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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마켓-253화 (254/277)

#253화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오크들은 어쩌고? 아무리 자네라도 그놈들은 매우 포악하네! 빨리 도망치게!”

“자네까지 잡히면 안 돼! 어서 가!”

“이 흉흉한 곳엔 왜 왔어! 아이고!”

난쟁이들이 내 걱정부터 한다. 망치를 두드리던 드워프들도 작업을 멈추고 우릴 보았다.

“인간이 여길 어떻게?”

“감옥에서 탈출이라도 한 건가?”

옆에서 김우태가 하하하! 웃었다.

“여러분은 자유에요! 오크들은 이제 없습니다!”

김우태의 말에 드워프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대륙을 집어삼키던 강력한 오크가 와해 되었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화지가 쪼그려 앉으며 난쟁이들에게 말했다.

“아이들은 안전한 곳으로 저희가 피신시켰어요.”

“오! 정말인가?”

“진짜, 오크들을 다 몰아낸 건가?”

“오오오오!”

“만세!”

난쟁이들이 팔을 번쩍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모여든 드워프들이 말했다.

“보기보다 강한 인간들이군. 콘드라를 이기다니? 군대라도 모아서 온 건가?”

가이나 아리를 군대라고 말한다면 뭐….

“아, 예. 하하! 비슷하죠!”

드워프가 손을 내밀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놈들에게 붙잡혀서 온갖 고생을 다 했는데 자네들 덕분에 이제 살겠네.”

대장 격인 드워프가 말을 하자 다른 드워프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드워프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 완성한 그 검은 쿤드라가 가져갔다고 하지만 나머지 무기들은 인제 어쩌지?”

“무기요?”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드워프가 설명했다.

“우리는 쿤드라의 정예들을 위한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네. 쿤드라의 검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것이었는데 어제 군단장이 와서 가져갔지.”

“특별한 검? 어떻게 특별합니까?”

“아주 예리하고 각종 마법 소재와 난쟁이들의 기술이 들어가서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영적인 것이나 마법적인 것도 벨 수 있는 명검이라네.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일백 자루의 창 역시 창대는 결코! 부러지지 않고 촉은 명검과 같은 효과를 낸다네.”

오크 녀석들이 뭔가 대단한 걸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우리가 쓰기엔 창대가 너무 길어서 맞지 않는데… 고생해서 만든 것이라 허, 참… 그만두기엔 아쉽군.”

드워프의 말에 난쟁이들도 동의했다. 이들은 장인이라고 봐도 좋다. 자신들이 만든 무기가 오크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싫어도 무기 자체의 생명력을 꺼버리기엔 안타까웠다.

“그러면 완성하시죠.”

내가 웃으며 말했다.

“감옥에서 풀려난 여러 종족이 있습니다. 인간이나 엘프들이라면 창을 쓸 수 있을 겁니다. 오크들이 도망쳤다곤 하지만 또 언제 올지 모르니까 여러분께서 이 도시를 재건하는 게 어떨까요? 그때 무기들이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재건이라….”

“으음….”

“쿤드라는 어떻게 되었나? 그놈이 도망쳤다면 다시 세력을 모아 쳐들어올 것인데!”

드워프와 난쟁이가 걱정하는 것만 봐도 오크의 세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상황을 때의 얘기고 개미가 아무리 많아도 개미핥기 한 마리가 나타나면 초토화되는 건 기정사실이다. 여긴 그 개미핥기가 두 마리나 있다.

“쿤드라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중요한 보직에 있던 녀석들도 대부분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었고요.”

“오! 그런가?”

“하긴… 그간 이 도시에 들어간 우리의 수고가 적진 않았지. 얼마나 많은 드워프가 이 도시를 건설하다가 죽었나?”

드워프들이 진지하게 자기들끼리 상의하기 시작했다. 오크가 떠나면 이 커다란 도시에 주인이 사라진다. 가이와 아리가 때려 부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주인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건할 것이다.

난쟁이가 말했다.

“우리도 무기는 완성하고 싶다네. 아이들을 자네들이 보호해주고 있다면 시간을 더 줄 수 있겠나?”

