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6. 기갑부대 (2) (66/449)


66. 기갑부대 (2)
2021.11.05.


16554459569847.png

“넵, 착석했습니다!”

분대장이 대답했다. 진우는 전면 위쪽에 설치된 카메라와 마이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아마 저걸로 보병 탑승 구역의 정보를 전달받는 모양이다. 소위는 위엄을 강조한 특유의 군인 톤으로 작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 이미 다들 들었겠지만, 우리는 현재 위치로부터 10킬로미터 북방의 초곡리까지 이동로를 개척하고 현지의 주유소를 확보한다. 제군들이 지금까지 어떤 훈련을 받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20기계화보병사단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 지금 이 시점부터 실패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 이것을 항상 명심하고 실수 없이 행동한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우렁차게 대답은 하지만, 속이 꼬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젠장, 좀비들을 깔아뭉갠 건 잘나신 네가 아니라 한 대 가격이 40억에 육박하는 이 비싼 쇳덩이라고……. 정작 너희는 좀비들이랑 얼굴을 맞대고 싸워보지도 않았잖아.

보병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그런 불만이 새겨져 있었다.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장갑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전방의 스크린은 녹색의 열화상 화면으로 바뀌었다.

3중으로 쳐진 바리케이드가 열리고 그 사이를 천천히 빠져나간 장갑차들은 시속 40킬로미터까지 속력을 높였다.

내비게이션에도 찍히지 않고, 표지판도 없는 발전소 전용 진입로를 지나 일반 도로로 접어들자 장갑차 내부의 병사들은 조금씩 긴장하기 시작했다.

철갑으로 단단히 둘러싸여 있다고는 하지만, 고립되었다는 압박감과 이 안에 갇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그들을 짓누르는 것이다.

이미 발전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탱크로 정리한 것인지, 도로 위의 자동차들은 중앙 차선을 기점으로 해서 한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장갑차는 미리 정해진 라인을 따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다.

엉덩이에 전달되는 진동과 가만히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시원치 않은 에어컨만 제외하면, 지하철을 타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열려 있는 포탑의 뚜껑으로 가끔 불어 들어오는 바람조차 청량함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녹색과 검정, 흰색만으로 이루어진 뿌연 화면이기는 해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바깥세상 풍경에 열중해 있던 병사들은 어느 순간부터 흥미를 잃고 그저 비닐 스트랩을 잡은 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다.

모든 조명이 꺼진 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죽어버린 마을의 모습은 그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씨발, 우리 동네도 지금 이렇겠지?”

김 상병이 담배 생각이 절로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 생각, 친구들 생각이 간절하다.

삼척로를 따라 올라가며 가끔씩 만나는, 민가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를 찾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좀비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걸까? 설마 어제 내가 머리를 터뜨려 쓰러뜨린 좀비들 중에 이 동네에 살던 주민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걸까……. 진우의 머릿속에 어젯밤 김 상병이 블랙 유머처럼 던지던 말이 떠올랐다.

- 말하자면 우리가 이 지역 주민들을 전부 몰살시킨 거야.

그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있을까, 제기랄.

컹컹컹―

어디에선가 개들이 짖어 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크르르릉.

한참을 달리던 장갑차가 방향을 트는가 싶더니, 속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 후, 화면에 비춰진 거리는 혼란의 기록, 그 자체였다.

서로 들이받은 채 멈춰 있는 자동차들은 문이 열리거나 유리가 깨어진 채 버려져 있고, 엉망으로 부서진 상가에는 형편없이 뜯겨 나간 시체들이 드문드문 걸려 있다.

― 충돌에 대비하고 손잡이 꽉 잡는다. 실시.

스피커에서 명령이 들려왔다. 진우와 김 상병은 한 손을 들어 위쪽에 매달린 비닐 손잡이를 꽉 움켜쥐면서 명령을 복창했다.

쿠쿠쿵!

장갑차가 잠시 흔들리면서 저항을 받는 게 느껴졌다. 이어 끼기기긱―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체보다 넓게 보강해 놓은 앞쪽의 장갑판이 도로를 막고 세워진 자동차들을 천천히 옆으로 밀어내고 깔아뭉개며 나아간다.

