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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마켓-226화 (226/277)

#226화

【강력한 구속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해당 스킬은 스킬을 보유한 세 사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오케이! 가자!”

김우태의 외침으로 시작되어 우리 셋 몸에서 연분홍빛 광체가 하늘로 솟았다. 그게 하나로 모여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데몬의 몸을 직격했다.

“…!?”

【대상이 스킬에 노출되었습니다. 당분간 대상은 움직일 수 없습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24시간 남았습니다.】

오늘처럼 너무도 강력한 적을 맞닥뜨릴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둔 스킬이었다. 퀸을 만나면 쓰지 않을까? 했었는데 악마에게 사용할 줄은 몰랐다.

“퍼부어!”

김우태의 외침에 도화지가 날아올랐다. 하지만 데몬은 강했다. 움직일 수 없다고 해도 손은 움직일 수 있으니 검으로 도화지의 공격을 쳐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내 화살을 피하려면 날개도 쉴 새 없이 휘둘러야 했다. 그러면 시야가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고 빈틈은 생겨난다.

‘인형!’

저쪽에서 얼쩡거리는 저주 인형이 보였다. 김우태가 슬쩍 인형을 이동시켜둔 것이다.

‘한 번만 먹혀라!’

내가 화살을 쏘며 그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그런 뒤 인형의 등을 발로 걷어차며 앞으로 굴렀다. 휘익-! 날아가는 인형은 데몬의 뒤에서 접근했는데 놈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내가 두 발의 화살을 더 쏘았고 도화지도 알아차리곤 무리한 공격을 시도했다.

까앙!

딱 한 번만 맞으면 될 것 같은데 데몬은 도화지의 망치를 번번이 튕겨냈다. 내 화살 역시 마찬가지다. 놈의 날개는 매우 질겨서 화살이 뚫질 못했다. 하지만 인형까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놈의 실수였다.

“…음?”

데몬이 위를 보았다. 하지만 인형은 이미 놈의 뿔을 잡고 붙어 있었다. 고갤 든다고 인형이 보일 리 없었고 이 틈을 타서 인형이 칼을 들었다.

‘와, 무시무시하네.’

머리에 달라붙어서 섬뜩한 칼을 든 인형을 보고 있자니 악몽처럼 꿈에 나올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 녀석이 우리편이란 것이었다.

콱콱!

하지만 칼은 데몬의 피부만 상하게 할 뿐 깊이 박히질 못했다. 데몬의 머리뼈는 놀라우리만치 강해서 피부는 뚫었지만 인형의 힘으론 뼈까지 부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다른 효과는 박혀 든다.

【대상이 공황장애에 빠졌습니다.】

【대상이 의심병에 걸렸습니다.】

“이런 귀찮은 짓거리를…!”

데몬이 머리 위로 검을 휘둘렀다.

퍼억-!

검에 맞아 인형이 저쪽으로 날아갔는데 어느새 인형은 데몬의 뿔에 걸려있던 해골을 두 팔로 껴안은 상태였다.

“이쪽으로 와!”

김우태가 손짓하자 인형이 벌떡 일어나서 아장아장 김우태에게로 달려갔다.

몇 가지 저주에 걸렸지만 데몬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자신의 몸에 걸린 각종 저주와 스킬에 대해 판단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 같았다. 싸움은 더 치열해졌지만 단 한 번의 치명타가 들어가질 않았다.

“잘했어!”

다가온 인형을 칭찬하면서 김우태가 인형이 든 해골을 건네받았다.

【쿤드라의 보물을 획득했습니다.】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재능마켓에 돌아가면 특별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오…! 뭐야? 이게 보물이었어? 민준아! 화지야! 미션 끝났다!”

나도 메시지를 들었다.

‘그렇다는 건?’

이 악마랑 더 싸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구속 풀리기 전에 튀죠!”

“아오! 화나! 한 방을 못 때렸네!”

“우리보다 훨씬 강해서 어쩔 수 없어요!”

내가 저편을 보며 외쳤다.

“아리야!”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리가 듣질 못하는 것 같았다.

일단 범이를 작게 만든 뒤 품에 안고 김우태와 도화지에게 말했다.

“우리가 가야 할 것 같아요!”

