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지하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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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지하세계 (1)
2021.12.19.
쇠파이프는 언성을 높여 같은 말을 한 번 더 했다.
“구두 사이즈 몇이냐고, 이 등신아! 아…….”
갑자기 싸늘한 느낌이 들어 말을 끊고 고개를 돌린 쇠파이프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조금 전만 해도 시끄럽게 주절거리던 스패너는 시체처럼 엎어져 있고, 대신에 죽은 줄만 알았던 사내가 일어나 있다.
“10이야.”
사내가 무표정하게 말했다.
“네? 어어, 뭐?”
자기도 모르게 존댓말이 나와 버린 쇠파이프는 다시 용기를 모아 반말로 대답했다. 초반부터 기선이 제압돼 버리면 안 된다.
젠장, 하지만 저 새끼, 뭐 저렇게 무섭게 생긴 거지? 얼굴에 저건 칼자국이야, 뭐야?
쇠파이프는 떨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면서 마세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새끼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는 건 나야…….
“미국 사이즈 10이라서 너한테는 크다고. 그러니까 가서 신발이나 주워 와. 그 칼도 가져오고.”
헛, 쇠파이프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커다란 칼을 앞으로 내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이 개새끼야! 이거 안 보여? 무기도 없는 새끼가 까불고 있어, 뒈질래?”
“그래? 난 무기가 없나?”
민구가 한쪽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묻는다. 뜨끔해진 쇠파이프가 혹시나 싶어 눈을 돌렸지만, 뻗어 있는 스패너의 손에는 아직도 스패너가 쥐어진 채였다.
이 새끼가 누구한테 심리전을 걸려고…….
쇠파이프는 왼손에 든 쇠파이프에 마세티를 두들겨 대며 바락바락 악을 썼다.
“허세 부리지 마, 이 새끼야! 네 무기 나한테 있으니까!”
민구가 오른손을 뒤로 돌렸다가 다시 앞으로 했을 때, 그의 손에는 커다란 쿠크리가 들려 있었다.
플래시 불빛 때문에 드는 착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째 저쪽이 더 바짝 날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구가 손등을 이용해 쿠크리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그럼 난 무기 없이 싸우지, 뭐.”
쇠파이프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빠져나간다. 이미 싸울 마음 따위는 깨끗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저 새끼는 한쪽 신발이 없다. 도망가면 나한테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쇠파이프가 하고 있을 때, 민구가 결정타를 날렸다.
“돌아서면 곧바로 꽂는다.”
쿠크리의 둥근 날로 눈길이 간다. 그러자 이내 상상이 됐다.
저 악마 같은 새끼가 저걸 집어 던지면 빙글빙글 돌며 날아온 칼날이 내 뒤통수에 푸욱, 하고 박히겠지…….
상상만으로도 눈물이 찔끔 솟은 쇠파이프는 두 팔을 늘어뜨려 저항할 의지가 없음을 표시하면서 물었다.
“구, 구두 주워드리면 사, 사, 살려주실 거예요?”
“주워 와.”
타협이고 뭐고 없었다. 쇠파이프는 일단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로 했다. 날아가 있던 한쪽 구두를 주워 든 그는 자신의 티셔츠를 당겨 정성껏 먼지를 털었다. 그가 슬쩍 보았던 게 맞았다. 프라다 윙팁이다.
“여, 여기요.”
민구로부터 2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 두 손으로 공손히 구두와 마세티를 내려놓은 쇠파이프가 후다닥 물러나려 할 때, 민구가 자신의 발 앞쪽을 탁탁, 두들겼다. 더 가까이 가져오라는 이야기다.
어쩐지 눈물이 솟아서 쇠파이프는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더 가까이 갔다가는 저 무식하게 생긴 칼에 목이 날아가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는 민구의 명령을 거절할 배짱이 남아 있지 않았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쇠파이프는 온몸을 부들거리며 신발을 들고 다가갔다. 그러고는 처분을 기다리는 노예처럼 구두와 칼을 내려놓으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앉아.”
스패너에게서 빼앗은 플래시를 얼굴을 향해 비추며 민구가 명령했다. 쇠파이프는 눈을 가리며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으으으~ 이미 죽어 있다고만 생각했던 스패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후우~ 이 새끼들, 사람 귀찮게…….”
