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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덫을 놓다 (5) (105/449)


105. 덫을 놓다 (5)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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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상병은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문제의 그 남자는 바로 뒤, 자동차 지붕에 걸터앉아 막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참이었다.

여전히 남자의 손에 들려 있는 커다란 정글도, 그 칼날 위 가득 묻어 있는 찐득한 검은 피와 녹색의 체액들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다.

좀 더 멀리로 시선을 던지자 자동차들 사이의 도로에 머리가 박살 나거나 잘린 좀비들이 널브러져 있다.

벌써 다 죽이고 총으로 쏘는 우리가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인가……. 뭐, 뭐야? 저거 인간이야, 귀신이야?

조 상병은 자기도 모르게 방아쇠 근처로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사내의 행동이나 인상이 아무래도 너무 오싹해서 저절로 경계하게 된다.

“끝났군. 잘들 하네. 양복쟁이 새끼들보다는 백배 나은데?”

열흘 전, 강서정수장 앞 도로에서의 일전이 생각난 민구는 사격을 마친 군인들을 향해서 씨익 웃어줬다.

그 딴에는 꽤나 호의를 담은 부드러운 미소였지만, 보고 있던 군인들은 오히려 흉터가 일그러지는 듯한 표정 때문에 등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우리 막내들도 봄에 입대했는데……. 그 새끼들, 잘 있나 모르겠군.”

그렇게 말하며 민구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갑째 던져 준다.

막내들? 막내가 여러 명인 집도 있나?

병사들의 표정이 혼란스럽다.

거짓말은 아니다. 봄에 그가 직접 훈련소까지 따라가 입영시켰던 조직원 녀석들이 여럿 되었으니까.

“에…… 고맙습니다.”

조 상병이 어설픈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한 뒤, 담배 한 대를 꺼내 문다. 그에게도 보급 담배 정도는 있지만, 호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타타타타― 투둑―

아직도 대로 쪽에서는 간간이 총성이 들려온다.

하지만 사이렌이 더 이상 울리지 않는 것을 보면 좀비들의 웨이브는 애초부터 그리 큰 규모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잠시나마 서로 생명을 맡겼던 사람들끼리 조금쯤은 휴식을 나누어도 된다.

그런데 저 남자, 대체 왜 칼을 손에서 놓지를 않지? 네가 그러니까 나도 안전장치를 못 걸잖아…….

“근데…….”

담배 연기를 코로 내뿜고 나서 조 상병이 조심스럽게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에서 오신 겁니까? 이 근방이 전부 봉쇄되었는데. 아, 설마…… 이 골목 안쪽에 쭉 숨어 계셨습니까, 지금까지?”

“강남역 아래에서 오는 길이오…… 저걸로.”

민구가 구석에 세워둔 오토바이를 가리킨다. 군인들은 적지 않게 놀랐다.

“아니, 그쪽 막는다고 한 지가 언제였어? 아직도 뻥 뚫려 있나 본데?”

“저도 모릅니다. 3소대가 그 지역 담당이지 말입니다.”

병사들이 자기들끼리 시끄러워지자, 귀찮아진 민구는 멋쩍어하며 말을 꺼냈다.

“저기…… 저것 좀 잠깐 열어줬으면 좋겠는데. 나 좀 지나가게 말이오.”

병사들은 민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이 조금 전 골목을 막아 설치한, 단단한 바리케이드를 말하는 것이다. 쇠기둥이 촘촘히 박힌 철제 장벽 내부에는 문이 달려 있긴 했다. 처음부터 잠겨 있어서 문제지만.

“우리도 열쇠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정해진 위치에 설치만 하는 거라. 아마 애초에 열려고 만든 게 아닐 거라서.”

“그렇게 골목 출구마다 다 막아놓으면 당신들은 어디로 빠져나갈 건데?”

“저희가 철수할 길은 저깁니다. 저기에 장갑 수송차가 있습니다.”

조 상병은 멀리 보이는 대로를 가리켰다.

끼우웅― 쿵! 끼우웅― 쿵!

다시 공사가 재개되었는지 처음 민구를 이곳으로 이끌었던 중장비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얘들을 죽여봐야 열쇠는 얻을 수 없겠군. 그냥 돌아가는 수밖에…….

민구는 궁금했던 것들이나 듣고 가기로 했다.

