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피와 좀비의 시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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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피와 좀비의 시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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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피와 좀비의 시간 (3)
2021.09.14.
“하아, 하아…….”
숨을 몰아쉰 민구는 몸을 돌려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임수정은 여전히 전혀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쓰러진 채였다.
손으로 목을 짚어보았다. 다행히 아직 맥은 뛰고 있었다. 그녀를 흔들어 깨울 여유는 없다. 남아 있는 괴물이 끊어진 두 팔을 늘어뜨린 채 민구와 임수정을 향해 뛰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민구는 다리를 끌며 천천히 복도를 사선으로 걸어가 각도를 조정했다. 이렇게 해두면 혹시 괴물의 공격이 그를 지나치더라도 조금 전처럼 곧바로 여자를 향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둘 사이의 거리가 2미터 이내로 좁혀졌을 때, 괴물은 아가리를 벌리고 민구의 목을 향해 몸을 날렸다.
부서져서 덜렁거리는 괴물의 턱에서 악취와 분비물들이 튀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민구는 괴물의 벌어진 아가리를 향해 정확하게 칼을 휘둘렀다.
빠가각!
턱뼈와 목뼈가 연달아 끊어진다.
툭.
잘린 괴물의 머리가 바닥에 뒹굴고, 목을 잃은 괴물의 몸은 복도에 부딪친 뒤 그대로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앞에서 잘라도 되는구나.”
끔찍한 꼴로 널브러진 괴물의 시체를 보며 민구가 나직하게 내뱉었다. 이걸로 아까 정문에서 보았던 세 놈은 다 처리했다.
후우, 민구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의 몸은 아까부터 이미 한계에 가까워져 있지만, 조금 전의 추격전으로 이제는 마지막 한 방울 남아 있던 근성마저 다 짜내 버린 느낌이었다. 더 이상은 칼을 들고 있기도 버거워졌다.
‘그래도 이름을 걸고 한 약속은 지킨 건가?’
민구는 오늘 그가 건진 유일한 전리품,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임수정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깨우기 위해 가볍게 뺨도 때려보고 어깨도 흔들어봤지만, 의식이 돌아올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봐! 정신 차려! 내 말 들려?”
축 늘어진 여자의 머리칼을 잡고 흔들어도 마찬가지다. 민구가 임수정을 깨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계단 쪽에서 또다시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가랑거리는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소리로 봐서는 두 마리, 아니, 세 마리쯤 된다. 오늘 밤의 이 빌어먹을 게임은 점점 가파르게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제 그는 기절해 뻗어 있던 여자까지 지켜가면서 한 번에 세 마리의 괴물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훗! 크크큭!”
정수장의 정문을 넘은 이래 처음으로 민구가 웃음을 터뜨렸다.
‘숨 돌릴 틈도 제대로 안 주고 치대는구나.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 이쪽에서도 놀아줄 맛이 나지.’
빠르게 사방을 둘러본 민구는 칼을 옆구리에 끼고 임수정의 발목을 잡아끌며 식당으로 걸어갔다.
그리 살집이 많은 여자가 아니었으므로 한 팔만으로 끌고 가기에도 큰 무리는 없었다.
철컥!
식당에 들어선 민구는 여자를 내려놓고 우선 문부터 잠갔다. 빈약한 자물쇠지만, 적어도 몇 분은 버텨줄 것이다.
“끄응∼!”
축 늘어진 임수정을 잡아끌며 민구가 향한 곳은 식당 내의 주방이었다. 조금 전 칼을 고를 때 그가 봤던 기억대로 주방에는 커다란 업소용 냉장고가 있었다.
두꺼운 스테인리스 냉장고는 확실히 튼튼해 보였다.
저 괴물들이 어찌할 수 있을 만한 크기나 무게도 아니고, 안에서도 문을 잠그고 열 수 있는 구조다. 저곳에 숨는다면 금고 안에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민구는 먼저 냉장고의 문을 열어 내부의 온도를 확인했다.
차가운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냉기를 빼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문은 그대로 열어두었다. 다행히 냉장고는 음식이 거의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다.
냉장고의 옆으로 돌아간 민구는 전원 코드를 뽑고 칼로 내려쳐서 아예 잘라 버렸다.