그들이 마주한 방향에는 비록 한적하기는 하지만 그나마 번화가라고 부를 만한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낚시용품 가게와 매운탕 간판이 걸린 식당들, 횟집과 노래방, 전국 어디를 가도 있는 중국집과 김밥천국 같은 것들이 즐비하다.

민박 간판이 여기저기 정신없이 걸려 일상의 향기를 풍기는 도로를 100여 미터쯤 더 들어가자, 처음 만난 사거리 우측으로 주유소 건물이 보인다.

끼기기기기―

방향을 틀어가며 자동차들을 밀어내고 공간을 확보한 1호 장갑차가 좌측으로 비스듬히 틀어 정차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미루어 보건대, 뒤따르던 두 대의 장갑차과 유류 운반차도 근처에 멈춰 서고 있는 모양이다.

위이잉―

요란한 모터 소리와 함께 보호 칸막이 내부에서 포탑이 회전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09시 시야 확보!

사수의 보고가 있자 차장이 스피커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

― 목적지에 도착했다. 해치가 완전히 열리면 신속하게 하차하고, 그 즉시 12시 방향을 향해 경계 태세에 돌입한다! 1분대 전원 하차!

“하차!”

복창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기이잉― 하는 모터 소리와 함께 후면의 해치가 아래로 내려간다.

젠장, 잘난 척하고 싶어서 어지간히 안달이 났군…….

가장 뒷줄에 서서 하차 순서를 기다리며 진우는 빠득, 이를 갈았다.

저희들끼리는 무슨 정보가 있었으니 이 오밤중에 사람들을 여기까지 끌고 왔을 테지만, 정작 좀비들과 싸움을 담당할 보병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타라면 타고 내리라면 내려야 한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할리우드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내가 무슨 임무를 맡았는지, 현지의 지형은 어떤지, 적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 미리 통보를 받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최소한 이렇게 밖으로 튀어나가라고 하기 전에 후방의 영상을 보여주는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텅― 텅―

아스팔트에 닿은 두꺼운 강철 해치를 밟고 뛰어나간 병사들은 장갑차 전방으로 돌아가 버릇처럼 엎어지며 경계 자세를 취했다.

차갑게 식은 주유소 바닥이 배에 닿고 바닷가 특유의 비릿함이 실린 공기를 맡자 숨이 다 트이는 것 같다.

장갑차의 전방에 위치한 헤드라이트와 포탑 위에 설치된 제논 램프가 켜져 있어서 주변 시야가 어둡지는 않았다.

2호차와 3호차에서 뛰어내린 병사들도 각각 여섯 시와 아홉 시 방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엎드렸다.

그 이후에 뭘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그저 침묵 속에서 현재 위치를 고수하고 있어야 했다.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이 고요함 속에 번져 갔다.

탁탁탁.

유류 운반차에서 내린 병사들이 길고 굵은 호스와 장비를 들고 제논 램프가 환히 밝힌 주유소의 우측으로 뛰어가 기름 저장고의 뚜껑을 연다.

추가 달린 실을 넣어 보관된 기름의 총량을 기록한 뒤 모터를 가동시키자, 유류 운반차는 위이잉― 하는 소리를 내며 기름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야, 박 이병. 저것 좀 봐.”

김 상병이 오른편의 주유소 건물 쪽을 턱으로 가리키며 귓속말을 건넨다. 진우가 곁눈질을 해보니 내부가 훤히 비치는 유리창 너머에는 꽉 들어찬 음료수 냉장고와 과자가 잔뜩 걸린 판매대가 있다.

“배…… 고프십니까?”

진우가 물어보자 김 상병이 바보 소리 말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과자도 좋지만, 그 옆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좀 보라고, 이 등신아! 죽이잖아!”

김 상병이 말한 건 올림픽 특수를 미리 대비한 콜라 광고였다. 등을 맞대고 선 핑크 펀치 두 명이 빨간색 치어리더 복장을 하고, 메가폰과 술이 달린 응원 도구를 흔들고 있다.

주름치마의 길이는 20센티를 넘지 않을 것 같고, 탱크톱 위로 도드라진 곡선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게다가 어렸을 때 보았던 유치한 홀로그램처럼, 보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모델들의 팔과 다리 모양이 달라진다.

