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마켓-185화 (185/277)

#185화

태창 바이오 맞은편 건물.

광수대 특별본부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뭐야?”

“정전인 것 같습니다!”

“갑자기?”

“파악해보겠습니다!”

사내가 핸드폰을 들었다. 신호가 잡히질 않았다. 단순한 정전이라면 핸드폰이 먹통 될 리 없었다.

밖을 내다보니 거리의 시민들도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일대의 모든 전자기기가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서현덕 팀장이 급히 물었다.

“빨리 복구해! 당장!”

-CCTV도 나갔습니다!

“보고할 시간에 고치라고!”

이들의 임무는 태창 바이오를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각종 장비가 무용지물이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야?’

짜증이 팍 치솟은 그가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볼 때였다.

파앙!

건너편 건물의 유리창이 깨졌다. 더 정확히 말하면 터져버린 것처럼 파편이 하늘로 튀었다.

“허억…?”

-뭐지?

-저쪽이다!

-태창 바이오야!

대원들이 급히 모여들었다.

서현덕 팀장이 물었다.

“저기가 어디야?”

“대표이사실인 것 같습니다!”

“대표이사실이라고?”

정전 때문에 뭔가 잘못됐나? 그렇다고 저 단단한 유리가 터져? 태풍도 견디는 외부 강화유리인데?

“망원경 가지고 와!”

자세히 봤지만,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젠장! 가보자!”

“움직이면 우리가 노출될 텐데요?”

“그렇다고 놔둬?”

“…음.”

“두 사람만 움직인다! 나머지는 복구해! 어서!”

그가 김현욱 대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계단으로 향하며 소리쳤다.

“아직도 전화 안 돼?”

“네!”

“무전기는?”

“안 됩니다!”

“어이가 없네. 어떻게 이래?”

건물 밖으로 빠져나온 그가 저편을 바라보았다. 유리 파편 때문인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서 있었다.

김현욱 대원이 말했다.

“팀장님, 곧 경찰이 올 겁니다.”

“알아. 그래서 고민이야. 들어가 볼까? 이런 기회도 없을 건데.”

“그러다가 우리 신분이 노출되면 앞으로 감시하기 힘들 겁니다.”

“하지만 뭔가 건질 수도 있을 거야. 최소한 놈들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만이라도 알아내거나 다른 연구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만 파악해도 돼.”

“그건 그렇지만….”

“가자. 내가 책임질게.”

“알겠습니다.”

여유가 있었다면 변장이라도 했겠지만, 지금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두 사람이 태창 바이오 빌딩으로 뛰어갔다. 이미 정전 때문에 경비원들도 자리에 없었고 주말이라 직원도 드문드문 보였다.

“이상한 걸 연구하다 폭발이라도 한 걸까요?”

“그렇겠지. 어쩌면 정전하고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고. 이놈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는질 전혀 모르니 우리가 알아내야 돼.”

우연이긴 해도 이런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쉽게 태창 바이오에 잠입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여기 CCTV도 전부 다 맛이 갔나 본데요?”

“우리한텐 잘 된 거지. 따로 움직이자. 너는 지하 쪽을 뒤져. 구린 놈들이니까 은밀한 곳에 시설을 갖춰놨을 수도 있어. 만약 잡히면….”

“알고 있습니다.”

정보를 다루는 특수부대 출신의 두 사람이었기에 상황 대처가 빨랐다.

서현덕 팀장이 인기척을 가늠해보면서 계단을 빠르게 올랐다. 빌딩에 잔류해 있던 사람들은 유리가 깨진 대표이사실로 다들 몰려갔을 확률이 컸다.

‘연구실이 어디지?’

컴퓨터마저 먹통일 것이니 본체를 통째로 하나 들고나와야 할 것 같았다. 혹은 핵심 인물의 노트북이라도 발견하면 많은 정보가 들어있을 것이었다.

그가 4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막 지날 때였다.

우르르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육중한 울림이 났다.

‘…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그의 발걸음이 다급해졌다.

‘잠겼어.’

