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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열화지옥 (7) (75/449)


75. 열화지옥 (7)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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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조금 고도를 낮추자 좀비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화면을 채운다. 불과 사흘 전만 해도 싱싱한 젊은 생명이었을 몸뚱이들이 지금은 썩어 문드러진 채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역사는 나를 뭐라고 기억할까?”

린드버그가 혼잣말처럼 질문을 던지자, 그의 곁에 서 있던 국무장관이 대답했다.

“국난 속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가능한 한 많은 미국인을 구한 대통령이라 기억할 겁니다, 각하.”

“자국인의 머리 위에 불벼락을 내린 미치광이가 아니고?”

린드버그가 자조적으로 말하자, 그의 스탠포드 동창이기도 한 국무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존스, 저들은 더 이상 미국인이 아닙니다. 좀비들일 뿐이에요.”

이성적으로는 그의 말이 옳다는 걸 린드버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 염병할 좀비들은 대부분 금발의 20대들이고, 잠시 후 피폭 지역에 포함될 펜사콜라 만 일부의 도심지 건물 내에는 아직 많은 생존자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 역시 똑똑히 인지하고 있다. 그것이 그를 괴롭게 했다.

“네이팜을 쓰면 그 좀비들과 세균이 정말 청소가 되기는 하는 거고?”

“섭씨 1,500도 이상의 화염과 고온이니까요. 그것들이 이리듐 기반 생명체가 아닌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무전기에서 FA―18 편대의 보고가 울렸다.

― 벌집, 벌집. 여기는 슈퍼 호넷 1호기. 2분 뒤 펜사콜라 만에 도착한다. 최종 폭격 승인을 요청한다.

라디오를 타고 전해지는 편대장의 목소리에서는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작전의 총책임자로 임명된 함장은 잠시 가볍게 한숨을 쉰 뒤에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승인한다. 반복하겠다. 승인한다.”

― 승인 확인했다. 라져. 백 투 스쿨 파이어 세일. 지금부터 시작한다.

하여간 국방부 놈들은…….

린드버그는 체념한 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우울한 작전의 이름을 붙이는 데에도 미친 유머 감각을 포기하지 못하는 놈들이라니…….

방학이 끝나가는 시기, 전국의 상점들이 모든 것을 반값에 후려칠 때쯤이면 휴양지는 텅 비어 버린다. 펜사콜라의 좀비들을 모두 태워 버리는 일을 파이어 세일에 비유한 것이다.

드론은 호넷의 폭격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다시 고도를 높였다. 드론이 비추는 펜사콜라 해변이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멀어졌을 때, 아래쪽으로 호넷이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곧바로 지도 위에 엄청난 크기의 불길이 일었다. 호넷이 투하한 네이팜탄이 성공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8마일 길이의 아름다운 해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화면 가득히 잡히는 것은 노랑과 빨강, 검정으로 이루어진, 이글거리는 화염뿐이었다.

펜사콜라 비치를 지나쳐 나바레 지역으로 날아간 두 번째 편대가 또다시 네이팜탄들을 투하하자, 이내 그곳 역시 불꽃으로 뒤덮였다.

그러는 동안에도 장차 이루어질 구출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어줄 예정인 걸프 브리즈 다리와 쓰리 마일 브리지는 교묘하게 피폭을 피해 보존되었다.

마지막으로 호넷들은 고도를 낮춰 날며 펜사콜라 만을 향해 기수를 돌렸다.

이제 그들이 목표로 해야 하는 것은 지금까지처럼 야트막한 목조건물들이 늘어선 휴양지가 아니라,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주거지역이다.

세워둔 계획대로라면 불길의 경계는 세르반테스 거리가 될 것이고, 그 아래쪽 세로 10여 개, 가로 40여 개의 블록들은 신형 네이팜 G탄에 의해 모두 섭씨 1,600도까지 올라가는 불지옥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이 계획 속에서 예상되는 콜래트럴 대미지는 약 4만 5천여 명. 여름이어서 관광객이 몰려 있던 시점이었고, 덕분에 피해자의 수는 몇 배나 늘어날 전망이다.

‘신이여, 용서해 주소서.’

린드버그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아무 성직자라도 붙들고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한 작전을 펼친 이유에 대해 길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미 동부를 기점으로 하여 대규모의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것은 불과 사흘 전. 보스턴부터 시작해서 필라델피아로, 그리고 곧이어 뉴저지와 뉴욕에까지…….

