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아포칼립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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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아포칼립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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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아포칼립스 (4)
2021.11.18.
색 바랜 붉은 잉크로 적혀 있는 글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먹는 물로 부적합하다고…….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은 잠시 입을 열지 못한 채 멍하니 안내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씨발…… 왜 부적합하다는 거야?”
당황한 표정의 신입이 표지판에 적힌 사유서를 읽어본다.
코팅된 종이 내에 습기가 차고 글씨가 번지는 바람에 또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반 세균 검출량이 110을 넘어서 부적합하다는 모양이다.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 항목은 불검출이라고 되어 있다.
“야…… 일반 세균이 뭐야? 그리고 110이라는 게 얼마큼이야? 말 좀 해봐.”
들이켠 물이 금방 다 식은땀으로 배출된 신입이 겁먹은 눈으로 묻는다. 삼식이가 웃으며 대답한다.
“대학까지 다닌 네가 모르는데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알겠냐? 하하하.”
“씨발, 그냥 추측이라도 해보라고!”
“대충 때려 맞춰보자면, 내 생각엔 아마 100이 치사량 아닐까 싶은데? 90까지는 먹어도 죽지는 않는데, 100이 딱 되는 순간, 끄윽! 그런데 그 100이 넘었으면…… 어이구.”
놀리는 삼식이와 방방 뛰는 신입을 내버려 두고, 보안관은 사유서를 꼼꼼히 읽어봤다.
검사 일자가 이미 두 달 가까이나 지나 있어서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별다른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 하단에 깨알만 하게 적힌 글자에는 음용 가능 일반 세균 수치가 100 이하라고 되어 있다.
“야! 야, 진정해. 마셔도 되는 물이니까 걱정하지 마.”
토해보려고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는 신입을 향해 보안관이 말했다. 구원받은 사람처럼 화색을 띤 신입이 묻는다.
“정말이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여기 발밑에 뒹구는 물통을 보면 이 동네 사람들도 이 물을 받아다 먹었다는 이야기야. 그리고 정말 위험한 물이면 구청에서 이렇게 놔두지도 않아. 아예 시멘트를 발라 버리든가 하겠지.”
형형색색의 물통들을 바라보던 신입이 바가지에 물을 받아 보안관에게 내민다.
“그럼 너도 마셔.”
“이 새끼, 하는 짓 봐라……. 난 물통에 물 있어.”
“안전하다며? 근데 왜 못 마시는데?”
“네가 지금 바가지 내밀지만 않았으면 나도 마시려고 했어. 근데 이제는 너 때문에라도 안 마셔. 애새끼가 싸가지라는 게 좀 있어야지.”
“마셔! 씨발, 너만 살겠다 이거냐?”
“아오! 이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게…….”
들이대는 신입과 고집을 꺾지 않는 보안관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지려는 그 순간, 삼식이가 꼭지에 입을 가까이 대고 흐르는 물을 들이켰다.
후루룹~ 듣기만 해도 등까지 청량해지는 것 같은 소리다.
“푸아! 이제 됐지, 신입? 에이그, 사람들 좀 믿어봐라. 정말 너 죽을 위기인데 우리가 웃고 그러겠냐?”
신입의 머리를 헝클어뜨린 삼식이는 다시 한 번 물을 들이켰다.
시원하고 달달하기까지 하다. 아직 앙금이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일단 사태는 일단락이 되었고, 세 사람은 다시 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10여 분쯤 더 걷자 초등학교 운동장 절반 정도 넓이의 탁 트인 공간이 세 사람을 맞이한다.
“여기가 정상인가 보네. 우리가 올라온 건 아마 이런…… 루트였던 것 같고. 와, 이 산이 이렇게 여러 군데로 연결되어 있었던 거야?”
삼식이가 표지판을 살피며 말했다. 총 연장 길이가 5킬로미터인 둘레길의 약도가 그려져 있다.
약도에 따르면 산 주위에는 북쪽부터 시작해서 남쪽까지 아파트 단지가 여덟 개나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된 모양이다.
약도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들이 올라온 길은 아마 9시 방향 정도, 그리고 조금 전 물을 마신 곳은 장미 약수터인 것 같다.
