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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반격의 시작 (2) (24/449)


24. 반격의 시작 (2)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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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던 첫 공격 성공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시도는 잇달아 실패했다.

가시방석을 맞혔다고 해도 괴물의 몸이 제대로 못에 걸리기 전에 뒤로 넘어지거나 날아가 버리면 끌어 올릴 수가 없다.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된 거지만, 이 공격은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했다.

괴물의 몸에 못이 박히는 그 찰나에 보안관과 삼식이가 거의 동시에 로프를 낚아채서 위로 당겨야 한다.

그게 안 되면 그냥 괴물의 몸이 엄청난 수의 못에 찍혀 너덜너덜해지기만 할 뿐이다. 두 번의 헛손질 이후 다시 공격 준비를 할 때, 모두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거, 안 되는 건가…….’

다들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불안함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말로 꺼내는 순간, 우려가 사실로 확정될까 봐 다들 마른침과 함께 부정적인 생각을 억지로 삼키며 참았다.

분위기가 얼마나 위태로웠는지, 신입조차도 조용히 욕설만 내뱉을 뿐이었다. 유빈은 건너편에 선 친구들과 눈빛을 교환한 뒤, 다시 힘껏 가시방석을 날렸다.

슈우웅∼ 퍼어억!

적중됐다는 것을 확인한 유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보안관이 ‘핫!’ 소리를 지르며 로프를 당겼다. 삼식이도 재빠르게 반응해서 보안관과 보조를 맞췄다.

끄드드득! 못에 꿰어진 괴물의 몸에서 제대로 걸렸다는 소리가 신호를 보낸다. 희열에 들뜬 목소리로 유빈이 외쳤다.

“당겨! 걸렸어!”

“오케이!”

보안관과 삼식이가 힘 있게 로프를 당기자 뜨득, 뜨득, 하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 괴물이 서서히 끌어 올려졌다. 유빈은 얼른 두 친구의 사이로 뛰어가 해머를 쥐고 준비했다.

“됐어, 그만 당겨도 돼. 이 정도면 충분해!”

괴물의 머리가 구멍 위로 올라왔을 때, 유빈이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보다 위로 끌어 올리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발버둥을 치던 괴물이 2층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든가, 아니면 팔을 휘저어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거나…….

보안관과 삼식이가 옆에 박아둔 철근에 로프를 매듭지어 고정시킨 것을 확인하고 나서 유빈은 해머를 들었다. 그동안 괴물은 계속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발버둥을 쳤다.

“젠장, 좀 가만히 있어라.”

하지만 말을 들어줄 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유빈은 해머를 짧게 쥐고 스윙의 크기를 줄였다.

퍼걱! 퍼걱! 퍼걱! 워낙 움직여 대는 통에 네댓 번이나 해머를 휘둘러야 했다. 더 이상 괴물이 움직이지 않게 된 다음에도 유빈은 불안한 마음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머리통을 내려쳤다.

여러 번 해머를 휘둘러야 해서 힘이 들었지만, 부들부들 떨던 처음에 비하면 마음은 한결 수월했다. 스물하나 남았고, 유빈은 또 한 줄을 그었다.

“이제 대충 감이 온다.”

유빈과 신입이 괴물의 몸뚱이를 떼어내고 있을 때, 보안관이 로프를 쥔 손을 까딱거리면서 말했다.

“낚시랑 비슷해. 딱 걸리는 타이밍이 줄에 전해져. 그때 당기면 될 것 같아.”

세 번째 괴물의 경우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비교적 손쉽게 처리되었다.

힘차게 던진 가시방석이 달려 들어오던 괴물의 얼굴에 맞았다. 눈구멍과 코, 아가리에 못이 박힌 괴물의 목 아랫부분은 끌려 올라오면서도 계속 발버둥을 쳐 댔다.

하중을 이기지 못한 괴물의 목이 찌지직, 소리를 내며 조금씩 찢어졌고, 그 사이로 검붉은 근육과 힘줄, 심지어 뼈까지 드러난다. 너무 흉측해서 지켜보고 있던 유빈이 인상을 찡그릴 지경이었다.

“어으!”

“왜 그래? 잘 안 박혔어?”

각도 때문에 괴물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보안관이 걱정스레 물었다.

“아니, 저 새끼 머리통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이야. 조심해! 너무 힘을 주면…….”

