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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마켓-221화 (221/277)

#221화

“뭐지?”

“개미 한 마리 없는데요?”

두 사람이 당황해서 내게 말했다.

“으음….”

아리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내가 광산 앞을 둘러보았는데 그렇게 악착같이 오던 오크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철수한 걸까요?”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지? 쉐이크 사업이 막 본격적으로 굴러가는데 벌써 중단할 순 없어. 낚시만 해서 될까?”

“잠깐만요.”

잠깐 고민하던 나는 저쪽으로 고갤 돌렸다.

“우선 이동하죠. 마냥 기다린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진 않은데.”

“알았어.”

오크가 어느 쪽에서 왔는진 이미 알고 있었다. 녀석들이 끌고 다니는 수레가 땅에 깊은 자국을 냈다.

“근데 본진이라도 치려는 거야?”

“오늘은 정찰만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순 없었는데 놈들이 광산을 포기했다면 그 인원을 다른 쪽으로 돌렸을 거다.

“멀지 않을 거예요.”

그랬다면 오크가 그렇게 꾸역꾸역 하루 만에 모일 수 없었을 테니까.

도화지가 물었다.

“그 절대자란 애들이 떠난 뒤에 오크가 번성했다고 했지?”

“네.”

“그러면 일단 싹 쓸어버리고 다시 충전되면 또 쓸고 그러는 건 어때?”

김우태가 도화지의 말을 듣고 웃었다.

“충전이 뭐냐? 하하!”

“말만 통하면 되잖아요.”

도화지가 눈을 흘기자 김우태가 시선을 피하며 저쪽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오크가 별거 아니라고 해도 놈들의 본거지엔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라. 조심하자.”

내가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오늘은 정찰만 하는 거예요.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아야 하니까.”

광산 자체도 매력적이겠지만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포인트였다. 드워프고 뭐고 닥치는 대로 공격하며 세력을 넓히는 오크를 억제할 필요도 있었고.

그렇게 1시간쯤 걸었나?

“여기서 갈라지네.”

김우태가 땅을 보며 말했다.

“이쪽인 거 같죠?”

더 깊은 흔적을 보며 내가 말했고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걷는데 범이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누나, 어때요?”

“맞아. 저쪽 어딘가에 엄청나게 많은 것들이 있어. 어떤 느낌이냐면 먹구름 같아. 알갱이 하나하나가 냄새를 풍기는데 그게 한곳에 잔뜩 모인 것 같은?”

그 말에 김우태가 물었다.

“아리를 타고 가는 건 어때? 하늘이 안전하지 않을까?”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정찰이란 뜻이 무색해질 것 같았다.

“나중에요. 지금은 놈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얻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좀 더 빨리 걷자.”

오크 서식지의 가장자리만 찾아도 그걸 중심으로 빙 둘러볼 생각이었다. 규모나 숫자를 대략적으로 알아야 대처할 수 있지 않나?

걷던 중에 인기척을 느낀 우린 흠칫하며 몸을 돌렸다. 11시 방향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오크다. 우릴 본 것 같은데?”

“기다려보죠.”

보초인지 아니면 그냥 돌아다니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오크 한 마리가 이쪽을 물끄러미 보다가 뒤로 돌아서 후다닥 뛰어갔다.

“쟤는 지능이 있네? 바로 덤벼들지 않는 걸 보면.”

김우태의 말에 내가 미소 지으며 뛰었다.

“저쪽으로요!”

소식이 들어가면 최소한의 병력이 나올 거다. 그게 최대라고 해도 별로 겁은 나지 않았지만, 놈들의 본거지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외부에서 언제든 후퇴할 수 있게 간을 보자.

높은 지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평야였는데 동산에 오르자 주변이 훤히 내려 보였다.

“저기 있네!”

만약 이곳이 인간의 도시였다면 이 주변부터 논밭이 있거나 가축을 키우는 모습이 보였겠지만 오크의 생활은 전혀 달랐다. 오직 사냥과 약탈이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농경지 없이 바로 건물들이 보였는데 낮은 건물들 중심에 10층 정도 되는 탑이 있었다.

