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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하이웨이 (6) (63/449)


63. 하이웨이 (6)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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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꿀꺽!”

고요한 집 안이라 그 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울리는 것 같았다.

드, 들렸을까?

걱정하는 유빈의 등 뒤에 대고 제니가 물어온다.

“배고파요?”

“아, 아니야.”

젠장! 결국엔 속옷을 벗는 소리까지도 들어버렸다. 정말 모르고 넘어가길 빌었는데……. 어느 구석에 꼭꼭 숨어 있다가 재빠르게 기어 나온 악마가 조용히 속삭인다.

‘유빈아, 눈만 슬쩍 돌려. 어차피 몰라.’

‘지랄 마, 이 사악한 개새끼야! 나 그 정도로 타락하진 않았어.’

‘이런 등신! 다른 여자도 아니고 제니야! 제니라고! 그 허리! 그 엉덩이! 지금이라면 엿볼 수 있는데? 아아, 좋아. 넌 정의의 편이라 이거지? 그래, 그러면 뒤쪽 허리에 난 상처가 걱정이 돼서 돌아보는 걸로 하자.’

이런 대화는 길게 하지 않는 게 좋다.

유빈은 입술을 꽉 깨물어서 악마를 물리친 뒤, 팽팽해져 있는 청바지 지퍼를 노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힘들고 아픈 상황에서도 너란 놈은 참……. 진정해, 인마. 염치가 있으면 때를 좀 가려.’

유빈이 지퍼 저 안쪽의 존재를 열심히 달래고 있을 때, 어느새 바로 뒤에 와 있던 제니가 말을 걸었다.

“이제 뒤돌아봐도 돼요.”

웃기는 건 애초부터 뒤돌아보지 말라는 부탁은 있지도 않았다는 거다. 어쨌든 유빈은 시험이 무사히 끝난 것에 대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제니는 집주인 아줌마의 삼선 트레이닝복으로 위아래를 모두 갈아입고 있었다. 품은 헐렁하고 길이는 좀 짧지만, 그래도 아까의 촌스러운 블라우스보다는 훨씬 낫다.

“잘 입을게요. 고맙습니다.”

벽에 걸린 사진 속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제니는 유빈에게도 깨끗이 접혀 있는 옷들을 내밀었다.

“오빠도 이걸로 갈아입어요. 피 묻은 옷, 위생에도 안 좋고 보고 있으면 속상하니까. 그리고 집주인 아저씨 청바지는 너무 크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유빈이 받아보니 폴로셔츠와 트렁크, 그리고 몸빼 바지다.

“이, 이 바지는 아줌마들이 입는 거잖아. 게다가 호피 무늬. 이런 걸 어떻게 입어?”

“허리도 고무줄이겠다, 편하고 좋죠, 뭐. 오빠가 거울을 안 봐서 그렇지, 아무거나 입어도 지금 그 바지보다는 나을걸요?”
“끄응~ 그런가?”

유빈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학생 방으로 들어가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한 치수 큰 핑크색 폴로셔츠, 종아리 절반 정도밖에 안 덮이는 호피 무늬 몸빼 바지, 그리고 목이 긴 양말에 발목이 있는 안전화.

거울을 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는다. 아저씨의 트렁크는 헐렁해서 자꾸만 내려갈 것 같은데, 바지를 고정해 주는 것도 고무줄뿐이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제니야, 나 아무래도 이 바지는…….”

유빈이 문을 열고 나오자 제니는 비닐 봉투에 자신이 입었던 옷을 넣어 가방 안에 담고 있었다. 유빈에게도 봉투를 하나 주며 벗은 옷을 가져오라고 한다.

“그냥 버리지……. 어차피 더러워져서…….”

“이런 데에 버리고 가기 싫어요. 빨리 담아 와요, 오빠.”

기세에 눌린 유빈은 순순히 따랐다. 빨래까지 모두 챙기고 난 시간은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해가 지는 걸 8시 반이라고 잡으면 남은 시간은 두 시간 반. 보안관에게 닿기 위해 앞으로 더 건너야 할 집은 아마 대여섯 채.

