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학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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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학살 (2)
2021.12.16.
여러 종류의 불타는 오일이 몸에 들러붙은 좀비들은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면서도 꾸역꾸역 앞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아! 아악! 씨발, 나 얼굴이 어떻게 된 것 같아! 으으~”
화염병을 놓친 이후 계속 웅크린 채 신음하고 있던 신입이 생수로 얼굴을 씻어내며 울부짖는다.
“너희들이 좀 봐봐! 나…… 씨발, 심각한 상태냐? 많이 데었어?”
얼굴에서 손을 떼는 신입을 보고 네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풒―! 가장 먼저 침묵을 깨고 감정을 표현한 것은 삼식이였다.
“이야~ 너 엄청 멋있어졌네에! 내가 너 알고부터 지금까지 봐 온 중에 제일 나은 것 같다.”
“뭔 소리야? 어떻게 됐기에 그딴 소리를 해? 똑바로 이야기 안 해, 이 새끼야?”
“아하하하! 매끌매끌 민달팽이맨! 크크큭.”
성질을 부리는 신입의 얼굴 때문에 삼식이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신입은 오른쪽 앞머리와 오른쪽 눈썹, 심지어 속눈썹까지도…… 오른쪽 얼굴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싹 다 타버린 상태였다.
끄아아아~ 씨발!
트럭의 사이드미러에 제 얼굴을 비춰 본 신입이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진정해, 그냥 얼굴이 좀 그을린 것뿐이야. 괜찮아, 눈썹은 금방 자랄 테니까.”
유빈이 신입을 달래주고는 아직 불이 붙지 않은 놈들을 향해 구석에 놓여 있던 화염병 두 개를 마저 던졌다. 괜히 곁에 두었다가는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콰창―
케이블을 잡고 흔들던 놈들의 어깨와 머리가 금세 불길로 뒤덮였고, 옆으로도 번져갔다.
퍼어엉― 기름이 가득 차 있던 SUV가 위로 날아오르면서 뒤쪽에 뭉쳐 서 있던 좀비들을 덮치고, 곧이어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검붉은 불기둥이 높이 솟구쳐 오른다.
왼쪽 절벽 아래의 밭으로 튕겨 날아가는 불덩어리 좀비들의 수효가 점점 더 늘어나며 말라 죽은 농작물들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세 시간이 지나서 줄이 끊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정신없이 날아오는 파편들을 피해 트럭 바닥에 웅크리며 머리를 감싼 제니가 묻는다. 유빈이 대답했다.
“그전에 저놈들이 먼저 죽을 거야! 사람 몸이라는 게 그 정도로 튼튼하지가 않아!”
유빈의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최초의 폭발에서 살아남았던 녀석의 다리가 힘없이 꺾인다.
두개골 속의 뇌가 끓어오른 것인지, 다리근육과 인대가 불타 버리면서 끊어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놈은 케이블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반면, 아직도 팔팔하게 케이블을 잡아당기면서 어떻게든 이쪽으로 넘어와 보려는 녀석들도 있다. 불덩이 좀비가 케이블의 빈틈에 머리를 비집어 넣으며 버둥거린다.
“저 새끼들!”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보안관이 해머를 치켜들고 트럭에서 뛰어내린다. 유빈은 황급히 몸을 기울여 달려 나가려던 보안관의 어깨를 꽉 잡아 저지했다.
“왜 그래? 시간 없어!”
“물부터 뿌리고 가! 불 옮겨붙는다고!”
아! 그렇구나, 하는 표정을 지은 보안관이 머리부터 물을 부어 옷 전체를 적신 뒤, 케이블 그물 쪽으로 뛰어갔다. 삼식이도 다시 야구 배트를 들고 그 뒤를 따른다. 놈들이 이쪽으로 넘어오기 전에 모두 처치해야 한다.
“젠장! 그냥 곱게 좀 죽어주면 안 되냐?”
유빈이도 물병을 통째로 쏟아부어서 바지까지 흠뻑 적신 뒤, 해머를 들고 케이블 그물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롸아아악―
성긴 케이블 그물 사이로 얼굴을 내민 좀비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쫙쫙 벌린다. 정말이지 지옥에서 막 튀어나온 야차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만큼 진저리쳐지는 공포다.
“시끄럿!”
