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화
-키이이이이이익!
-카아아악!
불바다가 바퀴벌레들을 덮쳤다. 위에서부터 쏟아진 불길에 바퀴벌레들은 기겁하며 날아올랐지만, 날개를 펼치면 가녀린 곳부터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온몸이 화염에 뒤덮였다.
“오호! 사장님! 나이스 샷!”
김우태의 외침에 옆에 있던 윤일권이 경악했다.
“뭐였습니까? 폭탄입니까?”
분명 폭발음은 없었다. 이런 무기가 있던가? 무엇보다 황당한 건 불길의 규모였다. 저 아래 공간은 상당히 넓었는데 불길이 전체를 휩쓸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이 정돈 돼야지. 이게 어떤 드링크인데.’
유니크 급 드링크는 운이 좋아 봐야 하루 1개 정도 만들어진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바퀴벌레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을 때 놈들의 몸에 붙은 불길에서 치솟은 열기가 우리에게까지 전달되었다.
【퀸의 군대를 사냥했습니다.】
【300P를 얻었습니다.】
“오! 이놈들 생각보다 짭짤한데?”
김우태가 즐거워할 만했다. 이번 한방으로 수백 마리를 사냥하게 된 거다. 놈들이 한곳에 모여있어서 운이 좋기도 했고 저것들을 일일이 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키에에에에엑!
그렇다고 해도 모든 놈들이 불에 탄 건 아니었다. 다른 놈을 방패 삼아서 피한 놈도 있었고 몸의 일부가 타다만 녀석도 있었다.
“떨거지 정리하자!”
김우태가 외치자 도화지가 망치를 잡고 훌쩍 뛰어내리며 외쳤다. 처음엔 징그러워하더니 불타는 놈들을 보자 흥분한 것 같았다.
“아하하하! 다 죽어! 죽으라고!”
바퀴벌레 한 놈의 등 위로 떨어진 도화지가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하자 근처에 있던 놈들이 박살 나기 시작했다.
나도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갈게요!”
“조심해!”
“네!”
뛰어내리며 활을 쐈다. 매섭게 날아가는 화살들이 바퀴벌레의 몸에 속속 박혀 들었고 화상을 입은 바퀴벌레들이 죽어가면서 엄청난 포인트가 홍수처럼 들어왔다.
【300P를 얻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숙련된 벌레 사냥꾼 호칭을 얻었습니다!】
【이제 벌레는 당신을 보면 두려움을 느낍니다!】
“오!”
이런 종류의 패시브 스킬은 언제나 환영이다. 호칭이 생기자마자 바퀴벌레들이 우리를 피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엔 도망칠 곳이 없다. 날아서 저쪽 구멍으로 들어가면 모르겠지만 이미 열기에 날개는 타버렸고 간혹 날아오르는 녀석들은 내 활에 맞아 떨어졌다.
김우태는 내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저…. 여러분은 매일 이런 싸움을 해왔던 겁니까?”
윤일권은 도화지가 뛰어내릴 때 심장마비가 올 뻔했다. 높이가 적어도 10미터는 넘었는데 주저 없이 뛰는 걸 보며 상식이 파괴됐다. 그런데 도화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가더니 망치로 바퀴벌레를 쳐 죽였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사람보다 큰 바퀴벌레가 저렇게 득실거리는데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가끔요. 가끔.”
김우태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래를 보니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이라면 남은 바퀴벌레를 죄다 죽이고도 지치지 않을 거다.
‘확실히 세졌어.’
김우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동안 했던 고생이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강나은이 그에게 물었다.
“저거, 바퀴벌레잖아요.”
“모릅니다. 저는.”
“바퀴벌레가 어떻게 저렇게 크죠?”
“모른다니까요. 그리고 제가 아는 바퀴벌레는 저런 이빨이 없어요.”
김우태의 말에 강나은 경위가 침을 꼴깍 삼켰다. 자세히 보니까 멧돼지처럼 난 이빨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저렇게 깨물면 사람은 그냥 죽을 거다.
하지만….
빠악-!
-하하하하! 죽으라고! 좀!
도화지의 망치에 얼굴을 맞은 바퀴벌레 한 마리의 이빨이 모조리 부러졌다. 오히려 저들이 바퀴벌레를 너무도 쉽게 상대하니까 현실감이 없어졌다. 설마 저것들이 그냥 밟으면 콱 죽을 정도로 약할까?