윙크를 하듯 오른 눈과 왼 눈을 번갈아 감아가며 포스터를 감상하느라 여념이 없는 김 상병을 내버려 두고, 진우는 다시 전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시궁창 냄새가 섞여 있지 않은 걸 감안하면, 이쪽에서 대규모 좀비들이 몰려올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심스러워서 손해를 볼 일은 없다.

그래도 조금 전에 보았던 그 포스터가, 그 포스터 속에 가득 담긴 평화롭고 즐거운 일상의 유혹적 메시지가 가슴을 흔드는 것만은 피하기가 어려웠다.

“씨발, 뜯어 오고 싶다.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갔다가 몰래 가져올까?”

한참 넋을 놓고 포스터를 바라보던 김 상병이 정말 분하다는 투로 속삭였다.

고개를 돌려 장갑차 쪽의 눈치를 살피며 진우가 만류했다.

“그만두시지 말입니다. 괜히 시범 케이스로 걸릴지도 모릅니다.”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데, 어차피 버려질 사진 보면서 딸딸이 한 번 치겠다는 게 무슨 그렇게 큰 죄냐?”

김 상병이 포스터의 용도를 너무 적나라하게 고백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진우는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위이잉― 크르릉―

기름을 퍼 올리는 펌프의 모터 소리와 장갑차의 엔진 소리가 워낙 시끄럽게 울리고 있어서 웃음소리가 났다고 해도 들킬 것 같지는 않았다.

“죄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괜한 말썽이 일어날까 봐 두려운 진우가 김 상병을 설득하려 할 때, 새로운 동료가 참전의 의사를 밝혀왔다.

“그래, 뜯어 오자. 내가 앞에서 시선을 가려준다.”

깜짝 놀란 김 상병이 고개를 반대로 돌리자, 녹색 견장을 단 작대기 네 개가 커다란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말을 하고 있다. 새로 편입된 분대의 분대장이다.

분대장은 마치 중요한 작전 명령을 전달하는 것처럼 김 상병과 진우의 곁에 쪼그려 앉아서 콧김을 뿜으며 얼토당토않은 제안을 건넸다. 이런 상황이 되자 오히려 김 상병이 당황한다.

“지…… 진담이십니까, 병장님?”

“당연하지, 이 새끼야. 나부터 시작해서 하루씩 우리 분대 안에서만 돌리자.”

김 상병은 난데없이 끼어든 놈에게 여자 친구를 빼앗긴 사람처럼 억울한 표정이 되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두 번째 순서가 낫다는 결론에 이른 모양이다.

“존경합니다, 분대장님!”

둘이 합쳐 작대기 일곱 개면 이제는 말릴 수 있는 계급의 레벨을 넘어버렸기에 진우는 입을 꾹 다물고 전방만 주시했다. 김 상병과 분대장은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작전 개시 시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포스터 한 장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열의가 생기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목숨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 놓여 있다는 의미였기에 진우는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내가 화장실 간다고 하면 다들 손들고 따라와라.”

병장이 제안했다.

“너랑 너, 그리고 너랑 내가 한 조다.”

“저…… 그런데 말입니다, 화장실 방향이 그쪽이 아니지 말입니다.”

김 상병이 다급하게 계획이 수정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 말대로 화장실은 매점이 있는 주유소 건물 입구와 정반대 방향에 배치되어 있다. 한밤중에 좀비들과 대치하러 나서면서 위장크림을 바르는 소위가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기라고 허락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병장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젠장’을 연발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병장은 계속 팔 동작을 크게 해서 전방 이곳저곳을 가리키는 척을 하거나 다시 자기 위치로 갔다가 돌아오는 등, 뭔가 중요한 작전 명령을 하달하는 흉내를 내고 있다.

멀리서 보면 아마 고참이 달려와 이등병의 실수를 바로잡아 주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아예 매점을 털어 오겠다고 말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저쪽도 목이 마를 텐데.”

병장과 같은 내무반 소속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병 하나가 진지하게 제안했다.

병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러면 민간에 피해를 끼치는 건데, 우리끼리만 있다면 모를까, 보는 눈이 많아서 그런 걸 허락해 줄 리가 없어. 저 소위 딱 보니까 인사고과에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은데…….”