좀비의 머리통을 향해 보안관이 해머를 내려쳤다.
퍼걱!
불붙은 살 조각과 뼛조각이 사방으로 튄다.
화르르―
불덩어리 좀비들이 팔을 뻗어 휘저을 때마다 엄청난 열기가 전해져 왔다.
세 친구의 젖은 옷과 피부에서는 순식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수분이 증발되었다. 더 위험한 것은 화학물질과 썩은 살이 타며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였다.
고글을 쓰고 있어서 눈에는 들어오지 않지만, 숨을 쉬기가 어렵다. 이대로 가다가는 불길을 아랑곳하지 않고 쉼 없이 걸어오는 좀비들이 죽기 전에 이쪽이 먼저 쓰러질 판이다.
“콜록콜록! 캑! 캑!”
무심코 연기를 들이마신 삼식이가 구역질처럼 격한 기침을 내뱉는다.
유빈은 입고 있던 젖은 셔츠를 벗어 공구 벨트에서 꺼낸 커터로 부욱 찢었다. 그러고는 둘로 찢긴 셔츠를 보안관과 삼식이에게 각각 한 조각씩 건넸다.
‘이걸 어쩌라고?’ 하는 표정의 친구들에게 유빈이 외쳤다.
“코랑 입을 가려! 마스크처럼!”
“너는?”
“일단 써!”
그런 후, 유빈은 바로 뒤에 역방향으로 세워진 프라이드의 운전석 유리창을 해머로 깬 다음 손을 집어넣어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카 시트 삼아 씌워둔 컬러 티셔츠를 꺼내려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였을 때, 자동차 키가 걸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뒤가 꽉 막혀 있어서 샛길로 빼낼 수는 없지만, 바짝 붙여둔다면 그물 구멍을 막는 용도로는 적합할 것이다. 유빈은 얼른 해치백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었다.
덜컹!
위로 올라간 해치백 도어가 덜렁거린다.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시야를 확보한 유빈은 경적을 꽉 눌렀다.
빠아아앙―
놀란 두 친구가 옆으로 피하는 것과 동시에 곧바로 후진했다.
부우웅―
가속력이 붙은 프라이드가 V자로 세워진 두 대의 승합차 범퍼를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들이받고 멈춰 섰다. 숯처럼 연소된 좀비의 머리통이 범퍼에 받히며 부러져 바닥에 구른다.
유빈은 더 바짝 밀어붙인 뒤, 핸드브레이크를 당겼다. 트렁크가 없는 해치백 구조여서 케이블 그물의 사이를 막아준다. 물론 조금 있으면 불에 타올라 버릴 테지만…….
“뒤로 빠져! 이제 대충 막혔어!”
건너편의 문을 열어서 엉성하나마 바리케이드를 강화하며 유빈이 외쳤다.
세 친구는 나란히 뛰어와 다시 트럭 위에 올라섰다.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연쇄적인 폭발과 함께 박살이 났지만, 그 뒤에는 아직도 또 수백 마리가 남아 불에 휩싸인 채 앞으로 달려오고 있다.
전방에 숯덩이 좀비들의 수효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끔찍해지는 광경 때문에 트럭 짐칸에서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다섯 명의 얼굴이 굳었다.
그롸아아아~! 크에에엑!
사람의 형상을 한 괴물 100여 마리가 온몸에 불을 붙인 채 굵은 케이블 그물을 붙잡고 밀어 대다가 천천히 죽어가고 있다.
근육이 모두 타버린 어깨와 팔이 떨어지고 머리가 뒤로 꺾여 쓰러지면, 그 뒤의 놈들이 또 불덩어리가 된 얼굴을 들이민다.
불에 갉아 먹히는 동안에도 좀비들은 괴로워하거나 서두르는 기색 없이 그저 보안관 일행을 노려보고만 있다가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그야말로 말로만 듣던 불지옥의 풍경이다.
문제는 그 지옥의 화형 장치를 만든 게 바로 자신들이라는 점이었다.
이제 불타는 차량의 총 길이는 좀비 행진의 꼬리를 지나 100미터를 넘어섰다. 이것을 설계한 유빈이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 불길이 너무 크게 번지고 있다.
“우웨에엑―! 못 보겠어! 우욱―!”