꽈지지직! 유빈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결국 괴물의 몸통은 떨어져 나가 버렸다.

갑자기 하중이 줄어버린 탓에 뒤쪽에 중심을 둔 채 로프를 당기고 있던 보안관과 삼식이가 땅에 풀썩 주저앉았다. 가벼워진 가시방석에 대가리만 덜렁 딸려 올라온다.

“억! 어후, 씨발. 깜짝이야.”

삼식이와 보안관은 동시에 몸을 움찔하며 욕설을 뱉어냈다.

“괜찮아?”

유빈이 묻자 두 친구 모두 끄떡없다는 몸짓을 한다. 그래도 어쨌든 이걸로 세 마리째 해치웠다.

“우리 물 좀 마시고 하자. 너무 힘들다.”

열 마리째 괴물의 몸뚱이가 바닥에 곤두박질쳤을 때, 삼식이가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홀린 듯이 가시방석을 던지고 해머질을 하며 비틀대던 유빈도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괴물의 몸을 수십 번 꿰느라 기름과 살덩이, 피딱지로 덮여 버린 가시방석 역시 청소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지독하게 더워. 젠장, 올해 들어 제일 더운 거 아닌가?”

물이 찰랑거리는 대야에 머리를 박고 열을 식히며 삼식이가 중얼거렸다.

“아직 그렇게 더울 시간은 아닌데…… 몇 시쯤 됐어, 보안관?”

시계를 본 보안관이 한 시라고 말했을 때에는 모두 약간 놀랐다.

사냥을 시작한 때로부터 세 시간이나 흘렀다는 걸 아무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만큼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아이스박스에서 물을 떠 마시고, 그 주변에 나란히 널브러져서 숨을 가다듬었다.

“근육이 뻐근해.”

보안관이 자신의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피와 골수가 튀어 엉망이 된 고글을 닦으며 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만하지. 뭘 먹지도 못하고 대체 몇 시간째 계속 움직이고 있는 거냐.”

“음, 우리가 어제 아침을 먹은 게 일곱 시니까…… 아, 어지러워. 모르겠다. 계산도 안 돼.”

“이거라도 좀 줄까? 생각보다는 먹을 만해.”

삼식이가 뭔가를 쭙쭙거리며 묻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치약을 빨아 먹고 있다. 보안관은 대꾸도 하지 않았고, 유빈이 만류했다.

“야, 너 그런 거 먹으면 배 아파질 텐데…….”

“이미 충분히 아픈걸, 뭐. 너무 배가 고파서 위에 불이 난 것 같아. 아∼ 달달하다.”

“그러지 말고, 이걸 나눠 마시자.”

유빈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보물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마지막 하나 남은 음료수 페트병이었다. 마지막 음식이기 때문에 모두들 선뜻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소주는?”

삼식이가 아쉽다는 듯 물었다. 유빈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처럼 텅텅 비어 있는 배 속에 소주를 집어넣었다간 모두들 한 방에 가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아래에 내려가서 축배를 들 때.”

‘아니면 아주 내려가지 못하게 될 때’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목구멍으로 꿀꺽 넘겼다.

네 명은 말없이 마지막 한 병의 음료수를 돌려 마셨다. 얼마나 달콤한지, 그 쾌감이 뇌 안쪽까지 미치는 것 같다. 두 모금씩 들이켜고 나니 1.8리터짜리 병은 금방 동이 나버렸다.

“자, 이제 먹을 것도 정말 다 떨어졌고, 바짝 힘을 내는 수밖에 없어. 빨리 저놈들 다 해치우고 먹을 걸 구해 오자.”

유빈이 과장되게 손뼉을 치며 모두를 독려했다.

“아까 스물셋이라고 했나?”

담배를 문 채 창밖을 향해 오줌을 누고 있던 삼식이가 물었다.

“응. 그러니까 이제 열세 마리만 더 잡으면 돼.”

커다란 고추를 털며 삼식이가 한숨을 쉰다.

“후우, 앞으로도 꼬박 네 시간은 걸리겠네. 젠장.”

하지만 삼식이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일이 손에 익어가면서 괴물 하나를 처리하는 시간은 조금씩 더 빨라졌다.

특히 발버둥을 치는 괴물의 머리통에 네일 건으로 못을 박아 처리하는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해머를 휘두를 때보다 훨씬 신속하고 간편하게 일이 진행됐다.