아직 시간 여유도 조금은 있는 편이고, 오랜만에 살림하는 집을 보고 있자니 자꾸 뭐가 있는지 뒤져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RPG 게임에서 지하 던전을 뒤질 때와 비슷한 기분이다.

“자, 이제 갈까?”

30여 분 뒤, 다시 옥상으로 돌아와 철책을 길게 늘여 앵커에 재조립하고 있을 때, 유빈은 새로 획득한 등산 배낭을 메고 있었다. 허리 고정 벨트까지 달려 있는 가방이어서 한결 편하고 안정적이다.

게다가 가방 안에는 마른 멸치와 설탕을 비롯해서 시시하지만 정말 소중한 먹을거리들도 들어 있다. 비록 몸빼 바지를 입고는 있어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나니 괜히 뿌듯해진다.

“끄으응!”

철책을 난간 위로 걸치고 조금씩 건너편을 향해 미는 동안 유빈과 제니는 계속 앓는 소리를 냈다. 무게는 동일하지만, 2.5미터였던 총 길이가 4미터 가까이로 늘어나자 다루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앵커가 건너편 건물의 옥상에 닿은 뒤에도 조금 더 밀어 넣었다. 이제 건너는 일만 남았다. 약 1미터는 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이 둥근 쇠기둥 하나뿐이지만, 그 정도 거리는 점프를 해도 된다.

철책에 발을 올리기 전, 유빈은 제니의 허리에 묶여 있는 빨랫줄을 자신의 허리에 연결했다.

“됐어, 안전해.”

제대로 묶였는지 몇 번이나 줄을 당겨 확인해 보고 나서 유빈이 말했다.

턱. 철책 위에 한 발을 올린 제니가 잠시 굳어 있다. 그래, 무섭겠지…….

허공 위에서 1미터를 건너가는 것과 3미터 이상을 건너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기분이다. 다음 발을 내디디면 그때부터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 10여 미터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와 싸워야 한다.

게다가 조금 전, 바로 이곳에서만 해도 갑자기 튀어나온 인간들에게 살해당할 위험에 처하기도 했던 만큼, 건너간다고 해서 다 끝나는 일도 아니다.

가볍게 한숨을 쉰 제니가 유빈을 돌아본다. 유빈은 아무 말도 않고 할 수 있다는 응원을 담아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제니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나서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여섯 발짝 만에 철책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한 제니는 둥근 쇠기둥을 밟고 몸을 날려 건너편 옥상 위에 내려앉았다.

“좋아, 좋아! 잘했어!”

그리고 유빈의 차례. 철책을 난간과 줄로 묶어 고정시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으아, 이게 이렇게 출렁거렸던 건가…….’

체중이 실리는 방향으로 철책이 기우뚱거릴 때마다 심장이 철렁철렁 내려앉는 것 같다. 수많은 영화에서는 이럴 때 똑바로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한다고 보여주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발을 내디딜 공간을 주시하고 걷지 않으면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

아래로 향해진 시야에 자연스럽게 괴물들의 모습이 들어온다. 철책 사이로 놈들의 피 묻은 주둥이를 보며 걷고 있자니, 꼭 동물원 사자 우리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그롸아아악!

크아아악!

놈들이 괴성을 질러 대서 움찔움찔 놀랄 때면 찢어진 다리와 옆구리가 더 욱신거리는 것 같다.

후우, 제니도 이런 광경을 보며 걸었겠지……. 이런 상황에서도 중간에 주저앉거나 머뭇거리지 않은 제니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져 유빈은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후아아~ 엄청 무섭더라!”

제니 곁에 도착한 유빈이 매듭을 풀어 철책을 고정시켜 둔 줄을 회수하며 중얼거렸다.

이제 그들이 건너가야 할 것은 이 골목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4층 건물. 저것만 지나면 드디어 보안관과 삼식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유빈과 제니의 앞을 가로막은 4층 건물은 옥상 위에도 담을 높직하게 쌓아뒀기 때문에 거의 5층에 가까운 높이였다. 허술한 철책 징검다리 하나만 가지고 3층에서 5층까지 두 층을 올라간다는 건 무리다.

유빈은 옥상 대신 그가 서 있는 곳과 비슷한 높이의 3층 창을 이동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사전 준비라는 게 필요하다.