5층 복도로 나와서 손에 잡히는 것을 다 돌려보았지만 굳게 잠겨있었다. 대낮이지만 전기가 나갔기에 무척이나 어두워서 중간중간 플래시를 켜야 했는데 혹시 발각될까 봐 입술이 바짝 말랐다.

‘전원이 나가버렸으니 키가 있다고 해도 문을 열 방법은 없겠는데.’

중요한 자료는 전부 문 안쪽에 있을 것이었다. 보안이 철저해서 힘으로 열 방법도 없었다.

그가 다음 층으로 올랐다.

그르르르르릉.

또 위에서 울림이 일어났다. 단순한 폭발이 아니라 뭔가 무너져내리는 소리 같았다. 이런 건물은 정전이 일어났다고 해서 파괴되거나 하지 않는다. 비상 발전 시스템도 있어서 주요 시설엔 전원이 항시 공급되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게 서현덕 팀장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잘됐어. 여차하면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컴퓨터를 빼내자.’

범죄였지만 특수부대에서 배웠던 일이기도 하다. 태창 바이오의 혐의점을 찾아야 하는 그로선 이 기회를 어떻게든 이용해야 했다.

다음 층으로, 또 다음 층으로 올라가던 그는 연구시설들이 모인 층을 찾아냈다.

그런데 쾅쾅! 소음이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무언가 부서지고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불이라도 난 건가?’

그런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혼란은 그에게 도움이 된다는 걸 부정할 순 없었다.

그가 복도의 소화기를 빼 들었다.

잠시 서 있다가 위쪽에서 큰 소리가 날 때 유리를 부쉈다.

“….”

10초간 기다려도 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소화기를 던지며 깨진 창문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음.”

뭘 하는 곳인진 모른다. 무척 깨끗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집기들이 가득했다. 시설을 둘러보던 그가 한쪽으로 움직였다. 컴퓨터를 발견한 것이다.

전원은 나갔다.

연결부 전선을 제거한 뒤 본체를 들었다. 이제 빠르게 여길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누구의 눈에 띄어서도 곤란하며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 탈출해야만 했다.

‘됐어.’

컴퓨터를 분석하면 뭔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복도로 나온 그가 계단으로 뛰어가는데 앞에서 그림자가 일렁거렸다.

“…!”

그가 멈춰 섰다.

‘경비원인가?’

곤란했다. 여차하면 기절을 시켜서라도 도주하려고 마음을 먹고 벽에 붙어서 기다리는데 상대가 천천히 이쪽으로 움직였다. 그가 조심스럽게 컴퓨터를 내려놓았다. 그리곤 제압을 위해 팔을 뻗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는 흠칫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이게 뭐야?’

복도를 돌아온 생물은 온통 금속 재질로 덮여있었는데 복도를 꽉 채울 만큼 컸으며 아가리엔 이빨이 소름 돋게 나 있었다.

‘로봇?’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표범이나 호랑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번들거리는 금속 재질이 피부를 덮고 있었다.

“….”

그는 이러지도 몰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바짝 얼어있었는데 로봇은 그런 그를 스윽 보더니 냉큼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로봇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역시 이상한 걸 만들고 있었어!’

그가 다시 컴퓨터를 들고 뛰었다. 굉장한 것을 봐버렸다. 지금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저 로봇에 의해 벌어진 걸까?

콰앙! 쾅!

지금도 위층 어딘가에선 계속해서 폭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쏟아져 내렸다.

그가 전력으로 계단을 내려가 1층 로비에 도착했을 때 그의 대원이 그를 불렀다.

“팀장님!”

“왜 빈손이야?”

“딱히 별것 없었습니다.”

“알았어. 나가자!”

“팀장님은요?”

“가서 얘기할게!”

“더 수색하지 않으십니까?”

“지금은 나가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왔을 때 경찰차들이 보였고 경찰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전화가 안 되니 출동이 늦은 것 같았다.

본부로 돌아왔을 때 광수대 대장 윤일권의 모습이 보였다.