좀비라는 검색어가 갑자기 수천 배 이상 급증했다는 보고를 구글로부터 받는 것과 거의 동시에, 바이러스는 미 전역으로 확산되어갔다. 손을 쓸 시간도 부족했고, 방법도 없었다.

그리고 어젯밤 국방부에서는 앞으로 사흘이 더 지나면, 대도시의 빌딩 속에 갇혀 있는 모든 시민들이 결국 갈증을 이기지 못해 물을 찾아 좀비들이 가득한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광활한 중서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미국인들이 좀비로 변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제 밤새 계속된 회의 끝에 플로리다의 펜사콜라 비치를 제1작전지로 확정했다.

첫 단계는 그곳을 네이팜으로 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 쉘터를 만든 뒤, 쓰리 마일 브리지를 건너 플로리다 도심으로 진입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며 구조된 시민들을 후송하기로 했다.

펜사콜라가 시뮬레이션의 최적지로 선정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먼저, 인구가 밀집된 뉴욕과 물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성공을 확인한 즉시 본 작전에 돌입할 수 있다.

둘째, 거의 모든 건물이 나무로 지어진 낮은 집들이어서 불 청소의 효과를 확실하게 볼 수 있다.

셋째, 동부 해안 도시치고는 인구의 밀집도가 낮은 지역이어서 부수적 피해자의 수가 적다.

만약 이 작전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 즉시 스케일을 확장하여 뉴욕 구조 작전을 펼쳐야 한다.

진입 방법은 동일하고, 루트는 존스 비치를 정화한 후, 롱 아일랜드를 차례로, 더 나아가서는 퀸즈와 맨해튼까지 2일 내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좀비들의 대형 웨이브를 만나게 될 경우, 물러나서 재정비를 도모할 수 있는 퇴로와 거점을 네이팜으로 확보해 두는 데 있다.

그리고 다리라는 좁은 공간을 사이에 둔 채 좀비들과 대치함으로써 포위되는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 파이어 세일이 모두 끝났다. 말벌들은 벌집으로 돌아가겠다.

“알겠다. 귀환을 허락한다.”

린드버그와 각료들이 저마다의 상념에 빠져 있는 동안, 가지고 간 모든 폭탄을 쏟아부어 펜사콜라 만 주변을 온통 뜨거운 화염으로 뒤덮어 버린 호넷의 편대장이 임무 완료를 보고했다.

그 순간, 드론의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장면은 불길이 치솟는 링컨 파크의 잔디밭에서 불덩어리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수천의 좀비들이었다.

주변의 온도가 1,300도를 넘어서자 두개골을 비롯한 좀비들의 뼈가 순식간에 바스러지기 시작했고, 사람 크기의 불덩어리들은 여러 쪼가리로 갈라져 큰 화염 속에 삼켜졌다.

“그래도 성공입니다, 각하. 이제 불길이 가라앉기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화면을 보고 있던 국방장관과 함장이 바짝 굳어 있는 린드버그를 위로했다. 이제 온도가 내려갈 때까지 하루를 보내고 해병대와 상륙정을 투입하기만 하면 구출 작전은 절반 이상 완료되는 것이다.

“그렇군. 여러분, 수고 많았습니다.”

린드버그도 관제 센터 내의 장군들과 장관들, 그리고 승조원들을 돌아보며 힘겹게 격려의 인사를 했다.

하지만 화면만 보아서는 절대 알 수 없던 아주 중요한 사실을 그들은 놓치고 있었다. 좀비들의 몸을 둘러싼 불길이 1,300도를 넘었을 때, 잘게 부서지며 타오른 그 세포들은 이전과 뭔가 달라져 버렸다.

관점에 따라서는 진화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한, 그런 종류의 변화였다.

***

다음 날 이른 새벽, 펜사콜라 해변의 검게 그을린 모래 위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딘 병력은 노스캐롤라이나의 캠프 러전에서 출발한 미 해병 특별 전투단 소속의 해병들이었다.

멕시코 만의 파도를 가르며 한 시간 가까이 물 위를 내달린 수십 대의 상륙돌격장갑차 AAV―P7A1이 펜사콜라 비치의 동쪽 끝자락에 도착하자, 상공을 선회하며 정찰 중이던 해병 전용 바이퍼 헬기로부터 축하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 셈퍼 피! 여기는 줄루 코브라 7! 상륙을 허가한다. 방해물은 없다. 깃발을 꽂는 건 언제나 우리 데빌 독스지!

“Semper Fi! 고맙다! 줄루 코브라 7! 2마일 더 전진한 후 해병들을 상륙시키겠다.”

― 라져! 경계 근무에 들어가겠다.

