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fashionable - 유행하는 (4)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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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 드라마 어워즈 대상! 「이옥」, 축하드립니다!
와이즈 출판사 회장실.
TV로 시상식을 지켜보던 정영만 회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아, 녀석. 상을 또 탔네?”
감탄만 나오는 녀석의 행보였다.
옆에서 같이 보던 송영도 교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뭐 서준이가 그렇죠. 안 타면 이상하긴 해요.”
“하긴 그것도 그렇지. 그나저나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셈인지 참...”
“그러게 말입니다. 쫓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까마득하네요.”
“아이고, 대한민국 최초 부커상 수상자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겸손한 송 교수의 말에 정 회장이 적당히 치켜세워준다. 그러나 송 교수가 고개를 젓는다.
“회장님도 아시잖아요. 녀석의 작품 수준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요. 오랜만에 다시 펜을 잡으니 더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자네에게 좋은 영향이 되는 거 같은데, 아닌가?”
정 회장의 말에 송 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습니다. 예전과 달리 더 집중하게 되더군요. 목표가 눈앞에 보여서 그런지.”
추상적인 벽의 존재가 아닌, 따라잡고 싶은 목표가 뚜렷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송 교수의 열정은 마치 처음 펜을 잡았을 때처럼 뜨거웠다.
‘물론 단순히 서준이의 작품세계를 따라잡는 게 목표는 아니야. 녀석처럼 나 역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은 거지.’
대외적인 평가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내면을 탄탄하게 다지는 중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집필은 송 교수에게 여러모로 창작에 대한 또 다른 기쁨은 선사하는 중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서준이 녀석 차기작은 영화를 해본다고?”
“네. 연극, 뮤지컬을 하고 나서 그런지 이번엔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보고 싶은 가 봅니다.”
“그렇군. 또 얼마나 사람을 놀라게 하려는지 벌써부터 궁금하군.”
“뭐, 평범한 작품이 나오진 않겠죠.”
“하긴 그 녀석이 하는 일이 그렇지 뭐.”
고개를 젓는 정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녀석, 또 얼마나 놀라운 세상을 창조해낼지,,.’
정 회장의 마음속엔 벌써부터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시상식 후 우리는 뒤풀이를 위해 근처 식당에 모였다.
이번 뒤풀이엔 주•조연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참여를 해 거의 80명이 모인 자리.
나와 신하율이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신하율의 매니저가 다가온다.
“오랜만입니다. 작가님.”
“오랜만에 뵙네요. 성도윤 실장님.”
팀장에서 실장으로 진급한 뒤 승승장구하고 있는 성 실장이었다.
“오늘 작가님 의상 예술이던데요? 역시 하율이가 한 달 내내 고른 보람이 있군요.”
한 달 내내?
내가 쳐다보자 신하율의 볼이 순간 달아오른다.
“제, 제가 언제요?”
팔꿈치로 성 실장을 쿡 찌르는 신하율의 모습을 통해 누구의 말이 거짓말인지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아무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리 하율이가 주연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작가님의 대본 덕이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 실장이 정중히 인사를 건넨다.
나 역시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주고받는다.
“저 역시 하율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대본을 쓸 때 영감도 많이 얻고 있고요.”
듣고 있던 신하율이 눈을 크게 뜬다.
“지, 진짜요?”
“그럼. 안 그래도 하율이한테 어울리는 대본 하나 쓰고 있거든.”
“대본이요? 정말요? 이번엔 무슨 작품인데요?”
얘도 어쩔 수 없는 배우였다.
대본이라는 말에 눈이 커지는 거 보니까.
“영화야.”
“정말요?”
“그래, 나도 받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내가 조만간 대본하나 보낼게.”
“대박, 벌써부터 재밌을 거 같은데요?”
신하율의 눈빛에 기대감이 일렁인다.
같이 듣고 있던 성 실장도 이번엔 적극적으로 나선다.
“안 그래도 하율이 차기작으로 영화를 고민 중이었는데 정말 잘됐네요.”
“아마 두 달 내로 초고가 나올 거 같습니다.”
“두 달이면 시기도 좋네요. 밀린 CF 찍고, 예정되어있던 홍보대사 활동 끝내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여주인공 역할이 하율이에게 어울릴 것 같은 작품이니 검토만 해주세요.”
“아이고, 무슨 그런 말씀을. 작가님 대본이라면 고민도 없이 출연해야죠. 안 그래?”
“당연하죠!”
성 실장의 말에 신하율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아직 정식 대본도 나오지 않았는데 호의적으로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이번에도 실망 시키지 않을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신 있는 내 말에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아니,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들 하고 계십니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타이거 스튜디오 하 본부장과 진영민 CP의 얼굴이 보인다.