“대장님!”

“서 팀장! 어떻게 됐어?”

그가 컴퓨터를 내려놓으며 자신이 본 것들을 빠르게 설명했다.

“로봇이라고…?”

윤일권을 비롯한 대원들이 놀랐다.

“차세대 무기라도 만들고 있었던 거야? 뭐야?”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움직임이 무척 자연스럽고 빨랐습니다. 그게 저를 공격했다면 손도 못 써보고 당했을 겁니다.”

윤일권이 창가로 걸어갔다. 서현덕 팀장이 따라붙으며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출동합니까?”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진 모른다. 그런데 정전이 일어났고 정체불명의 로봇도 목격되었다. 물론 이런 것들이 범법은 아니다. 괜히 잘못 들어갔다가 덤터기를 쓸 수도 있었다.

“명분이 없는데….”

의심스러워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혐의점을 찾은 게 아니어서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주시하던 그가 저쪽에서 뭔가 반짝 하는 걸 보았다고 느낀 그 순간이었다.

쌔애애애애애액!

뭔가가 빠르게 날아와서 그의 앞 창문을 뚫고 박혔다.

-헉?

-뭐였어?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다들 놀라 모여들었는데 윤일권은 등줄기로 흐르는 땀을 느끼며 창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조심하십시오!

-또 날아올지 모릅니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안 건가?

윤일권은 유릴 뚫고 삐죽 튀어나온 것을 바라보았다. 그 끝을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화살이다.”

소름이 돋았다.

그가 버럭 외쳤다.

“히트맨이다! 그놈이 저기에 있어!”

.

.

.

뱀파이어는 강했다. 피의 주인이라는 이름답게 우리가 이제껏 만난 모든 적중에 가장 무시무시했는데 그의 손에 든 빨간 창은 피를 굳혀 만든 것 같았고 그게 휘둘러질 때마다 벽이든 뭐든 다 터져버렸다.

“…크윽!”

놈의 창을 가까스로 피하며 옆으로 뛰었다. 하지만 허리에 불로 지진 것 같은 고통이 들었다.

【상처가 회복됩니다.】

“고마워요! 형!”

김우태가 없었다면 벌써 몇 번은 죽었을 거다.

“괜찮아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저놈만 생각해!”

“네!”

김우태가 뒤쪽에서 우리의 회복에 전념하고 도화지와 내가 놈을 몰아세웠다. 간간이 범이가 놈을 압박했지만 조금 전에 창에 맞고 날아가 버렸다.

“뭐가 이렇게 빨라! 좀 맞아라!”

도화지가 망치를 열심히 휘둘러보았지만 뱀파이어는 슥슥 최소한의 간격으로만 피해내고 있었다. 그가 도화지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꺄아아아!”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지만, 곧 벌떡 일어났다.

“괴물이군.”

“누굴 보고 괴물이래! 기분 나쁘게!”

놈은 빨랐지만, 치명상만 피하면 얼추 우리 모두가 버텨낼 순 있었다. 가이와 아리가 도울 순 없었다. 여기서 본채로 변하면 건물이 무너질 거다.

‘틈이 없어.’

놈을 상대하며 느낀 건 여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종이 한 장 차이로 버티고 있었다면 놈은 얼굴에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인간 치곤 대단하구나.”

그가 우릴 보며 말했다.

“내가 본연의 힘을 다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창을 휘둘렀다. 다시 달려들던 도화지가 창끝에 맞아 또 처박혔다.

“가녀린 육신으로 버텨낼 힘이 아니건만.”

우르르. 벽이 무너졌다. 하지만 도화지는 다시 일어났다. 그녀의 방어력은 뱀파이어마저 허탈하게 할 수준이었다.

“아! 짜증 나! 한 대만 맞아라! 딱 한 대만!”

도화지가 씩씩거리면서 다시 뛰어드는데 뱀파이어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손짓을 따라 붉은 안개 같은 것이 화악-! 뿌려졌다.

“아앗?”

재능마켓

지은이 : HAKA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839-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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