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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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1)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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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글……!

돼지갈비가 특유의 캐러멜 향을 풍기며 익어간다.

그곳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흔하디흔한 갈빗집이었다. 적당히 허름하고 적당히 넓다. 고기 맛조차도 평범하다.

그래도 평상시에는 꽤나 높은 매출을 올렸는데, 그 가장 주된 이유는 입지였다. 오늘 그 흔한 갈빗집 7번 테이블에는 네 명의 친구가 앉아 있었다.

잘생긴 친구, 덩치 큰 친구, 평범한 친구, 그리고 모자 쓴 친구. 그중 모자를 쓴 녀석은 다른 세 명보다 유난히 표정이 어둡다.

“진우야,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너 좋아하는 거라서 일부러 이거 시켰는데.”

잘생긴 친구가 모자 쓴 친구에게 묻는다. 진우라 불린 녀석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1센티미터도 안 되게 깎은 스포츠머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 입대하는 놈이 그럼 기분이 좋아야 하냐? 너 같으면 돼지갈비가 목구멍으로 넘어가겠냐고. 에휴우∼”

어지간히 심란한지, 진우는 또 한숨을 푹푹 쉰다. 덩치가 큰 근육질의 녀석이 잘 익은 고기를 골라 진우의 접시에다 놓아주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잘 챙겨 먹고 가야지. 너, 훈련소 들어가면 이런 거 암만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진우는 까까머리를 감싸 쥐고 덩치 큰 친구에게 엄살을 부렸다.

“야, 보안관. 나 진짜 군대 가기 싫다. 이제 저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거의 2년 동안 갇혀 살아야 한다는 거, 생각만 해도 미칠 것 같아. 후우∼ 너희랑 같이 차 타고 돌아가면 안 되는 거겠지?”

“어제 술 취해서 그만큼 징징거렸으면 됐잖아, 인마. 이제 그만 포기하고 받아들여. 자, 아∼ 해.”

보안관이란 별명으로 불린 친구는 솥뚜껑 같은 손으로 쌈까지 싸서 억지로 진우의 입에 고기를 밀어 넣었다. 진우는 우물거리면서도 계속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고기 맛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겠어. 아니, 왜 나만 영장이 이렇게 일찍 나오냐고……. 불공평하잖아.”

“아, 맞다. 야, 쌈장 보니까 생각이 난 건데…….”

잘생긴 친구가 끼어들었다.

“정말 드문 일이겠지만, 어떤 미친놈들은 화장실 청소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똥 퍼 오라고 한 다음, 전부 쫙 세워놓고 손가락으로 한 번씩 찍어 먹으라고 한대. 그러니까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치면 꼭 검지로 찍어서 몰래 중지를 빨아. 이렇게 말이야.”

그러고서는 직접 쌈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는 척 시범까지 보인다. 함께 밥을 먹던 나머지 셋이 거의 동시에 역겨워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진우가 씹던 고기를 억지로 삼키고 말했다.

“더럽게 고맙다, 삼식이 이 개새끼야. 이래저래 가뜩이나 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데, 이제 똥 먹는 시범까지 보여주는구나.”

별말씀을. 삼식이라 불린 친구는 의기양양하게 다시 한 번 검지로 쌈장을 찍고 중지를 쪼옥 맛있게 빨았다. 그런 바보짓을 하는데도 잘생겼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는 게 더 열 받아서 진우는 시선을 벽에 걸린 TV로 돌렸다. TV에서는 조금 전까지 방송되던 음악프로그램을 끊고 속보를 내보내는 중이었다.

조지아의 러시아 접경 도시 앱테크나야(Aptechnaya)에서 대규모 폭발.

러시아의 아들레르 일부까지도 화염에 휩싸여…….

러시아와 조지아, 서로 상대국에 미사일 공격했다 비난.

UN 신중한 반응.

화면 아래로 천천히 흐르는 자막은 대강 그런 문장들이었다. 당직 아나운서는 두서없이 들어오는 정보들을 더듬거리며 읽느라 진땀을 뻘뻘 흘렸지만, 사실은 자막에서 이미 전한 내용을 좀 늘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진우에게는 자료 영상도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루했다.

채널을 옮길까…… 라고 생각하는 동안, 속보가 끝나고 화면은 다시 음악 프로그램으로 넘어갔다. 두 명의 아이돌이 막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최고의 인기 듀오, 핑크 펀치였다.

“오! 핑크 펀치!”

보안관이 반색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네 명의 친구 중 세 명이 해맑은 미소와 함께 TV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예쁘구나, 제니야! 오빠가 격하게 사랑한다!”

갈색 머리의 제니가 클로즈업되자 보안관은 애절한 표정을 지었다. 평범해 보이는 친구가 한심하다는 듯 중얼거린다.