유빈은 바닥에서 조그만 돌을 집어 들고 4층 건물의 커다란 유리창을 향해 집어 던졌다.

통!

유리창을 울리고 돌이 떨어졌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잠시 기다려 보던 유빈은 다시 비슷한 크기의 돌을 들어 던졌다.

퉁!

이번에도 그저 유리창이 조금 울렸을 뿐이다. 유빈이 같은 동작을 서너 번 되풀이하자 제니가 물었다.

“오빠, 지금 뭐해요?”

“응? 아, 혹시 유리창이 조금이라도 움직이는지 보고 싶어서……. 만약 안에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유리창이 울릴 때 창문에 다가와서 바깥쪽을 볼 것 같거든.”

“창문 안쪽이 저렇게 컴컴한데, 오빠는 뭐가 보여요?”

“안 보여. 나는 안 보이지만, 저쪽은 내가 돌을 던지고 있다는 걸 알겠지.”

“음, 그렇겠죠.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제니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유빈이 화단에서 벽돌을 집어 들며 말했다. 화단에는 며칠간 주인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해 엉망이 돼버린 상추가 잔뜩 심겨져 있었다.

“그러면 최소한 이런 걸 던질 때 피할 거 아니야.”

유빈은 벽돌을 가볍게 톡톡, 위로 올리다가 와인드업을 한 다음, 건너편 창을 향해 힘껏 집어 던졌다.

와장창창―!

시끄러운 소음과 함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며 떨어져 내렸다.

제니가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유빈은 연거푸 두 번째와 세 번째, 네 번째 벽돌을 집어 던져 유리창을 차례로 박살 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저편의 건물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조용한 걸 보면 확실히 사람은 없나 봐. 시끄럽겠지만, 조금만 참아.”

다섯 번째 벽돌을 힘차게 날리면서 유빈이 말했다. 그때쯤 되니 요령이 생겨서 어디쯤을 때려야 유리창 전체가 한 번에 깨지는지도 알 것 같았다.

벽돌을 더 집어 온 제니가 물었다.

“저도 던져 봐도 돼요?”

“응, 그럼. 내 집도 아닌데 뭐.”

제니는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벽돌을 집어 던져 유리창을 박살 냈다. 시구할 때 프로 야구 선수에게 배운 솜씨라는 자랑까지 덧붙이면서 몇 개를 더 던지고 난 뒤, 제니가 밝게 웃었다.

“왠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인데요?”

어느새 졸졸 따라온 아래쪽의 괴물들은 가끔씩 떨어져 내리는 유리 조각이 몸을 날카롭게 베어내는 것도 모른 채 위를 향해 입을 벌리고 서 있다.

유리창을 거의 다 박살 낸 유빈은 펜스의 볼트를 풀어낸 뒤, 쇠기둥만을 붙잡고 건너편의 창문을 향해 찔러 넣었다.

쨍그랑!

우지직―

앵커 끝의 튀어나온 부분에 2중창의 창틀 두 개가 모두 걸리자 유빈은 쇠기둥을 힘껏 잡아당겼다.

창틀이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쑥 빠져나왔다. 붙잡고 있던 쇠기둥을 아래로 기울여 창틀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린 유빈은 다시 옆으로 걸음을 옮겨 다음 창틀을 뜯어냈다.

20여 분 정도 10킬로그램짜리 쇠기둥을 붙들고 안간힘을 쓰고 나자 건너편 건물의 3층은 훤하게 뚫렸다.

칸막이 몇 개와 책상, 컴퓨터 등이 눈에 들어오는 걸로 봐서 사무실로 사용되었던 곳인 모양이다. 복도로 이어진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게 좀 신경 쓰인다.

“후우~ 이것도 꽤나 힘이 빠지는데.”

다시 쇠기둥을 당겨 온 유빈은 이마의 진땀을 닦아내며 철책과 연결하기 시작했다. 볼트 네 개를 다 연결한 뒤, 유빈과 제니는 철책을 건너편의 유리 창틀 위에 걸쳤다.

“바닥에 유리 조각이 많을 테니까 조심해.”