바이퍼는 크게 선회한 뒤 해변의 반대편 끝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네이팜의 후폭풍으로 인해 해변에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상륙정 안의 모든 해병들은 자신이 이 작전의 첫 번째 상륙자로서 성조기를 꽂는 대신에, 바이퍼 헬기들의 작전 반경이 쓰리 마일 브리지 남쪽으로만 제한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덕분에 지금 다리 건너편의 펜사콜라 만 상공을 지키고 있으며, 후일 이 주민 구출 작전의 가장 큰 지원 화력으로 기록될 이름은 육군의 아파치가 될 예정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고! 고! 고!”

하지만 사진으로 남는 것은 역시 영토를 수복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가장 앞서 달리던 상륙정의 해치에서 뛰어내린 일곱 명의 병사들은 거대한 성조기를 들고 빠르게 달려 나갔고, 열네 명의 리포터, 카메라맨, 사진작가들이 그 뒤를 급히 쫓았다.

미리 지정해 뒀던 모래 언덕 위에 성조기를 세우고,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기 시작하자 카메라 플래시가 정신없이 터졌다.

“우와! 여기가 정말 좀비들이 우글대던 곳 맞나?”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젖은 도로 위에 발을 내디디며 어린 해병 하나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뒤의 동료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덧붙였다.

“난, 그보다 여기가 미국이라는 게 더 신기해.”

그 말대로 네이팜탄이 휩쓸고 간 주변에는 문명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불에 타서 숯처럼 돼버린 목재 기둥의 잔해들이 가끔씩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에 산산이 흩어져 버린 지 오래다. 완전연소를 통해 재가 됐을 좀비들의 흔적은 말할 것도 없다.

예정보다 조금 더 빨리 표면 온도가 식어버린 펜사콜라 해변에는 그저 검게 탄 모래에 푸른 파도가 부딪치며 포말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한 대당 21명씩 총 400의 병력과 장비들을 쏟아낸 상륙돌격장갑차들은 해변을 가로지르며 반마일 북쪽으로 달려간 뒤, 나란히 늘어섰다.

혹시라도 다리에 문제가 생기면 이 상륙정들이 생존자를 수송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구우우웅―

해병들이 쓰리 마일 브리지 앞에 바리케이드와 기관총 발사대를 설치하는 동안,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섯 기의 거대한 C―17글로브마스터 수송기는 해변의 긴 서쪽 도로를 활주로 삼아 차례로 착륙하고 병력들과 장비를 내려놓았다.

쿠르르릉―

여덟 개의 바퀴가 달린 차륜형 장갑차 스트라이커들이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글로브마스터의 배 속으로부터 달려 나와 곧바로 다리 경계 임무에 들어갔고, 그것의 엄호 아래 보병과 공병들이 차례로 쏟아져 내렸다.

한산하던 해변은 순식간에 군인들의 구령과 엔진 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공병들이 임시 막사를 치고 글로브마스터가 원래 그들이 소속되어 있던 뉴욕 방위군으로 돌아간 다음에는, 컨테이너를 와이어로 매단 채 날아온 치누크들이 파티에 합류했다.

이 작전 기간 내내 임시 작전 본부로 사용될 장교용 컨테이너가 땅에 내려지자, 공병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위치를 조정한 후 전산 장비를 설치했다.

씨이이잉―

약 700여 명의 병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다리 건너편 번화가와 나바레 구역을 담당하고 있는 아파치와 블랙호크는 쉴 새 없이 하늘을 오가며 혹시 다가올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했다.

그때의 시간이 동부 기준으로 04시 50분.

여름의 절정에 들어간 태양은 이른 시간부터 높이 떠올라 대지를 뜨겁게 달굴 채비를 하고 있었다.

작전의 총책임자인 트로이 중장이 블랙 호크를 타고 날아온 것은 그로부터 세 시간이 지난 뒤였다.

“좋아!”

굵은 시가를 물고 땅에 발을 내린 그가 감탄으로 첫마디를 연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작업 속도 때문이었다.

아무리 중장비를 갖춘 공병대가 공수되었다고는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8마일에 달하는 북쪽 해변 전체에 철책과 바리케이드를 2중으로 세우고, 수천의 대피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조립식 막사 건설까지 거의 다 마무리했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속도였다.

“장관이구만! 아주 빠르게 잘 진행하고 있어!”

트로이 중장은 헬기를 마중 나와 보고하는 해병 중령의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시간이 관건이었으니까요.”

그와 함께 내린 참모 개리슨 대령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한다.

