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학살 (1)
(106/449)
106. 학살 (1)
(106/449)
106. 학살 (1)
2021.12.15.
“시작!”
네 남자는 서둘러서 천을 쑤셔 넣으며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주유구의 구조가 다른지 가끔씩 철사가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놈들이 있어서 계획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하지만 다행히 아무도 넘어지지 않은 채 무사히 바리케이드를 넘고 버스를 지나쳤다.
촤악―
버스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세녹스 한 통을 골고루 뿌려놓은 뒤, 유빈은 만일에 대비해 불을 켠 플래시를 의자에 놓아두었다.
해가 급격하게 진다 해도 이게 있으면 목표가 되어줄 수 있다. 깨놓은 뒤쪽 유리를 통해 뛰어내릴 때, 기름기가 묻은 신발이 아스팔트에 미끄러지면서 유빈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아야야!”
팔꿈치가 벗겨지고 등짝이 터지는 것 같다. 철사에 긁히면서 목에도 생채기가 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는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 기름통을 놓친 것이다. 유빈은 굴러간 라이터 기름통을 꺼내기 위해 버스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야! 뭐해, 인마!”
벌써 자기 할당량을 거의 끝낸 보안관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삼식이와 신입도 이 돌발 상황에 놀라 손을 멈췄다.
“아냐! 괜찮으니까 빨리 자기 라인 끝내!”
네 발로 기어 나오면서 유빈이 외쳤다. 전체적으로 계획했던 것보다 시간이 늦어지면서 좀비들의 포효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놈들이 이쪽을 알아보고 뛰어오기 시작하면 큰일 난다. 아직 우리가 보이지 않는 동안 빨리 뒤로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주유구를 쑤시는 손이 떨리고 자꾸 천이 바닥에 떨어진다.
“빨리요! 이제 그만!”
제니의 목소리가 점점 째지는 고음이 된다. 준비 작업을 마치고 케이블 그물을 향해 뛰어넘을 때, 네 남자는 모두 극한까지 지쳐 있었다.
“하아, 하아…….”
제니가 기다리던 트럭 짐칸으로 기어 올라가 다닥다닥 붙어 앉은 네 사람은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달궈진 트럭 바닥은 해가 진 뒤에도 여전히 뜨겁다. 잠시 뒤, 타이어가 끌리며 지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줄로 묶어둔 부분까지 좀비들이 도착한 것이다.
유빈은 벌떡 몸을 일으켜 트럭 운전석 너머로 얼굴을 내밀어 놈들을 살폈다.
예상했던 대로 놈들은 가슴과 종아리 높이에 쳐놓은 줄을 피하지 않고 뭉쳐 서서 힘으로 밀고 있다. 줄을 미는 놈들의 머릿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자동차가 끌려 나와 회전한다. 곁으로 다가온 제니가 묻는다.
“근데요, 오빠. 저렇게만 묶어놓으면 좀비들이 여러 마리 몰렸을 때 버티지 못하고 움직일 것 같아요. 가로등에 고정시키지 않았어도 되는 거예요?”
유빈은 괜찮다고 했다.
“응. 애초부터 하아, 하아~ 저렇게 움직이라고 해놓은 장치야. 저 차들을 우리 힘으로 돌려놓지는 못하니까.”
유빈이 가리킨 방향에서는 차들이 앞바퀴 안쪽을 기점으로 돌면서 점차 넓은 반원형의 공간을 만들어냈고, 그 공간에 점점 더 많은 좀비들이 모여 섰다. 아직도 좀비들을 가로막은 줄은 용케 끊어지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이제 놈들과의 거리는 자동차 열한 줄, 즉 50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직 이쪽에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지는 못했는지, 그다지 아우성을 치거나 발광을 해 대는 기미는 없다.
어제 관찰해서 이미 그 규모를 알고 있는데도, 좀비들이 계속 꼬리를 물며 등장할수록 어마어마한 양이 실감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아온다.
“그래…… 조금만 더 모여봐라, 새끼들아.”
트럭 뒤편으로 가 화염병 박스 덮개를 연 유빈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어느새 주위는 어둑해져 있고, 버스에 켜둔 플래시 불빛은 선명하게 가치를 발휘하는 중이다.
지이이익― 쿠쿠쿵―
줄에 실린 좀비들의 무게 때문에 드래프트하듯 옆으로 밀린 차들이 다른 차를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끊어지기 직전의 바리케이드 후방에 모여 선 좀비들이 100마리 가까이 된다. 더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칙―!