열여섯 마리째의 몸뚱이를 바닥에 밀어버리며 유빈은 밑을 내려다보았다.

계단 구멍 아래 1층은 머리가 작살나거나 끊어져 나간 시체들로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돌아다니면서 괴물들은 소리를 질러 댔다.

일곱 마리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제는 아무렇게나 대충 던져도 맞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시야 밖으로 사라진 채 돌아다니는 놈들이 문제였다. 괴물들이 이 낚시터를 향해 달려오도록 할 뭔가가 필요했다.

“신입, 아까 말했던 그거…… 부탁하자.”

“아, 안 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했는데…….”

신입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인 뒤, 두 팔을 허리 위로 들어 올렸다.

“해라, 해. 씨발. 야, 근데 꽉 묶어야 돼.”

유빈은 진지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여 준 뒤, 고무호스를 가져와 신입의 허리에 묶었다. 그리고 다른 쪽 끝을 3층 계단에 묶어 고정시켰다.

“자, 이제 절대로 떨어질 일 없어. 마음껏 꼬셔봐.”

“후우, 아, 씨발. 후달린다.”

부들부들 떨며 욕설을 내뱉던 신입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털썩 계단 구멍 가에 앉아 조심스럽게 다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흔들었다. 인간 미끼다.

“미안한데, 조금만 더 아래로 몸을 내밀어줘. 저 새끼들이 미치도록!”

“지금도 존나 무섭단 말이야! 에이, 썅!”

난간을 꽉 끌어안은 신입은 최대한 구멍 아래로 몸을 내리고 흔들어 댔다.

그롸아악!

효과가 있었다. 건물 구석을 돌아다니던 괴물들이 하나둘씩 슬슬 계단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유빈은 주먹을 굳게 쥐며 신입을 응원했다.

“좋아! 계속 그렇게만 해!”

그르! 그르륵!

유혹을 이기지 못한 괴물 한 마리가 바닥에 쌓인 시체의 산을 타고 힘차게 뛰어오른다.

유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힘껏 가시방석을 집어 던졌다. 빠가각! 허리가 벌집이 된 괴물이 로프에 당겨져 올라온다. 신입은 얼른 다리를 끌어 올렸다.

유빈은 발광하는 괴물의 뒤통수에 8인치 대못을 두 개 박아 넣었다.

뚜청! 뚜청!

“열일곱!”

뚜청! 뚜청!

“열여덟!”

뚜청! 뚜청!

“열아홉!”

그리고 스무 마리째의 사냥이 방금 막 끝났다. 어제 계단 아래에서 뛰어 대다가 못이 박힌 놈이었다.

한쪽 발바닥 아래에 각목이 꿰어진 이 괴물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해서 다른 녀석들보다 뛰는 속도가 훨씬 느렸다.

“잘 가라, 딸깍아.”

놈의 뒤통수에 못을 쏴 넣으며 유빈이 말했다. 밤새도록 건물 전체를 지겹게도 울려 대던, 그 딸깍거리는 소리를 이제 더 안 들어도 된다니, 속이 다 시원하다.

“후우우∼!”

바닥에 그은 줄이 20개. 혹시 잘못 세었을까 봐 몇 번이나 그 줄의 수를 헤아렸다. 남은 것은 이제 세 마리뿐이다. 그런데 사냥은 점점 까다로워졌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입이 몸을 늘어뜨린 채 다리를 흔들어봐도, 입 냄새를 후후, 불어줘 봐도 좀처럼 가까이 다가와 주질 않는다.

그리고 어지간히 빠르게 뛰어다녀서 맞추기가 어려웠다. 사정거리 내에 들어왔다 싶어 가시방석을 날리면, 괴물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가시방석은 허공을 갈랐다.

“보안관, 몇 시야?”

여러 번의 헛손질을 한 다음 초조해진 유빈이 물었다.

“네 시! 네 시 십칠 분!”

보안관도 어지간히 기운이 빠진 것 같은 말투였다. 매운 치약 때문에 입술이 빨갛게 부어오른 삼식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 시……. 스무 번째 괴물, 딸깍이를 해치운 때로부터 적어도 40분 이상이 흘렀다. 그동안 계속 진전이 없던 것이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괴물들을 다 해치우기 전에 해가 질 것이고, 그러면 음식을 구하러 나가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된다. 유빈은 입을 감싸 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

“잠깐 또 쉬자. 할 말도 있으니까.”

