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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지하세계 (4) (113/449)


113. 지하세계 (4)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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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어떤 놈이 이미 딴 남자에게 실컷 더럽혀진 여자 친구를 위해서 목숨 걸고 시키는 대로 일을 하겠어. 요즘 같은 세상에…….

“어쩌죠, 경장님?”

갑자기 일어난 일종의 반란과, 전력이 확 줄었다는 것 때문에 긴장한 윤 순경이 묻는다. 차 경장은 태연을 가장하며 대답했다.

“제까짓 것들이 무기도 없이 도망가 봐야 사흘도 못 버틸 거다. 하지만 본때는 보여줘야지. 여튼 일단 내려가 보자.”

“네? 내려갈 필요가 있나요?”

“그럼 부반장 시체를 저렇게 내버려 둘래?”

차 경장은 거짓 의리를 가장하며 버럭 화를 냈다. 요컨대 이런 공포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별화다. 나에게 충성을 다하는 앞잡이에게는 뭔가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제 자신들 둘을 제외하면 남은 남자라야 하나뿐이지만, 그래도 부려먹는 동안에는 대우 해주는 척이라도 해야 자기 몸이 편하다. 두 썩은 경찰은 남은 사람들을 모두 이끌고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두 번째 이유는 성공한 반란의 증거인 시체를 그대로 남겨둘 경우 생기는 부작용 때문이다.

대단하다고만 여겨지던 부반장이 골이 터진 채 죽어 자빠져 있는 걸 자꾸 보게 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 역시 위협받을 게 빤하다. 계단을 다 내려가 왼쪽으로 돌아 열 걸음쯤 걸어가자, 발밑에 사건의 현장이 펼쳐져 있다.

“아이구야~”

흥건하게 흘러내린 피 속에 잠기다시피 되어 있는 부반장의 시체를 보고 윤 순경은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피 구덩이 속에는 잘린 손목도 뒹군다. 원한이 어지간히 쌓여 있었던가 보다.

“이 더러운 년! 네년 남자 친구도 한패라고!”

앞잡이 동료의 끔찍한 꼴을 보고 흥분한 나까무라가 계집애 하나의 머리채를 잡고 뺨을 정신없이 후려갈긴다.

네 명밖에 없는 여자 중 하나를 잡게 될까 봐 걱정이 들었지만, 차 경장은 나까무라가 마음껏 폭행을 할 때까지 가만 내버려 두었다.

분명 이 일을 저지른 놈들도 신경이 쓰여서 근처에 숨어 이쪽을 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아직까지도 자기 여자 친구에 대한 애정이 남은 놈이라면, 결국 견디다 못해 제 발로 걸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야, 야, 그만해라. 시체 수습이나 하고 나서 더 때리든지 다 같이 돌리든지 뭘 해도 하자. 어이, 알아들었어? 우리 셋이서 돌릴 거라고, 이 개새끼야! 보고 있는 거 다 알아!”

나까무라를 만류한 차 경장은 일부러 선로를 향해 큰 소리를 지르며 여자를 잡아당겨 젖가슴을 사납게 움켜쥐었다.

아악, 고통과 수치심을 참지 못한 여자가 비명을 지른다. 입술이 찢어진 그녀의 얼굴은 피와 눈물범벅이 되어 있다.

“엄살 그만 떨고 얼른 가서 부반장 시체 옮겨, 이년아!”

여자를 확 밀친 차 경장은 다른 여자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시체 옮기라고! 빨랑 움직여.”

네, 네……. 잔뜩 주눅이 든 여자는 걸음을 서둘렀다.

“경장님, 저기…… 혹시 이거, 다른 놈들이 쳐들어오거나 그런 거 아닐까요? 이 안에 누가 숨어 있다거나…….”

윤 순경이 물었다.

“아니야. 그랬으면 선로 앞에서 경비 보던 놈들이 제일 먼저 죽었어야지.”

“아……!”

“그리고 아까 한 새끼가 도망가면서 한 말이 있어. 자유라느니 뭐니……. 분명히 내부 소행이야.”

차 경장과 윤 순경은 다시 부반장의 시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죽은 놈들을 그렇게 많이 봐놓고도 아직도 가리는 게 뭐 그리 많은지, 여자 넷이 한꺼번에 달려들어서도 좀처럼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 지휘를 하는 나까무라는 성에 차지 않아 버럭버럭 화만 내고 있다.

