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5. 시가전 (3) (95/449)


95. 시가전 (3)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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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의 전술 조끼에서 혹시 멀쩡한 탄창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몸을 숙이고 있던 김 상병이 말했다.

그가 가리키는 왼쪽 팔뚝에는 뒤집어놓은 종 모양 바탕에 23이라는 숫자가 세로로 새겨져 있다.

원래부터 삼척에 주둔하던 23사단 마크였다. 분대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들과 함께 이동 중인 낙오병을 향해 쏠렸다.

낙오병의 팔에도 같은 마크가 있다. 이 병장이 이마를 쓸어 땀을 닦아내며 낙오병을 불렀다.

“야!”

“네, 이병 성낙수!”

“우리가 지금 죽인 얘네들이 홈플러스에 고립됐다던 그 부대냐?”

“네? 못 알아들었습니다.”

“지금 이 좀비들이 어제까지 너랑 같이 시청 방어하고 있다가 식량 조달하러 나갔던 부대원들이냐고. 확인해 봐.”

성 이병은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주춤거리며 시체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죽어버린 좀비들의 얼굴이 모두 총탄에 맞아 엉망으로 박살이 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얼굴을 보고 파악한다는 건 어려워 보였다.

끔찍한 몰골에 인상을 쓰면서 부대원들의 시체 사이를 걷던 성 이병이 힘없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기영아…….”

“아는 사람이야? 기영이가 누군데?”

“제 친굽니다……. 제일 친한 친굽니다.”

“그래? 여기서 같이 근무했어?”

이 병장이 확인하기 위해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알아본 것인지 신기할 정도로 그 군인 좀비의 상태는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흉부 위쪽을 난사당해서 얼굴도, 명찰도, 심지어 군번줄도 남아 있지 않다. 이 병장은 망연자실하고 있는 성 이병에게 물었다.

“이 자식, 대체 뭘 보고 그러는 거야? 다 날아가 버려서 엄마가 와도 못 알아보겠구만.”

“이겁니다.”

성 이병이 가리키는 건 좀비의 왼 팔목에 채워진 큼직한 지샥 전자시계였다. 주인은 박살이 나서 죽어 있는데, 시계는 아직도 멀쩡하다.

“시계가 뭐? 이런 시계는 흔한 거 아니야?”

“안 흔합니다……. 후우, 스카이포스라고, 94년 모델을 제가…… 겨우 찾아서 선물해 준 겁니다. 지샥 모델 중에 최초로 고도계가 달린…… 같은 부대라서 저를 엄청 챙겨줬었는데…….”

충격이 어지간히 컸는지 성 이병은 한숨과 눈물을 삼키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오타쿠적인 소리들을 늘어놓았다. 이 병장은 필요 없는 말들을 걸러내고 중요한 것만 다시 확인했다.

“알았어. 이 친구가 너랑 시청 방어를 같이했었던 건 맞지?”

“흐윽, 네…… 그렇습니다.”

“젠장, 너희도 수류탄 하나가 없냐? 씨발, 그러니 고립되지.”

좀비 군인들의 시체를 살피던 김 상병이 건져 낸 탄창 세 개를 진우에게 건네며 툴툴댄다.

“있었는데 며칠 전 상자 하나를 확보한 다음에 갑자기 전부 회수를 당했습니다.”

아직도 멍해져 있는 성 이병을 내버려 두고 이 병장은 분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아, 젠장. 짜증 난다. 여기까지 나와서 돌아다닐 정도면 홈플러스에 갇혔던 부대는 벌써 다 변해 버린 것 같은데, 지금 우리가 목숨 걸고 가야 할 필요가 있나? 어쩌지?”

“하아…… 하아…….”

다들 말없이 한숨만 몰아쉰다. 굳이 소리로 만들어 입 밖에 내지 않더라도 그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모두 하나다.

불필요한 위험이라면 감수하고 싶지 않다.

이미 다 당해 버렸다면 굳이 이렇게 힘들게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이유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저 많은 병력들이 당해내지 못할 만큼 커다란 규모들의 좀비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도 크게 작용했다.

이대로 버티면서 뒤에 빠져 있다가 돌아가 버리면 안 될까.

분대원들의 퀭해진 눈은 그런 이야기를 절실히 뱉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김 상병이 범벅이 된 코와 땀을 훔치며 힘겹게 입을 연다.

