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마켓-113화 (113/277)

#113화

【난입!

기생충 모체가 깨어나 수호자를 감지했습니다.】

"…!"

뭐? 깨어나? 분명 죽였는데?

【모체는 타인을 감염시킬 수 없지만, 강력한 선동을 할 수 있습니다. 모체는 지능이 뛰어납니다. 모체는 페로몬을 통해 자식들을 추적할 수 있습니다. 모체를 찾아 격멸하세요!

추가 조건 : 난입 기생충은 모두 격멸.】

【확정 보상: 12,000P.】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그래서 이렇게 찝찝했었나?'

-얘들아! 선생님이 경찰에 신고해놨으니까 침착하게 교실에서 기다리자! 진정하고!

'자식을 추적할 수 있다면 내가 접촉했던 기생충들 때문에 나를 계속 따라올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때 놀이터에서 만났던 인성고 애한텐 벌레가 안 나왔었는데?

'내가 모르는 어떤 순간에 접촉했을지도….'

아니면 애초에 괴물이 두 부류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아…. 이거 골치네.'

설마설마 학교까지 쳐들어올진 몰랐다.

'어쩌자는 거지?'

잘 모르겠지만, 이대론 안될 것 같다는 건 확실했다.

"…."

모두가 창밖을 보고 있을 때, 나는 스윽 교실을 빠져나왔다.

-와아아아! 경찰이다!

-경찰이 왔어!

멀리서 사이렌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때였다.

퍼엉!

운동장에 있던 트럭이 폭발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뭔데?

시커먼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 한 여자가 횃불을 들고 다른 트럭의 기름통으로 걸어가더니 위협하듯 섰다. 이미 바닥엔 휘발유가 흥건했다.

"으으으으으!"

그녀가 신음하자 학교를 둘러싼 다른 모든 사람들도 동시에 신음했다.

"으으으으!"

"으으!"

이 장면이 얼마나 괴기스러웠는지 창밖을 내다보던 학생들은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 벌레한테 조종당하고 있는 거야.'

설마, 이 망할 벌레가 토요일 날 나한테 깨진 걸 기억하고 이런 준비까지 해서 쳐들어온 건가?

'환장하겠네….'

하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이렇게 해서 얻는 게 뭐냐는 거다.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이때였다.

30명 정도가 버스에서 무언가를 꺼내오고 있었다. 휘발유가 가득 담긴 통이었는데, 그걸 정문에서부터 후문까지 듬성듬성 놓았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런 통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그리곤 통과 통 사이를 휘발유 띠로 이었다. 학교를 통째로 태워버리겠다는 것인지 말도 없이 작업을 계속해갔다.

이때,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으…. 여기 있는 거 안다…. 으으으.

'젠장….'

왜 불길한 예감은 늘 맞는 걸까?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렇게는 곤란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나는 물건 하나를 소환했다.

【전능한 EMP 발생기(레어): 모든 기계를 잠시 무력화할 수 있습니다. 충전 소요 시간 8시간.】

'최대범위로.'

학교 내 정도는 먹힐 것이다.

'막아야 해!'

나로 인해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인질극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

.

.

"하…. 저거 불 지른 거야?"

지난번 조폭 사건도 그렇고, 요즘 왜 이렇게 엽기적인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기동대 불러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애들 수백 명이 인질로 잡혀 있습니다!"

"근처 CCTV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용의자는 모르고?"

"그, 그게 워낙 이상한 조합이라서…."

시장에 가서 동네 사람들 아무나 무작위로 모아놓으면 저럴 것 같다.

"무슨 원한 관계라도 있는 거야? 학폭 같은 거 있잖아."

"학폭 때문에 저런 다고요?"

차 한 대를 태워버렸고, 본관 주변에 기름통까지 둘러놨다. 무기를 든 사람들은 아이들이 단 한 명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는데, 안엔 몇 명이나 들어갔는지조차 모르겠다.

-이이이이이이잉!

경찰차들이 계속해서 도착하고 있었다. 벌써 기자들도 냄새를 맡았는지 카메라를 든 사람들도 승합차에서 내린다.

