸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 병장은 전사한 정 상병의 K―3를 넘겨받고 트럭 위에 양각대를 펼쳤다.
“가십쇼!”
윤 일병이 아인슈타인을 재촉하며 바로 곁에서 달린다. 진우는 그보다 대여섯 발 앞서 달리면서 혹시나 나타날지 모르는 좀비들을 경계했다.
“구 박사님!”
“부장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지금 바깥이 엄청나게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요!”
“억, 피! 괘, 괜찮으십니까?”
발전소의 강화유리문을 잠가두고 초조하게 밖을 내다보고 있던 발전소 직원들이 아인슈타인을 보자 반색을 하며 문을 열고 묻는다. 아인슈타인은 침착하게 말했다.
“아아, 이건 그냥 코피야. 그보다 다들 내 말 잘 들어줘. 상황이 안 좋아. 지금 바로 셧다운하고 씰 업 들어가야 해.”
“그, 그럼 일단 오토로 돌리고 저희가 대피하고 나서…….”
“바깥이 더 위험해. 지금 기숙사로 간다고 해도 어차피 시간문제밖에 안 돼.”
직원들과 연구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의 결정을 재촉하듯, 트럭 주변에서는 요란한 발사음이 시끄럽게 울려 댔다.
“잘 부탁하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국가 시스템이 유지되고만 있다면 반드시 구조대가 와서 다시 여길 관리할 테니까. 비켜줘.”
아인슈타인은 입구에 서 있는 직원들을 밀어내고 ATM처럼 생긴 현관 안쪽의 전산 기계로 달려갔다. 아까처럼 비밀 코드를 입력하고 검지를 가져다 대자 경광등이 반짝이며 비상 안내 방송이 나왔다.
― 위잉― 위잉― 삼척 1호기, 봉인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씰 업 개시까지 10분! 씰 업 개시까지 10분! 내부의 인력들은 10분 내에 대피하여 주십시오. 위잉― 위잉― 삼척 1호기, 봉인 명령이…….
“10분?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합니까?”
윤 일병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다. 경보가 울린 뒤에도 뭔가를 계속 더 입력하던 아인슈타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수동 모드로 진행해서 바로 닫을 걸세! 이봐, 이 과장! 이리로 와요! 내가 나가자마자 이 클로즈 버튼을 누르면 돼.”
그가 가리킨 것은 LCD 화면 위에 나타난, 네모난 붉은 단추였다. 이 과장이 망설인다.
“저, 저는 그 명령 권한이…….”
“제한 해제해 뒀어!”
“하지만 일단 닫히고 나면 그다음엔…… 부장님 안 계시면 열지도 못하는데, 식량도 없고…….”
“3호기까지 모두 작업을 마치고 나도 그 안에 들어갈 거야! 그리고 어차피 외부에서 전문가가 오면 새 암호 키를 가지고 올 걸세!”
그렇게 말을 해도 이 과장은 좀처럼 기계 앞에 설 생각을 않는다.
투투투투둑― 투투투둑―
발전소를 등진 채 열심히 좀비들을 저지하고 있던 윤 일병이 고개를 돌리고 고함을 질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결정하십쇼! 우리가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롸아아아아―
대규모 좀비들의 포효가 소름 끼칠 만큼 가까이까지 다가와 있다. 아인슈타인은 주저하는 이 과장 대신, 가운을 입고 있는 여자 연구원을 끌고 와서 간곡하게 부탁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이 문이 외부에서 열리지 못한다면 어차피 우리나라는 끝난 거야. 김 박사, 내 말 믿고 이걸 누르게. 알았지?”
여자 연구원은 눈물이 그렁거리는 얼굴을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그녀의 눈에서 진심과 의지를 확인한 아인슈타인은 문밖으로 뛰어나오며 외쳤다.
“이제 누르게!”