“와, 갈등 되네. 싹 쓸어버리고 싶다. 근데 그러면 안 되겠지?”

김우태가 건물을 보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션: 쿤드라의 보물을 회수하세요.】

【쿤드라의 보물은 매우 강력한 무기를 만드는 재료입니다.】

“미션이다!”

“쉿! 조용히 해봐!”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불멸자가 나타났을 때 과거의 영웅들은 불멸자를 상대하기 위한 무기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로 나뉘었던 핵심 재료 중 하나를 오크가 훔쳐냈고 이후 영웅들은 불멸자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 세계수 가지 같은 걸까?’

불멸자는 뱀파이어나 퀸을 말하는 것 같았다.

【보물을 회수하여 무기를 완성하세요.】

【쿤드라는 매우 포악하고 영리한 오크입니다. 주의가 필요합니다.】

나는 문득 가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포악한 오크라고 해도 가이의 상대가 되나?

“….”

“….”

우리가 잠자코 기다렸지만 메시지는 더 들려오지 않았다.

김우태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판까지 깔렸으니 물러설 순 없겠지?”

보물이 뭔진 몰라도 그걸 찾아야 퀸을 상대할 수 있다면 꼭 필요한 것이었다. 놈들이 여기에서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지만, 우리 세상에 온 이상 반드시 막아야 했다.

“이렇게 하죠. 아리와 가이를 먼저 보내서 시선을 돌린 다음 우리가 잠입해서 그 오크를 찾아요.”

“후…. 정신없겠는데?”

김우태가 씨익 웃자 나는 도화지를 보았다.

“누나, 절대 흩어지면 안 돼요.”

“응!”

드워프든 뭐든 닥치는 대로 잡아서 노예를 만드는 놈들이다. 놈들의 수중에 떨어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해야 했다.

“좋습니다. 놈들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치죠.”

내 말에 도화지가 가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부탁해.”

워어어어어어!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가이가 신이 나서 뛰어갔고 아리가 뒤뚱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는데 미소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곧 괴수로 변해서 오크들을 혼비백산하게 할 것이었다.

“우린 오른쪽으로 침투해요.”

내가 먼저 뛰며 말했고 범이가 바짝 내 옆을 달렸다.

‘성벽이랄 것도 없네.’

이미 오크와 대적할 무리가 없어서인지 곧장 놈들의 주거지로 향하는 길이 보였다.

-우워어어어어어어!

소음에 저쪽을 보니 가이가 어느새 본체로 변해서 가까운 건물을 박살 내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악!

-괴물이다!

-괴물이 나타났어!

오크들이 기겁하며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비상 상황을 알리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됐어요! 가로막는 것들만 처리하고 빠르게 진입하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살이 날아갔다.

슈슈슉!

-커억!

-으아아악!

두 마리 오크가 이쪽으로 달려오다가 자빠졌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광산을 드나들며 수없이 마주했던 오크라서 이제 놈들의 패턴은 훤히 보였다.

“으하하하! 보물 내놔라!”

김우태가 신난 듯 외치며 인형을 빙빙 돌렸다.

뒤에서 도화지가 뾰족하게 외쳤다.

“저 위! 궁수들이야! 조심해!”

2시 방향 지붕 위 오크들이 보였다. 이쪽을 활로 겨누고 있었는데 녀석들의 가장 큰 실수는 먼저 쏘지 않았다는 거다.

피피피피피핏!

속사가 내 손에서 터져 나왔다. 활이란 무기 한정으로 나보다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위력도 강했지만 내 연사는 뛰면서도 명중률이 보정되고 바람을 무시하며 화살이 회전까지 한다.

-커억!

-…끄륵…!

말도 못 해보고 가슴이 뻥 뚫려 쓰러지는 궁수들을 보면서 우린 높은 건물을 향해 뛰었다. 누가 봐도 저곳에 쿤드라가 있을 것 같았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 머리 위로 아리가 날아가며 포효했다. 가이가 지상의 탱크 역할이라면 아리는 전투기였다. 녀석이 마음먹고 날면 엄청나게 빨라서 순식간에 이동하면서 쑥대밭을 만든다.