“약수터도 많구나. 하나, 둘…… 여기 보이는 것만 해도 다섯 개나 되네.”
보안관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다. 이렇게 복잡한 산이라면 문제의 괴물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짐작하기 어렵다.
해가 지기 전에 정찰을 끝낸다는 작전도 무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산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방법은 길을 내놓은 것만 따져도 열네 개나 되기 때문이다.
“좋아. 이 지도는 유용하겠어.”
삼식이가 배낭에서 다이어리와 볼펜을 꺼내 지도를 베끼기 시작한다.
그런 삼식이를 잠시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던 보안관은 그 괴발개발 갈겨 대는 그림 솜씨에 이내 기대를 접고 정상의 다른 곳을 정찰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표지판이 사방에 골고루 배치되어 있으니, 돌아갈 때 하나를 떼어 가면 될 것이다.
보안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커다란 정자와 그 옆에 설치된 전망 망원경이었다. 저걸 이용하면 그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북동쪽 동네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다.
“삼식아, 되도 않는 거 그만하고 일루 와봐.”
“거의 다 했는데…….”
“붙어 다니자, 위험하니까. 야, 신입. 먼저 가지 마.”
보안관은 혼자서 정자를 향해 뛰어가는 신입을 만류했다. 저 자식이 뭣 때문에 흥분해서 저렇게 열심히 달려가는지도 잘 안다. 정자 아래에 자판기가 세 대나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돈도 없으면서…….
“어때, 알아볼 수 있겠어?”
“그래, 존나 잘 그렸다.”
지도를, 아니, 지도를 그리려다 만든 엉망진창의 선들을 자랑스럽게 내미는 삼식이를 끌고 보안관은 정자 쪽으로 걸어갔다.
정자 옆 절벽에 설치된 전망대에는 세 대의 둥근 전망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높은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처럼 동전을 넣어야 렌즈를 덮고 있는 가림막이 내려가는 방식이다. 물론 육안으로도 산 주변에 아파트들이 잔뜩 늘어서 있다는 것 정도는 보인다.
“오오, 씨발. 경치 좋은데? 엇. 우웁! 저거…….”
전망대 난간을 잡고 떠들어 대던 신입이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돌린다.
그가 바라보던 방향에 위치한 산의 중턱에는 노년인 듯한 남녀가 나무에 목을 맨 채 나란히 걸려 있다. 다행이라고 하면 이쪽에서는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좀비들의 대갈통을 그렇게 여러 번 쪼갰어도, 사람의 시체가 대롱거리는 모습을 보는 건 아직 무덤덤해지지 않는다.
물론 무섭거나 두려운 건 아니다. 일주일 전이었다면 목매달아 죽은 시체를 먼발치서 스치기만 했어도 소름이 끼쳐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저 측은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
“보안관, 이거 봐.”
삼식이가 종이쪽지 한 장을 내민다.
“그래, 알았어. 너 지도 잘 그려.”
귀찮아진 보안관이 대충 대꾸하자, 삼식이가 고개를 저었다.
“지도 아니고, 찌라시야. 저기에서 주웠어.”
찌라시?
보안관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삼식이가 종이에 묻은 흙을 털어낸 뒤 글자를 읽고 있다. 비에 젖지 않은 걸 보면 최근 며칠 사이에 떨어진 게 분명하다.
“서울 시내 긴급 대피소 위치 안내…….”
“뭐, 정말? 대피소?”
“응, 그러네. 우와, 이런 걸 운영하기는 하는구나. 에…… 시민 여러분께서는 다음 중 가까운 장소로 이동하시기를 바랍니다. 대피소는 군의 협조를 통해 안전한 잠자리와 식량을 제공해 드립니다……. 오, 졸라 좋은데? 큭큭큭, 미친 새끼들이다, 진짜. 전화도 안 되는데 전화번호는 뭐하러 써놓은 거냐? 어디 보자, 잠실야구장, 상암 월드컵경기장…… 에, 이 근처는…….”
삼식이가 말을 더 이상 잇지 않아 답답해진 보안관과 신입도 머리를 디밀고 함께 전단지를 읽었다.
……없다.