드라마 촬영 이후 모처럼 만나는 얼굴들.
그러나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가운 사람들이었다.
“아이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성 실장이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한다.
“우리야 아주 잘 지내고 있지. 오늘 결과도 봤잖아.”
하 본부장이 함박웃음을 짓는다.
최근 타이거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본부장의 표정만큼이나 밝았다.
드라마 「이옥」의 성공으로 여기저기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는 중이었다.
성 실장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은미 피디를 향한다.
“그러고 보니 정 피디님께선 이번에 바로 미니 하나 들어가신다면서요?”
“네, 좋은 기회가 있어서 하게 됐어요.”
대답을 한 정 피디가 뒤이어 나를 바라본다.
“이게 다 권 작가님 덕분이에요. 여기까지 온 것도 작가님 대본 덕을 톡톡히 봤으니까요. 다만, 그래서 걱정되기도 해요. 다른 작가님과 합을 맞춰본 적이 없으니까요.”
살짝 굳어지는 정 피디의 표정.
나는 그런 정 피디를 향해 미소를 건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 피디님은 능력은 제가 검증하니까요.”
내 말에 정 피디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한국 드라마 어워즈 작가상을 받으신 분이 말씀해주시니 신뢰가 가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을 함께 할 때까지 열심히 경험치 쌓고 있을게요.”
내가 바라던 바였다.
***
잠시 뒤,
거하게 진행된 뒤풀이 회식.
우리가 술자리를 즐기는 사이 대한민국 연예 기사란엔 온통 작품 「이옥의」 대상 소식으로 가득했다.
더불어 여우조연상을 받은 신하율에 대한 기사도 길게 이어졌다.
하나같이 차세대 주연 배우로 성장한 신하율에 대한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다.
“제게 이런 날도 오고, 너무 행복하네요.”
술기운이 올라 다소 붉어진 볼.
기사를 읽던 신하율이 감격에 찬 얼굴로 입은 연다.
“그동안 고생했잖아. 이제 결실을 거두는 거지.”
내 말에 신하율이 미소를 짓는다.
“저 앞으로도 더 노력할게요. 다음 영화에서는 더 성장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야무지게 다짐하는 녀석을 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때,
신하율이 또 다른 기사 하나를 보고는 눈을 크게 뜬다.
“응?”
잘못 봤나 몇 번이나 눈을 비비던 신하율의 눈이 다시 커진다.
“서, 설마... 이분이, 작가님이에요?”
평소와 다른 신하율의 반응.
아마 윤석훈 기자가 타이밍 좋게 기사를 올린 모양이었다.
나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기울였다.
“대박... 대박....”
신하율은 놀란 나머지 같은 말만 반복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든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오지랖 넓은 본부장이 얼른 다가와 묻는다.
“본부장님, 혹시 「새벽을 건너」 웹툰 아세요?”
“어? 하율 씨도 그거 봐? 나도 요즘 딸이 추천해줘서 보고 있는데 재밌던데? 너무 짧아서 안타까울 뿐이지.”
“그 작가가, 바로 권 작가님이라는데요?”
“...뭐?”
순간 흐르는 정적.
나를 바라보던 하 본부장이 차분히 상황을 정리한다.
“그러니까... 드라마 어워즈 대상을 탄 권 작가님이... 이 웹툰 스토리도 쓰신 분이다?”
신하율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나를 향해 쏠린다.
“...”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눈빛으로 말을 전하고 있었다.
대체 당신 정체가 뭐야?
***
늦은 밤.
연남동 식당가 3층에 위치한 이자카야.
한껏 들뜬 타이거 스튜디오 드라마 제작팀과 달리 사뭇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두 남자가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하, 어이가 없군.”
바로 박성규 교수와 오늘 극단 김재용 대표.
“대상이라니...”
씁쓸하게 혼잣말을 내뱉는 박 교수를 보며 김 대표가 입을 연다.
“근데 그만큼 드라마가 대박을 쳤잖아요. 최근 5년 사이 사극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이고요. 저희 할머니도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김 대표의 말에 박 교수가 헛기침을 친다.
사실 드라마 「이옥」의 파급력은 무시할 수 없었다.
박 교수의 아내 역시 시간 맞춰서 보곤 했으니까. 물론 자신 역시 옆에서 힐끗힐끗 보다가 어느새 자리 잡고 보고 말았다.
‘하여튼 보통 녀석이 아니야.’