“입장을 바꿔서 제가 고립된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면 정말 간절하게 전우들을 기다리기는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단 한 사람이라도 생존해 있다면 말입니다.”

“……역시 그렇겠지?”

이 병장이 한숨을 쉬면서 총을 고쳐 쥐었다.

“그래! 다들 불안하고 힘들겠지만, 저 안에 갇힌 게 우리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가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블록을 향해 구보를 시작했다.

모두들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걸 보면 마음속으로 홈플러스 안에 고립되어 있는 병사들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게 틀림없다.

진우도 상상해 봤다. 저 안에 갇혀 있는 게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자.

아니, 가족들은 군대에 올 사람이 없으니까 내 친구들이라면…… 유빈이, 삼식이, 보안관 같은 내 친구들.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싸울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두렵기만 한 전진을 계속할 용기가 생긴다.

타타당― 타당―!

이 열로 달리는 분대원들 중에서 가장 선봉에 선 진우와 이 병장의 K―2가 동시에 불을 뿜는다.

피융― 퍽!

돌담 사이로 머리를 내밀던 좀비가 빙그르르 돌면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이 병장이 쏜 탄자는 곁의 돌담을 스치면서 깊숙한 탄흔을 남겼다.

“새끼…….”

이 병장이 진우를 흘끗 돌아보며 대견하다는 듯 피식거린다.

달려가며 단 두 발 만으로 머리통을 날리다니,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다. 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이미 분대원들 중 상당수는 예전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진우는 여전히 기계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크게 원을 그리며 코너를 돌았다. 혹시라도 사각에 가려진 놈들의 기습을 피하기 위한 이동 방식이었다.

6차선 도로 건너에 홈플러스 입구가 보인다. 엉망으로 박살 난 도로와 불타고 있는 자동차, 검은 연기 사이로 어지럽게 뛰어다니는 좀비들이 얽혀 있다. 하지만 수효는 많지 않았다.

총소리와 유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멀리 뒤쪽에서 울리는 걸 보면 장갑차와 함께하는 본대가 대로의 중간 부분에서 엄청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젠장, 우리가 제일 먼저 온 거야?”

단층 건물들로 둘러싸인, 긴 2차선 도로 위에 서서 김 상병이 중얼거렸다. 저 어두운 건물 내부로 뛰어 들어가는 것은 또 다른 종류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쒸이이이이잉― 파파파파파파바바―

특임대의 헬기가 한차례 지원사격을 가해주고 지나간다. 그리고 사거리 위에 홈플러스로 이어지는 길이 열렸다. 건물 내부에서도 더 이상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 장갑차에 정신이 팔린 좀비들이 아직 이쪽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돌진을 하기 위한 최적의 시간인 것만은 틀림없다.

진우와 이 병장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어차피 이 작전은 저 빌어먹을 건물 내부에 들어가서 생존자를 확인하고 구출해야 끝이 난다. 이 병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분대를 향해 명령했다.

“김 상병, 강 일병! 그리고 정 상병, 여기에서 엄호해! 나머지는 따라와! 진입한다! 박 이병! 네가 선봉이다!”

세 명이 이 병장이 지목한 카센터 지붕 위로 올라가고 K―3가 남아 있는 몇 마리를 정리하는 동안 진우를 앞세운 1분대는 자세를 낮추고 시체들이 즐비한 도로를 내달려 홈플러스를 향해 뛰어갔다.

피빙― 핑― 핑―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는 총알 소리가 머리 뒤에서 울린다. 진우는 앞을 가로막는 놈들의 머리를 차례로 터뜨리며 길을 텄다.

그리고 마침내 지긋지긋하던 여정이 끝나고, 그들은 홈플러스 문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진우는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등 뒤에 보냈다.

“천천히!”

이 병장의 명령이 없더라도 누구나 주춤할 수밖에 없다.

건물 내부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화창한 여름의 태양빛에 익숙해져 있던 동공이 건물 내부의 어두움에 적응하기까지가 가장 위험하다. 속도를 줄인 진우는 이마를 찌푸리고 플래시를 켠 채 조심스럽게 걸음을 내디뎠다.

촤악, 플래시의 불빛들이 모아지자 엉망으로 망가진 매장의 모습이 들어온다. 코가 아니라 머릿속 어딘가로 전해지는 것 같은 비릿함과 냉기가 진우의 팔에 소름이 돋게 만든다.

그런 기분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고 있는 진우는 K―2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 커다란 어둠 속 저편 어딘가에는 놈들이 있는 것이다.

