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하이웨이 (3)2021.10.30.
유빈은 재료들을 플랫폼 위에 두고 역 옥상으로 올라가 제니와 함께 발아래의 번화가를 바라보며 자신의 계획을 자세히 일러주기 시작했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루트는 저 옥상 위야. 잘사는 동네가 아니라서 거의 다 3층, 아니면 2층짜리 건물들뿐이잖아. 그것도 대부분 비슷한 층수들이 쭉 이어져 있어. 계속 오르락내리락 번거로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제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조금 전에 철창 위를 걷는 연습을 한 거예요? 그런데 정말 저 정도 길이면 건너편 건물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건물들은 간격이랄 것도 없을 만큼 잇닿아 있거든. 문제는 가끔씩 골목을 사이에 둔 건물이 나타나거나,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야 할 때인데……. 그런데 차가 다니지 않는 골목의 폭은 거의 2미터 이하야. 심하면 1.5미터도 안 돼.” “여기서 보는 것만으로 그걸 어떻게 알아요, 오빠?” “예전에 저런 델 공사하러 가면 트럭이 들어가지 못해서 고생했었거든. 트럭 폭이 170 겨우 넘는데 말이야.” “아, 트럭 넓이가 오빠 키 정도 되는 거구나.” “어? 그…… 그렇지. 맞아.” 유빈이 말을 더듬자, 제니가 웃으며 유빈의 어깨를 툭, 쳤다. “자, 이제 아까 나보고 무겁다고 했던 거랑 비긴 거예요.” “무겁다고 한 적 없잖아…….” “제가 올라설 때마다 앓는 사람처럼 끄응! 끄응! 이랬잖아요. 그리고 저도 오빠 키 작다고는 안 했어요. 에이, 오빠아~ 삐치지 마요.” 제니는 유빈의 떡 진 머리카락을 장난스럽게 흩트려 놓았다. 사람을 아주 자유자재로 들었다 놓았다 하는구나……. 휴우~ 유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설명을 계속했다. “그래…… 하여간 저런 좁은 골목들은 큰 문제가 안 돼. 어려운 건 그보다 넓은 골목인데, 그런 덴 좀 서커스를 해야 하는 구간이야. 그리고 또 하나, 중간에 끼어 있는 4층짜리 건물. 저놈도 시간깨나 잡아먹을 거고.” 음, 음,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제니가 물었다. “저랑 오빠랑 빨랫줄로 연결해 줄 거죠?” “응. 그러니까 아래로 떨어질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럼 아까 그 한쪽에서만 풀리는 매듭은 왜 힘들게 매본 거예요? 우리 둘은 서로 줄을 풀 일이 없잖아요.” “아, 그거.” 유빈이 대답했다. “그게 이 서커스의 핵심이지.” *** “아, 이 새끼들은 왜 친구 따라 가버리지도 않고 여기에서 이렇게 죽치고 있냐? 우리랑 무슨 원수가 졌다고.” 또 한 차례의 행진이 지나간 뒤, 보안관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그르렁대는 소음과 시궁창 냄새까지 더해지니 골이 지끈지끈하다. “우리가 보이지도 않을 텐데 말이야.” “내가 볼 때는…….” 팔베개까지 하고 누워 비타민 C 사탕을 빨면서 하늘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있던 삼식이가 느긋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삼식이의 행동만 보면 어디 휴양지에 와서 선탠이라도 하는 사람 같다. “그놈들, 우릴 보고 여기까지 쫓아오긴 했는데, 얼마 있다가 다 까먹은 것 같아.” “그게 뭔 소리야?” “그러니까 이제 와서는 쟤들도 자기들이 왜 저기 있는지 모른다고. 그냥 아무 생각이 없는 거야.” 생각이 없는 건 너지, 새끼야. 이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궁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삼식이를 보면서 보안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든 도망가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삼식아.” “응?” “너, 저기까지 뛸 수 있냐?” 보안관이 건너편 건물 옥상을 가리키며 물었다. 