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마켓-151화 (151/277)

#151화

"뭔데? 왜 자기들끼리 싸워?"

"반란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그렇게 말할 때 드리트리는 후작까지 공격했다.

-이놈! 뭐 하는 짓이냐!

후작이 지팡이를 들며 고함을 쳤지만 드리트리는 왕궁 최강자였다. 그의 검이 간발의 차이로 더 빨랐다.

서걱, 잘려서 떨어진, 후작의 머리를 보다가 드리트리가 돌아섰다. 도화지와 김우태가 있는 곳을 보았다.

"히익! 센 놈이 온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두 사람이 기겁해서 도망치려고 할 때였다. 불청객이 하나 더 난입했다.

-이노오오오오옴! 감히 왕을 시해하다니!

또 드리트리다.

"엥?"

"두 놈이었어? 쌍둥이?"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두 사람이 황당해서 바라볼 때 이미 두 드리트리는 서로의 검을 맞대고 있었다.

콰앙!

힘이 얼마나 강력하면 두 자루 검이 부딪혔을 뿐인데 바람이 불었다.

이때였다.

"누나! 형! 빨리 봉인을 찾으세요!"

드리트리의 입에서 익숙한 말투가 나왔다.

"허억? 민준이 너야?"

【변신 드링크(유니크): 접촉한 적 있는 대상의 모습으로 바꿀 수 있다. 최대 지속 시간 1시간. 외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유 능력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사망 시 효과는 사라진다.】

"38분 남았어요! 변신 풀리면 저도 못 버텨요!"

"…오. 해골 변신! 멋있다!"

김우태가 감탄했다. 설마 이런 방법을 쓸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죽어버리겠다! 으아아아아아!

이성을 잃은 드리트리가 칼춤을 췄다.

민준은 본판보단 기술이나 경험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짝퉁이었지만 어찌어찌 막아내면서 검술까지 따라 하고 있었다.

"크윽-! 빨리요!"

지금까진 도망치며 간신히 버텨냈지만 이렇게 사방이 막힌 곳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민준의 신음이 터지자 도화지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돌을 찾아올게요!"

도화지가 후작을 보면서 뛰었다. 후작의 두 손이 머리를 찾아 땅을 더듬거리고 있는 걸 본 것이다.

"나는 민준이를 도울게!"

워낙 강력한 싸움판이었지만 김우태는 힐러다. 민준이 상처 입으면 그가 도와줄 수 있었다.

도화지는 후작의 머리를 걷어찼다.

퍼억-!

저쪽으로 데굴데굴 날아가는 머리를 보며 도화지는 후작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는데 지팡이를 든 손이 그녀를 후려쳤다.

"아앗! 아팟!"

도화지가 인상을 쓰며 망치를 들었다.

"이렇게 나오시겠다? 이거지!"

돌만 재빨리 회수하려고 했었는데 차라리 머리를 부숴버리는 게 낫다고 판단한 도화지가 후작의 머리 쪽으로 뛰어갈 때 옆에서 굉장한 폭음이 들렸다. 두 드리트리의 싸움이 난폭해진 거다.

"형! 저는 괜찮으니까 왕이 도망치지 못하게 해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다. 스켈레톤으로 변한 민준은 재생력까지 스켈레톤과 똑같았다.

"오케이!"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왕의 몸은 저기 머릴 찾아 허둥지둥 뛰어다니고 김우태는 그런 왕의 머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후작은 도화지가 따라가고 있었는데 후작의 지팡이에선 계속해서 마법이 쏘아졌다.

"아으! 저 지팡이가 문제네!"

후작의 머리를 노리던 도화지가 짜증을 부렸다. 지팡이에서 나오는 마법 때문에 번번이 가로막힌 거다.

그런데 이때 후작의 팔을 콱! 물고 늘어지는 짐승이 있었다.

"오! 범이! 나이스!"

개뼈다귀처럼 물고 머릴 흔들어대니 지팡이가 버텨내질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죽었어! 받아랏!"

두 손으로 망치를 치켜들었다가 후작의 머리를 향해 내리찍는 도화지의 뿅망치에 엄청난 힘이 담겼다.

빠악!

그런데 안 깨진다.

"우씨, 뭐가 이렇게 단단해? 완전 돌머리네!"

쩌억 금이 가긴 했지만, 후작의 머리는 다른 스켈레톤보다 단단했다.