눈알이 녹아버린 좀비의 눈구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고 신입이 가장 먼저 토하기 시작했다.
“야! 토하지 마! 가뜩이나 연기를 마셔서 속이 메슥거리는데…… 우웨에엑!”
삼식이가 그 뒤를 이었다. 제니도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돌린다. 유빈은 트럭 아래로 내려가 보안관과 제니를 향해 손짓했다.
“내려! 여기 더 있으면 안 되겠어!”
“저놈들 다 죽는 거 확인해야지?”
보안관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묻는다. 유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까지 우리가 못 버텨! 이제 금방 여기로 불이 옮겨붙을 거야!”
퍼엉!
유빈이 막아둔 차와 그 옆 차에 불이 붙으며 엔진 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곧 연료 탱크가 폭발할 것이다. 바람을 타고 시꺼먼 연기가 구름처럼 몰려와 트럭 주변을 메운다.
“그리고 이 연기! 더 마시면 큰일 날 것 같아!”
보안관과 삼식이가 비틀거리는 제니와 신입을 코롤라에 끌고 가서 앉히는 동안 유빈은 연장과 배낭을 챙겨 트렁크에 넣었다. 이미 해가 졌지만 플래시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사방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퍼퍼펑!
도로 북쪽에서는 아직도 계속 폭발이 이어진다.
“간다! 다들 잘 탔지?”
시동을 건 보안관이 뒤를 돌아보고 확인을 한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화르륵―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또다시 엄청난 열기가 전해졌다. 숯가마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에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위이이잉―
코롤라는 가벼운 엔진 음을 내면서 완만한 고갯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뒷좌석에 앉은 유빈은 고개를 돌려 좀비들의 최후를 눈에 담았다. 아직도 놈들은 천천히 타 죽어가면서 케이블 그물에 체중을 실어 대는 중이다.
근육이 쪼그라들고 소실된 놈들이 아무리 밀어봐도 정성 들여 묶어둔 케이블은 끄떡없이 버텨준다. 여기저기서 폭죽처럼 요란하게 불기둥이 치솟아 오르고 있다.
하아~ 유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삼식이와 손을 맞잡았다. 이 전쟁은 우리가 이겼다.
“하아~ 하아~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아까는 숨이 막혀서…….”
복지 센터로 돌아와 잔디밭 위에 차를 세우고 내린 다섯 명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갓 뭉개진 풀잎의 싱그러운 향기가 폐부를 파고들며 정화해 주는 것 같다.
불덩어리 속에 있던 터라 온몸은 화끈거리고, 여러 군데 화상을 입기도 했다. 아무리 물로 씻어내 봐도 좀처럼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그리고 정말로 갈증이 심했다.
“아이고, 죽겠다. 으~ 어지러워.”
삼식이가 네 발로 기어가 트렁크를 연다.
“어지러우면 가만히 누워 있어. 왜 일어나?”
“안 되겠어. 뽕약 좀 만들어 먹어야지.”
“뽕약? 큭크, 이름 이상해. 그게 뭐예요?”
갑자기 웃음보가 터진 제니가 물었다.
“바로 이거지.”
삼식이가 반쯤 남은 포카리스웨트 병에 박카스를 부어 1대 1 비율로 섞었다. 작업 시간이 부족해서 야간까지 일해야 할 때 자주 만들어 마시던 거다.
대단할 것 없는 재료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마시는 순간부터 바짝 기운이 난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운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때로는 발포 비타민을 더 집어넣을 때도 있었다.
“자, 마셔봐. 오늘의 주인공부터!”
삼식이가 내미는 뽕약을 제니가 받아 마신다. 벌컥벌컥, 두어 모금을 넘기고 나서 제니가 과장되게 웃는다.
“캬아! 죽이네요! 하하하.”
삼식이와 제니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안 신입과 보안관, 유빈도 차례로 예의 그 뽕약을 들이켰다. 뜨뜻미지근하고 달짝지근한 음료수가 몸 안에 흡수되면서 둔해져 있던 감각들이 되살아난다.
따끔거리는 피부, 욱신거리는 근육,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노동에 시달린 온몸 구석구석이 전부 아파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 뜨겁다며 피부가 비명을 질러 대고 있다.
“에어컨! 에어컨!”