삼식이는 천천히 일어나 발아래 골목과 건너편 건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거리는 3미터 정도. 물론 그 3미터는 아가리를 쩍쩍 벌리며 소리를 질러 대는 괴물들로 가득 차 있다. 평지라면 못 뛸 것도 없겠지만, 두 건물 모두 허벅지 높이의 둥근 철제 난간이 있어서 도움닫기 하기가 영 나쁜 상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 만에 하나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는 저놈들 머리 위로 곤두박질이라도 친다면, 그 즉시 이 세상에게 안녕을 고해야 한다. “꼭 목숨 걸고 뛸 필요가 있어? 여기보다 저 건물이 뭐 별로 더 나아 보이지도 않는데.” 삼식이가 물었다. “아니, 계속 폴짝폴짝 뛰어서 저 끝까지 가볼까 하는 거였지.” 보안관이 가리키는 것은 번화가의 입구, 그들이 뛰어왔던 쪽이다. 삼식이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바로 옆 건물까진 간다고 해도 그다음 건물 두 개는 2층, 3층, 이 순서야. 2층에서 3층으로 어떻게 넘어갈래?” “점프해서 난간을 잡고 기어 올라가야지.” “미끄러지면?” “안 미끄러지게 잘 잡으면 되지.” “그럼 저 4층짜리 건물은?” 잠시 고민을 하던 보안관은 이내 포기했다. “됐어, 새끼야. 그래! 그냥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마~안히 기다리다가 굶어서 뒈지자.” 삼식이가 웃으며 보안관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하하하! 죽긴 왜 죽어, 우리 가방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정 배가 고프면 키 크는 영양제라도 먹고 버텨. 기다리다 보면 찬스가 한 번은 오겠지, 뭐.” 떨떠름한 표정의 보안관이 삼식이가 입에 넣어주는 어린이 영양제를 받아먹고 있을 때, 갑자기 괴물들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대며 날뛰었다. 심지어 그중 한 무더기는 번화가 입구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가기까지 한다. “뭐야? 저 새끼들, 왜 저래?” 보안관과 삼식이는 깜짝 놀라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괴물들이 달려가는 방향을 쫓았다. “어! 저기!” 삼식이가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입구를 가리켰다. 보안관도 보았다. 유빈이다. 유빈이가 제니와 함께 뛰어오고 있다. *** “으아아!” 충분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달려오는 꼴을 마주 보고 뛰려니 저절로 비명이 나온다. 그만 좀 학대하라고 비명을 지르는 다리를 달래가며 유빈은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그렇게 무서운 상황에서도 제니는 잘 따라와 주고 있다. 목표로 삼은 건물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철책을 벽에 기대 세워놓았다. “올라가!” 유빈이 벽에 기대며 두 손을 합쳐 내밀었다. 제니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유빈의 손과 어깨를 차례로 밟고 뛰었다. 건물 2층 벽에 붙어 있는 가스관을 잡고 매달린 채 몸을 끌어 올린 제니가 다리를 오므리며 외쳤다. “됐어요!” 그녀의 신발이 위치한 곳은 팔을 뻗어 점프를 해봐도 딱 미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높이다. 그런데 저 괴물 놈들은 운동 능력이 좋기 때문에 어쩌면 닿을지도 모른다. “다리를 더 배에 바짝 붙여!!” 제니가 새우처럼 웅크리는 걸 확인한 유빈은 뒤로 몇 걸음을 물러섰다가 도움닫기를 하며 뛰어올랐다. 아윽―! 아무 생각 없이 오른발을 디딤발로 삼았던 게 실수다. 겨우겨우 붙어 있던 상처가 완전히 다시 찢어지며 피가 솟는다. 벽을 한 번 차고 오른 유빈은 파이프를 잡고 몸을 당겨 2층이 시작되는 부분의 튀어나온 벽돌을 밟았다. 그러고는 한 팔을 뻗어 3층 창틀을 꽉 움켜쥐었다. “끄응차!” 용을 쓰고 몸을 당겨 올리며 나머지 한 손도 창틀 위에 걸쳤다. 유빈은 발로 벽을 짚으면서 기어 올라갔다. 그롸아아아악! 빠르다, 벌써……. 유빈이 옥상 난간에 겨우 몸을 걸치려는 순간, 어느새 발밑까지 쫓아온 가장 선두의 놈이 풀쩍 뛰어오르며 제니를 향해 손을 뻗는다. 