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화
재능마켓에 새 식구가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
-우오! 엄청 좋다!
-뭐지? 이 물건들은?
-거대해! 전부 다 거대하다고!
와글와글 소란스러웠다. 이전까지 주로 작전을 짜거나 운동을 하느라 차분한 분위기였다면 오늘은 아이들 놀이터에 온 것 같았다. 숫자는 많았지만, 워낙 작은 녀석들이라 복잡한 기분은 들지 않았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문제라 김우태가 나무젓가락을 계단에 붙여 사다리를 만들어주어야 했다.
그 사다리에 붙어 버둥대는 난쟁이를 손으로 잡아 위로 올려준 도화지가 귀엽다는 듯 후훗, 웃었다. 범이나 가이, 아리도 귀엽지만, 난쟁이들은 다른 종류의 유쾌함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나는 유리 벽으로 걸어갔다.
‘오피스텔을 확장하거나 가구를 배치할 수 있다고 전에 본 것 같은데.’
셋이 쓰기엔 지금도 넓었던지라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분명 그런 것도 팔고 있었던 게 기억났다.
‘아, 여기 있다!’
『재능마켓 개조 도구 1 : 공간을 넓히거나 증축할 수 있다. 200,000p.』
『재능마켓 개조 도구 2 :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200,000p.』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들어가긴 하지만 영구적으로 쓸 수 있으니 나중에 한 번 투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따스한 조명: 심신이 안정된다. 50,000p.』
『푹신한 소파: 피로가 회복된다. 50,000p.』
이 외에도 수많은 물건이 팔고 있었는데 다 사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다. 난쟁이들이 언제까지 머물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일단 닥친 일부터 해결하고 천천히 하나씩 장만하든가 해야겠다.
사다리를 다 완성한 김우태가 내게 와서 말했다.
“이제 좀 사람 사는 것 같네? 야! 밟지 않게 조심해!”
“히익? 얘!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도화지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앞으로 이곳에선 난쟁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모르고 그냥 앉기라도 했다간 대참사가 터질 거다.
“내일은 먹을 걸 더 사 와야겠어.”
초코파이 하나면 열 명씩 붙어서 먹는 애들이라 식비가 많이 들진 않겠지만 언제까지 단것만 먹일 순 없는 노릇이었다.
“쉐이크 팔길 잘했네.”
“돈은 부족하지 않고요?”
“응, 아직 넉넉해. 지금처럼만 팔리면 여유자금을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거고.”
“잘됐네요.”
“아참, 어머니는? 잘 계시지?”
“네.”
어머니 가게는 매일 문전성시였다. 레스토랑과의 협업도 잘 되고 있어서 매일 꿈을 꾸시는 듯한 표정이시다. 학교 급식실 봉사도 만족해하시는 것 같고.
내 얘길 들은 김우태가 씨익 웃었다.
“이제 그놈들만 처리하면 완벽하네.”
“그러게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완전히 박살 내버릴 수 있는 놈들이 버젓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까 끔찍해요.”
“우리가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러려면 정보가 필요했다.
“아….”
“왜?”
“좋은 게 있어요!”
유리 벽 안쪽 물건들을 보며 물건을 구매했다.
“그게 뭐야?”
“무전기 같은 건데 이걸로 그때 그 경찰분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오오! 그래?”
“조력자라고 했으니까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적어도 저희보다는 더 많은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그놈들이 완벽하게 숨어있다고 해도 분명히 흔적을 남기고 있을 거야. 특히 그 흡혈귀 놈은 어쨌든 피를 마셔야 하는 거잖아?”
“나가면 형한테도 써볼게요.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주세요.”
“그래. 오늘은 이만 해산할까?”
“넵!”
정리하려는데 난쟁이 하나가 다가왔다.
“우릴 도와주셨으니 우리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냥 여기에서 놀고만 있는 것도 싫고요.”
“도움?”
“우린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어요! 우리 손길이 닿으면 마법적인 능력도 담을 수 있고요!”
아, 그랬지.
나는 벽장에서 이런저런 소재를 꺼내 늘어놓았다. 이미 만든 드링크도 보여주었다.
“와! 이런 마법 물약은 처음 보네?”
“오오! 이 물약은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데?”
난쟁이들은 드링크를 보면서 신기해했다. 그중에서 한 난쟁이가 말했다.
“이것과 이걸 섞으면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맞아! 여기에 이것도 조금 넣으면 더 강력해질 거고!”
마치 요리에 양념을 치듯 난쟁이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나는 그걸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여분 있으니까 이것들로 너희 마음대로 해봐.”
-와아아아! 재미있겠다!
-일단 초코파이를 먹자!
-그래! 일단 배부터 채우자!
저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는 난쟁이들을 보면서 나는 도화지에게 물었다.
“누나는요?”
“난 더 있다 갈게. 얘들이랑 놀다 갈래.”
“알았어요. 이따 나가서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하세요.”
“응!”
『재능마켓에서 퇴장했습니다.』
김우태와 밖으로 나왔다.
“미행 붙는지 잘 보고 다녀. 그 박쥐 같은 놈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네, 형도요.”
“내일 보자.”
김우태가 저쪽으로 걸어가자 나는 무전기를 꺼냈다.
‘될까?’
이게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질 모르겠다.
『대상을 선택하세요.』
어떻게 선택하라는 거지? 일단 그 여자 경찰을 기억해냈다.
『메시지를 보내시겠습니까?』
어? 이렇게 바로 되는 거야?
‘그냥 말하면 되는 건가?’
『무전기의 버튼을 누르고 음성으로 말하세요.』
“아아….”