팔을 걷어붙인 도화지가 다시 망치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그녀의 망치가 또다시 후작의 머리를 때렸다.

.

.

.

【변신 드링크의 지속 시간이 28분 남았습니다.】

무려 '유니크' 드링크다.

지금까진 딱히 쓸 일도 없었고 아깝기도 해서 챙겨뒀는데 오늘 마셨다.

"크윽."

효과는 놀라웠다. 본래 나는 힘과 근력이 상당했지만 드리트리는 더 강했다. 순식간에 개미에서 코끼리가 된 기분이랄까? 그 몸집만큼이나 힘의 차이가 난다는 건 아니다. 이 자신감의 뒤엔 스켈레톤의 재생력이 있어서다.

스악!

놈의 칼이 내 팔을 스쳤다. 내 몸이었으면 살이 잘리고 피가 튀었겠지만, 지금은 뼈만 갈라졌다. 그마저도 다시 붙었다. 압도적인 재생력!

나는 뼈를 내어주고 머릴 부술 요량으로 검을 찔렀지만, 놈이 쉽게 피해버렸다.

"쳇!"

쉽지 않았다. 놈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처음부터 짝퉁으론 진짜를 이길 수 없었던 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첫 번째로 회피 기술.

체육관에서 관장님께 배우긴 했었지만, 지금의 내 상태는 최소한의 방어만 하면 된다. 머리가 터지거나 목이 잘려 나뒹굴지만 않으면 웬만한 공격은 무시해도 된다. 이렇게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극도의 회피만 하면서 공격 일변도로 싸워보는 경험은 다시 못할 수도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나는 몸을 띄웠다가 날개를 펴고 놈의 머리에 발길질을 했다. 높은 위치가 아니라 날개를 펴도 금세 추락하겠지만 그 찰나의 멈칫거림이 변칙기술이 된다.

-이 하찮은 놈이!

두 번째로 나에겐 있고 놈에겐 없는 것들이 있었다. 뱀파이어 날개처럼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기술과 스킬이 있었는데 내게 활 스킬이 많긴 해도 검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가령, 이런 거!

"불 기름!"

화르륵!

검이 불타올랐다.

-잔재주를!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불붙은 검이 날아오자 놈이 뒤로 몸을 피했다.

'효과가 있는데?'

어둠에 속한 것들은 본능적으로 불에 약하다. 스켈레톤의 재생력 때문에 불길이 치명적이진 않겠지만 거부감은 무시할 수 없었다.

'시간만 벌면 돼!'

처음부터 이길 생각 따윈 없었다. 우리의 미션은 봉인을 찾아 파괴하는 거지 저 괴물 같은 스켈레톤을 죽이라는 게 아니었다. 이런 비슷한 미션을 해봤지 않나?

'이놈은 대왕 원숭이 같은 거야.'

처음부터 이기라고 놔둔 괴물이 아니란 거다.

슬쩍 눈 돌릴 틈이 생겼다.

-제발 부서져라! 제바아아알!

도화지가 망치로 후작의 머리를 미친 듯이 때리고 있었다. 저 망치가 얼마나 좋은 파괴력을 가졌는지 나는 안다. 그런데도 버틴다는 건 저 두개골에 다른 힘이 담겨 있다는 뜻일지도 몰랐다.

반대편을 보니 김우태가 왕의 머리를 잡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왕의 몸이 그런 김우태의 뒤를 따라서 쫓아갔다.

"…."

여기까지.

-죽어라! 이놈!

더 눈 돌릴 여유가 없다. 드리트리가 어이없을 정도로 강한 칼질을 해댔다.

챙! 챙챙! 챙!

변신 드링크의 '외형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고유 능력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효과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공격을 다 막지 못했을 것이다. 이전의 나였다면 저 검의 속도조차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놈의 공격이 보이고 그걸 반응할 만큼 내 육체가 가벼웠으며 원래 달려있던 꼬리를 움직이는 것처럼 놈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이익! 이이이이익!

부아가 치미는지 드리트리가 더 거칠게 공격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냉정하게 정신을 유지하면서 틈을 보려고 했다. 흥분은 좋지 않다는 걸 체육관에서 계속 배웠는데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동한다는 말을 이제 알 것 같았다. 등산으로 비유하자면 나는 산 중턱쯤 있었는데 드리트리의 몸을 경험하면서 가장 높은 곳에 단숨에 오른 것과 비슷했다.

'이 각도에서 찔러 들어온다고?'