"저 사람들 통제해! 괜히 자극하면 애들이 위험해져!"

피가 마를 것 같은 시간이 계속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인질범들은 요구하는 것도 없었다. 이 시간에도 버스에서 꺼낸 휘발유 통을 안으로 들여가고 있었는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더 최악의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과 연락이 안 돼?"

"그렇답니다!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는데, 학교 내 모든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맙소사…. 도대체 애들한테 무슨 짓거리야?"

"근데 하나는 확실합니다. 학교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모두 성인 남자입니다. 외부엔 여자와 노인들이 다수고요!"

"밀어붙여야 하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학교 담장엔 수많은 카메라가 안을 촬영하고 있었다. 기자도 있었지만, 경찰에서 설치한 것도 있었다. 인질범의 규모와 의도를 파악해야 해서였는데, 괜히 밀고 들어갔다가 불이라도 붙이면 그 후환은 오롯이 경찰이 감당해야 할 것이었다.

이때였다.

승합차 한 대가 교문 앞으로 다가와 급히 멈춰 섰다. 조수석에서 내린 남자가 경찰에게 말했다.

"광수대 윤일권입니다. 여기, 책임자 누굽니까?"

기동대가 아니라 광수대라고? 한데, 뒤이어 도착한 승용차 한 대에선 남녀가 내렸다.

"서초서 강력반에서 나왔습니다!"

"…?"

왜 이런 사람들이 모이는 거지?

심지어 그들은 구면인 듯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조우진 형사! 신원 확인했습니다!"

"김상식도 같이 있어요!"

나란히 병원을 탈출한 두 사람이 이 학교에 왔다. 그리고는 학교 전체를 인질로 잡고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다.

"우진아…."

팀장은 학교를 바라보며 정신이 아찔한지 비틀거렸다.

학교 밖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을 때, 안에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대치 중이었다.

"으으으으…!"

"으으…!"

복도에 남학생들이 우르르 서 있었고, 반대편엔 인질범들이 10명 있었는데, 강남석도 2, 3학년 형들과 함께 섞여 있었다.

"저 새끼들이 뭐라는 거야?"

"기분 나쁘게!"

학교를 주름잡는 애들이 다 모여있다 보니 기죽지 않았다. 인질범들 손에 무기가 들려있었지만, 이미 강남석도 대걸레를 부러뜨려 그 자루를 잡고 있었다.

"형님, 저놈들 숫자도 별거 없는데 밀어버리죠!"

요즘 애들은 무섭다.

"그래요! 우리가 이깁니다!"

처음엔 가만히 있으려고 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요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놈들이 반항하는 여자애들을 때렸을 때 아이들이 폭발했다.

"가까이 오지 마!"

대걸레 자루를 창처럼 들고 서 있는 앞줄 학생들이 외쳤다.

"으으으."

"으으으으으!"

인질범들은 서서 물끄러미 학생들을 보다가 갑자기 움직였다.

"오, 온다!"

"밟아버려!"

"으아아아아아!"

남학생들이 인질범들을 향해 밀려들었다. 숫자가 3배가 넘었고, 싸움 경험도 있어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빠악!

빡!

대걸레 자루들이 인질범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머리, 다리, 어깨. 매타작이 시작되며 아이들은 함성을 내질렀다. 무력하게 맞는 인질범들을 보며 이제 끝났다고 생각한 거다.

강남석도 그랬다.

'뭐야? 별것도 아니잖아?'

버스까지 동원해서 쳐들어온 거 치곤, 잘 싸우지도 못했다.

퍽퍽퍽!

대걸레 자루가 부러지자 쓰러진 인질범들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한 사람에 몇 명씩 달라붙어서 이렇게 걷어차면 천하장사도 못 버틴다.

그럴 줄 알았다.

덥석.

박치의 발목이 인질범의 손에 잡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콰앙!

"…!"

"…?"

순간, 박치가 교실 창문을 뚫고 날아가 처박혔다.

스윽.

일어난 남자는 머리가 깨져서 주륵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으으으으 신음하며 다른 학생의 멱살을 쥐었다.