“어디부터 가야 하지?”

이 병장이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식품 매장은 지하에 있답니다.”

진우는 조금 전 플래시 불빛 사이로 스쳐 보았던 안내판의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먹을 것을 구하러 여기까지 왔던 부대니까 당연히 식품 매장부터 찾았을 것이다. 문제는 아래로 무작정 내려가는 것이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옥상으로라도 피신할 수 있는 위층과 달리, 지하 매장은 끝이 막힌 공간이다.

이 병장은 지하로 이어지는 무빙워크를 향해 플래시를 비췄다. 컴컴한 무빙워크가 마치 아가리를 벌린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는 악마처럼 섬뜩하게 느껴진다. 놈들의 울음소리가 아래에서부터 메아리치며 울려온다.

파앙! 파앙!

투투두두두―

분대원들 전부는 낯선 총소리가 들린 위층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잠시 후, 저벅거리는 워커 소리. 무빙워크를 통해 누군가 내려온다. 헬기에서 레펠로 내려와 옥상부터 위의 층들을 차례로 훑은 특임대였다.

“허어, 벌써 육로로 뚫고 들어온 녀석들이 있어?”

플래시 불빛으로 아군 병력의 존재를 확인한 소령은 조금 감탄한 듯 말하며 가까이 다가왔고, 나머지 특임대원들은 주변을 경계했다. 소령은 경례하는 이 병장의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 코웃음을 쳤다.

“너, 이 자식…… 아까 그놈이잖아? 하하, 나 이 새끼.”

또 시비를 걸면 어떡하지…….

이 병장은 곤란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난감한 것은 분대원 전체가 한마음이었다.

하필 이런 곳에서 딱 마주치다니, 운도 어지간히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령이 이 병장의 얼굴을 꼬집고 흔들더니, 씨익 웃으며 놔준다.

“천 마리 넘게 잡아봤다 어쩐다 떠들더니, 아주 허풍은 아니었나 보구만. 꽤나 빨리 돌파했는데? 이번에도 병력 손실 없었나?”

“그렇습니다.”

“이가 좀 빠진 게 아니고?”

분대원의 머릿수를 보고 소령이 말한다.

“후방 지원을 위해서 셋을 남겨두고 왔습니다.”

“흐음, 운인지 정말 실력인지 모르겠군. 일단은 인상적이라고 해두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더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게 좋을 거다. 저 아래는 아주 좀비 밭인 것 같으니까 말이야. 따라올 배짱 있나?”

소령이 도발적으로 물었다. 자존심이 이 병장의 내부에서 발끈하며 이성보다 먼저 반응한다.

“저희가 선봉에 섭니까?”

정말로 그렇게 하라고 할까 봐 말을 해놓고 곧바로 아차 싶었지만, 소령은 그런 태도가 싫지 않았는지 입술을 뒤틀어 웃으며 이 병장의 볼을 두드린다.

“후후, 새끼, 실력이 그 배짱의 반이라도 되는지 한번 보자. 후방 경계하면서 따라와.”

소령은 무선으로 헬기에 건물 입구를 봉쇄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 특임대원들을 앞세워 걷기 시작했다.

정말 가는 건가, 저 컴컴한 아가리 속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이 병장은 분대원들을 돌아보았다. 모두들 오기와 두려움이 섞인 표정으로 지하층으로 이어진 무빙워크를 노려보고 있다.

“가자.”

이 병장은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용기를 끌어내야 했다.

모두가 안전하게 돌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혹시 있을지도 모를 생존자를 구하기 위해 이 컴컴한 건물 내부로 돌진해 온 순간 이미 그 원칙은 깨져 버렸다.

그리고 엘리트 특유의 권위주의가 뚝뚝 흘러넘치는 저 특임대 소령 앞에서는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막혀 있습니다. 저걸 쌓아서 저지해 보려 한 것 같습니다.”

방패를 앞세우고 전진하던 특임대원이 뒤를 돌아보며 보고한다.

특임대 개인화기 레일에 장착된 플래시 불빛이 그곳을 비추자, 무빙워크 23쯤의 지점부터 그 아래까지 복잡하게 얽힌 채 쌓여 있는 쇼핑용 카트와 진열대들이 눈에 들어온다.

음식을 구하려고 저곳까지 내려갔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대규모의 좀비들에 놀란 군인들이 쌓은 것들이다.

