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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지하세계 (2) (111/449)


111. 지하세계 (2)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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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게, 저는 여자 친구가 잡혀 있어서요. 그리고 걔 문제가 아니더라도 딱 두 명씩만 내보내거든요. 일행이 많으면 딴마음 먹는다고. 차라리 거기로 돌아가면 안전하게 잠이나 잘 수 있죠. 저희 둘이 어디로 가서 안전하게 살겠어요.”

한 놈씩 죽어가더라도 도살자 주변에서 여전히 맴돌며 풀을 뜯어먹는, 전형적인 초식동물의 논리다. 민구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다그치지 않았다.

“총 가진 놈들은 그 둘뿐이고?”

“네. 자기들 말고 다른 사람들은 절대 총 근처로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요. 사실 그 새끼들보다 더 좃같은 건 나까무라 새끼들인데요.”

“나까무라? 그게 이름이야?”

“아뇨, 본명은 모르죠. 근데 딱 친일파 앞잡이처럼 굴어서 저희끼리는 그렇게 불러요. 그 새끼들은 자기네를 반장님, 부반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지만요. 하여간 그 나까무라 새끼들이 경찰 새끼들한테 아부 열심히 하고 우리들 감시하고, 알아서 여자애들까지 그 경찰들 방으로 들여보내고요. 멀쩡한 사람도 몇 명 죽였어요. 기강 잡는다고.”

들어보니 여자를 제한 머릿수가 여덟 명, 이놈들을 빼면 여섯. 게다가 다들 겁에 질려서 억지로 명령을 듣는 수준인 모양이고, 원한도 적잖이 쌓여 있는 것 같다.

그런 놈들은 싸움에 개입할 것 같지 않으니까 처리해야 하는 건 최대치로 잡아도 네 명, 총이 없는 앞잡이를 제외하면 두 명만 재끼면 된다.

놈들의 전력도 파악됐겠다, 짭새 놈들이 자는 곳도 들어서 알겠다, 더 시간을 끌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민구는 두 놈에게 일어서라고 했다.

“앞장서.”

“거, 거길 가시게요? 형님, 안 돼요! 가뜩이나 식량 부족한데 낯선 사람 끌고 온 것도 모자라서 이런저런 소리 했다고 저희까지 죽습니다. 저희가 형님을 괜히 죽이려고 한 게 아니에요.”

“너, 여자 친구도 잡혀 있다며? 매일 그 새끼들이 건드릴까 봐 무섭지도 않아?”

“벌써…… 여러 번 건드렸어요. 하지만 총이 있어서…….”

스패너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다.

“난 이게 있는데?”

민구가 마세티를 스패너의 눈앞에 들어 올렸다. 스패너는 경기를 하듯 찔끔거린다.

“네가 나를 도와서 그 새끼랑 싸우면 살 수 있는 확률이 90퍼센트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시간 끌고 말대답이나 하고 앉아 있으면 이 칼에 뒈질 확률이 100퍼센트지. 어떤 걸 택할 거냐.”

민구의 말을 들은 스패너와 쇠파이프가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어쩔래? 이 새끼, 존나 센 것 같기는 하지?

그래, 그냥 말 듣자. 정말 죽이고도 남을 새끼 같다…….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경찰들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철문으로 된 사무실 안에 있어요. 30분마다 나까무라에게 무전기로 지시를 하고요. 근데 심심하면 한 번씩 내려와 볼 때도 있기는 해요.”

일을 확실히 처리하고 싶었는지 두 놈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전기가 아직도 방전이 안 됐다고?”

“그건 모르겠어요. 여러 대를 돌려쓰는 건지, 뭔지. 하지만 무전기로 대화를 하는 건 확실해요.”

“그리고 이 넓은 역을 어떻게 다 감시한다는 거야? 겨우 열세 명이고, 교대로 잠도 자야 할 것 아니야.”

“차단벽이 있는 곳은 감시를 안 해요. 어차피 거기가 뚫리려면 소리가 엄청 크게 날 테고, 또 우리가 있는 역 근처에는 더 이상 좀비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거든요. 그냥 문이 깨진 곳 세 군데만 계속 보초를 서는 거예요. 혹시나 해서…….”

“알았어. 그쯤 했으면 다 들은 것 같다. 얼른 움직여.”