그러고는 문 주변에 붙은 고무 패킹에도 안팎으로 몇 군데 길게 칼집을 넣었다. 이렇게 하면 냉기도 빠져나가고 공기도 통할 테니까.
쿠웅!
식당의 문이 흔들린다. 놈들이 벌써 들이닥친 것이다.
쿠웅! 쿠웅!
점점 더 빠른 간격으로 문이 울린다. 문에 달린 손바닥만 한 창유리 너머로 비치는 놈들은 모두 셋이었다.
아까 정문에서 쓰러뜨렸던 경비원 둘과 칠성이가 괴물로 변해 민구의 살을 뜯어먹기 위해 문을 받아대고 있다.
“이봐, 가방끈 긴 아가씨! 내가 살려준다고 했던 거, 기억하지?”
식당을 돌며 테이블보들을 걷어내 모으며 민구가 물었다. 물론 의식을 잃은 그녀가 대답을 해주지는 않는다.
걷어 온 테이블보 여러 장을 바닥에 누워 있는 임수정의 다리에 던지며 민구는 다시 혼잣말을 했다.
“나도 까먹은 건 아냐. 그런데 지금은 내 몸이 영 아니라서 이게 최선이니까, 이 정도로 참아줘. 내일 아침, 출근한 사람들이 열어줄 때까지만 기다려.”
쿠당탕―! 쩌적!
식당 문 쪽에서 울려오는 요란한 소리가 민구를 재촉했다. 용케 버텨주던 문이 한계를 맞고 있었다.쪼개진 나무 문 사이로 괴물들의 울부짖음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온다.
한 팔만 가지고 물먹은 솜 인형처럼 늘어진 여자의 몸을 테이블보로 친친 감는 것은 생각보다 꽤나 힘이 들었다. 이렇게 해두면 최소한 얼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땀에 젖어 있던 임수정의 머리카락까지 천으로 덮어준 민구는 끙끙거리며 그녀를 끌어 냉장고 안에 넣었다.
절그럭, 소리가 나게 문을 닫은 민구는 지체하지 않고 냉장고 손잡이를 칼로 내려쳐서 부러뜨려 버렸다.
땡그렁, 부러져 나간 손잡이가 바닥에 뒹군다. 이제 끌을 동원하지 않는 한 이 냉장고는 바깥쪽에서 열리지 않게 됐다.
끄라라아악! 그르르!
주방을 나온 민구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식당 중앙까지 걸어갔을 때, 마침내 문이 부서지고 괴물들이 앞다투어 뛰어 들어왔다.
세 마리의 괴물. 한 팔과 한쪽 발목을 못 쓰는 이 상황에서 힘만 가지고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아무래도 벅찬 숫자였다. 작전이라는 게 필요했다.
그나마 민구에게 다행스러운 점은 저 괴물들이 웬만한 짐승들보다도 대가리가 나빠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오늘 밤 민구와 싸우는 내내 저것들은 도무지 피하는 법이 없었다. 민구는 스테인리스 식판이 가득 들어 있는 식기 운반 카트 뒤로 걸어가 자세를 낮추고 밀었다.
드르륵, 묵직한 소리와 함께 카트 바퀴가 구른다. 꽤나 무거웠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움직여 줬다.
그라아악!
괴물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민구를 향해 나란히 달려온다. 민구는 이를 악물고 더 속도를 높여 카트를 밀며 달렸다.
놈들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민구는 카트를 놓아버리고 뛰는 속도를 늦췄다.
괴물들이 돌대가리일 것이라는 민구의 판단은 정확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카트가 굴러오는데도 놈들은 여전히 피하거나 주춤거리는 법이 없이 전속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콰장창!
괴물 둘을 한 번에 받은 카트가 쓰러지면서 담겨 있던 식기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두 마리의 괴물이 식기를 덮어쓴 채 고꾸라져 버렸다.
“좋아!”
기뻐할 틈은 아주 잠시뿐이었다. 카트에 맞지 않은 칠성이가 하얗게 변색된 눈알을 번뜩이며 민구를 물어뜯기 위해 몸을 날렸다.
