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지하세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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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지하세계 (3)
2021.12.21.
“뭐, 뭐야…… 너는!”
경찰봉을 놓아버린 나까무라는 당황하며 허리띠에 끼워둔 식칼에 손을 가져갔다.
이걸로 이 개새끼의 배때기를 쑤셔 버려야지. 이 새끼가 뒈진다고 소리를 지르면 그다음엔 모가지를 콱―!
나까무라의 상상은 거기에서 멈춰 버렸다. 민구가 휘두른 마세티가 그의 팔목을 댕강 잘라 버리는 바람에 밀려온 통증이 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찌지직!
솟아오르는 피의 분수 사이로 자신의 손목뼈가 보인다.
으아~ 나까무라가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리려 할 때, 민구는 빼앗은 경찰봉으로 그의 목젖을 후려쳤다.
흐어어어~ 커다랗게 열렸던 놈의 입에서는 숨이 꺼지는 쇳소리만 겨우 흘러나온다.
손목이 잘렸다는 것도 잊어버린 나까무라는 본능적으로 목을 감싸기 위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손바닥 대신 뜨거운 피가 솟는 팔뼈가 그의 목에 닿는다.
이게 대체 무슨…….
나카무라는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이해할 수 없어서 눈을 들었다.
저 칼자국의 사내는 대체 어디서 나타나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아! 이제 알겠다. 스패너, 저 개새끼가 불을 깜빡거렸던 것이…….
빠르게 진행되던 그의 계산은 머리가 터지는 바람에 거기에서 종료되었다.
민구가 휘두른 마세티가 정수리를 쪼개 버리자 나까무라는 두 다리가 제멋대로 풀리며 그 자리에 허물어져 버렸다.
찌이익, 벌어진 나까무라의 상처에서 핏줄기가 솟아오른다. 그사이 다른 보초들에게 뛰어간 쇠파이프는 조용히 하라며 입단속을 시켰다.
사실 쇠파이프의 단속이 아니더라도 다들 감히 소리를 지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너무 순식간에 너무 잔인한 꼴을 봤다. 인간을 잡아먹는 좀비보다도 저 칼 든 남자가 더 무섭다.
“아, 젠장. 기동이 새끼 생각이 나서 좀 오버했네. 그냥 한 번에 죽였어도 되는데.”
나까무라의 셔츠에 마세티의 피를 쓱쓱 문질러 닦으면서 민구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피의 분수를 고스란히 목격한 스패너는 약간 얼이 나간 채 멍해져 있었다.
“야, 일어나.”
스패너의 뺨을 가볍게 때린 민구가 말했다.
“두 번째 나까무라는 어디 있어? 그 새끼 잡으러 갈 차례다.”
“차, 창고에요. 다들 거기에서 자요.”
“그렇게 말해봐야 몰라. 앞장서.”
“하, 하지만 쇠문을 잠가놓고 자는데요.”
“교대하자고 하면 나올 것 아니야?”
“그, 그 말 할 새끼를 죽여 버리셨잖아요.”
스패너의 눈길이 죽어 자빠져 있는 나까무라 1에게로 향했다. 아직도 놈의 상처들에서는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고, 다리는 이따금씩 경련하며 꿈틀거린다.
음, 잠긴 쇠문을 열고 들어가서 또 다른 방에 들어 있는 총 든 짭새 둘을 처치해야 한다니…….
민구는 조금 귀찮아졌다. 어차피 이 역을 통과했으니 그냥 이놈들을 이대로 놔두고 가버릴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을 때, 계단 위쪽에서 불빛이 흔들거리며 낯선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간 술에 취했는지 말꼬리가 조금씩 흐트러진다.
“야, 부반장. 왜 자기 위치를 안 지키고 있어, 이 새끼야. 하여간 이것들은 가끔씩 이렇게 불시에 나와서 감시를 해줘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야! 부반장! 빨리 일로 안 튀어와?”
짭새였다. 저벅저벅, 계단을 내려오는 구둣발 소리. 스패너와 쇠파이프, 그리고 다른 녀석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린다. 민구는 바닥에 뒹굴고 있는 나까무라의 플래시를 들어 스위치를 끄며 속삭였다.
“다들 불 꺼.”
