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기갑부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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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기갑부대 (1)
2021.11.04.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유빈은 자신이 했던 말을 되짚어봤다.
……하긴 했네…….
이 세상에 어떤 새끼가 자기 여자를 남한테 맡겨? 이 개새끼들아!-
하지만 듣는 사람이 오해하도록 그렇게 말의 앞뒤를 끊어먹고 전하면 안 되지…….
유빈이 당황스러워서 제니의 눈을 보니 장난기가 떼굴떼굴하다. 게다가 신이 난 삼식이까지 거들고 나섰다.
“성욕이 우정을 앞질러 버린 건가? 후후, 욕으로 협박하고 억지로 자기 여자로 만들다니, 유빈이 제법이군. 으음, 얼마나 무리를 했으면 쌍코피까지 철철 흘리면서…….”
아, 내 주변에 나를 등신 취급하지 않는 사람은 정녕 없다는 말인가…….
유빈은 한숨을 내쉬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보안관을 향해 돌아섰다.
“그게 아니야……. 실은 말이지…….”
이성과 분노가 너무 심하게 충돌해서 이미 뇌가 통제를 상실한 보안관의 눈에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울고 있는 제니를 삼식이가 안아주던 모습을 볼 때의 그 눈이다. 유빈은 웃옷을 까고 바지를 걷어 올리며 사정을 해봤다.
“야, 좀 봐줘! 나 칼도 맞았고, 다리도 다 찢어져서 지금 죽기 직전이야.”
보안관이 커다란 주먹의 뼈를 꺾어 우두둑,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괜찮아. 죽으면 고통은 없어.”
“……그래, 죽여라. 이 나쁜 것들아!”
자포자기한 유빈은 보안관이 헤드록을 걸기 편하도록 고개를 숙이고 목을 쑥 내밀어줬다.
보안관이 땀 냄새가 가득한 겨드랑이로 유빈의 얼굴을 옥죄고 유빈이 과장되게 비명을 지르는 동안, 삼식이와 제니는 손뼉을 치며 웃어 댔다.
그건 그들만의 방식으로 벌이는 생존 축하의 의식 같은 거였다.
돌아가는 길은 한결 쉬웠다. 유빈과 삼식이 둘이서 한쪽 끝을 꽉 잡고, 보안관과 제니가 차례로 건너가고, 그다음엔 유빈, 삼식이의 순서로 건너갔다.
그러면 언제나 철책의 한편은 남자 두 사람의 체중이 지탱해 주니까 굳이 끈을 난간에 묶거나 하느라고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
보안관이 떼를 쓰는 바람에 유빈은 제니와 연결되어 있던 빨랫줄을 녀석에게 넘겨주고, 첫 번째 건물에서 챙겨 온 빨랫줄로 삼식이와 자신을 묶었다.
“제니야, 이 새끼냐? 유빈이 옆구리에 빵꾸 낸 놈이?”
문제의 건물 옥상에 다다랐을 때, 목이 부러져 죽어 있는 스포츠머리의 시체를 발견한 보안관이 분을 참으며 물었다. 제니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칼로 찌른 사람은 떨어져서 죽었어요. 이 사람도 한패이긴 했지만요.”
“아으, 개새끼들!”
보안관은 콧김을 내뿜으며 스포츠머리의 시체를 번쩍 들고 가 3층 아래로 내팽개쳐 버렸다. 80킬로그램은 족히 될 놈이었지만, 화가 잔뜩 난 보안관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야, 뭐하러 그런 일에 힘을 써? 이미 죽었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빈은 보안관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보안관은 유빈과 제니가 목숨을 위협받고 있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시체가 떨어져 내린 방향을 향해 삼식이가 침을 탁, 뱉는 것으로 두 친구의 부관참시는 끝을 맺었다. 네 사람은 골목의 끝까지 이동한 뒤, 옥상 위에 철책을 내버려 두고 한산한 틈을 타서 아래로 내려왔다.
다음에 올 때 철책 하나만 더 가져온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이편의 건물들 위를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지하 통로 계단을 달릴 때, 유빈이 절룩거리면서 신음 소리를 내자 보안관이 가방을 받아 들고 삼식이와 양쪽에서 부축을 해줬다.