신발을 대충 구겨 신은 민구는 윗옷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 길게 빨았다.
유일한 탈것을 망가뜨린 놈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당장 죽여 버린대도 화가 풀리지 않겠지만 이왕 저질러진 일이고, 지금은 이놈들이 어떻게 여기서 버티고 있었는지가 궁금하다.
지금 이 부근에는 둘뿐인 것 같지만 다른 곳에도 이렇게 산적질을 하는 일당이 더 있는지도 캐물어야 한다. 귀찮게 죽은 척하는 일은 한 번이면 족하니까.
“으왓! 담배를 피우시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던 쇠파이프가 담배 냄새를 맡고 기절할 듯 소리를 지른다.
뭐어?
민구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다, 다, 담배 피우시면 안 돼요. 그, 그 새끼들이 온다구요.”
“그 새끼들이 뭔데? 괴물들?”
“괴물요? 조, 좀비 말하는 건데요.”
“그놈들이 담배를 피우면 나타난다고?”
“예, 예. 100프로예요. 정말입니다.”
“괜찮아. 너희들이 잡아먹히는 동안 난 도망가면 되니까. 후우~”
쇠파이프의 얼굴을 향해 연기를 내뿜으며 민구가 말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쇠파이프는 불안한 표정으로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을 몰라한다.
“저, 저기, 제발…… 아…….”
녀석이 아무리 똥마려운 놈처럼 엉덩이를 들썩거리고 애원을 해도 민구는 천천히 한 대를 다 피웠다.
관자놀이 한 방에 기절해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않는 스패너의 뒷목에 꽁초를 비벼 끄자 신음 소리와 함께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
“끄아아! 어? 헉…….”
“쉿―!”
벌떡 일어나서 뒷목을 부여잡은 스패너의 눈앞에 민구의 쿠크리가 번뜩인다. 스패너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져서 눈알만 굴렸다.
“너도 얌전히 앉아.”
쇠파이프의 모습을 곁눈질한 스패너가 그 곁에 조용히 무릎을 꿇는다.
민구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분명히 이놈들의 일당이 더 있다. 이 정도밖에 투쟁심이 없는 놈들 단둘이서 아직까지 살아남았을 리가 없다.
“킁, 킁, 이, 이거, 담배 냄새 아니야?”
뒤늦게 후각이 돌아온 것인지 스패너가 쇠파이프에게 속닥였다. 쇠파이프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패너에게도 안달병이 전염되었다.
“저, 저, 저기, 도, 도망쳐야 하는데요.”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스패너가 간청한다.
“어디로? 너희 소굴로?”
“예? 그, 그게…….”
“몇 놈이나 숨어 있어, 너 같은 새끼들이?”
쇠파이프와 스패너는 대답 대신 그저 살려 달라고 빈다.
생각지도 못한 정보를 전해 들은 민구는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져서 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두 놈의 얼굴에 골고루 연기를 뿜어줬다.
“안 오잖아, 이 새끼들아.”
두 번째 담배가 중간 정도까지 타들어 갔을 때, 민구는 마세티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거짓말하는 어린이는 혼이 나야지…….”
“아, 아,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두 놈은 필사적으로 도리질을 해 대며 진땀을 쏟아냈다.
두 놈이라 그런지 영 시끄럽군. 아무래도 한 놈은 시범케이스로 죽이는 게 낫겠어…….
민구는 스패너와 쇠파이프 중에서 어떤 놈을 살려둘 것인지 잠시 계산을 해봤다.
하지만 워낙에 고만고만한 녀석들이라 논리적으로는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 민구는 우연의 힘에 의존하기로 했다.
어.떤. 놈.을. 고.를.까.요. 알…….
마음속으로 외우던 주문이 ‘알’까지 진행되었을 때, 민구의 귀를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소리보다 약간 느리게 특유의 악취가 전해졌다.
저벅저벅, 그라아아악……. 저벅저벅.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정말로 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괴물들이 다가온 것이다. 메아리가 있어서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두 마리 이상이다.
그래? 희한한 일인데? 정말 담배 냄새에 끌린단 말이야?
민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일어섰다.
“흐으으으아아!”
사색이 되어 일어나려던 두 놈에게 칼을 겨누어 다시 꿇어앉혔다. 싹싹 빌며 귀찮게 굴려던 놈들은 마세티의 칼날이 눈동자 바로 앞에서 번쩍이자 곧바로 주저앉아 버렸다.