라이터를 켠 유빈은 기름을 흠뻑 빨아들인 화염병 심지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알코올과 기름에 적셔진 심지가 충분히 불꽃을 일으킬 때까지 기다렸다가, 유빈은 몸을 벌떡 일으켜 힘차게 어깨를 휘둘렀다.
휘익―
화염병이 불타오르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동안,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유빈의 존재가 좀비들을 흥분시켰다.
그롸아아아악―
좀비들의 포효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콰창― 펑!
미리 깨놓은 버스 뒤 창문을 겨냥했던 화염병은 버스의 모퉁이에 맞고 터지며 가로로 짧은 불기둥을 만들었다.
“이런 젠장!”
유빈이 탄식하면서 급히 두 번째 화염병을 집어 와 던졌다.
후우욱~!
어둠 속을 가르며 날아간 화염병은 버스 엔진에 맞으며 불꽃을 일으킨다.
화르륵―!
버스에 불길이 타오른다. 하지만 저 불꽃이 내부로 번져서 폭발을 일으킬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뚜두두두둑―!
좀비들을 막고 있던 굵은 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너무 먼가 봐! 내려가서 던져 보자!”
삼식이가 다급하게 외치며 화염병을 가지고 트럭 아래로 뛰어내려 케이블 그물 쪽으로 달려간다. 두 번의 실투에 당황한 유빈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버스 뒷면과의 거리는 35미터 정도에 불과하고, 트럭 위에서 던진다는 이점도 있기 때문에 각도만 맞추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문제는 불붙은 화염병을 그가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시야가 어두워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무게 중심이 달라서인지 모르지만 낮에 맥주가 채워진 병을 던지며 연습했을 때와는 완전히 감이 달랐다.
“이야압!”
아래쪽에서 삼식이가 커다란 기합과 함께 내던진 화염병은 비껴 나가 떨어지며 주유구를 열어둔 자동차의 트렁크 위로 떨어졌다.
화르륵―!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좀비 몇 마리의 옷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바짝 말라 있던 좀비들의 머리가 활활 타오르며 기분 나쁜 냄새를 바람에 실어 보낸다.
“역풍이라서 그래! 더 세게 던지면 돼!”
크게 외치며 보안관이 있는 힘껏 화염병을 집어 던졌다.
배리 본즈가 한참 약을 빨던 시절의 홈런 타구만큼이나 빠르고 힘 있게 날아간 화염병은 버스를 넘고도 두 대의 차를 더 지나 뒤에 기다리고 있던 좀비들의 머리 위에서 터지며 놈들을 불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그롸아아악―!
줄이 뚝 끊어지면서 앞줄에 몰려 있던 좀비들이 고꾸라진다. 그 혼란을 넘어서 뒤의 놈들이 달려 나온다. 남아 있는 화염병은 세 개. 세 번 안에 명중시키지 못하면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게 말짱 꽝이다.
젠장, 처음부터 확실하게 유선으로 연결해 뒀어야지, 이 멍청아!
때늦은 지혜가 떠오른 유빈이 후회가 가득한 얼굴로 화염병에 손을 뻗을 때, 신입이 새치기를 한다.
“내가 해볼게. 좃나 못하네!”
하지만 신입은 심지에 불이 붙자마자 그 열기에 깜짝 놀라며 병을 놓쳐 버렸다.
퍼펑!
트럭 아래의 도로 위로 떨어진 화염병이 날카로운 유리 파편을 사방으로 날리며 터지고 얼굴과 머리에 가벼운 화상을 입은 신입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사색이 된 세 친구는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남은 기회가 두 번뿐인데 아무도 명중시킨다는 보장이 없다.
그아아아아―
자동차 사이를 빠르게 뛰어 다가온 좀비들이 케이블로 쳐놓은 그물 틈새로 얼굴을 들이민다.
“여긴 내가 맡을게! 유빈아! 꼭 명중시켜!”
보안관이 해머를 꺼내 달려가면서 소리쳤다. 삼식이도 야구 배트로 놈들의 내미는 손을 후려 패고 있다. 엄청난 책임감, 어깨를 짓누르는 중압감에 유빈은 퀭해진 눈으로 화염병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없었다. 맞추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이걸 들고 뛰어가서 버스 안에 던지고 돌아와야겠어……라고 생각한 유빈이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제니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밀며 외쳤다.
“오빠, 머리 숙여요!”