“야, 이 멍청한 년들아! 팔이랑 다리를 한쪽씩 잡고 들면 되잖아! 아후~ 이 등신들, 진짜.”

쭈욱~ 철푸덕!

미끄러지고, 비명을 지르고, 한참을 헤맨 다음에야 여자들은 용을 쓰면서 겨우 부반장의 시체를 들어 올렸다.

어흐~ 잘린 오른팔 쪽을 든 여자가 팔의 단면을 보고 가볍게 신음했지만, 나까무라의 매질이 무서워 이내 이를 악물었다.

나까무라는 회수한 경찰봉과 식칼에 묻은 피를 닦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 있으면서도 가끔씩 욕설을 하며 작업을 독려했다.

시체를 들고 움직이는 방향은 역 끝의 직원 대기실이다. 납골당처럼 사용하는 그곳에는 이미 시체가 잔뜩 들어 있다.

“휴~ 그래도 좀 걱정이긴 하네요. 한꺼번에 애새끼들이 다섯이나 줄었으니까요.”

“뭐, 그만큼 입도 줄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좀비들도 이제 뜸한 것 같고…….”

일처리를 나까무라에게 맡기고 돌아선 두 썩은 경찰은 도망간 놈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플래시를 계속 비추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시체 운반 행렬이 그들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등 뒤에서 갑자기 싸늘한 바람이 확 불어온다.

“야, 짭새.”

경멸이 담긴 호칭!

하지만 그보다 목소리가 너무 가깝다.

바로 목덜미에 닿는 숨결!

차 경장과 윤 순경은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이게 뭐지?’라는 의문이 채 들기도 전에 윤 순경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커다란 칼날이 파고든다.

선을 긋듯이 빠르게 지나간 민구의 쿠크리가 차 경장의 양쪽 허벅지 사이를 훑고 올라와, 반쯤 돌려진 오른손을 지나간다.

손가락들이 뭉텅 떨어져 나간 차 경장은 비명을 지르면서 권총을 떨어뜨렸다. 민구는 곧바로 다시 윤 순경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칼날이 번뜩이는 것을 본 윤 순경은 근육이 잘려 나가 덜렁거리는 오른팔 대신 왼손을 급하게 들어 올렸다. 엄지 검지와 함께 왼손의 일부도 잘려나간다.

끄아아악―! 고통에 못 이겨 고개를 숙인 윤 순경을 잡아당겨 넘어뜨린 민구는 놈의 양쪽 아킬레스건 위로 쿠크리를 그었다.

털썩, 소리에 놀란 여자들이 시체를 떨어뜨리는 소리가 울린다.

“끄으으…….”

차 경장이 뒤춤에 꽂아두었던 총을 왼손으로 꺼내려다가 놓쳐버렸다. 손잡이의 방향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당황한 녀석은 바닥에 떨어진 총을 주워보려고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사방에 튀어 있는 피 때문에 모두 미끄덩거려서 쉽지가 않다.

미끈, 쇼크 때문에 벌벌 떠는 왼손을 휘저을 때마다 총이 미끄러지고, 그 때문에 녀석은 조금씩 뒷걸음질을 쳐야 했다.

“하하하하!”

민구가 슬랩스틱 코미디를 본 것처럼 크게 웃은 뒤, 왼손으로 울트라마린 나이프를 꺼내 콱 내려찍었다.

아아아~!

왼손과 허벅지를 한꺼번에 꿰뚫고 박혀 버린 칼날!

차 경장은 전기에 튀겨진 사람처럼 펄쩍 뛰어오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단단히 박힌 나이프는 점점 더 파고들어 갈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짭새들한테 쌓인 감정도 참 많았지……. 너희처럼 썩은 애새끼들 말이야.”

민구는 빙글거리는 얼굴로 두 놈의 주변을 천천히 돌며 떨어진 세 자루의 총을 발로 차 한군데로 쓸어 모은 다음, 윤 순경의 가방에 담았다.

“개새끼들…….”

어느새 쇠파이프와 함께 선로에서 기어 올라온 스패너가 이를 악물고 차 경장과 윤 순경을 향해 다가온다. 아마 제 여자 친구가 두들겨 맞는 꼴을 근처에서 다 보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나까무라만 해결하면 되겠군…….

