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마켓-264화 (265/277)

#264화

“크크크크크.”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피의 군주에게서 흘러나왔다.

“웃어?”

퀸이 미간을 찌푸리며 피의 군주를 보는데 그가 말했다.

“누가 누굴 잡았다고?”

그의 손이 퀸의 팔목을 잡았다. 그리곤 옆으로 꺾었다.

뚝!

쉽게 부러진 팔에서 풀려난 피의 군주가 더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약한 척 연기하는 것도 여기까지다!”

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연기였다고?

“로드! 시작해!”

피의 군주가 퀸의 뒤로 움직이자 로드도 씨익 웃으며 마법을 펼쳤다. 하나였던 창이 수십 개로 늘어나며 사방에서 도사렸다.

피의 군주가 웃었다.

“우리가 아무 준비 없이 널 불러들였다고 생각하나?”

만약 두 남자가 본 실력을 보였다면 퀸은 몸을 사렸거나 그녀의 자식들이 태어나길 기다렸을지도 몰랐다.

“네 질긴 생명줄도 여기까지다! 괴물아!”

“아까부터 누가 누구더러 괴물이라는 건데?”

퀸은 짜증을 내며 피의 군주를 향해 뛰어갔다. 놈들이 힘을 숨겼다고 해도 더 강한 힘으로 찍어누르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피의 군주는 아까와 전혀 달랐다.

퍼억! 퍽!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치고 있지 않은가?

“이미 너의 실력이 어디까지인진 지긋지긋하게 파악했다.”

며칠의 추격전을 벌이며 피의 주인은 퀸의 모든 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도 부하까지 희생해가면서 그녀를 떠봤었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제 잡을 수 있다고!

“얌전히 죽으라고!”

그가 강하게 그녀의 배를 걷어차자 퀸이 처음으로 주르르륵 밀려났다. 그녀도 놀랐는지 자신의 배를 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제법이네?”

그러나 아까 부러졌던 팔도 방금 걷어차였던 배도 멀쩡하게 아물었다. 그녀가 무서운 점은 이 회복력에 있다. 세포 하나까지 곧장 재생되어버리는데 단박에 목이라도 자르지 않는 한 죽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율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자!”

피의 군주는 붉은 안개로 변해 사라지며 외쳤다. 그리고 이 순간 로드가 준비하던 마법이 그녀를 향해 쇄도했다.

파파파파파파팟!

어둠의 창은 그 하나하나가 성벽도 뚫어버릴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이것만 준비한 게 아니다. 저쪽 건물에선 저격수들의 총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이다.

.

.

.

“당장 멈추라고 해!”

윤일권은 아까부터 기겁해서 무전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저격수들이 왜 무단으로 총을… 설마?”

강나은 경위가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무언가를 떠올렸다. 팀장님이 오발 사고를 당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지금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옥상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게 목격되었습니다. 저희는 저 건물로 올라가죠!”

높이가 나란히 선 빌딩이 근처에 있었기에 윤일권은 강나은과 함께 저격수들을 배치한 옆 건물로 뛰어갔다. 엘리베이터에서 윤일권이 물었다.

“저격수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면 우리도 위험합니다. 무조건 조심하셔야 해요. 아시겠습니까?”

“네, 하지만 팀장님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어요.”

“나도 같은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저격수들이 장악됐다는 건 다른 기동대 인원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됩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웅성거리고 있었지만 지금 저 브라칸 빌딩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윤일권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최소 수십 명이 안에 있었고 아이돌을 인질로 잡았으며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충돌이 있었다.

“놈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것 같은데 그게 우리에겐 나쁜 일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지켜볼 순 없는 것이라서 이후를 대비해야 합니다.”

“입주민들은 다 대피했겠죠?”

“…그렇길 바라는 수밖에요. 그리고 무슨 수를 썼는진 모르겠지만 건물 전체의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안에선 핸드폰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들의 기술력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습니다.”

“…기술이 아닐 거에요.”

“네?”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고…. 그런 게 정상은 아니잖아요. 심지어 이렇게 먼데요.”

만약 특수 장비로 뇌파를 조종해서 세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격을 한다는 건 무척이나 정밀한 작업이다. 그런 게 기술적으로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띵!

어느새 최상층으로 도착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와 계단을 향했다. 옥상은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군데군데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브라킨 빌딩과는 달리 이 건물은 전체가 커다란 사무실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모두 퇴근해서 인적은 전혀 없었다.

“아앗! 저길 보세요! 사람들이 있어요!”

거리가 멀었지만 브라칸 빌딩 옥상에서 몇 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여기요.”

윤일권이 휴대용 망원경을 내밀었다.

“이걸 쓰시면 잘 보일 겁니다.”

강나은이 그걸 받아들고 저쪽을 보았는데 처음엔 초점을 잡지 못하다가 몇 번 해보니 선명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괴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앗! 저 여자!”

그 뒤론 조우진 형사까지 있었다.

“확인하셨습니까?”

“네! 조우진 형사도 있고 몇 사람이 더 있어요! 그런데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뭘 하는진 잘 모르겠어요.”

강나은이 윤일권에게 망원경을 넘겼다.

“으음….”

그도 저쪽을 보며 신음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나? 보면서도 믿기질 않았다. 심지어 여자에게 날아드는 시커먼 것들의 정체는 짐작조차 못 하겠다.

“최소 20발이 넘는 저격을 했는데도 전부 멀쩡하네요. 그게 누굴 노렸는진 모르겠지만 몇 발은 맞았을 텐데도.”

“이제 아시겠죠? 저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태창 바이오가 무서운 것들을 만들어냈군요.”

“….”

더 설명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녀도 자세히 알진 못했기 때문이다.