보이는 게 많을수록 감탄도 늘어갔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습득한다. 이걸 경험할 수 있는 시간도 고작 30분이 채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익혀둬야 했다.

-아오! 짜증 나! 이거 왜 안 깨지는 건데!

도화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힐끔.

내가 그쪽을 본다는 걸 알았는지 드리트리가 코웃음을 쳤다.

-어림없다! 이놈!

후작의 머리에 시원하게 칼질 한번 하면 될 것 같은데 도통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칫."

다시 말하지만 나도 겨우 버텨내는 중이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잠깐 방심하면 곧장 목이 잘릴 거다. 이 팽팽한 대립의 칼자루는 놈이 쥐고 있어서 내 마음대로 전장을 바꿀 수도 없었다. 물론 마음먹고 도주하면 어찌 되긴 하겠는데 그러면 도화지와 김우태가 곧장 위험에 처할 것이었다.

'진퇴양난이라는 건가.'

이 대치가 길어지면 변신이 풀릴 거다.

'봉인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만이 유일할 해결책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다.

-허억! 무슨 짓거리냐!

왕의 머리를 들고 뛰던 김우태가 드리트리에게 왕의 머리를 던져버렸다.

-감히! 이노오오오옴!

드리트리 입장에선 왕의 머리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지엄한 왕의 머리가 날아오고 있으니 그로선 받을 수밖에 없다.

"하하하! 어쩔?"

김우태가 약을 올리며 바닥의 지네 고치를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방패처럼 잡고 드리트리를 향해 뛴다.

"형?"

이런 무식함은 나도 예상 못 했다.

-괜찮으십니까?

왕의 머리를 받아든 드리트리가 급히 물어봤다.

-으으으. 드리트리 경…. 나를 어떻게 좀 해주시오. 몸이 말을 듣질 않소.

왕이 이를 딱딱 부딪치며 힘겹게 말했다.

-가, 감히…. 감히!

분노한 드리트리가 이를 악물었을 때 이미 그에게 접근한 한 사람이 있었다.

"분노의 태클!"

언제 기술 이름까지 지었는진 모르겠지만 멧돼지처럼 김우태가 드리트리를 향해 돌격했다. 벽을 상대로 1만 번이나 몸통 박치기를 했던 그였기에 자신이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아, 안 돼요! 형!"

그는 드리트리가 얼마나 강한 놈인지 모른다.

스아아아악-!

드리트리의 검이 움직였다. 내가 막으려고 해봤지만, 간발의 차이로 검은 김우태를 향해 내려갔다.

"어엇?"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을 거다. 용케 고치를 들어 공격을 막긴 했지만 드리트리의 검은 매서운 기운까지 뿜어내는 경지였다.

그 기운을 한껏 머금고 검이 수직으로 내려갔다.

"…?"

"…!"

-죽어라. 하등한 것아.

우뚝 선 김우태를 보며 드리트리가 회심의 웃음을 지은 채 왕의 머릴 들고 옆으로 뛰었다.

"형! 괜찮아요?"

"어? 어어어! 그, 그런 것 같은데?"

설마 반으로 쪼개져 버린 건 아니겠지? 아무리 김우태라도 그런 상태면 재생할 수 없을 거다.

"진짜 괜찮아요?"

"어, 어어어."

김우태도 놀랐는지 자시 얼굴과 몸을 만져보면서 들고 있던 고치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쩌어어어억!

정적 갈라진 건 김우태의 몸이 아니라 다른 거였다. 드리트리도 뭔가 잘랐다는 손맛을 느꼈을 거다.

그 묵직한 건 지네 고치였다.

"헉! 이거! 잘렸어!"

반으로 쪼개진 고치를 보며 김우태가 놀라서 외쳤다. 그 단단하던 게 반쪽이 되었는데 안에 들어있던 불쌍한 지네도 왈칵 쏟아지더니 추욱 늘어졌다.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군단의 잉태를 막아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는 재빨리 재료 수집망으로 지네와 고치를 담았다. 무엇으로도 자를 수 없을 것 같았는데 그걸 저놈이 해낸 거다.

-이제 괜찮으십니까?

-오…. 고맙소. 드리트리 경!

이 사이 왕의 머리가 몸을 찾았다.

"…."

"…."

우린 그걸 보다가 내가 말했다.

"형, 또 그러지 마요. 진짜 죽어요."

"아, 알았어."

김우태도 간담이 서늘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때 드리트리가 우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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