“범아! 여긴 좁아!”

건물 간격이 줄어들었다. 범이가 훌쩍 뛰더니 벽을 타고 거짓말처럼 뛰었다. 골목을 빠져나오자 대로가 나타났다.

흠칫!

멈춰선 우리는 앞을 바라보았다.

“기다리고 있었나 본데?”

김우태가 말했는데 높은 건물로 진입하는 길을 막고 선 오크들은 그 수가 백이 넘었고 하나같이 다른 오크에 비해서 강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봐야 오크인데 뭐!”

도화지가 망치를 들고 뛰었다. 누구보다 그녀가 가장 잘 알았다. 오크의 무기론 자신의 방어력을 뚫을 수 없다. 나는 주로 원거리에서 활을 쏘고 김우태도 서포트 역할을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최전방에서 놈들과 싸워왔었다.

“머리 터지기 싫으면 비켜!”

도화지가 소리치며 달려가자 오크들이 빈틈없이 서로의 어깨를 붙이며 벽을 만들었다. 그러더니 뒤에서 뾰족한 창이 앞줄 오크의 어깨 너머로 튀어나왔다. 이런 전술까지 쓸 수 있다니? 훈련이 제법 잘 된 오크들이었다.

하지만….

“비키라니까!”

도화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정면으로 뛰어들더니 망치로 창이든 오크든 죄다 후려치기 시작했다.

퍼버버버버벅!

저렇게 가녀린 몸에서 어찌 저란 파워가 나오는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지만 도화지는 어렵지 않게 오크의 벽을 부수며 들어갔고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솨아아아아아악!

화살이 그녀의 옆으로 계속해서 날아갔다. 범이가 뛰어들어 오크의 머리통을 앞발로 날려버렸고 어느새 그런 범이 등에 올라탄 김우태가 우리의 상처를 다 가져갔다.

“호호호호호! 별것도 아닌 것들이!”

우린 김우태를 전적으로 신뢰했다. 게임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아무리 다쳐도 무한으로 치료해줄 수 있는 아군이 든든하게 있다면 적이 얼마나 있든 거칠 것 없이 싸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놈들 무기론 도화지의 피부에 생채기도 못 낸다. 나? 맞질 않았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오크 학살자 호칭을 얻었습니다!】

【이제 오크 한정 추가 타격 확률이 오릅니다.】

【오크는 당신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합니다.】

【오크 한정 회피율이 올랐습니다.】

“와하하하! 좋다! 좋아!”

김우태가 껄껄 웃었다. 지금도 막강했는데 오크 학살자가 되니 곧장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놈들이 움찔거렸다.

‘왜 이것밖에 없지? 전부 가이에게 몰려간 건가?’

싸우면서도 이상했다. 저 높은 건물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지키는 병력이 훨씬 많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들어온 지 꽤 되었는데도 주변에 모여드는 오크가 없었다.

‘뭐, 가보면 알겠지.’

오크들을 처음 보면 그 생김새 때문에 두려움이 먼저 들겠지만 우리처럼 경험이 누적되면 얘들이나 토끼나 비슷한 기분이 든다. 외형만 보면 우리가 불리할 것 같겠지만 우리는 사자고 지금 토끼 우리에 들어와 있는 거다. 토끼가 아무리 발로 차고 어깨로 밀쳐도 사자에겐 간지러울 뿐이었다.

“뚫었어! 민준아! 먼저 가!”

마침내 도화지가 오크의 벽을 부숴버렸다.

“네!”

내가 먼저 길에 접어들었다. 그 뒤를 도화지와 김우태가 따랐는데 오크들은 우릴 붙잡으려고 노력했지만 놈들의 눈동자엔 두려움이 잔뜩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묘하게 소극적으로 되어 버렸다.

‘됐어! 다 왔다!’

건물의 문이 보이자 나는 더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7층쯤 되는 창문에서 누군가가 이쪽을 보며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자욱하게 회색 안개가 모여들었는데 창문에 있던 오크가 버럭 외쳤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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