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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마켓-266화 (268/277)

#266화

『매우 특별한 냉기 드링크가 사용되었습니다.』

나와 퀸의 중심에서 터진 드링크는 사방으로 냉기를 퍼뜨렸는데 이건 우리 편만 영향이 없다.

쩌저저적-!

퀸도 순간적으로 얼어붙었고 붉은 안개도 거대한 덩어리로 변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끄으으으으으?”

당황한 피의 군주가 신음했고 멀리에 있던 로드도 급히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며 물러섰는데 옥상이 전부 냉동실로 변했다가 서서히 사그라들었을 때 퀸이 움직였다.

콰지지지직!

그녀의 몸을 두르고 있던 얼음덩이들이 죄다 부서져 내렸다. 이 틈을 이용해 그녀에게 화살을 쏘았지만, 푹푹 박힌 화살은 다시 뽑혀 나왔고 붉은 안개도 수증기처럼 변해서 다시 날아올랐다.

“…나까지 공격하다니! 이 죽일 놈!”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거릴 벌렸다.

“네가 거기에 있을지 몰랐다고.”

웃으며 말하자 피의 군주가 퀸에게 달려들었다. 아직 퀸의 움직임이 둔해서 그녀를 공격할 기회가 생긴 것은 맞다.

‘역시 이놈들에겐 드링크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네.’

보통 사람이었다면 맞는 순간 즉사였겠지만 퀸과 피의 군주는 일반적인 회복력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고 웬만한 방법으론 죽일 수 없었다.

‘놈들의 방법을 사용하는 게 낫겠어.’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시점의 끝판왕은 퀸이었다. 저 괴물부터 막지 않으면 우리 모두 전멸할지도 몰랐다.

“누나! 저와 함께 있는 게 좋겠어요!”

도화지의 속도가 느려서 퀸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함께면 퀸이 내게 올 때를 노릴 수 있었다.

“알았어!”

도화지와 등을 맞대고 퀸을 바라보았다. 피의 군주와 서로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슥슥 휘두르는 손동작에도 벽이 부서지고 철판이 뚫려버렸다. 내가 로드에게 물었다.

“이대론 힘들어!”

“딱 한 번만 멈추게 해! 모두 한 번에 치명타를 주면 회복이 더딜 거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역시 누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누나 망치면 퀸도 버티지 못할 거니까. 정확하게 때려야 해요. 제가 틈을 만들어볼게요.”

“응!”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수단은 도화지의 망치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때 뭔가 섬뜩한 게 그녀의 등위로 솟구쳤다.

“…깜짝이야.”

인형이 도화지의 등에 매달려 있었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는데 도화지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웃었다.

“너무 그러지 마. 얘도 자꾸 보면 귀여워.”

전혀 아니거든?

“제가 유인할게요.”

대답을 들을 여유도 없었다. 옆으로 구르며 낮은 자세로 활을 쏘았다.

피잉-!

화살이 날았는데 이번엔 한발이었다. 피의 군주가 뒤엉켜있어서 그를 피해 퀸을 노려야 했다. 나중엔 저놈도 잡아야 하겠지만 지금은 동공의 적이 있기에 녀석의 힘도 필요했다.

훅-! 목을 옆으로 꺾자 화살이 난간에 박혔다. 퀸이 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뜨다가 피의 군주를 걷어찼다.

“….”

그러더니 무섭게 달려온다.

“누나!”

“으응!”

도화지와의 연합공격을 준비하는데 이게 웬걸? 퀸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게 아닌가? 로드의 쪽도 아니었다.

“어엇? 자, 잡아!”

로드마저 당황했다. 설마 퀸이 계단을 향해 뛸 줄은 생각도 못 한 것이다.

“도망친다!”

그건 아닐 것 같다. 마주친 그녀의 눈빛엔 강렬한 투기가 있었다. 이렇게 넓은 곳에선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알고 자릴 피한 것 같았다.

“제길….”

워낙 빨리 사라져서 대응할 틈도 없었고 피의 군주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로드의 곁에 떨어지며 물었다.

“마법진은? 괜찮은 거냐?”

“해가 뜨기 전까진 유지돼.”