그들이 있는 지역에는 아예 대피소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광진구 대피소인데, 거기까지 가려면 한나절은 족히 걸어야 할 것이다. 좀비들이 우글거리는 거리에서 한나절의 행진. 그야말로 자살행위와 다르지 않다.
“씨발, 뭐야? 가난한 동네 사는 새끼들은 그냥 다 뒈지라는 거야?”
혹시 놓쳤는가 싶어 두 번이나 대피소 목록을 읽어본 신입이 툴툴댄다.
“뭐, 애초에 대피소가 그렇게 많지도 않네. 그리고 여기 보니까 계속 더 많은 대피소를 확보할 예정이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말도 있고……. 근데 이게 여기까지 어떻게 날아왔지?”
삼식이는 아쉽다는 듯 전단지를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 그거야 풍선에 담아서 올리면 알아서 터진 다음 퍼지니까……. 그보다 어떻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거야? 뭘 먹고 사느냐고? 오늘이 일주일짼데. TV에서 자기들 입으로 사태 해결까지 절대 일주일은 넘지 않을 거라고 말해놓고서 달라진 건 거의 없잖아. 개새끼들…….”
보안관은 불만 어린 눈으로 멀리 보이는 빽빽한 아파트의 숲을 바라봤다.
대체 저 안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보안관이 찜찜한 마음을 털어내려는 듯 혼잣말을 하며 자판기를 해머로 내려쳤다.
콰앙―! 콰앙―!
이제는 자판기 터는 것도 요령이 생겨서 예전보다 훨씬 작은 소리만 내고도 자물쇠를 부술 수 있게 되었다.
참 좋은 재주 얻었군…….
보안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동전 통에 들어 있는 동전을 한 움큼 집어 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찰칵, 500원짜리를 넣어 돌리자 몇 킬로미터 밖의 풍경이 확대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으아아…… 더럽게 많네.”
망원경의 배율을 조정하며 천천히 방향을 돌린 보안관은 자기도 모르게 질린다는 표정으로 탄성을 질렀다. 자동차로 꽉 막힌 6차선 도로, 그리고 자동차보다 열 배는 됨직한 괴물들이 행군을 하고 있다.
저것에 비한다면 그동안 번화가에서 보았던 괴물들의 무리는 애교에 불과하다. 2천? 아니, 3천? 정확한 수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엄청난 대군이다.
“여기도 장난 아니야. 와, 저런 건 만나면 그냥 꼼짝없이 죽는 거겠는데?”
보안관의 손에서 동전을 받아 쥔 삼식이와 신입도 각자 망원경에 눈을 갖다 붙이며 열심히 살펴보고 있다.
잠깐 동안이지만 그들이 노원 방향으로 길게 이어진 도로를 보며 깨달은 것은, 저쪽으로는 갈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몰려다니는 좀비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자신들이 있는 곳이 낮 시간에 인구가 많이 몰리는 동네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남이나 신촌 같은 데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면 그들도 꼼짝없이 발이 묶였을 것이다.
“자, 넋 놓고 있지 말고 일어나. 하루에 몇 개씩이라도 다른 루트를 따라 내려가 봐야 돼. 이 주변이 어떤 상황인지 알아야 하니까.”
둘레길 약도를 떼어 온 보안관이 실망감 때문에 축 처진 신입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디로 갈 거야? 에이~ 여기는 음료수가 별로 안 남았네.”
이왕 따놓은 자판기에서 음료수 몇 캔을 꺼내 가방에 담으며 삼식이가 물었다. 뭐만 봤다 하면 일단 챙기는 게 이제 버릇처럼 몸에 배어버렸다.
“세 군데를 생각하고 있어. 하나는 아파트 쪽, 하나는 여기, 그리고 화랑마을 쪽……. 이렇게 그냥 일반 동네로 이어진 곳이라면, 좀비들이 의외로 적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가 가리킨 방향은 지도로 보자면 2시와 5시, 7시 정도다. 먼저 아파트 6단지부터 살피기로 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내려가는 길의 모양이나 난이도는 아까 올라왔던 등산로와 거의 유사한 내리막길이었다.
길을 따라 30여 분을 쉼 없이 걷고 나니, 멀리 공원처럼 꾸며진 등산로의 입구가 보인다.
