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마켓-243화 (243/277)

#243화

“왜 쏜 거야!”

근처의 대원들이 발포한 대원의 총을 빼앗으며 찍어눌렀다.

“나, 나는… 으으으으….”

눈빛이 이상했다.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팀장님! 119! 빨리 구급차 불러요!”

다행히도 기동대엔 응급처치가 가능한 자원들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그들이 즉석에서 총살을 수술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벌어졌다.

“팀장님! 정신 차리셔야 해요!”

“흐으… 강 경위… 자네가 끝까지… 우진이를….”

총상을 겪어본 적이 없는 강나은 경위였기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눈물만 줄줄 흘렸다. 사람들이 팀장을 들것에 옮겨 밖으로 나가자 강나은 경위가 화는 얼굴로 일어나서 로드를 바라보았다.

“일이 이렇게 된 게 왜 그런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팀장님은, 팀장님은 당신을 돕기 위해 오셨다고요!”

하지만 로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팔짱을 끼고 강나은 경위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마음에 틈이 없군. 이 여자를 부리면 편할 텐데.’

로드의 정신계 마법이 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하여야 하는데 강나은 경위에겐 견고한 성벽이 안에 있었다.

“조우진씨! 당신을 살인 용의자로 체포합니다!”

“아아, 그건 아까도 들었다고. 용의자고 뭐고 피해자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피해자는….”

“없잖아. 내가 순응해야 할 이유가 있나? 피해자를 찾으면 그때 다시 정식으로 요청하라고. 이거, 업무방해야. 변호사 불러줘?”

“피해자가 시설 내부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점! 은닉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 피해자의 마지막 행적이 여기서 끊겼다는….”

“찾아봐. 그러면 되잖아. 괜한 사람부터 범인으로 몰아가지 말고.”

로드가 강나은 경위를 노려보며 말했다.

“팀장이 나 때문에 총에 맞은 게 아니야. 당신 때문이지.”

“…그, 그런….”

강나은 경위의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명확한 증거와 물증, 그게 수사의 기본 아닌가? 당신은 고작 심증만으로 이곳까지 저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온 거야. 그게 헛수고였다면 모든 책임은 당신이 감당해야 할 거고.”

조우진은 형사였다. 그 기억을 고스란히 흡수한 로드였기에 법에 관해서도 알고 있었다.

로드의 옆에서 시녀가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밖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변호사가 필요하면 언제든 부르라고. 유능한 로펌 있잖아.”

종교 단체는 필수로 로펌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주로 신도의 가족과 분쟁이 잦은데 유능한 변호사는 언제나 큰 돈을 요규하지만 그만큼 철저하기도 하다.

“네.”

“쯧.”

로드가 강나은 경위를 딱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당신이 사람을 죽인 거야.”

“죽지 않았다고요!”

“…그러면 다행이고.”

로드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자 강나은 경위가 버럭 소리쳤다.

“멈춰요!”

하지만 로드는 태연히 걸어가서 문을 닫아버렸다. 이러자 애매해진 건 기동대였다. 실수로 발포해서 사람을 맞췄다. 이건 기동대 전체가 문책을 당해도 할말 없는 일이었다.

이때 입구로 한 사람이 서둘러 뛰어들어왔다.

광수대 윤일권이었다.

“뭡니까? 왜 팀장님이 총상을 입은 겁니까?”

이미 밖에서 팀장을 보고 왔기에 윤일권은 무척 흥분상태였다.

“저, 저 때문에….”

로드의 말엔 권능이 깃들어 있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한번 후벼파기 시작하면 떨어지질 않는다.

윤일권이 강나은의 두 팔을 잡고 거세게 흔들었다.

“그게 왜 경위님 때문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경위님마저 흔들리면 다 날아갑니다! 피해자를 찾으세요!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뭣들 해! 수색하라고!”

그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기동대가 개를 끌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용의자가 도주하지도 않았고 광수대까지 왔으니 시체라도 찾으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피해자만 확보하면 아까의 실수도 조금은 죗값을 덜 수 있을 것이라 모두가 필사적이다.

“경위님, 잘 들으세요. 최근에 우리가 경험했던 사건들…. 그거 절대 정상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우리가 당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면서 자료 봤는데 그 조우진 형사란 사람, 갑자기 이럴 수 없어요. 뭔가 있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경위님이 찾아야 해요!”

우연히 만났었지만 이제 윤일권은 강나은 경위에게 없어선 안 될 조력자였다. 오히려 팀장보다도 강나은 경위가 진실에 더 가까이 접근해 있다는 걸 모두가 직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프로파일러.

“죄송해요. 제가 잠깐 충격을 받아서 판단력이 흐려졌어요.”

그녀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다부진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래야 경위님 답죠. 조우진 형사는 어디 있습니까?”

“저 방에요.”

두 사람이 그쪽을 바라볼 때 시녀가 걸어왔다.

“곧 집회가 시작될 텐데 여러분께서 이러시다가 제시간에 행사를 진행하지 못할 경우 그 모든 손해와 비용을 청구할 겁니다.”

윤일권이 코웃음 쳤다.

“공권력을 우습게 보시는군요. 이곳이 살인사건 현장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우린 적법한 절차를 밟고 있는 거고요. 행사 정도는 미룰 수 있다는 거 모르십니까?”

“그건 살인사건 현장으로 입증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겠죠. 무엇도 찾지 못하신다면 행사를 하지 못해 발생하는 비용, 1인당 50만 원씩 1만 명분의 50억과 그 1만 명의 집단소송까지 감수하셔야 할 겁니다.”