스패너와 쇠파이프가 얼른 말을 들어먹은 것과 달리, 보초를 보던 다른 두 놈은 얼이 빠져서 멍하니 있다. 그사이에도 짭새의 발걸음은 점점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다.
보다 못한 쇠파이프와 스패너는 동료들의 손에서 플래시를 빼앗아 스위치를 눌러 버렸다.
팟, 순식간에 다섯 대의 플래시가 꺼지자 빛이 사라져 버린 승강장 안에는 이제 비상구 방향을 표시하기 위해 바닥에 깔아둔 연한 비상등만이 남았다.
물론 아주 약한 조명이어서, 그 바로 위를 밟고 서지 않는 한 이쪽의 모습이 보일 리는 없다.
“허어~!”
우뚝 멈춰 선 짭새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아래쪽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던 플래시의 불빛이 일시에 전부 꺼졌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뭐냐, 이 새끼들아? 야, 부반장!”
짭새는 느릿한 말투로 이미 죽어 자빠져 있는 나까무라를 부르며 플래시를 천천히 이동시켜 시야 전체를 훑는다.
그래봐야 놈이 서 있는 위치에서는 시체가 보이지 않는다. 계단 뒤쪽에 모여 숨어 서 있던 민구는 불빛이 자신들 위쪽을 향하는 순간을 빌려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괜히 놈들 때문에 위치를 들키고 싶지도 않고, 오발탄에 맞은 놈이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 대는 꼴도 보기 싫었다. 다들 고만고만한 애들이고, 하나같이 비쩍 말랐다.
“이 개새끼들, 한번 해보겠다는 거야? 응? 반항해 봐야 다 뒈지는 것밖에 없어.”
어지간히 조심스러운 놈이어서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주둥이로만 떠들어 대며 정보를 얻어보려 애를 쓰고 있다.
저렇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 아래에서 계단을 전부 뛰어 올라가 놈을 처리한다는 건 무리다. 플래시가 이쪽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서 칼을 던질 수도 없다.
삐릭―
녀석이 무전기를 켜고 신호를 보내는 소리가 들린다.
“어, 윤 순경? 나야. 너 지금 일어나서 애들 다 깨워 가지고 내려와. 그쪽에 자빠져 자고 있던 놈들 머릿수도 세어보고. 아무래도 반란인 것 같은데……. 응, 응. 총 가지고 있지. 너도 가지고 와. 아냐, 좀비는 아냐. 좀비면 이렇게 플래시가 다 꺼질 리가 없지. 그리고 벌써 소리가 났을 테고.”
짭새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무전을 보내고 나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 순경을 부르는 걸 보면 차 경장이라는 놈이겠지. 제 딴에는 무력시위를 하고자 했던 모양인데, 머릿수 운운하는 부분에서 민구에게 힌트를 주고 말았다. 민구는 낯선 놈 둘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
“너희들…… 저 문으로 뛰어서 선로 아래로 도망쳐라.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계속 달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민구는 자신이 조금 전 들어왔던 방향을 가리켰다. 계단에서 빤히 보이는 곳이다.
“에?”
두 놈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투로 외마디 대답을 흘릴 뿐, 좀처럼 엉덩이를 떼려 들지 않자 민구는 한 놈의 입을 막은 다음 울트라마린 나이프를 꺼내 가차 없이 놈의 팔을 그었다.
끄으윽, 예리한 고통에 놀란 녀석이 소리를 내려 들자 입을 막은 민구의 손이 더 우악스럽게 파고든다. 거죽만 슬쩍 건드린 거라서 사실 그리 아플 것도 없다. 피도 곧 멎을 것이다.
“진짜로 찔러 버리기 전에 빨리 뛰어! 너도 그어주랴?”
두 번째 놈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을 베인 녀석도 부들부들 떨며 일어날 준비를 한다.
“준비하고 있다가 플래시가 이쪽을 훑고 지나가면 곧바로 달려. 절대로 총에 안 맞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어, 언제 돌아오면 되나요?”
“대충 눈치 봐서 오든가. 지금! 가!”
플래시의 둥근 불빛이 계단 왼편을 비추고 막 반대로 꺾였다.