“먼저 일어나는 새끼는 죽일 거야.”
사신의 선고처럼 차갑게 내뱉은 민구는 괴물들의 발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플래시를 비췄다. 선로 아래에서 세 마리의 괴물이 걸어오고 있다. 이제 꽤나 가깝다.
“어디에서 온 거지? 오토바이가 날아가고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날 때에도 잠잠하던 놈들이…….”
꿇어앉은 두 놈은 서로 상대방이 먼저 일어나기만을 바라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상태대로라면 저 녀석들은 결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민구는 괴물들이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대로 서서 놈들을 관찰했다.
그롸아아악―
앞줄의 괴물 둘은 벌써 선로 끝에 설치된 사다리를 타고 기어 올라와 있다. 깨진 차단벽을 지나면서 날카로운 단면에 긁힌 얼굴의 가죽이 벌어졌지만, 피는 흘러나오지 않는다.
탁― 타탁― 탁―
놈들이 속도를 높여 뛰어온다. 민구는 주저하지 않고 마세티를 휘둘렀다.
콱―!
목에 마세티가 박힌 괴물이 힘없이 고꾸라진다. 쓰러진 녀석을 내버려 두고 두 번째 놈의 손목을 날리고는 곧바로 뒤로 돌아가 뒤통수를 내리찍었다.
쩌적!
괴물은 팔을 내젓다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시 첫 번째 놈의 목을,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갈랐다. 달려들던 괴물이 기둥을 들이받자, 뼈만 남아 덜렁거리던 머리통이 부러져 힘없이 구른다.
“뭐야? 이놈들, 왜 이래?”
순식간에 두 놈을 쓰러뜨린 민구는 어처구니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믿기 어려울 만큼 싱겁다. 그의 몸이 기억하는 괴물들의 스피드와 힘이 아니다. 아무리 지금 나타난 괴물들의 상태가 안 좋아서 모두 한쪽 다리가 반 이상 떨어져 나가 있다고 해도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이자 마지막 괴물이 뛰어 올라왔을 때, 민구는 일부러 놈을 마중하듯 달려나갔다.
그러고는 곧바로 방향을 틀어 달아나 봤다. 괴물은 열심히 포효하며 쫓아오지만, 그와의 거리 2미터 정도를 줄이지 못한다. 확실히 느리다.
“이상하군.”
실험을 마친 민구는 달리기를 멈추고 그 반동으로 허리를 돌려 풀스윙을 했다.
썽둥~!
앙상하게 달라붙어 있던 괴물의 비쩍 마른 머리가 그의 어깨 뒤로 날아가 구른다.
털썩!
머리를 잃은 괴물의 시체가 바닥에 엎어지자, 그때까지도 여전히 꿇어앉아 있던 두 놈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탄성이 흘러나온다. 감히 덤비지 않고 순순히 항복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놈들, 왜 이렇게 느려 터졌어? 이유가 뭐야?”
민구는 마세티를 털면서 두 놈에게 걸어갔다.
느리다고요?
두 놈은 눈이 똥그래져서 묻는다.
“엄청 빠른데요. 죽도록 달려야 겨우 뿌리칠까 말까예요.”
“아니. 이 정도가 아닌데, 내가 봤던 놈들은.”
“그, 그럼 저것보다 더 빠른 놈들도 있나요?”
민구는 두 녀석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누렇게 떠 있는 얼굴, 핏기 없는 입술…… 꽤나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게 틀림없다.
아직도 좀비의 끈적한 피와 체액이 묻은 마세티의 칼끝으로 쇠파이프의 턱을 들어 올리면서 민구가 물었다.
“너, 언제부터 이 아래에 있었어?”
“어, 언제부터요? 그, 그게 처, 첫날부터였는데요. 14일인가? 네, 맞아요, 14일.”
“너는?”
“저, 저도요.”
“그 이후로 한 번도 지하철 역 밖으로 안 나가봤어?”
“네, 네…… 밖에 나가면 사방이 좀비 밭인 것 같더라고요.”
같더라고요? 나가보지 않았다는 말이잖아? 뭐, 이렇게 할랑하게 사는 놈이 다 있지?
민구는 속으로 웃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지도 않디?”