여자 연구원이 LCD 화면을 꾹 눌렀다. 가장 먼저는 두꺼운 스테인리스파이프로 된 게이트가 굳게 내려졌고, 그 뒤 벽이 열리고 1.5미터 두께의 단단한 콘크리트 문이 나타났다.
구구구궁―
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닫혔고, 이윽고 완전히 철통처럼 봉인되었다.
“가세! 이제 두 기 남았네!”
아인슈타인이 진우와 윤 일병의 어깨를 두드렸다.
투투둑― 투투둑―
진우가 앞장서서 몸을 날리는 놈들의 머리통에 총알을 박아 넣으면, 그 뒤를 윤 일병과 아인슈타인이 따라왔다.
트럭까지의 거리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 몇 미터를 이동하는 것도 조심스러울 만큼 발전 시설이 위치한 해안 도로는 많은 수의 좀비들에 의해 점령당해 있었다.
“이 병장님! 이곳 마무리했습니다!”
“그럼 합류해!”
윤 일병의 보고가 있은 뒤에도 분대원들 전체가 한동안 사격을 중지할 수가 없었다. 특히 기관총의 지원사격이 멈춘다면 그 즉시 전열이 무너질 것 같아 트럭에 승차하기가 어려웠다.
수백 단위의 좀비들까지는 아니지만, 이쪽의 병력 규모도 일곱에 불과했다.
김 상병은 운전석에서 아예 내리지도 못하고 대기하는 중이었고, 조 일병의 K―2를 넘겨받아 함께 싸우고 있는 중위의 사격 실력은 한 사람 몫으로 치기 힘들 만큼 보잘것없었다.
지원화기 사수와 부사수 두 사람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자 그 공백이 너무 크다.
“젠장! 이 지경이 됐는데도 아직 병력 파견이 없나?”
멀리 작전 본부의 불 켜진 최고층을 바라보며 중위가 불평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연속 사격 때문에 어깨가 금방 빠지는 것같이 아파온다.
“박 이병! 저기 정리해! 나머지는 승차한다! 빨리! 빨리!”
반경 50미터 내에 대여섯 마리의 좀비들만이 남았을 때,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이 병장이 이동 명령을 내렸다.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탑승하는데, 중위가 아직도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는다.
“중위님! 빨리 타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야! 얘 하나만 남기고 사격을 접으면 어떡해! 감당이 안 된다고!”
투투투투투둑―
그렇다고 해서 명중을 시키는 것도 아니면서, 중위는 진우의 곁을 지키며 악을 썼다. 보다 못한 이 병장이 중위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쟤는 저 두 배도 혼자 처리한 놈입니다! 엉뚱한 걱정 마시고 탑승하십쇼!”
‘에~? 그게 말이 돼?’ 하는 표정으로 끌려가는 중위의 눈에 비로소 진우의 사격이 제대로 들어왔다.
투투둑― 투투둑―
이 병장이 말한 것처럼 애송이 이병의 총에서 삼점사가 퍼부어질 때마다 정말로 좀비들이 픽, 픽, 고꾸라진다. 비바람이 치는 야간에 미친 듯이 달려오는 목표를 상대로 저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진기명기다.
어~ 어~ 하고 감탄하는 동안 벌써 진우는 근처의 놈들을 모두 잡아버렸다.
그롸아아아아―
뒤쪽에서 또 다른 무리가 달려오지만, 아직은 거리의 여유가 있다.
쏴아아아아~
파도는 더욱 거세져서 해안가 인접해 늘어서 있는 디젤 터빈들을 덮쳤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면 몇 배나 많은 양의 수증기가 일제히 뿜어져 나와 시야를 가린다.
“다 처리했으면 빨리 타! 야! 김 상병, 출발! 출발! 차 돌려서 박 이병 태워!”
부우우웅―
트럭이 회전하며 조수석이 열린다. 진우는 아인슈타인이 내민 손을 잡고 얼른 트럭 위로 몸을 실었다.