꺄아악! 제니는 눈을 질끈 감고 다리를 더 끌어당겼다. 유빈은 둘 사이를 묶어놓은 끈을 허리 뒤로 한 번 더 돌린 다음 잡아당겼다. “제니야! 지금 올린다!” “꽉 잡았어요?” “그래, 걱정하지 마!” 시멘트 한 포대를 올리는 정도니 무겁지는 않다. 올려지는 쪽이 패닉을 일으켜 몸부림을 치지만 않으면 이건 일도 아니다. 허리가 당겨지기 시작하자 파이프를 놓고 밧줄로 손을 옮긴 제니는 발로 벽을 디디며 암벽등반을 하듯 침착하게 따라 올라와 줬다. “잘했어!” 난간에 팔을 걸친 제니를 붙잡아 올린 후, 유빈은 곧바로 오른팔에 묶어둔 줄을 당겼다. 더 많은 놈이 몰리기 전에 철책을 끌어 올려야 한다. 벽에 부딪치고 흔들리다가 유리창을 난폭하게 깨기도 하면서 철책이 천천히 올라와 난간 위에까지 걸쳐지자, 유빈은 손목의 줄을 풀어 옆 난간에 묶어 고정시키고 두 손을 뻗어 철책을 들어 올렸다. “후아아~ 이제 시작인데, 어지간히 힘들구나.” 놓친 먹이가 못내 아쉬운지 발밑에서 아우성치는 괴물들을 슬쩍 내려다보면서 유빈은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놈들의 바로 위에 매달려 있었던 제니도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꼭 감고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아? 많이 무서웠어?” “네.” 어느 쪽인지 모르겠는 대답이다. 어쨌든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에서 좀비들의 목표가 되어본 건 처음일 테니, 적잖이 두려웠을 것이다. “좀 쉬고 있어.” 유빈은 제니를 내버려 두고 옥상 위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여기를 목표로 정한 이유는 첫 번째 넓은 골목을 아래쪽에서 지나오려 했던 것도 있지만, 세 줄로 걸려 있는 빨래들과 빨랫줄이 욕심이 나서였다. 바짝 말라 쪼글쪼글해진 빨래 중 입을 만한 것들은 메고 있는 가방 속에 챙겨 넣고, 장대에 묶여 있는 빨랫줄들을 끌렀다. 여분의 줄이 있으면 더 안정적일 것이다. “자, 이거 걸칠래?” 한눈에도 촌티가 자르르 흐르는 싸구려 블라우스를 건네자 제니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긴소매라서 맨살보다는 안전할 거야. 너 팔 다 긁혔어.” 설명을 들은 제니는 순순히 블라우스를 받아 입었다. 옷은 촌스러울 뿐 아니라 제니에게 꽤 컸다. 거울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유빈은 생각했다. “조금 진정이 됐으면 건너가 보자.” 철책의 양쪽 끝에 줄을 옮겨 묶고 나서 유빈이 말했다. 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세 개의 건물은 유빈이 말했던 것처럼 간격이랄 게 거의 없었다. 채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두 건물의 난간 사이에 철책을 걸친 다음 유빈이 꽉 잡고 있으면 그 위로 제니가 지나간다. 그리고 옥상에 내려선 제니가 철책에 연결된 끈을 난간에 묶어 고정시키면 유빈이 뒤를 이어 건넌다. 여기까지는 가장 쉬운 코스였다. 이제 한 층 낮은 네 번째 건물로 넘어갈 차례다. “겁먹지 마. 저것들 그냥 소리만 지르는 거야. 어차피 여기까지 못 올라와.” 아래쪽에서 졸졸 따라오며 그르렁대는 괴물들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제니를 달랜 뒤, 유빈은 철책을 들고 난간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사선으로 내려진 철책은 건너편 건물에 겨우 닿았다. 바닥에 고정하기 위해 넓적하게 튀어나온 앵커의 끝이 난간에 걸리는 것을 확인한 유빈이 말했다. “이걸 사다리처럼 타면 돼.” 제니는 흔들거리는 철책을 보며 잠시 망설였다. 하긴, 누군들 안 그럴까. 3층 높이에서 이렇게 허술한 사다리만 믿으라고 하니 말이다. “내가 꼭 잡고 있을 테니까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 제니는 자신과 유빈을 연결해 둔 끈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몸을 돌려 철책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운동화를 벗지 않은 탓에 몇 번인가 발이 미끄러지기는 했어도, 이내 다시 발을 올리며 침착하게 한 걸음씩을 아래쪽으로 옮겼다. 