“이 새끼가! 형한테 이빨을 드러내?”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그의 운전사였던 칠성이의 공격을 피한 민구는 놈의 오금을 노려 칼을 휘둘렀다. 빠가각! 힘줄이 끊긴 무릎이 이상한 각도로 꺾이면서 칠성이가 비틀거린다.
“거 봐, 이 새끼야. 내가 늘 뭐라고 했냐? 너 살 안 빼면 언젠가 무릎이 작살날 거라고 했지?”
민구는 표정 없는 얼굴로 다시 한 번 크게 팔을 돌려 칠성이의 다리를 베었다. 양쪽 무릎이 모두 부서진 칠성이가 쓰러질 때, 바닥을 짚던 왼팔이 반대 방향으로 꺾여 나갔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 칠성이가 버둥댄다. 하지만 한 팔의 힘만으로는 130킬로그램이 넘는 무거운 몸이 좀처럼 가눠지질 않는 모양이었다.
그아아악! 꾸르르!
칠성이를 끝장내기 위해 자세를 잡으려는데, 카트에 맞아 쓰러졌던 괴물들이 훼방을 놓았다.
민구는 높이 쳐들었던 칼의 방향을 바꿔 뻗어 오는 괴물의 손목을 후려쳤다. 손목이 날아간 다음에도 괴물의 달려드는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민구는 허리를 굽혀 괴물의 상체 아래로 파고든 뒤, 어깨를 튕겨 놈을 업어 쳤다. 달려오던 힘 때문에 공중에 붕 떠오른 괴물은 수직으로 원을 그리며 머리부터 바닥에 내리꽂혔다.
쩌억!
대가리가 터져 버린 놈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민구는 세 번째 괴물에 맞서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세 번째 녀석은 복부가 피로 물들어 있고, 뻥 뚫린 배꼽 부근에서 흘러나온 내장은 놈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며 덜렁거렸다. 복부의 근육이 훼손되어서 그런지, 다른 놈들보다 뛰는 속도가 확연히 느렸다.
“그쯤 됐으면 그냥 뒈지지 그랬냐?”
차갑게 내뱉은 민구는 괴물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뒷목을 네 번 그어 끝을 냈다.
“후우우…….”
괴물들의 피와 체액, 기름으로 얼룩진 칼을 탁자에 올려놓은 민구는 젖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고 불을 붙이기 위해 애를 썼다.
라이터를 켜는 동안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담배를 빨아들이며 주먹을 몇 번 오므렸다 펴봤다. 뻐근하다. 손에 익숙하지 않은 싸구려 칼을 계속 휘둘러 댔으니 근육에 무리가 가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지독하게 목이 탔다. 탈수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물을 좀 마셔야 할 것 같았다.
민구는 식당 안쪽에서 아직도 버둥거리고 있는 칠성이를 잠시 내버려 두고 입구에 설치된 정수기를 향해 걸어갔다.
“이제 살아날 만한 놈은 다 살아난 건가?”
두 컵을 연달아 마신 후, 세 번째 잔을 들고 민구는 셈을 해봤다. 그가 대입했던 수식은 간단했다. 괴물에게 물려 죽은 놈은 괴물로 변한다.
그리고 그렇게 괴물로 변했을 가능성이 있는 녀석들 중 그가 숨통을 끊지 않은 것은 둘뿐이었다.
달아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괴물에게 먹잇감으로 던져 주었던 트럭 운전사와 안경잡이.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두 마리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해 줄 수 있다.
그르르르…….
칠성이가 버둥대며 가래가 끓는 것 같은, 기묘한 소리를 냈다.
울대가 뜯겨 나간 녀석이어서 제대로 울부짖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혼자서 일어날 수 없는 녀석에게까지 힘을 쏟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몇 년간 한솥밥을 먹던 놈인데 저런 꼴로 버려두고 가는 건 마뜩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 쉬게 해주는 게 도리겠지.”
담배 한 모금을 마저 빨고 난 뒤, 민구는 칼을 집어 들고 칠성이에게 다가갔다. 민구가 가까이 다가가자 칠성이는 한층 더 격렬하게 버둥거리며 끅끅댔다.
무표정하게 바라보던 민구가 팔을 크게 휘두르자 갑자기 식당 안이 고요해졌다. 한 번에 정확히 끝을 내 준 것이다.