민구는 두 놈이 가방에 자판기에서 턴 음료수와 과자를 담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선로 아래로 내려가서 걷기 시작했다.

아까 괴물들이 걸어왔던 쪽과 반대 방향이었다. 오토바이에서 떼어낸 가방은 쇠파이프에게 지게 했다. 확― 두 놈의 플래시가 한꺼번에 같은 방향을 비추자 꽤나 밝다.

“근데 그 플래시는 어디서 났어? 둘 다 같은 모양이잖나?”

민구가 물었다.

“이거, 지하철 역 계단마다 다 비치되어 있는 건데요.”

“그래? 몇 개나?”

“몇 개요? 글쎄요. 세어본 적은 없긴 하지만, 역 하나당 수십 개는 넘지 않을까요? 계단이나 복도에 세 개씩 든 통이 있거든요. 아, 여기는 피해 가셔야 돼요.”

스패너가 가리킨 곳에는 발목 높이로 쳐둔, 가느다란 끈이 서너 겹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한쪽 구석으로 비켜가지 않으면 넘어지게 해 둔 장치다.

“아까 오면서 쳐놨죠. 이렇게 해두면 좀비들이랑 만나도 뿌리칠 수가 있거든요. 처음에는 진짜 만나기만 하면 곧바로 죽는 거였는데, 한 일주일 지나고부터는 요령이 좀 붙어서 어지간하면 따돌릴 수가 있게 되더라고요.”

“너희들이 요령이 생긴 게 아니라 괴물들이 약해진 거야.”

민구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바깥의 놈들이었다면 이 정도 트랩으로 서너 번 넘어뜨렸다고 해서 뿌리칠 수 있을 만한 신체 능력이 아니었다.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지하에 있는 괴물들은 육상의 놈들보다 약하다. 아마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 급격하게 운동 능력이 떨어진 모양이다.

“담배 이야기해봐. 그걸 피우면 괴물들이 나타나는 걸 어떻게 알게 됐어?”

선로 옆을 걸어가면서 민구가 물었다. 앞서 있던 녀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대답했다.

“저희도 처음에는 몰랐어요. 그래서 담배 피우던 사람들은 선로 근처로 가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피우기도 하고 했죠. 뭐, 편의점에 한가득 있었으니까 담배는 많았거든요. 그러고 있다가 좀비들이 쳐들어오면 또 난리가 한 번씩 벌어지고요. 그때는 몰랐어요, 담배가 끌어오는 건지. 그냥 근처에 있던 놈들이 왔겠지 했죠. 근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수록 좀비들도 조금씩 덜 쳐들어오더라고요. 정찰 나갔던 애들 중에서도 담배 피우던 애들은 다 죽고 그러는 바람에 나중에는 담배 피우는 사람이 세 명밖에 안 남았는데, 얘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서 있기만 하면 조금 있다가 좀비들이 꼭 한두 마리라도 달려오는 거예요. 그래서 알았죠. 아, 이 새끼들이 담배 냄새에 환장을 하는구나…… 하는걸요.”

흐음, 그래서 내가 가는 곳마다 꼭 괴물들이 찾아왔던 건가?

민구는 지난 며칠간을 되짚어봤다. 확실히 그는 어디를 가든 계속 담배를 피웠고, 만배파 빌딩에서는 다른 층에 숨어 있던 녀석들까지도 신기하게 그를 찾아왔었다.

확실한 건 아닐지 몰라도 한 번쯤 생각을 해볼 문제인 것 같기는 하군…….

민구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형님, 거의 다 왔는데요. 여기에서부터는 이제 조용히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20분쯤 걸었을 때, 코너를 돌아나가기 전에 쇠파이프가 멈춰 서서 플래시를 바닥으로 향하며 뒤를 돌아본다.

그렇지 않아도 저 앞쪽에 다른 플래시의 불빛이 어른거리는 게 보인다. 놈들이 소굴로 삼은 역이 멀지 않은 것이다. 쇠파이프의 어깨에서 자기 가방을 벗겨낸 민구가 물었다.

“너희가 저쪽 선로 양방향 보초를 설 수 있겠나?”

“네, 다들 피곤해하니까 보초 서겠다고만 하면야 뭐……. 근데 어차피 나까무라 새끼가 계단 위에 앉아서 다 보고 있어서요.”

민구를 그냥 통과시켜 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그 정도는 민구에게도 다 계산이 돼 있었다.