그런 후, 제니는 배낭에서 꺼낸 볼라를 늘어뜨리고 끝부분에 불을 붙였다.
화아악―!
양말과 박스테이프로 감싸둔 볼라의 무게 추들이 순식간에 불덩어리로 바뀌며 타오른다. 조그만 불덩어리들이 방울져서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면, 바로 직전까지 기름을 듬뿍 뿌려둔 모양이다.
휘잉― 휘잉― 휭, 휭, 휭―
트럭 캡 위에 뛰어오른 제니가 불덩어리 볼라를 머리 위로 크게 휘두르며 돌린다. 그러고는 한 발을 내디디며 힘껏 던졌다.
그 광경은…… 아름다웠다! 뒤로 젖혀 무게중심을 잡은 왼손, 활짝 편 가슴의 흔들림, 불꽃 사이로 비치는 꽉 다문 입술, 그리고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벗겨진 모자 속의 파도 치는 갈색 머리카락…….
남자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다급한 상황도 잠시 잊은 채, 제니와 그녀의 손끝에서 떠나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볼라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휭― 휭―
볼라가 버스를 향해 날아가는 광경은 마치 슬로비디오처럼 느리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지긋지긋하던 뒤쪽 유리창 안쪽으로 마술처럼 볼라가 빨려 들어갔을 때, 모두의 얼굴에 승리의 벅찬 미소가 지어졌다.
화악!
버스의 내부가 화염으로 뒤덮이면서 주변을 환히 밝힌다.
“엎드려! 다 엎드려!”
여전히 트럭 캡 위에서 승리에 도취된 채 한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제니를 끌어내려 그 위로 몸을 덮으면서 유빈이 외쳤다.
콰콰쾅!
엄청난 폭발음보다 먼저 피부를 찢을 것 같은 충격이 터져 왔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주변 전체를 뒤덮을 만큼 커다란 화염이 버스 내부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와장창!
그들이 몸을 숨긴 트럭의 유리창이 충격파 때문에 박살난다.
쿠우웅!
육중한 버스가 잠시 떠올랐다가 떨어지면서 타이어가 터지고 사방으로 유리 파편이 튀었다.
끄롸악―!
화르르륵!
버스 근처의 좀비들 수십여 마리가 산산이 찢긴 채 날아가 떨어지고, 한데 모여 서 있던 좀비들의 몸에도 불이 옮겨붙어 시꺼먼 연기를 내뿜으며 활활 타올랐다.
콰쾅!
버스 옆에 세워진 자동차들도 잇달아 폭발한다. 불길은 이제 가스통을 깔아둔 자동차의 줄에까지 번졌다.
키에에―
그롸아아―
불이 붙은 채 절벽 아래의 밭으로 떨어진 좀비들 중 살아남은 놈들이 몸부림을 치며 기어간다. 그런 탓에 작물들이 말라 비틀어져 있던 밭에도 불길이 옮겨붙었다.
터엉―!
새까맣게 타버린 좀비의 다리 토막이 트럭 위에까지 날아와 떨어지며, 폭발의 충격 때문에 멍해져 있던 유빈의 정신을 깨웠다.
“괜찮아?”
유빈이 걱정스레 묻자 제니는 놀라서 커다래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감싸고 있던 유빈은 등이 따끔거렸다. 가벼운 화상을 입었나 보다.
위이잉― 고막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울려 댔다. 하지만 엄살을 부릴 때가 아니다. 제니에게서 떨어진 유빈은 불붙은 좀비의 다리를 집어 던져 버리고 아래쪽을 향해 외쳤다.
“삼식아! 보안관! 괜찮아?”
“어어! 아! 귀야, 젠장!”
바닥에 엎어져 있던 보안관과 삼식이가 인상을 쓰면서 기어와 트럭에 몸을 걸친다.
쾅! 콰쾅!
불길은 버스를 중심으로 해서 사방으로 번져 가고 있다. 하지만 온몸에 불이 붙어 타오르면서도 좀비들은 여전히 전진을 멈추지 않는다.
연료 주입구에 끼워둔 천을 통해 불꽃이 옮겨붙은 자동차들이 터질 때마다 대여섯 마리씩의 좀비들이 뜨거운 화염을 고스란히 덮어썼다.
퍼엉―!
가스가 폭발하면서 바퀴를 빼둔 자동차가 들려 올라가고, 그중에 몇 대인가는 정말로 유빈의 계획대로 뒷줄의 좀비들을 덮치기도 했다.