“흠,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저거 지금 큰길에서 자동차들을 치우느라 나는 소리 맞는 거요?”

“네, 그렇습니다.”

“한쪽에서는 골목마다 벽을 쌓아서 길을 막고, 또 한쪽에서는 일부러 자동차들을 치우고…… 대체 왜 그러는지 압니까?”

“골목의 출구를 막아서 좀비들의 이동 방향을 조정한 다음, 더 많은 놈들이 한자리에 집결할 수 있도록 일부러 탁 트인 장소를 마련해 주고 있는 겁니다. 그렇게 해야 공격 효율이 좋아진다고 해서요.”

“설마…… 그렇게 한 다음, 봉은사로 사거리처럼 날려 버리려고?”

“제거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긴 한데……. 언뜻 들은 거라서 잘은 모르지만, 거기는 특별한 경우라고 했었습니다. 도로 봉쇄 공사를 하던 중에 규모 여섯짜리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서둘러 폭파를 했는데, 하부가 비어 있는 상태여서 피해가 생각보다 컸다고…….”

“규모 여섯? 그건 뭐요?”

“십만 이상의 좀비들이 뭉쳐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십만…… 엄청난 수다. 걸려들면 그냥 끝장이겠는걸?

휘유~ 민구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아, 근데 애초에 이렇게 고생스럽게 길을 막는 이유는 뭐랍니까?”

“서울시 좀비의 3분의 1이 강남부터 그 서쪽 지역에 집결되어 있거든요. 뭐, 우리도 들은 이야기지만, 하늘에서 보면 아주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놈들이 상암이나 잠실 쪽으로 가면 안 되니까 양방향에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상병이 자신의 계급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 같은 쫄따구들이 뭐 알아야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잠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만 더 물어봅시다. 잠실에 쉴 터라는 데로 와달라던데…… 여기서 멉니까?”

“쉴 터요? 쉴 터? 아~아, 쉴 터가 아니라 쉘터 말하는 거겠네요. 민간인 생존자들을 모아서 수용하는 곳입니다. 잠실에는 야구장하고 올림픽경기장에 있습니다.”

기동이, 이 바보 같은 새끼…….

민구의 왼쪽 눈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비록 막아놓은 길을 터줄 것 같지는 않지만, 소득이 몇 가지 있었다.

“근데 아저씨,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규정대로라면 생존자시니까 보호해야 하는 게 맞는데, 저희는 지금 잠실 쉘터 반대 방향으로 작업을 하면서 전진하거든요. 저희 임시 기지는 저 위쪽 건물인데, 만약 따라가시겠다면 그…… 도검류……는 일단 저희가 보관하겠습니다.”

“아니, 나는 잠실로 갈 거요. 이 위쪽에 안 막힌 길이 있습니까?”

“위쪽으로는 없을 겁니다. 올림픽대로까지 아마 전부…… 그리고 도로를 통과해도 아마 교량을 건널 수가 없을 겁니다. 아! 탄천교는 아직 개방되어 있다고 하긴 했는데……. 근데 완전히 믿지는 마십시오. 아까도 말했지만, 저 같은 졸병이 뭐를 얼마나 알겠습니까?”

“탄천교. 고맙소. 조심하시오.”

민구는 칼을 들고 일어서서 오토바이를 향해 걸어갔다. 어째 한참 동안 빙 돌아서 가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부르릉~!

가볍게 손을 흔든 민구가 RMZ 450을 돌려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일병들은 참아왔던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우우우~ 저 사람 뭡니까, 조 상병님?”

“몰라. 그냥 괴물이야. 씨발, 아까 좀비 머리 똑똑 따는 것 봤지? 북파 간첩…… 뭐, 그런 건가?”

“저희를 정말로 따라가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지 말입니다.”

일병이 헬멧 속으로 손을 넣어 땀을 훔치면서 중얼거린다. 지금까지 배에 힘을 꽉 주고 있던 조 상병이 풀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랬어.”

***

“우리 꼭 F1 정비팀이 된 것 같지 않냐? 레디~ 고!”

미니 잭 두 개로 자동차의 양쪽을 들어 올려 앞 타이어 두 개를 빼내는 동안 삼식이는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복스 렌치를 돌렸다. 가끔씩 우우웅― 우웅― 하는 전동 렌치 효과음을 내기도 했다.