태도만 보면 엄청 진지해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작전 회의를 하는 분위기지만, 이보다 더 비생산적인 토론이 있을까 싶다.

이것에 비하면 예전에 생활관 내부로 소주를 몰래 들여오기 위해 했던 논의는 품격까지 느껴질 수준이다.

전방과 장갑차 포탑의 눈치를 번갈아 보면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진우에게 병장이 묻는다.

“어이, 너 이병. 괜찮은 아이디어 없냐? 무슨 말이든 좋으니까 일단 해봐.”

“이병 박진우, 정말 아무 말이라도 드려도 됩니까?”

“응, 그래.”

“저, 죄송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지 말입니다. 저한테 핑크 펀치 화보집이 있는데, 그냥 그걸 돌려보면 안 되겠습니까? 최신입니다.”

“그건 안 돼.”

보물을 나누겠다는데도 병장과 김 상병은 한목소리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이건 말이지, 농담으로 시작했지만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 된 거다. 쟤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포스터를 가져옴으로써 우리를 좃으로 취급하는 저기 저 잘나신 장교 나리한테 한 방 먹이는 거라고.”

“그런 겁니까?”

“당연하지!”

김 상병이 대답했다. 그런 거라면 진우도 협조할 의향이 있다. 주변 상황을 감안해서 빠르게 머리를 굴려 작전을 짜낸 진우가 말했다.

“저한테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세 명이 반색하며 귀를 기울이려 들 때, 포탑 위의 소위가 고개를 돌리다 뭉쳐 있는 진우 일행을 발견하고 소리를 지른다.

“거기! 너희 넷! 뭐하나!”

“신병에게 전방 경계 요령을 숙지시키는 중입니다!”

병장은 준비했던 대답을 크게 외쳤다.

소위는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잔뜩 거들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군인이라면 그런 건 미리 다 떼고 전장에 나와야 한다! 자기 위치로!”

저렇게 재수 없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이제는 정말 물러날 수 없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병장 일행에게 진우가 서둘러 속삭였다.

“이따가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신호? 무슨 신호인지를 알아야지.”

“확실히 아시게 될 겁니다.”

병장은 미심쩍다는 얼굴로 돌아갔다. 잠시 후, 기름 펌프 팀이 가동을 중단하고 호스를 빼서 유류 운반차로 돌아가자, 소위는 분대원들에게 장갑차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진우는 미리 풀어놨던 수통을 바닥에 두고 일어났다. 잠시 눈치를 보던 진우는 워커 뒤꿈치로 힘껏 수통을 걷어찼다.

물이 가득 들어 있던 수통은 바닥을 미끄러지며 뒤쪽을 향해 날아가다가 스테인리스로 된 주유기에 맞고 큰 소리를 내며 울렸다.

텅―!

소음이라고는 단조롭게 울리는 장갑차 엔진 소리뿐, 온통 사방이 고요한 상황이었기에 그 소리는 충분히 크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장갑차 포탑에 올라앉아 있던 지휘관은 물론이고, 아무 생각 없이 장갑차에 다시 오르려던 다른 분대원들까지도 깜짝 놀라 저절로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일을 저지른 범인인 진우와 김 상병은 재빨리 소총을 겨누고 돌아서며 ‘꼼짝 마!’를 외쳤다. 신호를 알아차린 병장 일행도 재빨리 뛰어와 진우의 옆에 서며 경계 태세를 갖추는 척했다.

“좋은데? 뭘 찬 거냐?”

병장이 눈도 돌리지 않으면서 속삭였다.

진우 역시 조준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제 수통입니다.”

“잘했어.”

무슨 일인지를 알고 있는 1분대 병사들과 달리, 급하게 포탑을 돌린 소위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위엄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소위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상황 보고해.”

위장크림 덕에 그가 입을 벌릴 때마다 이만 하얗게 반짝거린다.

“주유소 건물 내부에서 뭔가 움직였습니다!”

“확실한가?”

“넵! 가판대 안쪽으로 뛰어가는 걸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병장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이 사람도 똘끼로는 김 상병 뺨치겠다고 진우는 생각했다.

16554459569854.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