민구의 신호를 받은 두 놈은 그야말로 걸음아 나 살려라 하는 태세로 부서진 차단 문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선로 안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비상등이 그들의 목적지다.
탁탁탁탁―
조용한 승강장 전체를 울리는 놈들의 발소리가 요란스럽다.
찌익, 어떤 놈인지 나까무라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밟고 미끄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 소리를 계단 위의 차 경장 역시 못 들었을 리가 없다. 다만, 메아리 때문에 금방 방향을 특정 짓기는 어려웠다.
차 경장은 곧바로 플래시를 정신없이 돌렸다. 그리고 두 놈이 선로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순간, 그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타앙―
플래시가 따라잡은 것과 동시에 총성이 울렸지만, 이미 두 명은 선로 아래의 어둠 속으로 뛰어든 상태고, 애꿎은 차단 벽의 강화플라스틱에만 구멍이 뻥 뚫린다.
달아난 놈들이 앞을 비추기 위해 켠 플래시의 불빛이 정신없이 흔들리다가 코너를 돌면서 사라졌다.
“이 개새끼들, 도망가 봐야 너희 둘만 가지고는 이틀도 못 살아남아! 멍청한 등신 새끼들!”
저주와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차 경장은 계속 선로 아래를 비추고 있다. 혹시 몰래 돌아오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모양새다.
삐리리릭―
다시 무전이 들어오고 차 경장은 신중한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응…… 응. 그래, 알았어. 빨리 와…….
놈이 떠들어 대는 동안 민구 역시 스패너와 쇠파이프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이제 반대편 선로로 뛰어가.”
“지, 지금요? 차라리 아까 한꺼번에 보내시지……. 저 새끼, 독이 이빠이 올라서 곧바로 쏠 텐데요?”
민구는 대답 대신 가만히 놈들의 눈을 쏘아보았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 때문에 근거리의 사물은 구분이 가능한 상태였고, 번뜩이는 민구의 눈동자에서 더 시간 끌면 혼난다……라는 메시지를 읽어내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이번에는 민구가 한 가지 도움을 주었다.
나까무라에게서 빼앗은 플래시를 켠 민구는 그걸 바닥에 대고 회전시키며 미끄러트리듯 던졌다. 불빛이 빙글빙글 정신없이 춤을 추며 촤악 미끄러지다가 나까무라의 피를 훑고 지나간다.
차 경장이 난데없이 나타난 불빛과 소리에 움찔하는 동안, 계단의 오른쪽에서 살금살금 걸어 나가던 스패너와 쇠파이프는 반대 방향 선로를 향해 뛰는 속도를 높였다.
탁탁탁탁―
역시 잘 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좀비들과 부대끼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녀석들이라 달리기는 꽤 빠른 편이다.
“자, 자유다! 개, 개새끼야! 하하하!”
쇠파이프는 민구가 일러준 대사까지도 어설프게나마 외치고 사라졌다. 이번에 차 경장은 방아쇠 한 번 제대로 당겨보지 못했다. 선로 아래에서 두 개의 플래시 불빛이 켜지더니 점차 멀어진다.
“뭐야? 개새끼들! 네 명이나 한패였던 거야? 이런 씨발 놈들이!”
차 경장이 씩씩거리며 플래시로 난간을 후려친다. 띵― 하고 파이프 난간이 울리는 소리가 전해졌다.
잘됐군…….
민구는 마세티와 가방을 자판기 뒤쪽에 숨겨놓고 천천히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남자 여덟 명이라고 하는 총 인원수가 단단히 각인되어 있는 저놈들의 계산 속에서 그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다.
“저 왔습니다. 허억~ 어떻게 된 거예요, 차 경장님!”
윤 순경이 숨을 헐떡거리며 묻는다. 그의 곁에는 나까무라 2가 여자 다섯 명을 모두 거느리고 달라붙어 있다. 남아 있는 인원들이 총출동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플래시를 든 손으로 머리를 엉클며 짜증을 참은 차 경장은 윤 순경이 들고 온 가방에서 권총 한 자루를 더 꺼내 뒤춤에 찔러 넣은 뒤, 나이가 좀 든 여자 둘을 지목했다.
“너! 그리고 너! 아래로 내려가 봐.”
“에에? 제가요? 남자들이 내려가는 게…… 컥!”