“알았어! 먼저 가!”

이때였다.

후우우우우우웅-!

내 귓가로 스쳐 날아가는 데몬의 검에 모골이 송연했다.

“어딜 가느냐!”

검까지 집어던지며 버럭버럭 외치는 데몬을 보다가 내가 말했다.

“빨리요!”

녀석을 무시하며 두 사람을 독려했다. 구속이 언제 풀릴지 몰랐다. 우리도 처음 써본 것이라 정확한 정보가 없었다.

“아니야! 안돼! 가지 마!”

데몬이 무섭게 소리쳤지만, 우리가 녀석의 말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으아아아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갈 것이다!”

데몬이 발광했지만 우린 이미 그곳을 완전히 벗어나는 중이었다.

바짝 따라온 김우태가 내게 해골을 넘기며 말했다.

“이게 그 보물인가 봐!”

“잘됐네요! 이렇게 미션을 해결하다니!”

“가끔은 운이 좋은 날도 있어야지! 하하!”

우리가 달려가자 아리가 하늘에서 우릴 본 것 같았다. 크게 선회하더니 우리에게 날아왔는데 이미 이 도시의 오크는 죄다 도망친 상태였다. 두 괴수가 날뛰는데 누가 싸울 엄두를 내겠나?

“민준아, 가이랑 아리가 합류하면 아까 그놈, 사냥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괜한 모험은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화지도 내 말에 동의했다.

“괜히 애들, 다치기라도 하면 안 좋을 것 같아요.”

가이와 아리가 아무리 크고 세도 그 데몬이란 놈이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질 않았다.

“그래! 오늘은 참자! 다음엔 더 강한 공격 스킬을 얻어서 싸우면 이길 수 있을 거야. 구속이 먹히는 걸 확인했잖아!”

새로 얻은 경계 스킬도 꽤 쓸만했다.

“집으로 돌아가자!”

내려오는 아리에게 외치는 김우태의 말을 들으며 나는 저쪽을 바라보았다.

‘데몬이라….’

서큐버스가 ‘하’라면 아까의 비홀더가 ‘중하’정도 될 것 같고 데몬은 ‘중상’ 이상으로 보였다. 뱀파이어의 백작급을 훨씬 뛰어넘은 강자였다.

‘악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앞으로 예상해야 해.’

알았으니 관련한 드링크도 만들어두어야 할 것 같았다.

.

.

.

“…빌어먹을….”

민준 일행이 완전히 떠난 도시.

하지만 오크들은 두려움에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얼마 후면 풀릴 것이라 생각했던 ‘구속’이 생각보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마법을 쓰는 놈들은 처음 보는데.”

귀찮고 답답하지만 깰 수 없는 마법이었다.

“인간들이 이렇게 발전했나?”

어차피 위험은 없었으니 느긋하게 마음먹고 마법이 사라지길 기다리는 데몬이었는데 의뢰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놈들을 죽이기 전엔 돌아갈 수 없었다.

‘차라리 잘됐나?’

얼마만의 외출인데 서둘 필요가 없지 않을까? 괴수들까지 데리고 다니는 놈들이니 어렵지 않게 추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데몬이었다.

그런데 그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었다.

“음?”

무언가 많은 숫자의 인기척이 다가온다. 두두두두두! 대지를 울리는 발굽 소리가 났다. 뭐가 나타난다고 그가 겁먹을 필욘 없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거슬리긴 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군.”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기다렸는데 탑의 주인이 돌아왔다. 건장한 오크의 어깨엔 까마귀가 앉아 있었는데 제사장이 보낸 까마귀였다.

커다란 말에서 내린 쿤드라가 데몬을 바라보았다.

“…악마. 제사장이 불러냈나?”

“그렇다.”

“제사장은?”

“죽었다.”

“….”

쿤드라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크들은 다 도망쳤는지 적막했고 저쪽으로 보이는 건물들은 폐허처럼 부서졌다.

쿤드라의 옆에서 군단장이 도끼를 들며 말했다.

“악마는 신용할 수 없습니다. 처리해야 합니다.”

군단장의 말에 쿤드라가 악마를 보았다.

“너는 왜 그러고 있지?”