“나까무라라는 새끼들은 무기가 뭐야?”

“경찰봉요. 한 이따만 한 식칼도 있어요.”

스패너가 40센티미터도 넘게 두 손을 벌려 보인다. 그렇게 긴 식칼은 없다.

아마도 놈에 대한 공포심이 반영된 것이리라. 민구는 스패너에게 손짓을 해서 가까이 오게 했다. 그러고는 슈트 안의 금속제 홀더에 장착되어 있던 울트라마린 나이프를 꺼냈다.

“헉, 혀, 형님, 왜, 왜 이러세요?”

스패너가 기겁을 한다. 녀석들이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를까 봐 민구는 얼른 날을 자신의 몸 쪽으로 향하게 돌려 쥐고 조용히 시켰다.

“소리 그만 내, 이 새끼들아. 이걸 줄 테니까 목을 그으라는 소리야. 어려울 거 없어. 말 거는 척하고 걸어가서 이렇게 반대쪽으로 당기고 돌리기만 하면 돼.”

민구는 친절하게 직접 칼 손잡이와 홀더 사이에 손가락 네 개를 넣고 칼날을 아래로 해서 칵, 긋는 자세를 보여줬다.

길이가 짧고 검신이 카본으로 되어 있어서 플래시 불빛 정도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대에게는 아주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도 숨길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두 놈 모두 벌벌 떨기만 한다.

“무립니다. 무리예요. 그, 그렇게 잽싸게 못 움직여요. 나까무라, 그 새끼도 무기가 있는데…….”

“아, 나…… 이런 한심한 새끼들. 이렇게 겁이 많은 새끼들이 나는 어떻게 그렇게 죽이려고 했어?”

“그, 그건 그냥 오토바이 소리를 듣고 혹시나 해서 줄을 쳐놓고 기다린 것뿐이잖아요. 직접 마주 보고 칼싸움을 하는 거랑은 다르죠.”

손을 부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두 놈 다 영 텄다.

누가 초식동물 아니랄까 봐……. 그래, 알았다.

여기서 더 몰아붙였다가는 괜히 어설프게 거죽만 찢어놓을 것 같아서 민구는 첫 번째 계획을 포기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상처를 입은 나카무라라는 놈은 돼지처럼 꽥꽥 비명을 지를 테고, 오히려 더 골치만 아프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음식 가져온 걸 넘기고, 저기에서 보초를 서다가 지금부터 딱 한 시간 뒤에 너희 둘 다 플래시를 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네. 하지만 그러면 나까무라가 곧바로 저희 쪽으로 플래시를 돌릴 텐데요? 그사이에는 못 지나가세요.”

“닥치고 내 말이나 잘 들어. 망가진 것 같다고 플래시를 두들기다가 다시 불을 켜. 그리고 너는 1분 뒤에 곧바로 불을 꺼. 그걸 세 번 반복해. 얘가 그러는 동안 너는 조용히 반대편만 비추고 있고. 알겠지?”

“네. 근데 형님은 언제 오실 건데요?”

“그건 몰라도 돼. 너희는 내가 시킨 대로 잘할 생각만 해. 시간 못 지키고 버벅대면 그냥 너네 목부터 따고 올라갈 테니까.”

민구는 이 두 놈에게 기합을 확실히 넣어주기 위해 울트라마린 나이프를 허공에 휘두르면서 빠르게 목과 양쪽 겨드랑이 안쪽, 사타구니를 지나 배를 올려 찢는 시늉까지 해 보였다.

날카로운 칼날이 휙휙 춤을 추듯 날아다니자, 겁을 잔뜩 집어먹은 쇠파이프와 스패너의 눈동자가 뱅글뱅글 돈다.

“얼굴 펴, 이 새끼들아. 이쪽에 누가 숨어 있다고 광고할 거 아니면.”

네, 네, 열심히 대답을 하는 동안에도 공포로 굳은 표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민구는 또 10여 분을 기다린 뒤에야 녀석들을 돌려보낼 수 있었다.

“어? 부반장님, 정찰 갔던 애들 왔습니다!”

쇠파이프와 스패너가 코너를 돌아 걸어가기 시작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역 쪽에서 다른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개새끼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응? 도망가려다가 갈 데가 없으니까 다시 돌아왔지?”