역의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더 챙기고 어둑해진 벌판을 가로질러, 정말 하루 종일 떨어져 있던 복지 센터로 돌아오자, 네 사람은 감동마저 느껴졌다.
“근데, 신입은? 그놈은 왜 안 왔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어두컴컴한 복지 센터 건물을 바라보던 보안관이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유빈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참 빨리도 묻는다. 이제 다 왔으니까 걔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
“얘들아! 어서 와! 정말 다행이다! 내가 얼마나 걱정하면서 기다렸다고!”
2층 창가에 서서 플래시로 소리 나는 곳을 비추고 있던 신입이 네 명을 발견하고 진심이라고는 하나도 묻어나지 않는 말투로 소리를 질러 댔다.
“아, 저 새끼…… 진짜 저걸 어떻게 해야 하지?”
보안관이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중얼거리자, 신입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어주던 삼식이가 어깨를 툭, 쳤다.
“진정해, 보안관.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살아 있을 자격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냥 우리 중에 누군가가 2인분을 먹는다고 생각하자고. 어이~! 신입! 혼자서 잘 놀았어?”
“놀기는 누가 놀아! 난 어떻게 하면 너희를 구할 수 있을지만 계속 고민했단 말이야!”
“하하하, 그랬구나! 잘했어! 그래서 무슨 아이디어가 나왔어?”
대답이 궁한지 신입은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삼식이가 목소리를 한 톤 올려서 외쳤다.
“그러니까 다음부터 생각하는 건 유빈이에게 맡기고, 넌 몸을 좀 움직여 봐!”
여전히 대답이 없는 신입을 내버려 두고 네 사람은 수돗가로 가서 몸을 씻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옥상 위를 기어 다닌 유빈과 제니도 물이 너무 반가웠지만,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에서 강제 선탠을 해야 했던 보안관과 삼식이에게는 미지근한 물도 천상의 선물 같았다.
네 사람이 2층으로 올라와 짐을 풀어놓는 동안에도 신입은 별다른 말 없이 쭈뼛거리고만 있었다.
어지간하면 어떻게 구조를 할 수 있었느냐고 물어볼 법도 한데, 녀석에게는 도무지 타인에 대한 관심이라는 게 없는 모양이었다.
감정이 쌓인 네 사람도 신입을 제외시키고 대화를 이어갔다. 삼식이가 억지로 손을 뻗어 신입의 어깨를 두드려 준 게 전부다. 조금은 어색한 저녁 식사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후아아, 이제 살 것 같다.”
물을 마시고 라면을 부숴 먹는 동안, 네 사람의 입에서는 저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하루 종일 코를 찌르는 괴물들의 악취와 시끄러운 울부짖음에 시달려야 했던 보안관과 삼식이에게도 힘이 든 하루지만, 유빈은 온몸이 열로 끓어오르는 것 같아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위급한 상황이어서 억지로 미뤄뒀던 고통이 엄청난 이자를 붙여 한꺼번에 폭탄처럼 돌아온 기분이다.
칼에 찔린 옆구리와 어젯밤보다 더 깊어진 다리의 상처에는 피에 절어 있는 붕대를 풀어내고 새로 소독을 한 다음, 보안관이 구해 온 대형 습윤 드레싱을 붙였다.
염증을 줄이고 재생의 속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설명서가 사실이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아함…… 우리 이제 잘까?”
유빈에게 항생제와 진통제를 먹인 삼식이가 하품을 하며 말했고, 다들 동의했다.
친구들 앞에서 티를 내고 싶지 않아 저릿저릿한 경련을 겨우 참아내며 억지로 버티던 유빈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말 고마워, 제니야.”
제니의 손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삼식이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제니에게 말했다.
빨랫줄을 묶고, 매듭을 풀고, 유빈의 체중을 버티고,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고 그녀의 손은 여기저기 온통 피멍이 들어 있었다. 특히 오른손 검지는 손톱 끝이 까맣게 죽어버렸다.
“아니에요, 오빠는…… 부끄럽게. 안녕히 주무세요.”