철책 위에 올라선 제니를 향해 유빈이 말했다. 그동안 지나온 다른 건물들과 달리, 이번에 건너가야 할 곳은 훤히 트인 옥상이 아니다. 게다가 한낮에 비하면 벌써 주변은 꽤나 어두워져 있다.

제니는 잠시 불안한 얼굴로 어두컴컴한 건너편 건물 내부를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쿵!

아래쪽에서 바라보던 괴물들이 제니를 따라 움직이다가 잠겨 있는 1층 유리문을 들이받는다.

그롸아악―

괴성을 내지른 괴물들은 계속해서 유리문에 몸을 부딪쳐 댔다.

그렇게 위협적인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는 와중에도 제니는 용케 당황하지 않고 건너편 창문 안으로 들어갔다. 재빨리 문을 잠그고 돌아온 제니는 철책 끈 두 줄을 책상에 묶어 고정시켰다.

“이제 넘어와요, 오빠!”

유빈이 난간에 매듭을 막 다 묶었을 때였다. 4층의 창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유리창이 깨지고 그 사이로 괴물들의 머리통이 쑥 빠져나왔다.

그롸아아아악―!

세 마리나 되는 괴물은 얼굴과 주먹을 휘둘러 닥치는 대로 유리창을 박살 낸 다음, 창틀에 올라서서 건너편 아래쪽에 서 있던 유빈을 향해 몸을 날렸다.

크와악―!

뛰어내린 세 마리의 괴물 중 하나는 곧바로 골목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쳐 버렸고, 두 번째 놈은 옥상 난간을 밟고 미끄러져 떨어져 버렸지만, 세 번째 놈만은 운이 지나치게 좋았다.

철컹―!

세 번째 괴물은 유빈이 막 발을 올린 철책 위로 뛰어내렸고, 비틀거리면서도 용케 중심을 잡고 섰다.

“꺄아아악!”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괴물에 놀라 제니가 비명을 질렀다. 당황스럽기는 유빈도 마찬가지였다. 유빈은 괴물과 맞서기 위해 허리에 묶어둔 빨랫줄 사이에서 스패너를 빼 들었다.

양손에 떡을 쥔 아이의 심정이랄까, 철책 위의 괴물은 왼쪽의 유빈과 오른쪽의 제니를 번갈아 보면서 어느 쪽으로도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잠시 망설이고 있다.

“하아~ 하아~ 어떡해…… 어떡해!”

제니는 겁에 질린 상태에서도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황급히 몸을 움직였다. 처음엔 의자를 들어보려 했지만 너무 무거웠고, LCD 모니터는 별다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녀가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은 60센티 길이의 제도용 T자였다.

제니는 T자를 두 손으로 꼭 쥐고 괴물을 정면으로 마주 섰다. 하지만 알루미늄으로 된, 그 가벼운 무기가 크게 위력이 없으리라는 걸 그녀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이쪽으로 와! 이 새끼야!”

유빈은 괴물을 자신의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철책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까지 주의를 끄는데도 괴물은 어지간히 우유부단한 놈이어서 도무지 목표를 정하지 못한다.

건너편 건물의 제니는 울상을 지은 채 알루미늄 자를 꽉 잡고 서 있다.

유빈은 천천히 철책 위로 올라섰다. 한꺼번에 성인 남자 두 명의 체중이 실리자 비명처럼 끼이잉― 소리를 내며 얇은 철책이 아래로 휘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되면 섣불리 괴물을 향해 다가갈 수도 없다.

“제니야!”

유빈은 괴물을 곁눈질하면서 제니를 향해 외쳤다.

“네!”

“만약 이놈이 그리로 가면 곧바로 뛰어내려! 내가 꼭 끌어 올려줄 테니까! 알았지?”

“응! 응! 알았어요!”

철책을 고정시켜 둔 줄을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혹시라도 괴물이 제니를 향해 뛰어갈까 봐 두려운 유빈은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크롸아아악!

마침내 마음을 정했다는 듯 괴물이 유빈을 향해 돌아섰다. 하얀 막이 씐 그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지만, 그래도 놈의 선택이 제니가 아니라는 것에 유빈은 감사했다.

“와라!”

유빈은 중심을 뒤에 두면서 괴물의 공격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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