이틀 전 탈출했을 때에도 느꼈던 거지만, 운동신경이 꽤나 좋은 아이라고 유빈은 생각했다. “내려왔어요!” 옥상에 발을 디딘 제니가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잘했어. 그럼 줄을 묶어줘.” 제니가 난간에 철책의 한쪽 끝을 묶는 걸 확인한 다음, 유빈도 에어컨 실외기에 매듭을 묶어서 철책의 위쪽을 고정시켰다. 양쪽 끈의 길이를 조절하느라 몇 번이나 다시 묶어야 했다. 자신이 가지고 건너갈 거리만큼 여유 있게 남아야 한다. 준비를 다 마친 후, 확인차 눌러봤다. 약간 철렁거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유빈은 줄로 고정된 철책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이건 이제 여기에 두고 가요?” 유빈이 바닥에 내려서자 제니가 철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가져가야지.” “하지만 고정하느라 저 위쪽을 묶어놓고 내려왔잖아요.” “아까 말했잖아. 이 흔한 매듭이 서커스의 핵심이라니까.” 유빈은 꼭 쥐고 내려왔던 끈을 잡아당겼다. 매듭이 풀어지면서 느슨해진 철책이 아래로 넘어가기 전에 손을 뻗어 붙들자, 제니가 우와― 하며 감탄한다. “오빠, 머리 좋다아~!” “아니,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유빈이 쑥스러워하자 제니가 정색을 한다. “에? 대단하다는 말은 안 했어요. 어머, 뭐야? 자기가 자기보고 대단하대.” 그래놓고는 또 웃음을 터뜨리며 등짝을 쳤다. 으윽!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데, 놀림을 받을 때마다 유빈은 충격을 받고 얼굴이 붉어진다. 하지만 제니가 저러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어지간히 불안해져서 제 딴에는 그걸 감춰보려고 저러는 걸 테지……. 그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받아주마. 유빈은 웃음을 지으며 철책을 옮겼다. 내려올 때와 정반대의 모양으로 건너편 3층으로 올라간 다음 가방에서 스패너를 꺼내고 있을 때, 벌써 조증이 식은 제니가 건너편 건물을 보면서 걱정스레 중얼거렸다. “오빠, 여기는 골목이 굉장히 넓어요.” 유빈도 알고 있다. 바닥에 내려놓은 철책의 나사를 풀면서 유빈이 대답했다. “응, 알아.” “우리가 가져온 철책보다 길잖아. 여길 어떻게 건너요?” “넘어갈 수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끄응.” 찢어진 종아리는 아까부터 견딜 수 없을 만큼 화끈거린다. 연신 땀을 닦아내며 볼트를 풀어내는 유빈에게 제니가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물었다. “아휴~ 오빠,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얘기를 해줘요. 불안하다고요.” 우와, 씨발. 위험해. 잠시 얼음처럼 굳어 있던 유빈은 급하게 고개를 돌리고 한숨을 쉬었다. 투정 부리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키스할 뻔했다……. 미쳤군. 유빈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음란마귀를 몰아낸 뒤, 평온을 가장하며 설명을 시작했다. “자, 이 앵커에 철책이 고정된 자리가 이렇게 네 군데잖아.” “응.” “이걸 다 풀어서 앵커는 그대로 둔 채 철책만 아래로 당기면…….” “아하~ 그렇게! 우와!” 제니는 손뼉을 짝! 치면서 알아들었다는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원래 두 번째 볼트 자리였던 곳에 네 번째 구멍에 꽂혀 있던 철책을 연결한다, 이 말이잖아요. 그럼 길이가 훨씬 늘어나겠네요!” “뭐…… 그래.” “오빠, 처음부터 이런 거 다 머릿속에 있었던 거예요?” “응? 응, 그래. 그러니까 굳이 무거운 앵커를 챙겨 왔지.” “우와! 나 진짜 감동받았어요.” 제니가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때, 유빈이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긴장한 표정의 유빈이 아래로 통하는 문을 향해 절룩이며 걸어가자 제니가 불안해했다. “갑자기 왜 그래요, 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