위압적인 목소리 뒤에 쇠파이프와 스패너가 변명하는 웅얼거림이 이어졌다.

저놈이 아까 말한 나까무라겠지…….

몇 놈이나 보초를 서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민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남자가 여덟 명뿐이라고 했고, 분명 교대를 할 테니 한 번에 다섯 명 이상은 역을 지키고 있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까무라라는 놈들도 서로 교대를 할 테고, 그 다섯 중에 둘은 그가 심어놓은 놈들일 거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이 워낙 낯설어서 총을 든 놈들과의 싸움이 부담스럽지만, 그 정도는 사실 문제도 안 된다. 민구는 선로에 발을 걸치고 앉아서 어둠에 잠긴 채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야, 이 새끼. 너희들, 뭐하는 거야? 왜 불을 끄고 지랄이야?”

민구와 약속한 한 시간이 지났을 때, 스패너와 쇠파이프는 거의 동시에 플래시 윗부분을 돌려 열어서 불을 껐다. 계단참에 앉아 있던 부반장 나까무라가 깜짝 놀라 양쪽으로 번갈아 플래시를 비추며 소리를 지른다.

“아, 죄, 죄송해요. 이, 이게 고장이 난 것 같아요.”

“저, 저도요. 아까 한 번 떨어뜨렸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쇠파이프와 스패너는 필사의 연기를 하면서 플래시를 탁탁, 치는 시늉을 하고 다시 불을 켰다.

“똑바로 해, 이 개새끼들아. 확 대갈통을 부숴 버리기 전에. 등신 같은 새끼들.”

잠시 당황했던 나까무라는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적지 않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1분 뒤, 스패너는 약속대로 또 불을 껐다. 나까무라가 발끈한다.

“이런 씨발 놈이, 장난치냐? 너, 오늘 아주 뒈지게 맞아볼래?”

“아, 아니에요. 이게, 이게 왜 이러지?”

스패너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시 플래시를 켰다. 나까무라가 허세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한 번만 더 까불어라. 그땐 안 봐준다.”

하지만 스패너는 또 불을 꺼야 했다. 안 그랬다가는 그 흉터의 남자에게 목과 배를 따이게 될 테니까……. 이번에는 나까무라도 더 참지 못하고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왔다.

“이 개새꺄, 내가 뭐라고 했어? 안 봐준다고 했지?”

나까무라는 플래시로 스패너의 얼굴을 비추며 경찰봉으로 놈의 허벅지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아윽, 스패너가 비명을 지르자, 다른 보초들의 눈이 일제히 그쪽으로 향한다. 나까무라는 경찰봉을 계속 휘두르며 다른 놈들에게 똑바로 감시하라고 다그쳤다.

“하아~ 하아~ 하여간 이런 개새끼들은 꼭 사흘에 한 번씩 패줘야 말을 들어요. 퉤! 이 씨발 놈아!”

잘못했다고 연신 빈 뒤에야 겨우 매찜질을 벗어난 스패너는 나까무라가 계단으로 올라가자마자 또 불을 껐다. 씩씩거리던 나까무라가 완전히 이성을 잃고 폭발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개새끼가! 한번 해보자고?”

나까무라가 경찰봉을 높이 쳐들고 달려온다.

아까 나까무라가 한 말이 있어서 다른 위치의 보초들은 감히 눈을 돌릴 엄두도 못 내고 일부러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서 있다. 괜히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불안한 것이다.

스패너는 불 꺼진 플래시를 던져 버리고 쇠파이프가 서 있는 쪽으로 달아나가다 나까무라에게 붙들렸다.

스패너의 머리까락을 움켜쥔 나까무라는 경찰봉으로 놈의 등짝을 마구 후려쳤다. 스패너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감싸고 사정했다.

“아윽!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부반장님! 끄윽!”

“아냐, 넌 오늘 그냥 죽어. 아주 뒈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모양이니까 내가 죽여줄게. 너 같은 새끼는…….”

턱, 치켜든 경찰봉이 어딘가에 걸려 움직이지 않는다.

어? 나까무라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컴컴한 어둠 속에 한 남자가 서 있다.

자신의 경찰봉을 꽉 잡고 있는 그 남자의 얼굴에 눈길이 간다. 콧등을 가로질러 나 있는 긴 칼자국을 위협적으로 번뜩이며 남자가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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