유빈은 신입의 허리에 묶었던 호스를 풀어주고 보안관과 삼식이를 불렀다. 다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독하게 더운 날이었다. 꼬박 하루 이상을 굶고 시체들과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그 열기가 더더욱 견딜 수 없이 느껴졌다.

“이제 남아 있는 새끼들은 이 방법으로 못 잡을 것 같아.”

물을 마시고 나서 잠시 숨을 돌린 유빈이 얼굴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러면 또 다른 걸 만들어야 돼?”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들고, 그걸 재빨리 다시 잡아먹던 삼식이가 물었다.

“아니…… 우리가 내려가서 잡아야 돼.”

그 말을 하는 유빈의 표정은 무거웠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위험도가 몇 배나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자.”

유빈의 어조와 정반대로 너무나 간단하게 보안관이 대답했다. 기지개를 쭉 켜면서 보안관이 말을 이었다.

“슬슬 밧줄만 잡아당기는 일도 지겨워졌는데, 오히려 잘됐네. 세 마리 남았댔지? 후딱 해치워 버리자.”

“위험한 일이라는 거 알지? 까딱하다 물리기라도 하는 날엔…….”

유빈은 뒷말을 삼켜 버렸다. 그런 일은 입에 담고 싶지도 않았다. 보안관이 여유롭게 웃으며 우두둑, 소리가 나게 주먹을 꺾는다.

“야, 너 내가 누구한테 한 대라도 맞는 거 본 적 있어? 저 새끼들도 똑같아. 어제는 어디를 까야 할지 몰라 도망쳤지만, 삼 대 일이면 게임도 아니지.”

“하지만 보안관…… 너, 어제 막 소리 지르면서 도망쳤잖아. 개 아저씨한테도 겨우겨우 이겼고.”

삼식이가 놀리자 보안관이 발끈했다.

“야이 씨, 그럼 주둥이에 피를 묻히고 사람을 잡아먹는 새끼들을 처음 봤는데 안 놀라는 사람도 있냐? 그리고 어제 전철역에서는 안 다치게 하려다가 그런 거였잖아. 이젠 그렇게 시간 안 끌어. 그냥 머리를 작살내야 하는 걸 다 아니까 한 방씩에 보낼 수 있어.”

“그리고 절대로 물리면 안 되고.”

유빈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보안관이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는 맞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그건 자신 있으니까 믿어.”

그들은 신중하게 무기를 골랐다. 너무 크고 무거운 건 안 된다. 스피드를 죽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중량이 있는 것. 그래서 한 방에 머리통을 쪼갤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을 것 같은데. 어제 비슷한 걸 써보기도 했고.”

보안관은 공구 가방에서 커다란 스패너를 집었다. 삼식이가 40센티 정도 길이의 돌 깨는 망치를 고른 다음, 유빈은 삽을 들었다. 아무래도 긴 무기가 하나는 필요할 것 같아서다.

“아까도 말했지만, 위험한 건 안 할 거야. 난 안 내려가.”

세 친구가 엘리베이터 구멍 앞에 서서 케블라 장갑과 고글을 끼는 동안, 신입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쭈뼛거리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어차피 나중에 줄을 내려줄 사람도 필요해.”

대답을 마친 유빈은 엘리베이터 구멍으로 얼굴을 내밀어 아래쪽을 살폈다.

건물 반대편에서 창문을 향해 서 있는 놈이 하나, 계단 부근에서 뛰어다니는 놈이 또 하나. 둘 다 엘리베이터 구멍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세 번째 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당황한 유빈은 사방으로 목을 돌려 스물세 번째 괴물의 위치를 찾았다.

“뭐해? 저 새끼들 멀리 있을 때 빨리 내려가자.”

함께 고개를 숙인 보안관이 채근을 했다.

“둘밖에 안 보여. 한 놈이 어디 갔지?”

“기다린다고 오겠어? 지금 있는 놈들 죽이는 동안 나타나겠지. 간다?”

망설이던 유빈이 만류할 틈도 없이 보안관은 구멍 아래로 몸을 늘어뜨린 다음 손을 놓았다. 두 친구도 서둘러 1층으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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