“퀸이 물건들을 부수면?”

“그것들은 마력이 있는 생물이나 물체가 건드릴 수 없어. 이 건물 전체에 친 마법과 같은 효과로 덮여 있다.”

“아, 그건 그나마 다행이군.”

일반인은 건드릴 수 있다는 건가? 이건 좋은 정보인데?

로드가 나를 보며 말했다.

“지금은 힘을 합쳐야 된다. 너도 봐서 알겠지만, 그녀는 우리 전부가 합친 것보다 강해. 오늘 놓치면 다음번엔 그녀의 군대와 싸워야 할 거다.”

“알아. 그래서 도왔잖아.”

로드가 말을 이었다.

“그녀를 관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끝낼 수 있어. 기록에 의하면 퀸은 불멸이지만 지옥의 관은 불멸자도 태울 수 있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가두는 게 우리의 목표야.”

이것도 좋은 정보다. 여기 불멸자 하나가 더 있지 않나?

내가 슥 노려보자 피의 군주가 물었다.

“너는 근거리에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없나?”

“없어.”

“그렇군. 그래도 꽤 신기한 마법 아이템을 쓰던데. 그건 얼마나 더 쓸 수 있지? 이렇게 넓은 곳 말고 좁은 공간에서 쓰면 다시 퀸을 노려볼 수 있을 것 같던데.”

“앞으로 한번?”

“그렇군. 내가 신호하면 다시 써. 몸이 부서지면 아무리 퀸이라고 해도 당장 복구는 힘들 거다.”

로드가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퀸을 찾아야 해.”

아직 해가 뜨려면 10시간 정도 남았지만, 퀸은 며칠이라도 계속 싸울 수 있는 괴물이었다.

“밖으로 나갈 순 없을 거다. 위에서부터 수색하면 맞닥뜨릴 거야. 그렇다고 흩어지면 위험하니까 한층 한층 다 같이 모여서 수색하지.”

내가 도화지를 슬쩍 보았다. 그녀가 얼굴을 흔들었다. 냄새로 찾을 수 있는 디테일의 한계가 있었다.

“이봐, 튼튼한 여자. 네가 앞장서.”

“누가 튼튼한 여잔데?”

“퀸의 공격에도 멀쩡한 건 여기서 너밖에 없어.”

피의 군주가 말하자 도화지가 망치를 치켜들었다.

“너부터 맞아볼래?”

어차피 이 연합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 건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퀸을 찾아야 했다.

내가 앞장섰다.

.

.

.

“이동했어요!”

강나은이 말하자 윤일권도 몸을 돌렸다.

“괴물이 도망친 것 같습니다!”

물론 저 건너편 옥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괴물이었지만 윤일권이 말하는 게 누구인진 강나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였다.

-이봐, 로드.

히트맨의 목소리였다.

-퀸이 마법진을 구성하는 물건들을 만질 수 없다고 했었지?

그 특수한 방법을 통해 연락을 해오는 것 같은데 그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걸 들려주려는 것 같았다.

“잠깐만요.”

강나은이 멈춰 서서 집중했다.

-그녀가 도구를 사용하면? 가령 돌을 집어서 던져 물건을 부순다거나. 아, 그래? 의지가 깃들면 안 된다 이거군. 그러면 마력이 없는 일반인이 물건을 부수면?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 생각보다 허술한데? 하긴 이 건물에 들어올 사람이 있을 리 없긴 하지. 당장 무너질 것 같은데 말이야. 퀸이나 찾자고. 그녀를 잡기 전엔 마법진을 유지해야 하니까.

무전이 끊어졌다. 1분 정도 더 기다렸지만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경위님, 괜찮으세요?”

“…제가 하는 말이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들어주세요. 히트맨이 연락을 취해왔어요. 그들이 부르는 여자, 퀸을 잡으려고 이동한 것 같은데요.”

그녀가 창가로 걸어갔다. 브라킨 빌딩은 그녀가 볼 땐 변함이 없었다.

“어떤 힘에 의해서 저들은 저 안에서 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여자, 그러니까 퀸을 가두려고 박물관에서 물건을 훔친 것 같고요.”