하지만 간간이 울려오는 좀비들의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대단한 실효는 거두지 못한 게 분명하다.

지하층의 좀비들이 아직도 이곳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장애물 때문이었다.

난간으로 뛰어내린 좀비들조차 다시 올라오기 어려울 만큼 바리케이드는 단단하고 넓었다. 세 명의 특임대원이 달려들어 밀어보았지만 철컹거리기만 할 뿐, 열릴 기미가 없자 이내 철수한다.

“날려 버려.”

소령이 명령했다. M32 유탄발사기를 허리 뒤쪽에 차고 있던 특임대원이 앞으로 나서며 세 방의 40㎜ 유탄을 발사했다.

콰쾅! 쾅! 콰아앙!

카트를 뚫고 들어간 유탄이 폭발하자, 사방으로 불꽃과 쇳조각이 튀고 건물 전체가 울릴 만큼 커다란 소리가 난다.

티팅, 몇 개의 파편은 무빙워크 위에 서 있는 특임대의 방패에까지 날아와 맞았다.

“가자.”

바리케이드가 제거된 것을 확인한 뒤, 특임대와 진우의 1분대는 무빙워크를 내려가 지하층에 들어섰다. 1층에서 느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어둠이 사방에서 그들을 감쌌다.

플래시의 광원이 닿지 않는 곳은 온통 칠흑같이 검고 몇 센티 앞조차 보이지 않는다.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압박감에 진우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후우우~ 후우우~”

자신의 숨소리가 귀를 울릴 만큼 사방이 고요하다. 모두들 입을 꾹 다물고 보는 일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야가 좁혀지는 것만으로 온몸에 피로감이 몰려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 막연히 앞을 본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눈동자가 정면을 향해 있을 때조차 180도에 달하는 넓은 시야각의 정보들이 전달된다.

바로 옆의 사물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 시야각 덕분이고, 뛰어난 운동선수들은 그 이상까지도 볼 수 있다.

상하로는 90도, 좌우로는 180도의 가로가 긴 타원이 인간이 볼 수 있는 범위이지만, 조명이 완전히 제거된 홈플러스 매장 지하에서 그들의 시야는 총구 바로 뒤 레일에 달린 플래시의 광원 안으로 제한되어 버렸다.

정면의 먼 쪽은 보이지만,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혀 감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넓은 매장에는 사람 키보다 더 높은 진열대들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좁게 느껴지는 라이트의 범위를 차단하는 데 탁월한 방해물로 기능하고 있다.

“전진.”

그들은 매장 입구를 통과해서 썩은 야채들과 세일 물품들이 양쪽으로 세워진 좁은 통로를 따라 걸었다.

그르르…….

이곳에 내려와 만나는 첫 번째 좀비가 플래시 광원 내로 들어와서 그르렁거린다. 이놈들이 어둠 속에 음흉하게 숨지 않고 제 발로 달려와 준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다.

철컥, 샷건을 든 특임대가 앞으로 한 발을 내디디며 겨냥을 하는 순간, 대여섯 마리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시야 안으로 달려 들어온다.

그롸아악!

퍼버버벙― 퍼벙― 파바바박―

네 대의 샷건이 일제히 불을 뿜고, 할로우 포인트보다 더 명중률이 높은 RIP탄을 장착한 MP5가 거들자, 좀비들은 걸레처럼 박살이 나서 바닥에 뒹굴었다.

퍼버벙―!

좀비들 뒤에 쌓여 있던 시리얼 박스가 터져 나가며 살덩어리와 섞인 콘푸로스트들이 눈처럼 날린다. 측면을 경계하면서 곁눈질로 돌아본 진우는 조금 감탄했다.

K―2 단일 화기로만 무장한 진우의 분대와 비교해 볼 때 확실히 이들의 전투는 편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하나의 점이 아니라 범위를 파괴하는 샷건의 약점이 이내 드러났다.

그롸아아악!

매장의 끝까지 걸어간 그들이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아 세 개의 열을 지나쳤을 때, 계절 상품 진열대 사이에서 또 다른 무리들이 달려들었다.

군복을 입은 좀비와 민간인 복장의 좀비들이 반반씩 섞인 놈들이었고, 거리는 불과 10미터. 다시 샷건의 방아쇠가 당겨지려 한다.

좀비의 전투 조끼에 달린 둥근 통을 본 진우가 다급하게 이 병장을 뒤로 당기며 외쳤다.

“연막탄! 연막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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