김우태가 냉큼 대답했다.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그런데요. 혹시 저희들 무기도 좀 봐주실 수 없을까요? 창을 백 자루나 만드신다면 슬쩍 세 개쯤 끼워 넣어도 표도 안 날 것 같은데요. 하하하하!”

호오? 이렇게 얹어가나?

“우리는 좋네! 아이들도 봐주고 쿤드라를 물리친 자네들한테 그 정도도 못 해주겠나? 마침 재료도 남았으니까 놓고 가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라네!”

난쟁이들이 승낙하자 김우태가 냉큼 인형의 칼을 건네주었다. 도화지도 헤헤 웃으며 망치를 내려놓았다.

“저는… 활이라서 좀 애매한데요.”

“상관없네. 활 자체에 마법을 부여할 수도 있고 활 통에 할 수도 있다네.”

“아, 그렇습니까?”

이건 대박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금 도료를 바른 화살을 아껴 쓰느라 답답했는데 영구적으로 강해진다면 며칠이 걸리든 기다릴 수 있었다. 이번에 흑마법사들을 상대하면서 얼마나 답답했던가?

“자네들은 정말이지 큰일을 한 거야. 오크들은 가만 놔뒀다면 대륙을 다 집어삼켰을 거라네.”

난쟁이가 우리에게 말하자 드워프들도 정리가 끝났는지 내게 다가왔다.

“우선 밖의 인간들이나 엘프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네. 우리만으로 도시를 재건하는 건 무리야. 이 큰 도시에서 적적하게 살아봐야 의미도 없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보겠네!”

세 명의 드워프만 나섰다. 나머지는 하던 작업을 계속하려는지 떠나질 않았다. 집요한 장인들이었다.

대장간 밖으로 나가자 드워프들이 깜짝 놀랐다.

“저… 괴물은 자네들이 데려온 건가?”

“허어… 그래서 쿤드라가 혼비백산해서 도망친 거군?”

마침 아리가 우리 머리 위를 날아가며 뾰족한 포효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놈은 다신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드워프들과 그간의 일을 얘기하고 있는데 몇몇 인간과 엘프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감옥에서 탈출한 이들이었다. 여전히 삐쩍 마르고 초췌한 몰골이었지만 눈빛엔 생기가 가득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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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지?”

밤이 찾아왔다.

이종족들은 모두 모여서 도시 재건에 관해 늦게까지 회의를 하고 있었고 가이와 아리도 우리 곁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모닥불이 타올랐고 평화가 찾아왔다.

“왜 다들 싸우고 사는 걸까?”

도화지가 툭 말했다. 김우태가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게 동물의 본성이니까. 강한 놈이 먹는 거야. 특히 오크는 더 맹수에 가깝지.”

김우태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우리 사회에선 더해. 돈 좀 있다고 없는 사람 무시하고 학벌 좋다고 못 배운 사람 깔보고. 나도 전엔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은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이 반성했어.”

절대자가 떠난 자리를 오크가 차지했다. 그리고 그 이전엔 인간의 황제가 똑같은 일을 했었다. 이래서 늘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는 건가?

“막아야죠. 우리가.”

내가 말하자 도화지가 응! 고개를 끄덕거렸다.

“할머니는 내가 지킬 거야!”

무기를 맡겨두었고 그것 없이 돌아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에 우린 오크의 도시에서 며칠 머물렀다. 참으로 신기한 게 오크들이 점령하고 있을 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온전한 평온만 가득했다.

재건단장으로 추대된 드워프가 내게 걸어왔다.

“광산에서 일하는 드워프들에게도 모두 소식을 전했네. 고향으로 돌아갈 이들은 말리지 않았지만, 상당수가 우리와 합류하기로 했다는 전갈을 받았어.”

“다행이네요.”

“대략 드워프 일천에 인간 사천, 엘프 오백과 나머지 이종족 이천이네. 이 정도면 도시 공사와 함께 오크 잔당이 침투해도 물리칠 병력은 구성할 수 있을 것 같아. 놈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면 어렵겠지만 구심점이 사라졌으니 그것도 쉽지 않을 거야.”