몸 여기저기가 떨어져 나가서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보이는 좀비 서넛이 마치 경비원이나 되는 듯 공원을 배회하고 있다.
물론 그 너머 큰길에는 훨씬 더 많은 놈들이 무리를 이루어 돌아다닌다. 혹시 좀비가 알아챌까 두려워진 세 사람은 서둘러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납작 엎드렸다.
“아파트 단지 쪽으로 엄청 들락거리네.”
가방 안에서 망원경을 꺼내 보던 삼식이가 말했다. 이 이상 더 다가가는 건 무의미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세 사람은 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서 왔던 길을 되짚어 올라갔다.
***
물을 끓일 때 쓸 거치대를 만들고 난 뒤, 유빈은 곧바로 제니를 위한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거치대 다리가 삐걱거리는 걸 보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비슷한 크기와 무게의 단단한 돌 세 개를 주워 모으고, 빨랫줄도 1.5미터 정도의 길이로 잘라 세 가닥을 준비했다.
빨랫줄과 묶어 연결한 돌에 청테이프를 단단히 감아서 매듭이 흔들리지 않게 하고, 그 위에 목장갑을 씌운 뒤 줄로 한 번 더 꽉 묶었다.
그렇게 돌과 연결된 빨랫줄 세 개의 반대쪽 끝을 한데 연결해 묶은 것으로 준비는 끝났다. 북미 원주민들이 쓰던 ‘볼라(Bola)’라는 무기다.
“어디…….”
제니가 빨래를 개고 있는 동안 1층에서 준비를 마친 유빈은 혼자 산 쪽으로 가서 그가 만든 무기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아직 효과가 확실히 보장된 게 아니라서 괜히 미리부터 제니를 들뜨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저 나무 정도면 괜찮을까?”
목표로 삼은 것은 5미터 정도 떨어진 나무. 두께는 사람 허벅지 정도 된다. 유빈은 길게 빼놓은 매듭을 잡고 머리 위로 빙빙 돌리다가 목표를 향해 던졌다.
원심력을 얻은 돌들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날아가다가 나무에 닿으며 휘리릭 감긴다. 처음 만들어본 것치고는 꽤나 그럴듯하다.
“좋은데? 이 정도면 좀 더 멀리에서도 되겠다.”
볼라를 나무에서 풀어 온 유빈은, 이번엔 서너 발짝 뒤로 물러난 뒤 똑같이 던져 봤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회전을 시키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놔주기만 하면 된다.
이번에는 조준이 조금 빗나가서 땅을 치며 떨어졌다. 그래도 크게 결함이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 연습을 해서 감만 몸에 익히면 될 것 같다.
이 무기의 장점은 적중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한쪽의 60센티 이상 되는 긴 줄이 쫙 펴진 채 날아가고, 그중에 어느 한 부분만 걸려도 그 뒤에는 무게추들이 알아서 감겨든다.
같은 자리에서 한 번 더 던져 보니, 이번엔 높이 조절에 실패했다. 그가 겨냥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걸린 볼라를 풀어내며 유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이거, 거리 조절이 의외로 어려운데…….
“그거 혹시 저 주려고 만든 거예요?”
나무에 얽힌 볼라를 풀고 있을 때, 뒤쪽에서 제니가 말을 건다. 집중하느라 그녀가 다가온 걸 몰랐던 유빈은 깜짝 놀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아~! 놀랐네.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오빠가 땅바닥에다 그걸 패대기칠 때부터? 줘봐요.”
“아, 그거 있지…… 돌릴 때 머리 조심하고, 요령이 뭐냐면…….”
유빈이 주의 사항을 말해주기도 전에 제니는 머리 위로 힘차게 볼라를 돌리다가 던졌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볼라는 유빈이 딱 목표로 삼았던 곳, 나무의 밑동을 정확히 때리며 휘리릭― 감긴다.
‘어때요―?’ 하는 얄미운 표정으로 유빈을 돌아본 제니가 얽혀 있는 볼라를 풀면서 묻는다.
“요령이 뭐라고요, 오빠?”
“아니, 뭐…… 네, 잘하시네요.”
기가 죽은 유빈이 힘없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