제니가 쑥스럽게 웃으면서 꾸벅 고개를 숙인 후 거적문 안으로 들어가자, 복지 센터 안의 하루가 공식적으로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네 남자는, 심지어 하루 종일 별달리 힘쓰는 일을 하지도 않은 신입조차도 일제히 기지개를 켜고 하품을 하면서 스티로폼 침대 위에 피곤한 몸을 눕혔다.
요 며칠, 하루도 극적이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오늘은 정말로 아주 길고 긴 하루였다.
“저기…….”
네 남자가 막 잠이 들기 직전에 제니가 거적을 들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응? 왜 그래?”
보안관이 벌떡 일어나자 제니가 쑥스럽게 웃었다.
“문 좀 열어놓고 자도 될까요? 플래시를 끄려니까 갑자기 무서워져서요…….”
“그, 그럼. 당연히 괜찮지. 너 편한 대로 하면 돼.”
“고맙습니다.”
보안관의 답을 들은 제니는 거적을 한쪽으로 젖힌 뒤, 벽돌을 눌러두었다. 그 작은 변화만으로도 뭔가 공기가 바뀌었다.
당장 큰일이 난 건 바로 옆자리에 똑바로 누워 있던 유빈이었다. 하루 종일 보고 있던 얼굴인데도 잘 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야 한다는 건 어지간히 신경이 쓰인다.
괜히 침을 꼴깍 삼키자 오늘 낮의 일들이 생각난다. 눈만 돌려 슬쩍 곁눈질을 해보니 제니는 하필 이쪽을 향해 옆으로 누워 있다.
시선이 부담스러워진 유빈은 은근히 보안관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러자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던 보안관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이 녀석도 순진해서 열려 있는 문이 신경 쓰이는 거다. 정작 혼자인 여자애는 편안하게 누워 있는데, 유빈과 보안관, 신입까지도 세 명의 남자는 괜히 경직되어서 도무지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닳아 빠진 거적문 하나가 그렇게 많은 사생활을 담보해 주고 있었던 건지는 꿈에도 몰랐다. 헛기침과 침 삼키는 소리만 가득하던 긴장이 깨진 건 한 10여 분이나 지나서의 일이었다.
부우우우우욱~!
그건 아주 길고 우렁찬 방귀 소리였다. 너무 의외의 소리가 고요한 건물에 메아리까지 만들어내며 크게 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이~ 참! 보아안과안!”
삼식이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진다. 하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보안관은 벌떡 일어나서 펄펄 뛰었다.
“지랄하지 마! 삼식이, 이 개새끼! 네가 뀌었잖아?”
“하하하! 아니야! 난 똥꼬가 작아서 그렇게 큰 방귀 못 뀌어! 아우 꾸려! 크크큭!”
“아하하하!”
소리 죽여 킥킥거리던 제니가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하자 보안관은 더 흥분했다.
“아니, 나 진짜 아니라고! 야, 신입! 네가 증인이야! 자, 냄새 맡아봐 봐! 이 새끼한테서 냄새나지? 맞지?”
보안관이 누워 있던 신입을 억지로 끌어당겨 삼식이의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 대려 하자, 신입은 발광을 하며 뿌리쳤다.
“야이, 씨발! 남의 얼굴을 어디다가! 몰라! 이 미친 새끼들아! 아이 씨발, 꾸린내! 아흐!”
제니는 말할 것도 없고, 고통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던 유빈까지도 한참을 웃었다. 결국 범인을 밝히지는 못했지만, 그걸로 긴장감은 꽤나 사라져 버렸고, 그제야 유빈은 비로소 잠이 들 수 있었다.
***
“아, 개새끼들. 정말 어지간히 잘난 척하네. 가뜩이나 야간 근무 나가기 싫어 뒈지겠는데…….”
일부러 사람 걸어가는 길 쪽에 바짝 붙어 흙먼지를 날리고 지나가는 장갑차를 노려보며 김 상병이 침을 뱉었다. 새로 배치된 기갑 대대가 거슬리기는 진우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오후, 요란한 캐터필러 소리와 함께 찾아온 수십 대의 탱크와 장갑차는 그동안 목숨 걸고 원자력발전소를 지켜온 보병들을 패잔병 취급하며 고압적으로 굴어 댔다.