『대륙의 모든 종족이 힘을 합쳐 도시를 재건합니다.』

“자네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광장에 동상을 세울까 하는데 어떤가?”

“하하? 저희 동상을요?”

『도시 재건에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제 도시의 모든 이종족은 당신에게 무한한 호감을 보입니다.』

『대륙의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위대한 업적에 500,000p를 얻었습니다.』

『모든 능력이 +2 상승합니다.』

“마다하지 말게. 자네들의 동상을 보면서 모든 이들이 항시 경각심을 가지고 욕심이 생길 때마다 오늘 일을 떠올릴 거라네.”

무려 50만 포인트에 모든 능력 상승+2! 무엇보다 무기가 강력해지고 있다.

“와… 힘이 미친 듯이 치솟는데?”

“갑자기 현기증 나!”

비틀거리는 도화지를 부축해주며 내가 미소 지었다.

“머리가 좋아져서 그래요.”

“후… 적응 안 되네.”

인간의 뇌는 평소에 100% 가동하지 않는다. 그걸 강제로 푸는 것 같은 기분이 지력 상승 때 느껴지는데 1도 아니고 2단계나 올라가니 더 극심할 것이었다.

『대륙의 수호자 호칭을 얻었습니다. 이제 적대 세력과 전투 시 추가 타격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대륙의 수호자는 수호자의 돌 발견 확률이 높아집니다.』

『축하합니다! 위대한 업적에 재능마켓이 진화합니다!』

“어라? 재능마켓이 진화했대!”

도화지가 깜짝 놀라자 내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서 웃었다.

“또 뭔가 변하려나 봐요. 아이들도 많아졌는데 더 넓어지려나?”

“히히! 걔들 깜짝 놀라겠는데? 빨리 가서 보고 싶다!”

긴 미션이었다. 황제부터 오크까지… 중간에 악마도 만나서 죽을 뻔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일단락되자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끝이 아니다. 진정한 위협은 전부 우리 세계로 넘어가 버렸다.

-이봐! 자네들 무기가 완성되었네! 대장간으로 어서 오게!

저쪽에서 드워프가 외쳤다.

“와! 다 됐대!”

도화지가 활짝 웃자 우리도 대장간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 돌아갈 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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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5번 출구 앞 브라칸 빌딩.

“하…. 이런 한복판이라니.”

새벽녘, 피의 주인은 웃으며 거리에 서서 빌딩을 올려보았다.

“어이가 없네. 여길 몇 번이나 지나갔었는데.”

거리는 한적했고 취객들이 간혹 지나갈 뿐 강남의 혼잡함은 없었다. 아마도 내일이 월요일 아침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옆에서 로드가 말했다.

“오늘부터 마법진을 설치할 거다. 필요한 물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으니까 보름이면 될 거야.”

“그렇게 오래 걸려?”

“그것도 빠른 거야. 괜히 서둘다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이 일대가 다 날아가 버릴 거다. 너도, 나도.”

“어이쿠, 그건 안 되지. 알았어. 조심해서 해보라고.”

“두 가지를 조심해야 돼. 경찰이 꼬이면 작업에 차질이 생길 거야.”

“다 죽여버리지 뭐.”

“그랬다간 군대가 올 거다.”

“…하! 귀찮네. 알았어. 몰래몰래 할게. 다른 하나는 뭐야?”

“제물.”

“어떤 제물? 이미 마력템을 다 모았다면서?”

“그건 마법진을 가동하기 위한 것들이었고 마법 자체를 구동하려면 산 제물이 필요해.”

“아, 인간의 피나 목숨 뭐 그런 거?”

“그래.”

“그런 건 여기 얼마든지 있잖아? 저길 보라고.”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애정 표현을 하는 젊은 여인들을 보며 피의 군주가 웃었다.

“처녀일 것.”

“…어렵네.”

“타락하지 않은 순수한 영혼일 것.”

“…어려야 하고.”

“악마가 좋아할 만한 매력도 갖춰야 해.”

“그런 여자를 어떻게 찾아!”

로드가 품에서 물건을 내밀었다.

“이걸 지니고 있으면 알아볼 수 있을 거다.”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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