다섯 사람은 거의 동시에 에어컨을 부르짖으며 두 팀으로 나뉘어 자동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삼식이와 신입은 오피러스 앞좌석을 둘이 차지하고 앉아서 참아왔던 담배를 뻑뻑 빨아 댔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최고 강도로 틀어놓았는데도 열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엄청나다…….”
운전석의 보안관이 창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멀리 길 아래로 보이는 도로가 훤하게 타오르고 있다.
밤새도록 계속될 것 같은 맹렬한 기세다. 확실히 저 긴 화염의 터널을 뚫고 살아 나올 수 있는 좀비 따위는 없어 보인다.
“보안관 오빠, 지금까지 죽인 좀비 수가 얼마나 돼요?”
“응? 글쎄…… 한 스무 마리 정도 아닐까? 아, 그 가시방석으로 잡은 놈들까지 합한다면 더 많아지려나?”
“그럼 후하게 쳐줘서 한 40마리라고 해줄까요? 유빈 오빠는요?”
“나? 나야 뭐, 한 서너 놈 정도겠지.”
“후후훗. 오빠들, 한참 분발하셔야겠네. 저는 자그마치 700마리라고요.”
흥분을 감추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의 톤이 높아진 제니가 히스테릭하게 웃는다. 생각해 보면 그녀는 조금 전부터 계속 그런 상태였다.
젠장…….
제니의 마음을 알아챈 유빈은 머리를 감싸 쥐고 자동차 뒷좌석 문을 열었다. 더 이상 참고 들어주기가 너무 고통스럽다.
“어? 어디 가, 유빈아?”
“복지 센터에…… 물 좀 더 떠 올게. 아무거나 옷도 챙겨 오고.”
웃옷이 없는 그를 보며 보안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연기를 마셔가며 불 앞에서 싸웠던 터라 체력이 바닥난 보안관은 이미 거의 기절 직전이었다. 트렁크에서 플래시를 챙길 때, 제니가 문을 열고 쪼르르 따라 나온다.
“저도 같이 갈래요. 세수하고 싶어요. 오빠 약도 챙겨 올게요. 소독해야죠.”
유빈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걸었다. 뒤따라 걷던 제니가 갑자기 유빈의 맨 등을 손가락으로 쑥 훑는다. 간지러워 기겁을 하며 돌아보자, 제니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놀랐죠? 하하하!”
“……그래.”
유빈은 착잡한 표정으로 잠시 제니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다시 걸음을 뗐다. 복지 센터에 도착해서 수도를 틀어주고 제니가 세수를 할 동안 플래시로 비춰주었다.
“저 많이 탔어요? 얼굴이랑 목이랑 차이 많이 나요?”
몸을 일으킨 제니가 갑자기 자신의 옷깃을 확 끌어내리며 묻는다. 눈부시게 하얀 목과 쇄골이 눈에 들어온다. 유빈이 기겁하며 고개를 돌리자 제니는 또 배를 잡고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제니야…….”
그녀의 발작적인 웃음이 조금 잦아들기를 기다려서 유빈이 입을 열었다. 어찌나 열심히 웃어 댔는지, 고개를 들었을 때 제니의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혀 있다.
“그것들…… 다 이미 죽어 있었던 거야. 네가 죽인 게 아니라고.”
“아뇨, 죽인 거 맞아요. 불에 타서 결국 쓰러지는 거 오빠도 봤잖아요. 하하하. 뭐야, 오빠, 질투해요? 내가 더 많이 죽였다고? 아무도 못 맞출 때 내가 볼라로 명중시켰다고요.”
“그래, 그건 네가 던졌어. 하지만…… 그 볼라는 말이지, 누굴 죽인 게 아니라 남자 네 명을 구해준 거야. 멍청하게 허점투성이 계획을 짰고 팔이 벌벌 떨려서 화염병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한 나부터 보안관이랑 삼식이, 신입까지……. 우리 모두 네 덕분에 오늘 살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자책하고, 또 그걸 감추려고 이렇게 오버할 필요 없어.”
유빈의 말을 들은 제니가 갑자기 얼굴에서 웃음기를 걷어내며 중얼거린다.
“……처음에는 신이 났어요. 근데 온몸에 불이 붙어서 달려오는 사람들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더 이상 웃을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지니까 무서워졌어요. 내가 도대체 몇 명을 죽인 거지, 하는 생각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