불붙은 자동차에 깔린 녀석들은 마치 고통을 아는 것처럼 격하게 발버둥을 치다가 자동차가 폭발하면서 머리가 날아간 다음에야 비로소 조용해졌다.
취이이익―!
폭발하지 않은 가스통들은 밸브를 통해 가스가 빠져나오면서 화염방사기처럼 불꽃을 내뿜었고, 줄지어 걸어오던 좀비들은 인간 도화선이 되어 주변의 놈들에게 그것을 고루 전달했다.
나일론이 섞인 옷들이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되어 솟구쳤다. 하지만 여전히 놈들은 계속 다가온다.
콰콰쾅!
점점 더 멀리까지 폭발이 번진다.
그롸아아악―!
지옥처럼 넘실대는 뜨거운 화염과 검은 연기를 뚫고 달려온 놈들이 자동차와 가드레일을 연결해 쳐둔 케이블 그물을 흔들며 울부짖는다.
수분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바짝 말라붙은 녀석들의 몸은 마치 숯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너, 진짜 엄청 잘 던지더라! 잠깐이긴 하지만 예쁘다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어!”
짐칸으로 올라와 물병을 집으며 삼식이가 제니를 칭찬했다. 얼굴과 머리에 몇 차례나 물을 끼얹어봐도 열기에 익은 피부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지금 삼식이 오빠가 뭐라고 한 거예요? 무슨 착각이라는 말만 들렸는데!”
여기저기 정신없이 터져 나가는 굉음 속에서 귀를 막고 있던 제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신경 쓰지 마! 그냥 정신 나간 소리야!”
마찬가지로 얼굴에 물을 쏟아붓고 있던 보안관이 얼른 얼버무렸다.
그롸아악!
전방에 쳐둔 케이블 그물 너머에는 온몸이 화염에 휩싸인 채 몸부림을 치는 좀비들이 몰려서 얼굴과 팔로 밀어 대고 있다. 놈들 덕에 아직 멀쩡했던 다른 좀비들에까지도 불이 옮겨붙었다.
끼이익―
케이블에 힘이 실리자 V자 형태로 모아 세워둔 두 대의 승합차 필러가 긁히며 날카로운 고음을 냈다.
케이블 그물의 탄성에 밀려 나가며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 안쪽으로 넘어진 녀석들은 자동차 시트를 불덩어리로 만들고 다시 일어섰다.
“저, 저, 저 케이블 어떻게 해요? 불 옮겨붙으면!”
제니가 당혹스러워하며 외쳤다.
“괜찮아! 괜찮아! 내화 케이블이라서 안 타!”
보안관이 제니를 진정시켰다.
“내화 케이블?”
“그래, 말 그대로 불에 잘 안 타는 거야. 전철용 전기선은 전부 내화 케이블을 쓰게 되어 있거든. 삼식아, 머리 숙여!”
멀뚱히 고개를 든 채 폭발을 구경하고 있는 삼식이를 끌어당기면서 유빈이 보충 설명을 해준다.
“정말요? 저렇게 불덩이들이 달라붙어 있는데도요? 그럼 저런 상태에서 얼마나 버텨요?”
“아, 뭐, 종류마다 다른데…… 버틸 수 있는 온도는 800도에서 1,000도 사이였던 것 같아. 시간으로 치면 대충 두세 시간 정도고.”
콰아앙!
높은 발화점 때문에 뒤늦게 불이 붙은 경유 차량들이 엄청난 굉음을 내고 폭발하면서 하늘 위로 좀비들과 파편을 날려 보낸다.
후두둑―
산 쪽에 쳐놓은 레이저 와이어에 좀비의 조각난 몸뚱이들이 날아가 꽂히고 걸린다.
에엥― 에엥―
위잉―
삥! 삥!
폭발의 충격 때문에 작동된 근처의 자동차 알람들이 계속 시끄럽게 울려 대는 통에 귀가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왔다.
퍼엉! 퍼펑!
도화선 삼아 주유구에 꽂아둔 천에 불이 붙고, 그 불이 연료 탱크까지 타들어 가면서 열 대 이상의 차량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하늘 위로 날아올랐던 불덩어리 좀비들이 내리꽂히며 뼈가 박살난다.
폭발 지점으로부터 자동차 여덟 대 이상의 거리를 두었는데도, 큰 폭발이 한 번씩 일어날 때마다 그들이 앉아 있는 트럭 위까지 뜨거운 열기와 강력한 충격이 함께 실려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