“그게…… 워낙 빤하잖아요.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것도 그렇고, 물도 안 나오고, 그러면 뭐 세상이 다 망했다고 생각할 수밖에는……. 처음엔 몇 번 정찰도 보냈었는데요, 나가기만 하면 못 돌아오고…….”
자기도 모르게 일행이 더 있었다는 걸 인정해 버린 쇠파이프는 아차 하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민구가 뭉툭한 칼끝으로 놈의 턱을 툭, 친 다음 내렸다.
“술술 잘 털어놓네. 계속해.”
“에, 그, 그게요…….”
쇠파이프는 스패너의 눈치를 잠시 살피다가 체념한 듯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차 경장하고 윤 순경, 두 새끼가 가끔 애들을 내보냈거든요. 박 경사 죽은 다음부터는 완전히 저들 세상이라서요. 총이랑 인질이 있으니 반항도 안 되는 거고요. 처음에 갔던 애는 동식이라고 꽤 잘나갔던 앤데요, 그런데 걔도 결국은 안 돌아오더라고요.”
“잠깐, 잠깐. 기다려.”
민구는 녀석의 말을 끊었다. 이야기가 너무 두서가 없는 데다 이름만 잔뜩 나오니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자식 어지간히 머리가 좋지 않군. 다른 녀석이 더 나을 것 같아서 민구는 시선을 스패너에게로 돌렸다.
“네가 이야기해, 첫날부터. 어떻게 여기 내려오게 됐고, 너희 대빵은 누군지, 몇 명이나 남았는지, 너희는 여기 와서 뭘 하고 있었는지, 천천히 말해봐.”
“대빵은 원래 박 경사라는 사람이었는데요, 경찰이었어요. 첫날 아침에 막 난리 나서 정신없을 때 지하철이 끊겼었거든요.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 한 절반 정도가 성질내면서 택시라도 타려고 나갔을 때, 경찰 여덟 명이 뛰어 내려와서 역무원들한테 방범 셔터를 내리라고 했었어요.”
스패너는 들고 있던 스패너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박 경사라고 칭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라이터와 건전지를 꺼내더니, 차 경장과 윤 순경이라고 불렀다. 물건으로 예를 들지 않으면 이야기를 못 하는 놈인 모양이다.
“경찰 중에도 물린 사람이 있었고, 지하철 선로로 뛰어오는 좀비들이 있어서 결국 경찰은 네 명밖에 안 남았어요. 근데 처음부터 차 경장하고 윤 순경이 자꾸 개기는 게 눈에 보였어요. 이 새끼들은 어지간히 사납기도 했고요. 자꾸 사람들을 부하처럼 부리려고 하고. 그러더니 결국은요…….”
스패너가 라이터와 건전지를 들어 스패너를 치는 시늉을 한다. 민구는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조용히 들었다.
이야기 자체만으로 따지자면 도저히 더 참고 들어줄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가 가야 하는 방향에 총으로 무장한 놈들이 있다고 하니 정보를 알 필요가 있다.
그런 민구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스패너는 계속해서 물건들을 동원해 열심히 정황을 설명했다. 나중에는 더 이상 끌어다 댈 물건이 없어서 아까 던졌던 캔까지 주워 와야 했다.
“그러니까 네 말을 요약하면, 처음에는 치안 유지가 잘되고 있었는데, 사흘째 되던 날 그 차 경장이라는 놈과 윤 순경이라는 놈이 저희들 대장을 죽여 버리고 그다음부터는 왕처럼 군다, 이 말이야?”
네, 스패너가 겁먹은 얼굴을 끄덕인다.
“쉰 명이 넘게 있었다면서 왜 가만히 당하고 있었어?”
“그건 첫날 이야기고요, 좀비들로 변하고 그러면서 많이 줄었어요. 이제 저희까지 다해도 열세 명이 전부예요. 그리고 총이 있는데 어떻게 덤벼요?”
놈이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간단했다.
나쁜 경찰 두 놈이 상사를 죽이고 무기로 일반인들을 위협해서 노예처럼 부리고 있으며, 그 역 매점과 편의점의 음식이 떨어져 가자 먹을 것을 찾아오도록 다른 역까지 정찰을 보낸다는 거다. 민구가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
“정찰 나왔을 때 그냥 도망치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