“바퀴 다 뺐어. 가스통!”

잭을 빼내 자동차들이 앞쪽으로 기울어지게 해놓은 뒤, 신입이 부르면 보안관이 트럭에서 내린 LPG 통을 굴리고 와서 자동차 뒤쪽에 반쯤 끼게 눕혀놓는다. 이렇게 하면 한 대분의 작업이 끝난 것이다.

반대편 차선에 있는 차들은 뒷바퀴를 빼고 트렁크에 다른 차에서 꺼낸 배터리나 짐, 타이어들을 채워 넣어두었다.

작업 대상은 가급적 작은 자동차들로 골랐다. 제한된 힘만으로 물체를 하늘로 날리려고 할 때, 공차 중량 1.2톤과 1.7톤은 꽤나 큰 차이다.

“씨발, 해달라니까 해주기는 한다만, 대체 이게 무슨 뻘짓거리인지 모르겠네. 멀쩡한 차바퀴는 뭐한다고 일부러 다 빼놓은 건지 참…….”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신입이 툴툴거린다. 세 친구도 가뜩이나 뜨거운 날 계속 몸을 썼더니 눈이 따끔거리고 어깨가 뻐근해 온다.

점심으로 먹은 초코바 두 개는 벌써 다 소화가 됐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몇 시간째 오줌이 마렵지 않다.

“당구랑 비슷한 거야. 작용과 반작용.”

유빈이 대답했다. 그래도 신입이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서 한 번 더 설명을 해준다.

“자동차가 평평한 상태로 서 있으면 가스통이 폭발했을 때 아무 방향으로나 날아가게 될 거야. 앞쪽으로 날아가서 걸어오는 좀비들을 덮치게 될지, 반대로 튀어 올라서 우리 머리 위로 떨어질지를 모른다고. 그러니까 일부러 이렇게 한쪽 면이 들리게 해놓는 거야. 폭발이 일어났을 때, 만약 하늘로 치솟아 오르거나 하면 그 반대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도록…….”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럼 이쪽 뒷바퀴를 뺀 차들은 왜 트렁크에 뭘 잔뜩 넣어놨는데?”

“그건 무게중심을 맞추려고 하는 거지. 왜냐하면 보통 자동차는 엔진이 있는 앞쪽이 더 무겁거든. 그러니까 이 차들의 뒷바퀴를 빼놓았어도 정작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트렁크가 눌러주는 추 역할을 못할 거야. 아마 뻥! 터지고 나서 잘해봐야 제자리에서 튕겨 올라가는 정도겠지. 그러니까 일부러 무게를 더해준 거야.”

“그렇게 한다고 해서 정말로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가 날아간다고? 작용과 반작용 같은 소리 하네. 너 고등학교 다닐 때 물리 잘했어?”

“중학교 2학년 때 이후로는 잘하는 과목이라는 게 없었다. 됐냐, 이 새끼야? 이런 건 그냥 잔머리로도 생각할 수 있는 거야.”

“네 입으로 인정했으니까 하는 말인데, 이렇게 따로따로 떼어놓아서 찔끔찔끔 불을 붙이는 것보다 그냥 가스통을 한데 모아서 터뜨리는 게 훨씬 더 빵! 터질 거라고. 왜 멀쩡히 트럭에 실려 있는 걸 일부러 나눠 놔?”

“개방된 공간에서 터져 봐야 그냥 불기둥 한 번 크게 솟고 나면 그만이야. 그러면 다른 차들에는 불이 안 붙는다고.”

“도망가기 전에 한 번에 날려야 효과적이지!”

“좀비들이 도망치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어? 그냥 우리를 물어뜯겠다는 욕망, 그거 하나뿐이라고! 그러니까 이 작전이 통하는 거야.”

유빈이와 신입이 투닥거리면서 빼낸 자동차 바퀴들을 트렁크에 넣는 동안, 보안관과 삼식이는 더 깊숙이 앞쪽으로 들어가서 나란히 늘어선 자동차 A필러와 휠 축의 바깥쪽만 짝지어 두 대씩 줄로 연결했다. 줄은 빨랫줄을 세 겹으로 꼬아 만들었다.

혹시 바리케이드를 피해 우회하는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그 선 우측 나무들에다 레이저 와이어를 걸어놓는 것으로, 유빈이 계획한 모든 트랩은 완성되었다.

