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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 셰익스피어였다-122화 (122/203)

122. successful - 성공적인 (2)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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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피어슨 출판사.

신문을 읽던 올리버 편집장의 표정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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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계 최대 출판 강국의 위상 잃게 되나...]

최근 영국 출판 시장에 이상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영국 출판계는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여파로 EU 시장에서 출판 관련 점유율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고 13일(현지 시간) EYC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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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은 사실이었다.

출판계 관계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는 기류이기도 했고.

그 때문에 올리버 편집장의 얼굴에도 근심 어린 표정이 떠오른다.

“편집장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비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올리버 편집장이 마지못해 입을 연다.

“하아, 최근 출판 점유율을 보면 걱정이 앞서서...”

브렉시트 이후 출판계엔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자연스럽게 유통 역시 쉽지 않았다.

결국 영국의 국내 출판 시장 역시 위축되었고, 최근 들어 문을 닫는 도서관과 서점도 점점 느는 추세.

“애초에 영국 내수 시장은 큰 편이 아니야. 자연스럽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갑자기 생겨난 무형의 벽은 위기가 될 수밖에 없지.”

듣고 있던 비서의 표정도 덩달아 무거워진다.

“거기에 미국 출판사들까지 적극적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니까 더 큰 위기가 된 거네요?”

비서의 말에 올리버 편집장도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안팎의 위기로 영국 출판업계는 그야말로 생존 싸움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이게 큰 문제인 이유는 결국 그 피해가 작가들한테 돌아가기 때문이야. 기존의 유명 작가들이야 이익을 볼 수 있겠지만 신인 작가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소외당할 수밖에 없으니까.”

투자가 얼어붙으면 자연스럽게 돈이 될 만한 작품에만 돈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시장 경제의 논리.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결국 문학의 다양성과 실험 정신을 막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다양성을 잃어버린 문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문학 자체에 대한 시장의 외면을 가져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전반적인 출판계 위기로 확대될 거야.’

불을 보듯 뻔한 결과에 올리버 편집장의 한숨을 깊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권서준 작가의 출판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동양인.

게다가 유럽 시장에서 생소한 신인 작가.

이 두 가지 한계를 가진 작품이 영국을 넘어 유럽에 통한다? 이보다 더 좋은 선례가 될 수 없었다.

‘그게 내가 노리는 부분이고.’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이 아닌, 영국 출판계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큰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정확히 내년 4월이었다.

매년 4월에 열리는 런던 도서전.

전 세계 유명 출판사와 에이전시 및 저작권 대행사, 그리고 각종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드는 행사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함께 유럽 양대 북페어로 유명한 도서전이었다.

피어슨 출판사의 올리버 편집장은 그 도서전에서 권서준 작가의 차기작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출판 일정은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지?”

올리버 편집장의 말에 비서가 자신 있게 대답한다.

“네, 모든 게 완벽합니다. 이미 마케팅과 유통 전략까지 준비된 상태고요.”

와이즈 출판사와 현지 출판 일정도 조율을 끝마친 상황.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피어슨 출판사의 위기를 넘어, 영국 출판계에 불어 닥친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기회.

그래서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한 작품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대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긴장되는 순간.

그러나 창밖을 바라보는 올리버 편집장의 얼굴엔 어느새 묘한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

늦은 오후.

나는 오랜만에 와이즈 출판사를 찾았다.

소설 「당신이 머물던 자리에」 출판에 대한 일정 조율 때문이었다.

주상진 편집장이 피어슨 출판사와 그간 진행한 업무에 대해 설명을 이어간다.

“피어슨 쪽과 미리 연락을 해서 완벽히 일정을 맞췄습니다.”

내년 4월 10일 런던 도서전에서 처음 선보일 예정이라 국내 출판 유통을 맡은 와이즈 출판사 역시 시간과 날짜를 조율한 상태.

사실 이토록 문제없이 출판 일정이 조율될 수 있었던 건 모두 정영만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이었다.

‘하긴, 애초에 계약까지 끝마친 작품의 해외 판권을 작가에게 일임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오로지 국내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었다.

정말이지 국내 문학계의 부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참된 문학인이었다.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야.’

문득 과거 런던에서 만난 옛 후원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엘리자베스 1세.

사우샘프턴 백작.

그 밖에 내 작품 세계를 후원하던 사람들.

그들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들 덕에 문학은 인류의 귀중한 자산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가장 중요한 후원자들은 그들과 같은 부자들이 아니었다.

연극의 황금기라 불리던 그 시절.

오랜 내란이 종식되고 문화적 자부심이 넘쳐났던 그 시절.

글과는 거리가 멀었던 문맹의 시민들은 내가 창조한 무대 위 이야기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힘겨운 현실을 벗어나 잠시나마 맛보는 다른 세상의 황홀함.

결국 그 시대를 힘들게 살아낸 민중들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후원자였으며 내 작품의 가장 중요한 소비자였다.

그래서 나의 작품은 언제나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고상해 보이나 저속하고,

욕망 앞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

그렇게 희극과 비극이 순식간에 교차하면서 공존하는 세계.

그건 그들의 삶이었고, 곧 나의 삶이었다.

그래,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호흡.

그것이 내가 작품 속에 담고 싶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다.

‘그게 진정한 예술의 가치니까.’