‘아니야. 그럴 리 없잖아.’
딱 봐도 바퀴벌레의 외피는 엄청나게 딱딱해 보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총알도 빗맞으면 튕겨 나갈 것 같았다.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보통 사람이 저거 한 마리를 만나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저들은 두부처럼 으깨버리고 있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바퀴벌레도 실험체겠죠?”
“모른다니까요.”
김우태는 진짜 몰랐다. 태창 바이오도 피의 주인을 만났을 때나 가본 거지 그들이 뭘 하는지도 모른다.
그 기색을 읽고 강나은이 말했다.
“태창 바이오는 은밀하게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 아시겠지만 그들은 이전에 없던 것들을 만들었고 그중에는 로봇도 있어요.”
“아, 네.”
건성으로 대답하는 김우태의 눈이 아래를 보았다. 강아지 세 마리도 내려가고 싶은지 낑낑댔지만 김우태가 잡아두는 중이다. 굳이 녀석들까지 날뛰지 않아도 곧 정리가 끝날 것 같았다.
“일부러 비협조적인 건 아니시죠?”
강나은의 목소리에 김우태가 웃었다.
“제가 왜요?”
“그런 게 아니라면 정보를 교환해요. 사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있지만, 저조차도 얼떨떨한데 다른 사람들은 믿지 못할 거에요.”
“믿어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당신들이 다 해결하실 건 아니잖아요.”
“하게 될 것 같은데요?”
언성이 점차 높아지자 윤일권이 끼어들었다.
“좋습니다. 저희는 여러분을 도와 지원만 하겠습니다. 그 정도는 괜찮지 않습니까?”
아래를 힐끔 보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도화지의 망치에 맞은 바퀴벌레 하나가 수류탄을 맞은 것처럼 산산이 조각나면서 터져버린 거다.
“오…크리티컬!”
김우태의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들으며 윤일권이 말을 이었다.
“태창만 엮으면 다 밝힐 수 있습니다. 그들이 궁지에 몰리면 여러분이 놈들을 상대하는 것도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그 말엔 김우태도 반응했다.
“그렇긴 하겠지만 그게 쉽진 않을 겁니다. 이놈들은 일반적으로 대해선 안 돼요. 종잡을 수 없게 움직입니다. 저거 보세요. 바퀴벌레가 저렇게 많을 줄 알았습니까? 저런 게 더 있을 거라고요.”
“그래서 힘을 합치자는 겁니다.”
‘당장 체포할 수도 있지만’이란 생각이 떠올랐지만, 왠지 그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망치 하나로 저런 괴력을 보이는 사람들인데 유치장에 가둔다고 해결이 될까?
“다 정리되면 생각해보겠습니다. 지금은 골치 아픈 일을 의논할 때가 아니에요. 저거 보세요. 또 뭐가 나왔습니다.”
김우태가 아래를 보며 말하자 두 사람이 고갤 내밀었다.
【300P를 얻었습니다.】
“후….”
살아 있는 바퀴벌레는 없었다. 정리가 끝나자 우린 모여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도화지가 이상한 걸 찾았다. 처음엔 그냥 바윗덩어리의 일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게 뭐 같아?”
도화지가 망치 끝으로 톡톡 때리며 물었다.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진 않은데요?”
“그치? 잘 봐. 안에서 뭐가 꿈틀거리고 있어.”
“알일 수도 있겠는데요.”
“으엑? 바퀴벌레 알?”
“네, 이놈들이 알을 지키려고 이렇게 모여있었을지도 모르잖아요.”
“아닌데? 바퀴벌레는 알을 낳기만 하고 지키진 않아. 나 어릴 때 우리 집에 바퀴 많아서 알아. 그냥 구석에 낳고 떠난다고.”
“그래요? 그러면 이건 뭘까요?”
“혹시 저번처럼 군단 뭐 그런 거 아닌가?”
“제거해야 한다는 거네요.”
“비켜봐. 파편 튄다.”
도화지가 손바닥에 퉤, 침을 뱉었다. 그러더니 두 손으로 망치를 단단히 쥐고 자세를 잡았다. 제대로 힘을 쓸 모양이었다.