가장 먼 위치에 있는 것은 주유구를 열어놓고 긴 천을 꽂아둔 다섯 줄, 20여 대의 차량이다.

그다음은 끈으로 자동차의 바깥쪽만 연결해 놓은 바리케이드다. 바리케이드 다음에는 바퀴를 빼고 가스통을 하부에 끼워둔 차량이 두 줄, 그 바로 뒷줄에 오늘 작전의 목표물인 공항버스가 있다.

뒤쪽 창문은 깨놓았고 버스 내부에는 세녹스 두 통과 LPG 가스 네 통이 들어 있다.

인접한 차량들과 그 뒤 네 줄의 차량 주유구에도 역시 천을 살짝 끼워두었고, 거기에서 또 네 줄 뒤가 경전철 역에서부터 가져온 케이블로 그물을 쳐둔 선이다.

정말 다행히도 비가 내릴 기미는 없어 보였다. 비가 온다면 이렇게 정성 들여 마련한 장치들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잘 봐봐. 이렇게 철사 끝을 천으로 잘 감싼 다음에 안쪽으로 깊숙이 쑤셔 넣고서 라이터 기름을 한 번 뿌려주면 돼. 이렇게…….”

주유구 안에 천을 집어넣는 시범을 보이며 유빈이 시간을 강조했다.

“이걸 차 하나당 10초 내에 해야 돼. 한 사람이 아홉 대씩을 해야 하니까 그렇게 서둘러도 이동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2분이 더 걸릴 거야. 그러니까 각자 뒤쪽에서 아무 차나 붙잡고 연습을 좀 해둬, 익숙해질 때까지. 삼식아, 나 지금 몇 초 걸렸냐?”

스톱워치를 보고 있던 삼식이가 고개를 갸웃댔다.

“13초 6? 14초 정도인 것 같은데.”

“끄응, 나부터도 기준 미달이네.”

“그냥 지금 미리 해놓으면 안 되냐? 나 오늘 일 너무 많이 해서 팔이 어떻게 된 것 같아. 이 손으로 어떻게 그걸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신입이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보인다. 비단 신입뿐 아니라 다들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빈도 머리가 어찔어찔하다.

보안관이 가장 심각했다. 땀을 많이 흘려서 반창고는 다 떨어져 버렸고, 힘을 쓸 때마다 어제 베인 상처가 벌어져서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을 해서 기껏 함정을 만들었는데, 여기에서 잠깐 게으름을 피웠다가 이 모든 게 헛수고가 돼버리는 건 싫다.

“휘발유니까 미리 해놓으면 다 날아가 버려서 불이 제때 확 안 붙는다고. 연습하자.”

네 남자가 철사와 천을 들고 차 주유구와 씨름하는 동안, 시간은 점점 흘러서 일곱 시가 넘었다. 예상하고 있던 좀비들의 행진 시간은 여덟 시였지만, 미리부터 준비를 하고 있는 게 낫다.

“한 시간 남았어요.”

망원경과 시계를 번갈아 보고 있던 제니가 일러준다. 하루 종일 햇살을 가려줄 곳 하나 없는 자동차 위에 서서 감시를 한 터라 그녀의 빨갛게 익은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등산 모자로 직사광선을 막았어도 이글거리는 복사열을 고스란히 받아왔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알았어. 자리 잡고 있자.”

유빈과 세 남자는 주유구를 열어둔 차량의 가장 앞줄로 가서 긴 철사와 라이터 기름통을 트렁크에 올려놓고 계속 수분을 보충하며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다들 농담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친 상태여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우웨엑, 더위를 먹은 신입이 결국 토사물을 쏟아낸다.

놈들이 나타날 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불안감이 커져서, 유빈 역시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놈들이 이쪽의 낌새를 알아채기 전에 미리 달아났던 어제와는 다르다.

제대로 되어야 하는데…….

만약 계획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뒤늦게 달아나더라도 번화가까지 위험해질는지 모른다. 유빈은 세차게 도리질을 해서 걱정과 잡념을 쫓아버렸다.

“와요! 왔어요!”

페트병의 물이 다 떨어져 갈 때쯤, 어지러운 머리를 울리며 제니가 외치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온다. 유빈은 혹시 환청이 아닐까 싶어 고개를 돌려봤다.

제니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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