“오, 오십억? 하! 무슨 행사를 하기에 한 사람당 50만 원이나 걷습니까?”

“그건 강사 마음 아닌가요? 저희는 분명 강연업 등록이 되어 있는데요? 대치동 강사들이 얼마의 강의료를 받는지 모르시나 보죠?”

이 말에 강나은이 조금 물러났다. 시녀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철수하시고 우리가 행사를 준비할 수 있게 하신다면 소송은 없을 겁니다.”

“협박입니까?”

윤일권이 인상을 쓰자 시녀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선택하시는 거죠. 그리고….”

그녀가 저쪽 위를 올려주었다. 두 사람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까의 오발 사고. 저 CCTV에 다 찍혔을 건데 저희는 언제든 언론에 드릴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그 영상이 퍼진다면 기동대원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일파만파로 경찰 전체에 타격을 줄 것이다.

“저는 다 여러분을 위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곧 신도님들이 도착하실 텐데 여러분을 보면 그분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요? 비슷한 사고가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은데요? 경찰이 경찰을 쏜 것과 민간인을 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일 거고요.”

시녀의 말에서 강나은 경위는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뭐죠? 또 누가 총을 쏠 거라고 단정하고 있네요?”

시녀도지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끔찍한 일을 조금 전에 목격했으니 트라우마가 생긴 걸 수도 있고요. 아, 정신과 가서 약이라도 지어 먹어야 할 수도 있겠네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는 안 할게요. 실수였으니까.”

“왜 실수라고 생각하시죠? 그 대원의 가족이, 혹은 누군가가 이 시설 때문에 끔찍한 고통을 겪은 걸 복수하려고 벌인 계획범죄라면요?”

“설마요.”

그럴 리 없다는 듯 미소 짓는 시녀를 보며 강나은 경위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 여자, 상당히 수상해. 말만 저렇지 전혀 떨거나 긴장하지 않았어.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강나은 경위가 더 몰아쳤다.

“모든 가능성은 열어두어야 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에요. 그 대원은 아직 진술도 하지 않았는데 실수라고 보시는 것도, 앞으로 그런 총기 사고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도, 이 시설에 피해자가 없을 거라고 단정하는 것도 제가 볼 때는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 같은데요?”

“저는 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제 사리사욕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데 왜 그런 일을 하겠어요?”

“그 신이 악하다면 충분히 할 수 있죠.”

“그 말은 종교적인 모욕으로 간주해서 따로 이야길 해봐야겠네요. 법정에서도 똑같이 말씀해주시길 바라겠어요. 명예훼손이 꽤 강한 형벌인 건 아시죠? 범죄 이력이 있으면 경찰 생활 유지하시기도 힘드실 텐데. 이 건에 대해선 별도로 합의나 선처 없이 진행해 드릴게요. 마침 옆에 증인도 있네요. 설마 위증하는 건 아니죠? 광수대 대장님께서.”

“….”

강나은 경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런데 윤일권이 말했다.

“나를 아시는 것 같은데요?”

“유명하시잖아요. 뉴스에도 자주 나오시고.”

“….”

강나은 경위가 저쪽을 봤다. 개들이 컹컹! 거리면서 돌아다니지만, 소득은 없는 것 같았다. 설마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긴 걸까?

“마음대로 하세요! 저희는 수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여자와 더 말싸움을 해봐야 말릴 것 같다는 예감에 강나은 경위가 몸을 돌려 빠르게 걸어갔다. 윤일권이 그녀를 따라붙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저 여자 말도 맞아요. 아무런 증거 없이 계속 수사했다가 무엇도 찾지 못하면 우리가 다 덮어쓸 수도 있습니다. 오발 사고도 있었고요.”

“그러니까 찾아야죠. 팀장님이…팀장님이 다치셨어요. 아무것도 안 하면 그분을 뵐 면목이 없어요.”

“경위님이 보시기에도 실수였습니까?”

“모르겠어요.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서….”

“기동대는 처절할 정도로 훈련하는 애들입니다. 교전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런 오발 사고를 낼 리 없어요.”

“그 일은 나중에 따져보면 될 일이에요. 지금은 무조건 증거를 찾아야 해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찾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까 그 여자의 당당함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저기, 뭐하는 거죠?”

“가 봅시다!”

기동대원 몇이 개와 함께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뭐에요?”

강나은 경위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얘들이 뭘 찾은 것 같습니다!”

개들이 무척이나 흥분해 있었다.

윤일권이 무언가 직감한 듯 타다만 쓰레기로 들려갔다. 그리곤 정신없이 헤집었다. 대부분은 다 타버려서 잿더미였는데 듬성듬성 타다만 것들도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뒤졌을까?

“…이, 이건!”

무언가를 발견한 윤일권의 눈이 크게 뜨였다.

.

.

.

의식이 준비되었다. 일천 명의 이종족이 강제로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이도 있었고 체념한 듯 눈을 꼭 감고 있는 여자도 있었다. 흑마법사들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일만 열중했는데 거대한 마법진이 완벽한지 마지막으로 채크하는 중이었다. 약간의 오차라도 있을 시 이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폐하께서 오십니다!

경비병의 목소리에 모두가 일을 잠시 멈추고 저쪽을 보았다. 기사들이 황제의 침대를 통째로 옮기고 있었고 황제가 침대 위에 죽은 것처럼 누워 있었다. 대신들이 그 뒤를 졸졸 따라왔다.

“젠장!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김우태가 내 옆에서 말했다.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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