“안될 것 같으면 말해요.”
“응! 일단 해보고!”
도화지의 망치가 그림처럼 허공을 가르다가 수상한 덩어리를 때렸다.
퍼억-!
“으아아아으아응.”
본래 망치란 게 대상이 부서지면 반탄력이 덜하지만 버텨내면 고스란히 망치질한 사람에게 돌아온다. 손이 아픈지 얼굴을 잔뜩 찡그린 도화지를 보며 내가 말했다.
“금이 갔어요!”
“오! 그래? 그러면 멈출 수 없지!”
도화지가 팔을 휘휘 흔들어서 저림을 풀곤 다시 자세를 잡았다.
퍼억!
다시 망치가 덩어리를 때렸다.
쩌저저적!
바위라고 해도 도화지의 망치질을 견딜 수 없다. 이제 그녀의 힘은 초인에 가까웠고 그녀의 망치는 지구상의 어떤 둔기보다 강력할 것이다.
“이게! 버텨? 오냐! 누가 아기나 해보자고!”
퍼퍼퍼퍼퍽!
그녀의 망치가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러다가 쩌엉-!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타격이 들어갔다.
치명타였다.
쩌어어어억!
완전히 쪼개진 덩어리를 보면서 도화지가 웃었다.
“하하하! 거봐! 내가 이겼지!”
나는 부서진 덩어리에 바짝 다가갔다. 안엔 수분이 많았는데 만들어지다 만 어떤 괴이한 생명체가 괴로운 듯 꿈틀거리다가 축 늘어졌다.
【퀸의 군대를 사냥했습니다.】
【3,000P를 얻었습니다.】
“오?”
“에에?”
우리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깜짝 놀랐다. 아직 이런 상태인데도 3,000포인트라고? 그러면 이게 깨어나서 자라면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뜻인가?
“와…큰일 날 뻔했다. 그치?”
포인트는 강함에 비례한다. 여차하면 가이나 아리가 도우니 포인트만으로 전투력을 다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포인트를 가진 놈일수록 위험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알에서 나오기도 전에 3천이라니.’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알은 이거 하나같았지만, 왠지 기분이 찝찝하다.
“누나, 냄새 더 나요?”
“응. 이것들 냄새가 아니었어. 저쪽이야. 아까부터 나던 고약한 냄새는.”
5미터쯤 옆에 아래로 향하는 구멍이 있었다.
내가 일어나서 위를 보며 말했다.
“거기 있을래요? 아니면 같이 갈래요?”
위에서 김우태가 대답했다.
“기다려! 내려갈게!”
나도 함께 움직이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괜히 따로 다니다가 강적을 만나면 각개격파 당할 것이다.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걸 보며 내가 도화지에게 물었다.
“누나, 아이템 챙겨요.”
“응!”
바퀴벌레들이 간혹 작은 돌을 떨어뜨렸고 도화지가 그걸 주울 동안 나는 비교적 멀쩡한 놈들을 재료 수집망에 넣었다.
‘하, 끝이 없네.’
워낙 장기전에 익숙했지만 그건 하층에서의 일이지 현실에서 이러면 나도 정신적으로 지친다. 게다가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어머니도 걱정하실 거다.
‘여차하면 오늘은 독서실에서 밤샌다고 해야겠네.’
이런 바퀴벌레들을 앞에 두고서 이런 소소한 걱정을 한다는 게 남들이 보기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 일상의 평화를 깰 생각이 없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날 때쯤 세 사람과 강아지 세 마리가 내려왔다.
“휘유, 높기도 하네.”
위를 올려보며 김우태가 말할 때 강나은이 내게 뛰어와 물었다.
“그건 뭐였어요?”
“모르겠습니다. 알 같은데 안에 뭐가 들었는진….”
이미 재료 수집망에 넣어서 알맹이는 사라진 상태였다.
윤일권이 알 앞에 앉아 손으로 만져보며 말했다.
“확실히 일반적이진 않군요. 나는 태창이 실험실 따위를 갖추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렇게 노상에서 실험을 할 줄이야.”
영화를 보면 유리 벽 안에 뽀글뽀글 기포가 오르는 액체가 담겨있고 그 안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그림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건 이놈들을 몰라서 그렇다.
‘얘넨 진짜 괴물이라고.’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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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83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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