물론 좀비들을 상대하는 데 기갑부대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녁에 한차례 더 찾아온 규모 삼의 좀비 무리를 장갑차들은 그리 힘도 안 들이고 진압하면서 소총 부대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압도적인 화력의 차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저런 게 있으면서 대체 왜 지금까지는 우리만 갈아 넣은 겁니까?”
진우가 물었다.
“그야 뭐, 빤하지.”
김 상병이 아인슈타인에게서 얻은 말보로를 빼물고 대답했다.
“우리 대대장 라인이 다 병신된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해를 하지 못한 진우가 묻자, 김 상병이 연기를 뿜으면서 답답하다는 투로 말했다.
“야, 대한민국 국군이라고 해서 전부 다 같은 한편이라고 보면 안 되지. 너랑 나랑 친하고, 저 장갑차 탄 새끼들은 또 저희들끼리 친한 것처럼, 높으신 분들도 다들 친하게 지내는 라인이 다르다, 이 말이야. 근데 이게 단순히 친목질이 아니라 실은 완전 전쟁이야. 내 새끼가 승진하면 남의 새끼는 탈락하는 거고, 우리 라인이 별 달면 다른 라인 대령 동기 하나는 옷을 벗어야 하는 거라고.”
“그건 이해가 갑니다.”
“그래. 그러니까 우리 대대장이 공을 세우는 게 싫은 높으신 분들도 있을 것 아니냐? 이런 때 공이라는 게 뭐겠어? 부하 새끼들 적게 죽이고 전투 잘하면 되는 거잖아. 일부러 대대 병력이 궤멸될 상황을 만들어준 다음에 이러는 거지. 야, 너 안 되겠다! 다른 애로 책임자 바꿔야겠어!”
어이가 없어진 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부러 보병들이 죽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아니면 기갑부대만 며칠이나 늦게 올 이유가 없잖아. 여기 대빵도 우리 대대장이랑 같은 중령이더구만. 이제 완전히 밀렸지, 뭐. 아마 내일쯤이면 정식으로 여기 경비 본부장이 바뀌지 않겠냐? 뭐…… 아쉬워할 것도 없어. 좀비들이랑 싸우면서 협공에 대한 대비 운운하는 새끼들이 지휘관인 것보다 나을지도 모르지. 이제 뛰는 척하자. 괜히 또 굴릴라.”
서둘러 말을 마친 김 상병은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 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걸음을 재촉한다.
100여 미터 앞 정문 도로에는 세 대의 장갑차와 커다란 유류 운반차 한 대가 해치를 열어두고 보병들이 탑승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들은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민가로 진출해서 주유소를 찾은 뒤, 유류 운반차 가득 경유를 채워 돌아와야 한다.
다 좋은데, 길고 긴 낮 시간 동안은 대체 뭘 하다가 사방이 깜깜해진 이 시간이 돼서야 사람들을 초행길로 끌고 나가려 드는 건지…… 진우는 그걸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빨리빨리 타! 이 느려 터진 새끼들아!”
기갑 대대 소속의 하사관이 보병들을 재촉해 보지만,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다가 어제 새벽의 전투에서 입은 대량의 손실 때문에 새로 편성된 분대원들의 행동은 아무래도 조금 굼뜰 수밖에 없었다.
40㎜ 포탑 위에 상체를 내밀고 앉은 소위는 거만한 표정으로 서두르는 척을 하는 김 상병과 진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곱 명의 병사와 한데 섞여 K21 장갑차 후면의 좁은 공간 내부로 들어가 앉자 기름 냄새가 진동해 피곤한 속이 더 뒤집어지는 것 같다.
명색이 같은 분대원들끼리인데 양쪽으로 나눠 앉아 서로 마주하고 있는 얼굴들은 낯설기만 하다. 분대장을 맡은 병장이 승차 보고를 마치고 가장 나중에 탑승하자, 커다란 자동 해치가 올라오며 닫힌다.
― 1분대, 전원 착석했나?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전원이 켜지며 스피커를 통해 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크린이 비추고 있는 것은 조종석에 타고 있는 소위의 클로즈업된 얼굴이다. 무슨 생각인지 얼굴에는 위장 도색까지 했다.
“어후, 저것도 정상은 아닌데…….”
옆자리에 앉은 김 상병이 진우의 귀에만 들리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