“하여간 머리 나쁜 놈들이 꼭 가슴 큰 여자 좋아한다니까. 보안관, 이 멍청아! 예쁜 건 테라지! 그치, 진우야?”

“음, 그건 사실이긴 하지.”

진우도 이 순간만큼은 입대의 우울함을 잊고 근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투명에 가까운 흰 피부, 길고 까만 생머리,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저 청순함. 테라는…… 사랑이다.

“하긴 너희 같은 애송이들은 제니의 섹시한 매력을 감당하기 어렵겠지.”

보안관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제니다!’, ‘아니다, 테라다!’ 두 명 중 누가 더 예쁜지,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주제로 투닥거리다가 진우는 갑자기 또 우울해졌다.

“하아∼ 좋구나.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제 이런 세상과 바이바이 하는 거라니…….”

나머지 세 친구가 고개를 저으며 한목소리를 냈다.

“하하하, 이 새끼. 무슨 지구 종말이라도 오는 것처럼 말하네. 그냥 너만 잠시 못 보는 거야.”

“오냐, 개새끼들아. 나중에 내 밑으로 들어오기만 해라. 안면 싹 몰수하고 악마처럼 존나 갈궈주마.”

“확률적으로 그런 일은 없어. 군대가 무슨 동창회도 아니고…….”

그렇게 계속 지껄여 대는 7번 테이블의 네 친구와 달리 9번, 11번 테이블의 가족들은 고기가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입안으로 욱여넣고 있었다. 대화는 전혀 없이, 마치 누가 빨리 먹나 내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입대를 위해 머리를 박박 깎은 아들도, 배웅하러 온 여동생도…… 전부 아무 말이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저 고기만 먹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조금 전 들어와 입구 근처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여덟 명의 덩치 큰 사내 때문이다.

“하하하, 새끼들. 그러니까 진즉에 학교 갔다 왔으면 이런 데 안 끌려오잖냐, 이 멍청한 새끼들아. 큭큭큭, 나 봐라. 상해로 1년 좀 넘게 살고 나오니까 국방부에서 얼굴 보자는 말을 안 하네?”

“큭큭큭, 당연한 거 아니냐? 별을 떡 달았으니 이런 쫄병 나부랭이들이랑은 어울릴 일이 없지. 천하의 만배파 체면에 작대기를 달면 안 되지. 큭큭.”

깍두기 썰듯 각을 세워 짧게 자른 머리, 검은 양복바지, 웃통 벗은 러닝셔츠 사이로 비치는 현란한 문신. 누가 봐도 조직폭력배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놈들이 큰 테이블을 두 개나 차지하고 앉아 왁자지껄 제멋대로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래도 이 새끼들아, 영광인 줄 알아. 민구 형님이 막내들 군대 간다고 직접 이렇게 배웅까지 와주셨잖아. 응? 그런 거는 알고 있지?”

“네! 감사합니다, 실장님!”

입영 대상자인 것으로 보이는 두 놈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한다. 마치 전세를 낸 것처럼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아따, 저년들. 저 방댕이 흔드는 것 좀 봐라! 저런 년들은 콱, 그냥 쌍으로 따먹어 버려야 되는데! 크흐흐흐.”

TV 화면을 보며 조폭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음담을 지껄였다. 킬킬킬,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다른 놈들 몇 명도 함께 웃어 댔다.

“아, 저 새끼들. 진짜 예의 없이…….”

발끈한 보안관이 조폭들의 테이블을 향해 고개를 돌리려 하자 평범한 친구가 재빨리 그의 머리를 붙잡아 고기 쪽으로 되돌렸다.

“어어, 참아, 참아.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응? 오늘 저녁에 있을 미팅을 생각해. 너, 낯선 유치장에서 밤을 보낼래, 아니면 여자애들이랑 술 마시면서 화기애애한 밤을 보낼래?”

“뭐어? 미팅? 누구는 입대하는 날, 너희는 미팅을 한다고? 하아∼ 이런 개새끼들을 친구라고 불러야 하냐?”

분한 마음을 이기지 못한 진우가 울상을 짓는다. 그때, 갈빗집의 문이 열리며 네 명의 가족이 들어섰다.

“헉…….”

입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은, 여덟 명이나 되는 조폭을 보고 놀란 일가족은 문을 잡고 멈춰 서버렸다.

“아, 거기서 뭐해, 아저씨! 얼른 문 닫고 들어와!”

잉어 문신을 한 놈이 눈알을 부라리며 성질을 낸다. 일가족은 그 자리에서 쭈뼛거렸다. 아들이 입대하기 직전의 마지막 가족 만찬을 이런 험악한 분위기에서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냥 문을 탁, 닫고 돌아서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그랬다가는 혹시 저 조폭 놈들이 따라와서 시비를 걸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기를 10여 초. 식당 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문을 향해 집중되던 그때, 중년의 어머니가 기지를 발휘해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짜, 짜장면 되나요?”