“몇 사람이 더 나타났습니다.”

“어디서요?”

“저게 뭐지… 커다란 걸 짊어지고 왔는데요. 관…?”

“박물관에서 도난당했던 물건 목록 중에 관이 있었어요!”

“아마 그것인 것 같군요. 그런데 왜 저게 필요한 걸까요?”

온갖 사건을 다 접해봤지만 이렇게 기이한 광경은 처음이었다. 윤일권은 입을 헙! 다물었다. 믿기지 않는 장면이 그의 눈에 박혔기 때문이다.

“저게….”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것이 여자를 후려쳤다. 그것은 연기 같으면서도 선명하게 형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크기가 7미터가 넘었다. 머리엔 뿔이 달렸고 등엔 날개까지 있었다.

워낙 커서 강나은도 망원경 없이 볼 수 있었다.

“악마…?”

절로 떠오르는 단어였다. 그런 게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오늘에서야 알았다.

더 황당한 것은 모든 이들이 여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데도 여자는 쓰러졌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악마에게 뛰어가선 그 머리를 박살 내버렸다.

“…그때 그 지하에서 봤던 그 여자가 맞죠?”

“맞아요!”

“하…. 그런데 조우진 형사는 왜 저기 있는 겁니까?”

그간의 행적이 가장 이상한 것이 조우진 형사였다. 한강 굴다리에서 피습을 당한 뒤로 집에 처박힌 것 같더니 갑자기 교주가 되어 활동하다가 오늘은 여자와 싸운다.

“그는 이미 우리가 알던 조우진 형사가 아닐 거에요.”

“누가 조우진 씨 살가죽이라도 뒤집어썼다는 겁니까?”

“모르겠어요. 근데 보면 아시잖아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

그녀는 프로파일러지만 이 사건은 어떤 짐작도 섣불리 할 수 없었다.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데 어떻게 단정할까? 하지만 몇 가지는 걸리는 게 있었다.

“저들은 우리 관점에서 보면 범죄자들이에요. 몇 건의 살인과 실종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고 이번엔 납치까지 했어요. 박물관 절도 정도는 중요한 것도 아닐 정도로요.”

“히트맨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저기 어딘가에 있겠죠. 왜 보이지 않는 것인진 모르겠지만 그들도 움직이고 있을 거예요.”

“설마 벌써 당한 건 아니겠죠?”

“…아니길 빌어야죠.”

이때 옆 건물에서 날아간 탄환이 저쪽으로 날아가 벽에 박히는 게 보였다. 몇 개는 여자를 관통했다. 그런데 여자는 계속 움직였다.

“이렇게 구경만 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어서 말한 윤일권이었다. 저격수까지 저들에게 넘어갔는데 더 무얼 불러도 마찬가지일 거다. 오히려 저들의 손에 더 강한 병력을 쥐여주는 꼴이 될 거다.

“그들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죠?”

“여자가 조우진 형사를 쫓고 있습니다. 다른 남자들이 여자를 막아섰고….”

더 설명하기 어렵다. 사람 셋이 순식간에 분해되어버렸다. 그래, 팔다리가 뜯겨나가고 머리가 터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그저 손을 휙휙 휘두른 것 같은데 그 손길에 너무도 쉽게 사람이 죽어 나갔다.

“아…?”

갑자기 여자의 뒤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그의 모습이 CCTV에 찍혔던 그 사람이었다. 그가 여자의 등을 걷어찼다. 앞으로 데굴데굴 구르며 넘어진 여자가 빠르게 일어나서 남자를 찾았지만 이미 남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사람이 어떻게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애애애애애애앵!

소음에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경찰차가 더 왔다. 분명 광수대가 맡겠다고 했는데 인근 주민들이 신고해서인지 계속해서 경찰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후두두두두둑!

설상가상으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초장부터 이렇게 굵은 빗줄기라니 심상치 않았다. 올려본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기분 나쁜 비야.’

비는 그저 비일 뿐일 텐데 왜 이렇게 느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비는 자연적인 것이 아니었다.

“비가 멎을 것 같지 않군요. 저쪽으로 가시죠. 여기 있으면 다 젖겠습니다.”

윤일권의 말에 그녀가 끄덕이며 지붕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데 아래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빠아아아아앙-!

일대가 혼잡했고 퇴근 시간이니 도로가 꽉 막히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참지 못한 몇몇 운전자가 욕설을 하며 경적을 울렸다.

‘왜 저래? 짜증나게….’

자기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에 강나은 경위가 흠칫 놀랐다. 방금 뭐였지?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 새끼들, 참을성도 없네. 공무 집행 중인 거 보면 모르나.”

윤일권이 말했다. 그러더니 헛, 놀랐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왜일까? 짜증과 분노가 솟구쳤다. 화를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가?

솨아아아아아아아.

내리는 비는 더욱 사람들의 분노를 유발했고 그 모든 감정이 브라칸 빌딩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

.

.

“됐어! 마법이 완성됐다! 지금이야!”

로드의 외침에 피의 군주가 이를 갈았다.

“노력하고 있다고!”

퀸은 끈질겼다. 아무리 공격해도 대미지를 입지 않으니 쓰러뜨릴 수가 없었다. 비가 미친 듯이 내리며 가슴 속 화를 돋우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그가 버럭 외쳤다.

“악마든 뭐든 더 불러내 보라고!”

말을 하는 동시에 그의 몸이 후욱-! 뒤로 날아가 실외기에 처박혔다. 안개로 변하기도 전에 퀸이 먼저 때린 거다.

“크윽-!”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옆을 돌아봤을 때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다. 실외기와 실외기 사이에 웅크린 한 남자가 있었다.

‘뭐야? 이 자식은?’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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