스패너의 눈빛이 여간 사나워진 게 아니어서, 민구는 놈들에게 두 대빵을 맡기기로 하고 몸을 돌렸다.

“가, 가까이 오지 마!”

민구가 몇 걸음을 떼자 나까무라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른다.

누가 악질 앞잡이 아니랄까 봐 나까무라는 어느새 스패너의 여자 친구를 붙잡아 인질극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을 뒤로 잡아당기면서 놈은 식칼을 꽉 움켜쥐었다.

부림을 당하던 나머지 셋은 구석에 모여서서 그저 벌벌 떨고만 있다.

하여간 찌질한 놈들은 늘 똑같아. 그리고 답답하게 당하는 놈들도 늘 똑같지…….

민구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저벅저벅 걸어갔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이 칼 안 보여? 죽일 거야!”

“그러든가.”

“정말 죽여도 돼? 이 새끼야?”

“재미있는 놈이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는 거냐.”

나까무라와의 남은 거리는 이제 여덟 걸음. 민구는 큰 소리로 말하면서 쿠크리를 던질 듯이 높게 들어 올렸다. 놈이 움츠리면서 여자 뒤로 숨는다. 민구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휘리릭―

공기를 가르며 빠르게 날아간 쿠크리가 여자의 귀 옆을 스치고 날아가 버렸다.

팅.

기둥에 맞고 튄 칼이 바닥에 떨어져 뒹군다.

“이런 젠장!”

민구는 당황한 듯 발을 구르며 분해했다. 이 어색한 연기가 통해줄지 그게 조금 걱정스럽다.

“크크크, 이 새끼, 존나 멍청하네! 무기를 던져 버렸어?”

통했다!

나까무라는 갑자기 표정이 바뀌어 실실거리면서 여자를 옆으로 치우더니, 바닥에서 쿠크리를 집어 들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놈의 관심이 흩어진 사이, 스패너의 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달아났다.

뚜두둑.

나까무라가 뒤늦게 휘두른 손에 걸려 여자의 머리카락이 뜯겨 나간다. 하지만 그녀는 용케 나까무라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질을 잃은 나까무라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 댔다.

“이런 씨발! 어쩔래? 응? 이제 어쩔래? 이 씨발 놈아! 쉭―!”

입으로 바람 가르는 소리를 내던 나까무라가 민구를 향해 쿠크리를 내지른다.

뒤로 풀쩍 뛰어 칼날을 피한 민구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해 왼손에 들고 있던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 놈에게 겨누었다.

자신이 암만 쏴봐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걸 놈은 모른다. 깜짝 놀라 주춤하는 나까무라에게 민구가 나지막이 명령했다.

“알지? 손들어, 이 새끼야.”

번뜩이는 총구가 나까무라를 얼어붙게 한다. 칼이라도 한 번 던져 볼까 싶어서 움찔거리던 나까무라는 계획을 보류하고 엉거주춤 서서 주변을 살폈다.

민구와 그의 사이를 밝히고 있는 빛은 네 명의 여자 중 셋이 손에 쥐고 있는 플래시, 그리고 멀리 승강장 반대편에서 쇠파이프와 스패너가 들고 있는 플래시에서 비춰진 희미한 조명이 전부다.

“그, 그게 맞을 것 같아? 이렇게 어두운 데서?”

나까무라는 용기를 끌어모아 허세를 부려봤다. 그러면서 천천히 옆으로 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계집애들이 들고 있는 플래시의 사각에만 들어갈 수 있다면 겨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어, 그래? 그럼 더 밝게 하면 되지.”

민구는 가방을 땅에 떨어뜨리고는 주머니에서 맥라이트를 꺼내 나까무라의 눈에 대고 비췄다.

윽, 갑자기 너무 밝은 빛을 마주 보게 된 나까무라는 식칼을 든 왼손을 들어 눈 주위를 감쌌다. 놈의 움직임이 멈춘 사이에 민구는 협박을 시작했다.

“계속 움직여 봐. 그 선만 넘으면 옆구리를 날려줄게. 옆구리에 빵꾸가 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나? 콩팥 주변의 실핏줄들이 터져서 피가 멈추지 않는데 지혈할 길은 없고, 점점 더 고통이 커지다가 결국엔 피가 다 빠져나가서 죽게 되지. 한 세 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아마 나중에는 빨리 죽고 싶다고 사정을 하게 될 거야.”