녀석의 연극 대본을 처음 봤을 땐 괜찮은 실력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어렵게 구해 읽은 드라마 대본의 퀄리티는 박 교수 역시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대본이 잘 나왔던 거지.’
간단하면서도 쉬운 묘사.
그러나 자연스럽게 읽어가다 보면 캐릭터의 심리가 그대로 그려지는 서사가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대사도 기가 막혔지.’
딱딱 필요한 내용만 내뱉는 대사는 그만큼 극적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곧 맞붙게 될 뮤지컬 작품이 바로 권서준의 작품이었으니까.
박 교수의 생각을 읽었는지 김 대표가 입을 연다.
“드라마는 확실히 잘 쓰더라고요. 하지만 뮤지컬은 다르죠.”
김 대표의 말에 박 교수도 고개 끄덕인다.
단순히 대본을 잘 쓴다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곡과 대사, 그리고 캐스팅까지 완벽해야 했다.
“그래. 그쪽도 준비 많이 했겠지만 최고의 뮤지컬은 우리 작품이 될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박 교수의 말.
그러나 순간 김 대표의 표정이 굳는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자신 없는 게 사실입니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예상 못 한 김 대표의 반응에 깜짝 놀란 박 교수가 묻는다.
그러자 김 대표가 느른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질 자신이 없다고요.”
“아니, 이 친구가, 깜짝 놀랐잖아.”
두 사람의 얼굴엔 어느새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흐른다.
그만큼 이번 작품엔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걸 모든 걸 쏟아부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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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회식을 끝낼 수 있었다.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
장현웅은 내내 기사를 보며 활짝 웃는다.
“그렇게 좋냐?”
“그럼. 이거 봐봐. 내가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나.”
장현웅이 읽던 기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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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건너 작가... 반전 정체]
웹툰 「새벽을 건너」의 셜록 작가의 정체가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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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버이 금요일 웹툰에서 급상승 중인 「새벽을 건너」는 평범한 문창과 학생이 숱한 역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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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정과 꿈에 대한 키워드를 가지고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라 일컬어지는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스토리로 공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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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작가의 정체가 한국 드라마 어워즈 대상과 작가상을 받은 권서준 작가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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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권서준 작가는 “이 작품은 그림 작가인 왓슨 작가와 함께 만든 우정의 결실이다.”고 말해 변함없는 우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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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말미에 첨부된 건 레드카펫에서 신하율과 함께 찍은 사진.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지켜보는 입장에선 흐뭇했다.
‘역시 윤 기자는 약속을 지켜줬군.’
베일에 싸인 웹툰 작가에 대한 기사.
특종이었지만 윤 기자는 하루를 꼬박 기다려 정확히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기사를 올려줬다.
모든 건 내 계획에 의한 것.
아무리 좋은 기사라 해도 단독으로 터지면 그다지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대상 수상 소식, 거기에 미처 예상 못 한 게 하나 더 터져야 충격을 줄 수 있지.’
재밌고, 좋은 기사가 아닌 충격적인 기사를 위해 나는 두 기사를 동시에 올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각종 커뮤니티는 웹툰 작가에 대한 정체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그 관심은 자연스럽게 웹툰으로 흘렀다.
그때, 옆에서 기사를 읽던 장현웅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하아, 서준아. 정말 고맙다... 내 인생에 이런 기적은 다 네 덕분이야. 오늘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다.”
안 그래도 섬세한 녀석이 술까지 마시자 눈시울이 불거진다. 그런데 진짜 친구끼린 이런 게 오히려 좀 어색했다.
“죽긴 왜 죽어? 성공한 만큼 누리면서 살아야지.”
내 말에 녀석이 코를 찡긋거린다.
“하긴, 네 말이 맞다. 누려야지. 그리고 더 잘 돼서 효도도 해야지.”
“그래. 이미 잘 되고 있고.”
“뭐?”
“이거 봐봐.”
나는 설명 대신 최신 웹툰 조회 수를 보여줬다.
그러자 무심코 숫자를 세던 장현웅이 눈을 크게 뜬다.
“대, 대박... 이 조회 수 뭐야?”
전날에 비해 세 배 넘게 오른 조회 수.
기사를 통해 웹툰 작가의 정체를 확인한 기존 독자들이 다시 한번 작품을 읽은 것이었다. 물론 그동안 작품에 대해 몰랐던 독자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작품을 접하게 됐고.
지금 이 순간에도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웹툰에 대한 관심사가 퍼져나가고 있었다.
지이잉.
그리고 잠시 뒤, 전화가 울린다.
바로 추광현 팀장이었다.
-자, 작가님... 작가님 작품이... 결국 일을 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
나는 추 팀장이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