다수의 자국민이 희생당할 것임을 빤히 알면서도 서둘러 이 지역을 네이팜으로 불 청소한 것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훗, 자네는 너무 눈이 높아, 개리슨. 칭찬도 좀 해주게. 안 그런가, 해병? 잘하고 있지?”

“넵! 장군님! 잘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작전 본부를 향해 걸어가면서 트로이 중장은 경계를 서는 해병들과 계속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넸다.

“오! 저건가? 2세대 헐크라는 놈이?”

외골격 강화 슈트를 걸친 채 무장한 육군들이 열을 맞춰 걸어가는 걸 보면서 트로이 중장은 호기심을 보였다.

록히드 마틴이 겨우 납품 시기를 맞춰 육군에게 공급한 차세대 강화 아머는 다리와 허리에만 사용되던 전작들과 달리 두 팔까지도 외골격 갑옷이 보조를 해주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군인들로부터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있었다.

1세대 복합 적재―수송 장비(Human Universal Load Carrier = HULC)가 그저 좀 더 많은 등짐을 지고 오랫동안 산길을 달리게 도와주는 것이라면, 이번에 개발된 2세대는 두 팔에도 강력한 힘을 부여해 줌으로써 전투 장비에 훨씬 가까워졌다.

출력도 이전 모델에 비해 30% 늘어나서 착용자는 별다른 힘을 쓰지 않고도 120킬로그램까지 메거나 들어 올릴 수 있으며, 그러면서도 충전지 연속 사용 시간은 96시간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전방을 둘러보니 헐크를 착용한 병사들이 커다란 자재 박스를 두 손으로 들어 옮기고 있다. 박스당 80킬로그램이 넘는 물건들이지만, 아무도 인상을 쓰거나 힘겨워하는 사람은 없다.

“공사 시간을 단축한 게 저 장비 덕인가?”

컨테이너 세 개를 연결해 만든 작전 본부에 들어온 뒤에도 여전히 헐크에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며 트로이 중장이 물었다. 근무병으로부터 커피 두 잔을 건네받은 개리슨이 그중 한 잔을 전해 주면서 대답했다.

“기여도가 없지는 않을 겁니다. 육군에서는 오늘 작전에 200기를 공급했고,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실적이 나와야 대량 계약을 끌어낼 수 있을 테니,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도 아마 절박할 테고요.”

“저 정도 힘이면 잠겨 있는 문을 그냥 뜯어낼 수 있을 테니, 도심 수색 작업을 하는 동안 그건 편하겠군.”

“글쎄요, 장군님. 저라면 저런 걸 걸치느니 그냥 예전에 하던 대로 샷건을 쓸 것 같습니다.”

“하하, 개리슨. 좀 긍정적인 면을 보라고. 읍, 이 커피는 너무 써서 무슨…… 벌을 받는 것 같은 맛이군. 이봐, 설탕 있나?”

트로이에게 설탕을 건네려던 당번병이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젖힌 채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참아보려 애를 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쿨럭, 쿨럭, 큽, 죄, 죄송합니다, 장군님.”

“아니, 괜찮아. 그런데 자네, 감기가 심하군. 언제부터 아팠나?”

“아닙니다! 멀쩡합니다!”

훗, 트로이는 고개를 저으며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 감기 따위로 엄살을 부리면 자헤드가 아니지.”

“그러나 확실히…….”

창가에 서서 바깥을 살피던 개리슨이 중얼거렸다.

“기침을 하는 병사가 눈에 많이 띄기는 하는군요. 캠프 러전 취침 시 막사 에어컨 온도를 좀 올려두라고 말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

말을 다 맺는 것도 잊을 만큼 개리슨이 심각해졌다. 건너편 막사 앞에서 기침을 하고 있던 의무병 때문이었다.

“쿨럭! 쿨럭! 쿨럭! 큭!”

격하게 기침을 해 대던 의무병은 결국 그 자리에 쓰러져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엑! 우욱!”

짙은 녹색의 토사물들을 쏟아내던 의무병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그리고 움직임이 멈췄다.

‘설마…….’

개리슨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에 찬 권총을 꽉 쥐었다.

1초, 2초…….

긴장 속에서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른다. 맥없이 고꾸라져 있던 의무병이 다시 일어난 건 10여 초가 지난 후였다.

“휴우~”

사람을 놀라게 하는군. 모자란 녀석, 고작 감기 따위로……. 개리슨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권총집에서 손을 떼었을 때, 의무병이 꾹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눈동자가 하얗다!

“젠장!”

개리슨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오기도 전에 의무병은 창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며 입을 쫙 벌렸다.

그롸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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