“예?”

식당 주인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저희는 고깃집인데요.”

“아, 우리가 간판을 잘못 봤네. 죄송해요. 애가 군대 가기 전에 꼭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군대 갈 아들의 입맛 핑계를 대고 위기에서 벗어난 가족은 공손히 유리문을 닫고 뒤돌아섰다. 조폭들은 갑자기 대폭소를 터뜨렸다.

“우하하하하, 저, 저것 봐라! 갈빗집 와서 짜장면 먹는단다! 미친 여편네. 우하하하하!”

“아이고, 나는 그 애비가 더 한심하다. 뭐한다고 쭈뼛거리고 서서…… 자식 앞에서 쪽팔리지도 않나? 킥킥킥.”

조폭들은 테이블을 두드려 가며 박장대소를 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커질수록 9번, 11번 테이블의 가족들은 더 움츠러들어서 고개를 푹 숙인다. 바로 그때였다.

“야, 이 개새끼들아! 좀 조용히 처먹어!”

아까부터 부글부글 끓고 있던 보안관이 탁자를 쾅! 내려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폭들, 다른 손님들, 식당 종업원과 사장,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까지도 어안이 벙벙해서 보안관을 쳐다본다. 진우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어후∼ 진짜. 내가 보안관, 저 새끼 굳이 따라온다고 난리를 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렇게 허구한 날 사람을 쌈박질로 몰고 들어가더니, 이제 입영도 못 하게 하려고…….”

“이런 X발 놈이, 지금 뭐라고 했어? 간이 배때기 밖으로 처 튀어나왔나. 어디, 다시 한 번 지껄여 봐!”

잉어문신이 벌떡 일어나며 눈을 부라렸다. 보안관은 여전히 자리에 앉은 채 대거리를 한다.

“조용히 처먹으라고, 이 멍청한 새끼야! 다른 사람들한테 불편을 끼쳤으면 미안해라도 해야 할 것 아냐!”

“아나, 이런 또라이 같은 새끼가……. 너, 오늘 뒈졌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사장은 싸움이 벌어질 기미가 보이자마자 주방 안으로 몸을 숨겼다. 몰래 파출소에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네 친구는 별 동요 없이 그대로 앉아 있다.

“유빈아, 유치장 끌려가는 바람에 훈련소를 못 들어가면 어떻게 돼? 그것도 무슨 처벌 대상이 되는 거야?”

진우가 평범해 보이는 친구에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빈은 스마트폰을 꺼내서 다급하게 검색을 한다.

“……이건가? 무단 미입영…… 병역법 제88조 위반, 구속…… 으아, 3년 이하의 징역이래. 안 되는 건가 본데?”

“파출소에다가 부탁하면 연락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그러면 무단은 아니잖아.”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 잉어문신은 7번 테이블 앞에 도착했다. 잉어문신은 보안관의 뒷목을 콱 움켜쥐며 한쪽 입술 끝을 씰룩거렸다.

“야! 더 지껄여 봐! 큰소리 빵 칠 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얌전하냐? 응? 왜? 후회가 돼? 요 좃만 한 새끼야.”

잉어문신이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력이라면 자신이 있다. 이 기세 그대로 그릴 위에 얼굴을 짓눌러 지져 버릴 참이었다. 평생 화상의 흔적을 보면서 후회하고 살아가게 되리라…….

한데 이놈이 조금도 움직이질 않는다. 당황한 잉어문신이 다시 한 번 체중을 실으려 할 때, 보안관은 왼손을 들어 놈의 손아귀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바깥쪽으로 비틀어 꺾으며 일어났다.

“으, 으윽! 이, 이 개새……끼, 이, 이거 안 놔?”

어깨가 완전히 꺾인 잉어문신이 협박인지 애원인지 모를 소리를 신음과 섞어 내뱉었다. 주먹을 휘둘러 봐도 도무지 닿지를 않는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아, 이 새끼야. 개뿔도 아닌 것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약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고.”

잠시 더 힘을 주어 팔을 꺾던 보안관은 한바탕 설교를 한 다음에야 잉어문신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이 X발 새끼!”

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잉어문신은 곧바로 발길질을 날렸다. 휘익, 왼발을 뒤로 빼서 그 공격을 피한 보안관이 발을 다시 앞으로 내디디며 힘차게 스트레이트를 뻗는다.

덜컥, 소리와 함께 턱이 돌아간 잉어문신은 빙글 크게 원을 그리다가 뒤쪽의 테이블을 엎으며 나자빠졌다. 와장창! 둥근 철제 의자가 넘어지며 요란한 소리가 홀 안을 뒤흔든다.

“어, 어라? 야, 인마!”