물론 그의 실력으로는 여섯 발을 다 쏴도 어느 한 군데 맞힌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민구의 이야기는 공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까무라는 자신의 발밑에 그어진 노란 줄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콩팥에 총알이 박히는 느낌을 상상하고 있는 모양이다. 녀석이 충분히 떨 시간을 준 다음 민구가 말했다.

“칼 내려놔.”

잠시 망설이던 나까무라는 쿠크리와 식칼을 공손히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허리를 들었다.

“살려주세요. 전 그냥 저 새끼들이 시켜서 말만 들은 거예요. 죄 없다고요.”

나까무라는 전형적인 앞잡이의 대사를 내뱉었다. 민구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권총을 까딱거렸다.

“알지. 너 죄 없는 거 다 알아. 그리고 아직 뒤춤에 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것도 알고.”

이건 또 어떻게 알았지?

움찔하는 표정의 나까무라는 순순히 손을 뒤로 돌려 식칼을 꺼냈다.

“잘했어. 이제 대가리 박아.”

“형님, 아니, 선생님…….”

“대가리 박으라고.”

민구가 권총을 들이댄다. 사정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까무라는 결국 깨끗이 단념하고 그 자리에서 원산폭격을 했다.

흐아암~ 짧게 하품을 한 민구가 한쪽 구석에 모여 벌벌 떨고 있는 여자들에게 뒤로 빠지라는 신호를 보냈다. 난데없는 피바람에 놀란 여자들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떼어 자리에서 벗어났다.

“수영아!”

“오빠!”

사지가 끊긴 경찰들을 상대로 신나게 복수의 주먹을 휘두르고 있던 스패너가 자신의 여자 친구와 감격의 포옹을 나눈다.

어느새 돌아온 다른 놈들 중에도 자기 여자가 있었는지, 끌어안고 ‘이제 괜찮아’를 연발하고 있다.

하여간 어지간히 태평한 새끼들이네. 내가 어떤 놈인 줄 알고 저렇게…….

민구는 슬슬 귀찮아졌다. 칼을 다 챙기고 시계를 보니 어느덧 자정에 가까워져 있다.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패너와 쇠파이프를 선두로 여덟 명이 모두 몰려와 허리를 깊이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놔뒀다가는 이놈들이 더 엉겨 붙을 것 같아 민구는 차가운 어조로 끊듯이 대답했다.

“시끄러워, 이 새끼야. 너 좋으라고 한 짓 아니야. 지나가는 길이라서 어쩔 수 없이 끼어든 거지.”

그래도 놈들은 여전히 싱글벙글하는 얼굴을 감추지 못한다. 민구는 총을 가방에 넣고 스패너의 머리통을 탁, 때리면서 말했다.

“난 좀 쉴 테니까 그동안 빨리 마무리 짓고 길이나 안내해.”

민구가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린 사이, 나까무라는 도망을 치기 위해 슬쩍 몸을 일으켰다. 헤헤호호 웃는 새끼들의 시선은 이미 자신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의미 없는 몸부림이었다. 그가 발을 떼려 하자마자 민구가 곧바로 옆구리에 돌려차기를 날렸다.

컥, 숨이 끊어지는 것 같은 고통에 나까무라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이 새끼!”

욕설을 내뱉은 건 쇠파이프와 다른 사내놈들이지만, 먼저 달려들어 닥치는 대로 두드려 패기 시작한 건 오히려 여자들이었다.

네 명의 여자는 온갖 저주를 퍼부으면서 정신없이 놈을 짓밟았다. 그동안 놈이 어떻게 처신했는지 그 사나운 매질만 봐도 짐작이 간다.

“저…… 근데 형님, 어디로 가시는데요?”

스패너가 묻는다.

아, 이놈에게 아직 행선지를 말하지 않았던가?

민구는 자판기 뒤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마세티와 가방을 꺼내면서 일러줬다.

“잠실. 두 정거장이나 걸어왔으니 이제 꽤 가깝지?”

일순 사내놈들의 표정이 굳는다. 영문을 알 수 없어서 민구가 노려보자, 스패너가 더듬거리며 말을 꺼낸다.

“혀, 형님, 잠실은…… 반대 방향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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