지목받은 여자가 말대답을 하자, 차 경장은 곧바로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
“미친년이 말대답 꼬박꼬박 할 거지? 응?”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던 여자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잠시 네 발로 기어 다니다가 겨우 일어났다. 나까무라는 그런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겨서 계단 쪽으로 끌고 갔다.
“보이는 걸 모두 다 이야기해. 큰 소리로! 알았어?”
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데없이 껌껌한 어둠 속으로 내려가라고 하는 걸 보면 무슨 큰일이 난 모양인데, 저렇게 총칼을 들이대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빨리빨리 가, 이 쌍것들아. 시간을 붙들어 매놨냐?”
여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나까무라가 앞잡이질을 제대로 한다. 그녀들은 플래시 불빛에 의존해서 천천히 한 계단씩을 밟아 내려갔다. 무기라고는 짤막한 망치가 전부다.
차 경장은 여전히 그 둘의 등을 향해 총을 겨눈 채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네 놈이 사라졌으니 한 놈이 아직 남았다.
그리고 다른 계단들은 전선으로 난간 사이를 묶어두고 바리케이드를 쳐놓았으니, 올라올 수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끄아아악! 으헉!”
계단을 다 내려가서 주변을 돌아보던 여자 중 하나가 비명을 꽥! 지른다.
다른 여자는 자리에 허물어지듯 주저앉기까지 했다. 겁에 질린 두 사람이 다시 되돌아 뛰어 올라오려고 하자 차 경장은 그들의 옆쪽을 겨누고 총을 발사했다.
빵!
피잉―
발사음과 총알이 튀는 소리에 움찔한 여자들은 계단 중간에서 얼어붙었다.
“뭐야? 뭔데 그렇게 놀라?”
차 경장이 물었다. 머리를 감싸 쥐고 있던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 사, 사람이…… 주, 죽어 있어요. 피, 피가…….”
“아…… 이런 멍청한 년이 사람 죽은 거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웬 호들갑이야? 콱! 씨발, 너도 죽여줄까 보다. 뒈진 게 누군데?”
“모, 모르겠어요. 그냥 너무 놀라서 뛰어 올라오는 바람에…….”
어휴~ 차 경장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자, 눈치를 보고 있던 나까무라가 재빨리 뛰어 내려가서 계단 중간에 어설프게 서 있는 여자의 어깨와 허벅지를 경찰봉으로 후려갈겼다.
“이 등신아! 똑바로 안 할래? 응?”
맞는 여자와 바로 곁에 서서 구경하는 여자 모두 비명을 지른다. 차 경장은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야, 야, 그만하고 너도 같이 내려가 봐. 그리고 죽어 자빠진 게 누구인지 보고해.”
“네?”
갑자기 현장에 투입되게 생긴 나까무라가 깜짝 놀라 외마디 대답 겸 질문을 내뱉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까무라는 두 여자를 방패 삼아 앞세우고 계단을 내려갔다.
승강장에서 왼쪽으로 돈 나까무라 일행은 다시 한 번 흠칫 놀라고 나서 천천히 시체에 다가갔다. 엎어진 채 죽어 있는 시체지만, 누군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부, 부반장입니다, 경장님!”
“어떻게 죽었어?”
나까무라는 떨리는 손으로 플래시를 비추며 나름 차분히 살펴봤다.
오른손을 목에 깔고 죽은 시체. 터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의 양이 워낙 많아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사인이 무엇인지는 분명해 보였다.
“대, 대갈통이 터진 것 같은데요. 피가…… 어휴…….”
나까무라의 비통한 보고를 들은 차 경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대충 앞뒤 계산이 맞아떨어진다.
달아난 네 놈이 몰래 작당을 했고, 멍청한 부반장 놈이 그런 줄도 모르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가 협공을 당했을 것이다.
대갈통이 터졌다고 했으니 아마 뒤에서 스패너나 망치 같은 묵직한 무기로 내려쳤겠지……. 시체를 치울 생각도 하지 않은 걸 보면 처음서부터 달아날 생각을 굳히고 있던 게 분명하다. 인질까지 잡아뒀었는데…….
차 경장의 붉어진 시선이 벌벌 떨고 있는 계집애들에게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