“하! 마법이라도 부렸단 말입니까?”

윤일권이 농담처럼 말했지만 강나은 경위는 웃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그걸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고요. 저쪽에서 연락이 오면요.”

“우리가요?”

“네, 저들은 그 물건들을 치우거나 부술 수 없는 것 같아요.”

“나 참, 무슨 말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군요. 하지만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격수들부터 구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철수하게 해야죠. 그런데 아직도 조종당하고 있다면 충돌이 없을까요?”

“일단 가서 설득부터 해봐야겠습니다. 계속 이렇게 놈들의 손에 동원되면 나중에 책임져야 하는 건 저격수들이잖아요. 그들이 무슨 죄입니까?”

“알겠어요.”

“그럼 저는 저격수들부터 해결하겠습니다. 경위님께서 계속 주시해주시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세요.”

“네.”

윤일권이 건네준 망원경을 받으며 강나은은 창가에서 브라칸 빌딩을 보았다. 옥상은 다 보였지만 여기선 외벽 창문들만 보인다. 건물 중앙에 복도가 있을 것이고 양쪽으로 오피스텔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을 것인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전기도 나가서 불까지 전부 꺼진 상태다.

‘내가 들어가는 건 미친 짓이겠지?’

저들과 마주치는 순간 죽임을 당할 것이다. 저격수 총을 맞아도 멀쩡한 괴물들인데 수류탄을 들고 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거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준비는 해둬야겠어.’

아까 그 목소린 분명히 그녀더러 들으라고 한 것이었다.

‘물건을 부숴야 해.’

박물관에서 도난당한 목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들이 보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거다.

‘그건 나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옥상을 냉장고로 만들어버리는 능력까지 있는 히트맨이다. 아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 그들도 할 수 없는 일.

‘벌써 내려갔나?’

한참을 봐도 기척이 없기에 그녀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다시 창가로 와서 망원경을 들었다. 그런데 아래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아까보다 더 심해졌네?’

사람들이 서로 엉켜서 싸우는 모습까지 보였다. 강남 한복판에서 저렇게 집단으로 싸움이 벌어진 적이 있었던가? 차들은 멈춰서 주차장을 방불케 했고 분노로 가득 찬 사람은 경찰이고 뭐고 화풀이를 해댔다.

‘이것도 저들의 영향인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저격수까지 조종하는 판국에 뭘 못하겠어.’

그녀는 이제 상식을 포기했다. 그냥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대로 판단해야 했다.

수확이 없자 그녀가 건물 밖으로 나왔다. 이미 거리는 고성과 고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저씨! 어딜 보는 거예요?

-아니, 내가 뭘 봤다고 그래?

-방금 제 가슴 봤잖아요!

-이런 미친 사람을 봤나? 볼 게 어디 있다고 봐!

-뭐라고요? 지금 성희롱 발언하셨죠?

-이게 미쳤나! 보자 보자 하니까 왜 시비야?

덥석 여자의 머리채를 잡는 아저씨를 말린 틈도 없었다.

콰아아앙!

근처의 도로에서 튀어나온 차가 인도로 돌진하더니 건물 벽을 들이 받아버린 것이다.

“헉….”

차가 그녀의 바로 앞을 스쳐 갔다. 두 발자국만 앞으로 나갔어도 차에 부딪혔을 것이다.

‘대체….’

무법지대로 변한 것 같았다. 강나은 경위는 자기도 모르게 차로 달려가서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려면 다른 사람들도 모여들어야 하건만 모두 각자의 분풀이에 정신이 없었다.

폭력과 혼란!

‘단체로 마약에 중독된 것 같아.’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란 걸 직감했다. 여기서 이들의 싸움을 말려봐야 나아질 건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길을 건넜다. 이미 도로는 마비나 마찬가지여서 사람들도 차에서 나와 소릴 질러대고 있었다.

-야! 차 빼라고!

-왜 나한테 그래! 전부 막힌 거 안 보이냐?

-어디서 반말이야! 어린놈의 자식이!

-그쪽이 먼저 했잖아!

-허! 그쪽? 죽고 싶냐!

대혼돈.

강남역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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