“자! 탄창 받아! 전부 교전 시작하기 전에 탄창 확인해!”
깨진 뒷 유리창을 통해 탄창들을 건네받은 진우는 전투 조끼의 빈칸을 채웠다.
아야야~ 불과 몇 분 만의 교전에 물집이 잡힌 검지와 뻐근해진 어깨를 번갈아 주무르며 중위가 신음 소리를 낸다.
요령이 붙지 않은 상태에서 난생처음 좀비들을 만났으니, 그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른 병사들 역시 처음 몇 번의 위기에서 운 좋게 버텨내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비가 거세게 몰아쳐 시야가 좁아진 상황 속에서도 김 상병은 요령 좋게 속도를 유지하며 장애물들을 매끄럽게 빠져나갔다.
두 발전 시설이 붙어 있는 2호기와 3호기까지의 거리는 약 700미터. 먼 거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파도에 떠밀려온 잡동사니들이 도로 이곳저곳에 잔뜩 널려 있었다.
“새끼! 운전 잘하네! 좋은 세상 오면 너 나랑 트럭으로 물건 떼다가 장사하자!”
이 병장이 김 상병을 칭찬한다.
“엑! 운전을 잘하는데 레이싱으로 진출하는 게 아니고 말입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이 병장의 농담에 트럭 전체가 잠시 웃었다.
쏴아아아―
다시 거대한 파도가 몰아친다. 김 상병은 재빨리 핸들을 틀어 파도의 충격을 피했지만, 도로를 밝히고 서 있던 가로등은 그러지 못했다.
콰자자작!
전선이 당겨지며 가로등이 휘청거린다. 그리고 제자리로 복원되기도 전에 재차 파도가 몰아쳤다.
“김 상병님! 가로등이!”
진우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넘어진 가로등이 두 구간에 해당하는 철책을 산산조각 내며 넘어진다. 그리고 떠다니고 있던 좀비들이 그 틈 안으로 잔뜩 쏟아져 들어온다.
“이런 씨바알!”
김 상병이 욕설을 내뱉으며 트럭을 왼쪽 차선으로 옮겨 지났다. 한두 마리라면 모르겠지만, 저렇게 많은 놈들을 깔고 지나갔다가는 바퀴가 들려 전복될 판이다.
투투투투투투두―
짐칸 입구의 병사들은 아직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좀비들을 향해 되는대로 총을 난사했다. 하지만 쓰러지는 놈들보다 뒤이어 밀려드는 놈들의 수효가 더 많았다.
“저것들 다 처리할 때까지 차로 유인합니까?”
“아니야! 그러다간 시간 다 보낸다! 빨리 마무리하고 뜬다!”
“하필이면…….”
중위가 중얼거린다. 하필이면 왜 발전 시설 2호기와 3호기에 가까운 곳에서 철책이 무너지고 지랄이야, 이 길고 긴 해안 도로에서……라는 말이라는 걸, 뒤를 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병사들의 얼굴에도 두려움이 가득 피어올랐다.
그러는 동안 트럭은 2호기 정문 앞에 도착했다. 다행히 강화유리문이 훼손되지 않은 걸 보니 아직 이곳에는 좀비들의 습격이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처럼만 하면 돼!”
분대원들의 집중력을 되돌리기 위해 이 병장이 소리쳤다. 사기가 떨어지면 이길 수 있는 싸움도 못 이긴다.
“너희들 이보다 훨씬 더한 것도 몇 번이나 넘겼다! 이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야! 윤 일병! 박 이병! 조금 전과 임무는 같다! 연구원 호위해! 빨리 움직여! 빨리!”
병사들이 힘차게 외치며 차례로 하차한다. 하지만 이 병장 본인조차도 자신의 말이 믿기지가 않았다.
머릿속으로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려 노력해도, 그들 모두가 온전히 오늘 밤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이이익!”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는 듯 이 병장은 K―3의 방아쇠를 힘껏 당겼다.