그러더니 그대로 또 잡아 던졌다.

휘익!

사람 몸이 어떻게 저렇게 들려서 날아가나?

"허억?"

"무슨 힘이?"

아이들이 날아온 학생을 겨우 받아내며 뒤로 넘어졌다.

"으으으."

"으으으으으!"

인질범들은 아이들을 보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그러더니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 죽여!"

"물러서지 마!"

"쫄 거 없어! 우리가 더 많아!"

학생들의 우세에 다시 뒤섞여 싸우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남석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 쓰러지지 않지?'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못해도 100대는 맞았다. 하지만 표정에 변화도 없었고, 계속 움직였다. 아프지도 않은지 입도 안 벌린다.

"저, 저리 가!"

게다가 저들의 손에 잡히면 벽에 날아가 처박히고, 창문으로 내던져졌다.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힘이 좋단 뜻이었다.

"으으으!"

어느덧 인질범들 주변엔 단 한 명의 아이들도 남지 않았다.

"제, 제기랄!"

절반 넘게 쓰러졌다.

"으으으읏!"

"으으!"

인질범들이 학생들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이때, 여자아이들이 먼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쳐!"

"일단 튀어!"

남학생들도 계단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서웠다. 그동안 참 많이도 싸워봤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사람들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때려도 쓰러지지 않고 표정 변화도 없으니 기괴할 수밖에!

"헉헉!"

강남석은 순식간에 1층으로 내려왔다.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숨기 바빴다.

"야, 괜찮냐?"

강남석이 패거리에게 물었다.

"어, 근데 남석아. 이제 어디로 가지?"

일단 학교 밖으론 못 나간다. 밖엔 더 많은 사람이 있었고, 나갔다간 기름에 불을 붙일 수도 있었다.

"일단 뛰어!"

그렇다고 가만히 있다간 잡힐 거니까 계속 이동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복도를 가로지르다가 양호실을 지나치는데, 문이 열렸다.

"…?"

양호실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문이 드르륵! 닫혔다.

"도민준?"

강남석이 힐끔 눈을 돌렸지만, 아슬아슬하게 안쪽이 보이질 않았다.

"너 여기서 뭐해? 혼자야?"

"아, 화장실 갔다가…."

"빨리 튀자! 놈들이 온다고!"

"그래? 어느 쪽인데."

"저기! 저쪽에서! 많아!"

"얼마나?"

"열 명?"

"그래?"

도민준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강남석 패거리와 함께 뛰었다. 그렇게 반대편 계단까지 뛰어간 그들은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하악, 하악…. 아직도 따라오냐?"

"모르겠어!"

강남석의 질문에 패거리가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강남석이 상체를 숙이며 헉헉거리고 있는데, 그의 앞으로 한 사람이 지나갔다.

"…."

숨소리조차 거칠어지지 않은 도민준이었다.

"야, 어, 어디가…."

말해놓고 앞을 보니, 저쪽에서 두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X발! 여기도 있어!"

강남석이 버럭 외칠 때였다.

"…?"

"…도민준?"

도민준이 뛰어가고 있었다. 그러더니 오른쪽 벽을 밟고 뛰어서 인질범 한 명의 가슴에 무릎을 박아넣었다.

"…허어?"

저렇게 자연스러운 킥은 처음 봤다. 도약해서 그런지 타점이 엄청 높아 인질범은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는데, 도민준은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빙글 몸을 돌리며 돌려차기를 했다.

빠악!

홀로 남은 사내가 두 손을 교차해 막았지만, 힘이 어찌나 강하던지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가 겨우 멈췄다.

"흠, 이거론 안되나?"

도민준이 목을 좌우로 꺾으며 일어났다.

"저, 저거 졸라 쎄잖아?"

"장난 아니다…."

"겁나 빨라!"

패거리들이 감탄할 때, 강남석은 괜히 뿌듯해서 말했다.

"이제 알았냐? 내가 뭐랬어? 저놈이랑 시비털면 안된다니까."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을 칭찬하다가 강남석이 버럭 외쳤다.

"위험해!"

인질범이 품에서 칼을 꺼내는 걸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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