현실에 발 딛고 써 내려가는 거룩한 아름다움.

나는 다시 한번 내 작품의 방향성을 되새겼다.

일정 설명을 마친 주 편집장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떠오른다.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읽게 되는 영국인들은 얼마나 놀랄까요? 이거, 제 작품도 아닌데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주 편집장이 상기된 얼굴로 묻는다.

나 역시 이번 작품의 결과는 조금 궁금했다.

내 작품이 처음으로 영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출판되는 셈이니까.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1년 농사의 결실을 거둘 타이밍이었다.

웹툰도,

나의 뮤지컬도,

그리고 나의 문학적 욕망도.

한층 더 올라갈 타이밍.

상상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해진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이면 읽었으려나?’

나는 며칠 전 하이든 에이전시의 스티브 대표에게 보낸 시놉시스를 떠올렸다.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영화 대본.

스티브 대표에게 보낸 건 그중 10장으로 작성된 짧은 시놉시스였다.

추후 에이전시 활동을 위해 내가 집필 중인 작품의 콘셉트를 미리 보낸 것.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나는 창밖을 내다보며 천천히 차오르는 감정을 잠시 추스른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차고,

햇빛의 오묘한 빛깔마저 달라진 계절.

어느새 초겨울이었다.

***

미국 매사추세츠.

하이든 에이전시 본사.

“피어슨 출판사에선 4월 런던 도서전을 통해 출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다리던 권서준 작가의 출판 날짜였다.

직원의 보고를 받던 스티브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을 내다본다면 그게 좋은 선택이지.”

출판계 유명 인사답게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이제 곧 출판되는군.”

듣고 있던 직원이 넌지시 묻는다.

“아쉬움이 남으시나 봅니다.”

피식 웃던 스티브 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아쉽지. 유럽을 뒤흔들 작품을 끝내 계약하지 못했으니까.”

스티브 대표는 솔직했다.

그러나 손해만 보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에이전시 계약을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 차기작만큼은 우리가 주도해서 유통할 수 있을 테니까.”

스티브 대표는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시놉시스로 시선을 옮겼다.

가제 : 레이디 햄릿.

권서준이 집필 중인 영화 시나리오로 지금은 열 장짜리 시놉시스만 받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했다.

치밀한 플롯, 개성 넘치면서도 인종을 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인물 설정이 벌써부터 작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었다.

‘완성되기만 하면 또 한 번 세상이 뒤집어질 거야.’

스티브 대표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떠오른다.

똑똑.

그런데 그때, 노크와 함께 비서가 들어온다.

“루카스 대표님 오셨습니다.”

“아, 시간이 됐군. 안으로 모시게.”

잠시 뒤 호리호리한 체형의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온다.

루카스 대표.

미국의 회원제 주문형 비디오 웹사이트로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 미디어 공룡이 된 엔플릭스의 수장이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스티브 대표가 친근하게 악수를 건넨다.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군. 자네도 잘 지냈지?”

대학 시절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두 사람의 대화엔 친근함이 넘쳤다.

“지난번 자네가 연결해준 작품은 꽤나 인상적이었어. 오리지널로 제작해서 좋은 수익도 냈고.”

얼마 전 전 세계를 휩쓴 「악마」라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였다. 스페인 작가의 원작으로 스티브 대표가 엔플릭스와 계약을 체결한 작품이었다.

“영미권에서만 무려 1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시리즈였었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거야 다 자네 덕분이지.”

훈훈한 분위기.

그러나 잠시 미소 짓던 루카스 대표의 얼굴이 다시금 굳는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일러. 자네도 소식 들었지? 최근 디니즈도 OTT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게다가 각종 거대 플랫폼들이 속속 런칭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누가 들으면 엄살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게 OTT 플랫폼 시장이었다.

‘한번 도태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할 만큼 치명상을 입기도 하니까.’

사실 루카스 대표가 스티브 대표를 직접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 다른 플랫폼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인상적인 작품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전 세계 IP를 다 찾아보고 있는데, 마땅한 게 보이지 않는군. 혹시 괜찮은 작품 없을까?”

루카스 대표의 기준은 까다로웠다.

오리지널 제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성과 함께 전 세계에 흥행할 수 있는 IP를 원하고 있었다.

루카스 대표의 말대로라면 누구라도 탐낼만한 IP.

그런데,

그 순간 스티브 대표의 머릿속엔 떠오르는 작품 하나가 있었다.

아직 시놉시스밖에 보지 못한 작품.

그러나 루카스 대표의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유일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스티브 대표의 입에선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이 흘러나온다.

“아쉽게도 아직은 없네요.”

잔뜩 기대했던 루카스 대표의 얼굴에 실망감이 어린다.

“하아, 그런가? 하긴 그런 작품이 있다면 벌써 제작에 들어갔겠지...”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찾게 되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내가 특별히 부탁하겠네.”

루카스 대표는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하고 돌아갔다.

사실 지금 당장 그런 작품이 하나 있다고 말해도 됐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끝까지 숨긴데 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 꺼낼 때가 아니니까.’

최대한 숨기고 숨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꺼내야 했다. 더 좋은 대우,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때 내밀어야 했다.

‘상대의 니즈가 커질수록 지불하는 비용도 커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게 바로 에이전트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고.

스티브 대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커피를 음미했다.

기가 막힌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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