퍼퍼퍼벅―
도로를 가로질러 달려오던 좀비들이 내장을 흩뿌리며 나자빠진다.
“빨리 위치로!”
분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사격할 자리를 잡는다. 사방에 건물이나 구조물들은 많지만, 모두 창이나 계단이 없는 형태여서 지형지물을 이용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어느 한 방향에서만이 아니라 190도 이상 활짝 열린 공간에서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화력이 분산되면서 더욱 약해진다. 아인슈타인과 함께 진우가 이동하고 나면 에이스가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치이이잇―
줄 지어 늘어선 디젤 터빈에서 또다시 엄청난 양의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가뜩이나 좁은 시야를 더 흐린다.
“아홉 시 쪽을 맡아!”
게이트가 있는 우측을 향해 연사하고 있던 이 병장이 가장 늦게 합류한 병사 둘에게 소리쳤다.
투투투투투둑― 투투투투둑―
200발들이 탄통이 금방 바닥을 보인다. 탄띠를 갈아 끼울 만한 여유도 없어서 일반 탄창을 채워 넣은 뒤 사격을 재개해야 했다.
투투둑― 투툭― 투툭―
중앙을 담당한 진우의 총에서 일정하게 울리는 발사음이 응원가처럼 병사들의 가슴에 안정을 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3분 내로 끝내고 와! 3분이야!”
20여 미터 앞까지 접근해 온 좀비들을 제압한 진우와 윤 일병이 아인슈타인을 호위해서 2호기를 향해 몸을 돌리자, 남은 병사들에게 가해지는 긴장감이 더욱 커졌다.
이제부터 난이도가 두세 단계 이상 올라가게 될 것이다. 분대원들은 트럭을 가운데 두고 등진 채 뒷걸음질을 치며 간격을 좁혔다.
그롸아아―
도로를 하얗게 채운 수증기를 뚫고서 또 여남은 마리의 좀비들이 달려온다.
차라리 압도적인 대규모라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달아날 수 있을 텐데, 오늘 밤 이놈들은 항상 110퍼센트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물리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만큼씩만 모여서 하나의 웨이브를 만든다.
아마 한 차례의 파도가 싣고 오는 놈들의 수가 그 정도인 모양이다.
“헉!”
“꺄아아~!”
2호기의 강화유리문 뒤에 숨어서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바깥의 사정을 살피던 연구원들은 불쑥 튀어나와 유리에 달라붙는 검은 그림자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진우는 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플래시 불빛을 아인슈타인 쪽으로 돌려주었다.
“문 열어! 문! 나야!”
그제야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직원들이 서둘러 문을 열고 그를 맞아들인다.
“부장님, 무슨 일입니까? 총소리가 엄청 가까이에서 들려요. 그, 그리고 좀비들 우는 소리도……. 달아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여기 봉인할 거야! 길게 설명할 시간 없어! 그게 지금 자네들을 위한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것만 알아주게! 1호기는 이미 씰 업이 끝났어! 이 차장, 따라와! 내가 암호 입력하고 나면 자네가 버튼을 눌러줘야 돼! 시간이 없어! 서둘러야 해!”
아인슈타인이 이 차장의 팔목을 잡아끌고 기계 앞으로 달려갔다.
“그, 그럼 주간 근무조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 사람들은 누가?”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린다. 코드를 입력하던 아인슈타인 역시 흠칫 놀라며 손가락을 멈췄다.
이 차장의 부인 역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난 것이다. 주간조인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채 불안에 떨며 숙소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친구나 동료, 친척, 후배나 선배, 그런 관계들이 이 발전소 내에는 잔뜩 얽혀 있다. 좀비 세상이 도래하면서 자식과 부모를 잃은 사람들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소중한 인연이다.
“구, 군인들이 데리고 나가줄 걸세! 지금 발전소 전체가 탈출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