“나머지 두 새끼도 지금 나와주면 좋겠는데…….”
식당을 나서서 1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며 민구가 혼잣말을 했다. 혹시라도 그가 떠난 뒤에 깨어난 여자가 냉장고 밖으로 나왔다가 괴물들과 맞닥뜨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1층은 고요했다. 민구는 괴물들을 찾기 위해 천천히 로비를 돌았다. 깨진 창문 사이로 날아든 빗방울들 때문에 로비 안은 습기가 가득했다.
“이쯤 찾아봤는데도 안 보이면 없는 거겠지.”
마침내 민구는 수색을 포기하고 아까 임수정이 열어주었던 로비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비 때문에 환하게 동이 트는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이제 조금 뒤면 사람들이 왕래를 할 시간이 될 것이다. 이곳과의 인연도 슬슬 정리해야 할 때였다.
셔터를 올리고 자물쇠를 풀기 전, 민구는 어두운 밖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유리문에 얼굴을 바짝 붙여봤다.
괴물도, 별달리 위험해 보이는 구석도 눈에 띄지 않았다. 딸깍, 그는 자물쇠를 풀고 문을 나섰다.
“흐음∼!”
여름 새벽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정수장을 걸어 나가는 동안, 들어올 때는 다급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좌우에는 수영장처럼 생긴 커다란 수조들이 여러 개 늘어서 있었다.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곳이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물이 가득 찬 여러 개의 수조에 빗방울들이 떨어지는 광경을 보니 새삼스러웠다.
그가 뒤통수를 때려 죽인 경비원의 시체는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엎어져 있었다. 그를 쫓아 달려왔던 괴물들도 이 시체는 그냥 지나쳤던 것이다.
쉬지 않고 걷던 민구가 걸음을 멈췄다. 빗소리에 섞여 그의 발소리가 아닌 소리가 들려온다. 민구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
민구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경찰들이었기 때문이다.
네 명이나 되는, 푸른 제복 차림의 경찰이 건물 뒤편에서부터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일이 더럽게 꼬여간다.
‘하긴, 짭새가 뜨고도 남을 시간이긴 하지.’
총소리를 듣고 누가 신고를 했던 것일까, 아니면 순찰을 돌던 경찰이 정문이 부서진 것을 보고 지원을 요청해 들어온 것일까? 어쩌면 그의 차가 정문을 들이받았을 때 경찰서에까지 경보가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민구의 머리가 복잡해진다. 저놈들이 오늘 밤의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정문의 차 안에 죽어 있는 부하들, 그 너머 도로 위에 문이 열린 채 버려진 트럭, 치울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경비원의 시체까지…… 저질러 놓은 일들이 너무 많았다.
‘사고를 피해 살아남은 여기 직원인 척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짭새들을 제낀다는 건 정말 가장 최후에나 생각해야 하는 선택이다. 그건 여타 다른 공무원들을 처치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몸으로 네 명이나 되는 놈들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빠르게 계산을 해본 민구는 일단 칼을 버리기로 했다.
시선을 가리기 위해 슬쩍 방향을 바꿔 선 민구는 정수조 안에 칼을 던져 넣었다. 풍덩―! 물보라와 함께 흉기는 사라졌다.
경찰들이 그를 직원이라 순순히 믿어준다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얼굴의 흉터가 걸렸다.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볼 만한 일이었다.
‘정 시끄럽게 굴면 그때 처리하면 되지.’
민구는 경직된 얼굴을 움직여 가짜 미소를 지은 뒤, 경찰들을 향해 오른손까지 흔들었다.
“경찰 아저씨, 도와주세요! 여깁니다!”
푸른 제복을 입고 달려오는 것들이 평범한 경찰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기까지는 몇 초가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보통의 경찰들보다 훨씬 빨리, 아무 말도 없이 달려올 때까지만 해도 민구는 뭐라고 진술해야 할지 거짓말을 꾸미느라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선두에 선 녀석이 널브러진 경비원의 시체를 밟고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그 순간, 놈들의 정체성이 분명해졌다.
경찰들 뒤로 또 새로운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뛰어왔다. 트럭 운전사와 안경잡이, 거기에 만배파 조직원도 하나 끼어 있었다.
“도대체 몇 명이나 변할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