『대상의 호감도에 따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형사님, 부탁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
.
『형사님, 부탁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히이이이익?”
화장실에 앉아있던 강나은 경위는 기절할 뻔했다.
“뭐, 뭐야?”
갑자기 머릿속에 울리는 음성에 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두려움과 혼란을 느꼈다. 그런데 이어지는 메시지에 호기심이 더 컸다.
『놈들을 막지 못하면 조만간 큰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히트맨?’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다. 대체 어떤 기술로 이렇게 연락해 오는진 모르겠지만 무조건 잡아야 했다.
‘그런데 답을 어떻게 하지?’
그녀가 이마를 찡그리며 고민할 때 다시 음성이 울렸다.
『형사님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당연하죠! 저는 배신하지 않아요!”
자기도 모르게 외쳤는데 메시지가 바로 울렸다.
『믿으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존재들이 우릴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크게 셋으로 나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마법사, 흡혈귀…. 그리고 여성 모습을 한 괴물입니다.』
“세상에… 흡혈귀라고요?”
『그들에 관한 정보가 있다면 공유 부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강해집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사람들이 안전할 겁니다. 놈들은 우리가 익숙한 모습으로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엔 형사님이 상상하실 수 없는 괴물이 숨어 있죠.』
강나은 경위는 최근의 일을 떠올렸다.
“조우진 형사!”
『조우진 형사요?』
“사건이 있었어요! 어쩌면… 아니, 조우진 형사가 변해버린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 같아요!”
『마법사, 흡혈귀, 괴물. 셋 중 하나라도 먼저 제거해야 합니다. 의심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알려주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당신에게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데요?”
『지금처럼 하시면 될 겁니다.』
지금처럼? 그냥 이렇게 말하라고?
‘어디 도청 장치라도 있는 거야?’
과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러면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그가 말했던 단어를 생각해보면 이미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마법사라니? 흡혈귀라니?
‘하지만 그러면 이제까지의 일들이 말이 돼.’
그녀가 공부해왔던 모든 것을 뒤엎는 일이었지만 히트맨이 이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것 같진 않았다.
그녀가 서둘러 화장실에서 나와 사무실로 뛰어갔다.
‘원점부터 다시 보자. 만약 용의자들이 진짜 그런 괴물들이라면 시야를 넓혀야 돼. CCTV 따위는 얼마든지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을 거잖아.’
종교 시설에서 조우진 형사가 괴력을 발휘해 도망친 것만 봐도 그랬다. 눈앞에서 생생하게 목격하지 않았던가?
‘마법이라면 그 오발 사고도 혹시?’
팀장님은 아직도 병원에서 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수술은 잘 끝났다지만 워낙 많은 출혈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 여자도 수상했어.’
조우진 옆의 시녀를 떠올린 강나은 경위는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저 강나은 경위입니다.”
-아! 팀장님 소식은 들었습니다!
윤일권은 조우진 형사를 추적하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소식은 있었나요?”
-완전히 잠적해버려서 아무래도 서울을 벗어난 게 아닌가 싶긴 한데 해외론 도주하지 못했을 겁니다. 저희가 중국이나 동남아로 가는 배는 다 파악하고 있거든요.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 아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지금은 확실하지 않지만, 단서가 있어요. 대장님께선 계속 조우진 형사의 흔적을 따라가 주세요. 저는 서울숲 사건부터 다시 살펴볼게요.”
-그 두 사건의 연관성이 있었습니까?
“지금은 심증뿐이지만….”
강나은 경위는 그간의 모든 사건이 다 그들과 연관이 있다고 확신했다. 히트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니었지만 비상식적인 일들을 계속해서 겪고 있었으니 사고를 달리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전활 끊은 강나은 경위는 컴퓨터에서 자료를 꺼냈다. 일본에서 벌어졌던 연쇄살인부터 한강의 괴생물, 그리고 조우진 형사를 피습했던 그 소녀까지.
‘마법사, 흡혈귀, 괴물.’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히트맨….”
세상은 모르는 이면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그녀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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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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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누웠는데 무전기가 반응했다.
『강나은이에요! 들리시나요?』
나는 무전기를 들고 말했다.
“찾았습니까?”
이거 참 편하다. 통신 요금 걱정도 없고!
『조우진 형사라고 본래 서초서 소속이었는데 최근 휴직하고 종교단체 교주가 된 인물이 있어요. 전 교수 살인 용의자로 추적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가 당신이 말했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요.』
“그날 지하에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여자를 보셨었죠?”
『네.』
“그 여자가 현시점에선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속아선 안 됩니다. 저희는 그 여자를 퀸이라고 부르는데 퀸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군대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서울은 삽시간에 불바다가 될 겁니다.”
『군대라고요?』
“그때 그 지하에서 보셨지 않습니까?”
『아…. 벌레들….』
“태창바이오의 일도 잠실 운동장에서의 일도 모두 그들의 소행이었습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해 추적 중이지만 놈들이 숨어버리면 찾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한 거고요.”
『그러면 제가 뭘 해야하죠?』
“지금처럼 정보를 주시면 됩니다. 놈들은… 경찰이 가진 무기론 상대할 수 없을 겁니다. 저희가 처리해야 해요.”
『혹시 그들이 사람의 정신도 조종할 수 있나요?』
“흡혈귀나 마법사라면 가능할 겁니다. 몇 가지 조건이 있어야겠지만요.”
나는 그녀를 위해 당부했다.
“놈들이 당신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으니 절대 깊이 관여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무조건 제게 알리시는 게 먼저입니다.”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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