“마법에 당했다. 당분간은 움직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가. 너도 어쩔 수 없을 만큼 적이 강했나?”

“아니, 귀찮은 마법만 아니었다면 그놈들은 이미 내 손에 죽었다.”

제사장이 악마를 부릴 수 있다는 걸 쿤드라는 알고 있었다. 악마란 놈 자체가 기분이 나빴지만, 악마의 목적은 오직 계약이란 걸 알기에 도시에 위해를 끼치진 않을 것이었다.

“알았다. 너는 네 일을 해라.”

악마가 놈들을 처리해준다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다. 쿤드라가 탐으로 걸어갔다. 급히 따라오는 군단장에게 말했다.

“잡아 온 인간들로 도시를 정비하고 놈들이 자주 찾는 광산의 위치를 악마에게 알려줘라.”

“쿤드라께서는 이대로 두고 보실 생각이십니까?”

“내가 나서야 할 때라면 나서겠지만 굳이 여럿이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

악마는 딱 봐도 매우 강력했다. 마법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니 죽이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도시를 이렇게 만든 건 악마가 아니었다.

“지금은 도시를 복구하는 게 먼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가….”

쿤드라가 군단장을 보며 웃었다.

“악마를 따라가라. 놈들의 머리를 가져와.”

군단장도 씨익 웃었다.

.

.

.

【재능마켓에 입장하셨습니다.】

“여기까진 못 따라올걸?”

김우태가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악마라고 해도 저쪽 세상에 나타났으면 균열을 찾기 전엔 절대 못 온다.

“오면 고맙죠.”

놈들이 이쪽으로 건너오면 힘이 약화한다는 걸 안다. 그러면 그 무섭던 놈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보상부터 확인하자!”

김우태가 달려가자 도화지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보 오빠! 범이부터 치료해야죠!”

“아, 맞다!”

“아휴, 제가 먼저 씻을게요.”

도화지가 범이를 품에 안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죽지만 않으면 기적처럼 부활할 수 있는 장소였다.

머쓱하게 뒤통수를 만지던 김우태가 슬금슬금 장으로 다가가더니 문을 열었다.

“오! 카드다! 스킬 카드!”

아이템은 돌 모양으로 들어있지만 스킬은 카드 형태다. 금빛으로 테두리를 두른 카드가 고이 들어있었는데 그걸 본 김우태가 환호했다. 스킬은 매우 귀하고 재능마켓에서 사려고 해도 값비쌌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화살촉】

“어엇? 네 건데?”

“그래요?”

내가 카드를 건네받았다.

【촉에 강력한 성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언데드나 악마에게 추가 타격과 치명타를 준다.】

“오…. 성력이라니. 이런 건 처음 보는데요?”

“그러게! 귀하다더니 진짜였네! 이제 아까 그놈 만나도 문제없겠는데?”

스킬 하나 늘었다고 전력이 막강해진 건 아니지만 놈이 말했었다. ‘성기사’어쩌고 한 걸 보면 이 스킬 역시 놈에게 주효할 것 같았다.

“다른 건 별거 없네.”

돌을 뒤지며 아이템을 확인하던 김우태가 돌아서서 유리벽으로 걸어갔다. 오크 도시를 습격하며 얻은 엄청난 포인트로 뭐 살 거 없나 보는 것이었다.

나는 스킬을 장착했다.

【촉에 성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성력은 다양한 효과와 중복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불화살에 담을 수도 있다는 뜻이겠지?

‘다음번엔 오늘처럼 날뛰지 못할 거다.’

데몬을 생각하면서 이를 갈고 있는데 김우태가 말했다.

“아, 맞다! 민준아! 이거!”

김우태가 뭔가를 휙! 던졌다. 해골이었다.

“쿤드라의 보물!”

“그 해골이 왜 보물일까?”

“모르겠어요.”

내가 해골을 받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미션이 나타났다.

【쿤드라의 보물 미션이 갱신되었습니다.】

【쿤드라의 보물이 새로운 균열을 감지했습니다.】

【미션을 수행하면 쿤드라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게 열쇠 같은 건가?”

김우태가 말할 때 내가 웃었다.

“해보면 알게 되겠죠.”

“하게?”

마다할 이유가 있나?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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