깜짝 놀란 조폭들이 불러도 잉어문신은 아무런 답이 없다. 이미 테이블에 겨드랑이를 걸치고 주저앉은 채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 개새끼가!”

이번에는 두 놈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러닝셔츠를 입은 놈이 소주병을 집어 던졌다. 보안관은 허리를 틀어 피했고, 그를 지나쳐 날아간 소주병은 벽에 맞아 박살이 났다.

으헉, 다른 테이블의 가족들은 겁에 질려 탁자 아래로 몸을 숨긴다. 그사이 금목걸이를 한 놈은 고기 자르는 가위를 집어 들었다. 금목걸이와 러닝셔츠가 보안관을 향해 달려든다.

“뒈져! 이 씹새야!”

금목걸이가 쌍욕을 퍼부으며 가윗날이 아래로 향하게 잡고 휘두른다. 보안관은 왼손으로 가위를 밀어치고, 놈의 등을 잡아당겨 복부에 무릎을 찍어 넣었다.

흑, 금목걸이가 숨막히는 신음을 뱉으며 비틀거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보안관은 등짝에 팔꿈치 공격을 두 번 더 가했다.

“이야아!”

러닝셔츠가 기합과 함께 보안관의 얼굴을 향해 훅을 날린다. 표정 하나 흩트리지 않고 그 공격을 피한 보안관은 놈의 울대를 올려쳤다.

캑! 울대를 맞자마자 러닝셔츠의 입에서는 쇳물을 마신 것처럼 갈라진 목소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러닝셔츠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린 보안관이 말했다.

“그만해, 이 새끼들아. 어차피 너희는 안 돼.”

바닥에 자빠진 채 헐떡거리는 러닝셔츠와 금목걸이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덩치만 믿고 까부는 애송이 새끼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빠르고 세다. 한 방, 한 방 맞을 때마다 뼈가 울리고 숨이 끊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들은 조폭이다. 직업적으로 폭력을 휘둘러야 하고, 싸움에서 지고 물러나는 것은 곧 밥줄이 끊기는 것과 같다. 주먹으로 안 되면 칼을 들고, 칼을 들어서도 안 되면 몰래 뒤통수라도 까야 한다. 두 놈은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났다.

“너, 이 개새끼. 사람 잘못 건드렸어.”

금목걸이가 너무도 상투적인 대사를 내뱉으며 깨진 병 조각을 집어 자신의 팔을 북북 긋는다. 투실투실한 팔뚝은 금방 피투성이가 되었다. 이렇게 자해를 하고 피를 보이면, 기가 약한 놈들은 겁을 먹는다. 그리고 기세가 꺾이면 아무리 실력자라 해도 몸놀림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그냥 주먹질로 끝날 줄 알았냐? 내가 누군지 모르지? 흐흐흐.”

피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금목걸이는 혀로 병 조각에 묻은 피를 핥으며 또라이처럼 웃는다. 다 계산된 행동이었다. 그런데…… 암만 피 칠갑 쇼를 벌여봐도 이 빌어먹을 새끼들이 도무지 쪼는 기미가 없다.

덩치 큰 새끼는 물론이고, 그 일행 세 놈까지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시선으로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다. 이렇게 되니 다급해진 것은 오히려 금목걸이와 러닝셔츠 쪽이었다. 두 놈은 병 조각을 쥐고 칼날처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에이, 이 새끼들, 끝까지 지저분하게…….”

짜증스럽다는 듯 혀를 찬 보안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훅을 휘둘렀다. 오른손, 왼손 콤비네이션이 아니라 오른손 훅만 빠르게 잇달아 두 방씩.

뻐억! 뻐억! 각기 두 방씩을 맞은 금목걸이와 러닝셔츠는 자기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었다. 거짓말처럼 곧바로 코가 부어오르고 양쪽 콧구멍에서는 뜨거운 피가 주르륵 쏟아져 내린다. 이익! 고통을 참고 다시 일어나 보려던 두 놈이 바닥에 나뒹군다. 다리가 풀려서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일이 이 지경까지 흘러가 버리자 지금껏 여유를 부리던 조폭 테이블이 다급해졌다. 화려한 호피 무늬 실크 남방을 검은 양복 재킷 안에 받쳐 입은 놈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 X발 새끼가! 얘들아!”

실크남방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테이블에 남아 있던 다섯 명 중 세 명이 벌떡 일어났다. 쨍강! 쨍강! 병 깨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모두들 깨진 병 조각을 쥐고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마쳤다.

실크남방이 가장 마지막으로 일어나서 커다란 맥주병을 벽에 후려쳤다. 깨진 유리의 단면이 창문으로 비쳐 든 오후 햇살을 받아 날카롭게 번뜩인다.

실크남방이 외쳤다.

“이 개새끼, 창자를 뽑아서 토막을 쳐주마. 야! 문 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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