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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마켓-70화 (70/277)

#070화

요리와 세공은 당장 내게 필요한 스킬이 아니다. 특히, 세공은 세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생긴다고도 했었다. 그렇다면?

"드링크!"

전투에 큰 도움을 주는 드링크를 만드는 게 우선 아니겠는가?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아…."

그렇지. 포인트가 조금 모자라다.

'그 부품들을 팔아야 하나….'

우선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어차피 어머니 드릴 생수도 사려면 빠듯하다.

'그보다 우선.'

필라테스부터 해결하자.

'끝나고 해도 돼. 필라테스를 하면서 포인트를 더 벌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중급 필라테스 이용권을 썼다.

【밸런스 볼 위에서 스쿼트 10,000회를 선택하셨습니다.】

스쿼트도, 밸런스 볼도 이미 해 본 운동이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

【매회 정확한 자세가 요구됩니다. 스쿼트 한 채 볼 위에서 10초간 버티고 내려와야 하며 새로운 카운트 시 두 발이 완전히 바닥에 내려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를 합친 것은 내 예상 밖이었고, 왜 +3이나 힘을 주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 망할 재능마켓 자식아아아아아!"

.

.

.

"팀장님! 여깁니다!"

조우진 형사가 저쪽에서 팔을 흔들었다.

"하아… 또 뭔데?"

19번 방 살인 사건도 아직 미궁에 빠져 있는 와중에 또 새로운 사건이 터져 버렸다.

"여기, 우리 관할도 아니잖아."

"그렇긴 한데… 꼭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잘못하면 이 사건, 광수대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돌고 있거든요."

"광수대가 왜?"

"보시면 아실 겁니다."

수풀을 헤치며 팀장은 조우진 형사를 따라갔다.

한강.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라 인적은 거의 없었다.

"낚시꾼이나 가끔 오는 곳인데 말입니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감식반부터 광수대 사람들까지 보였다.

'진짜네?'

광역 수사대가 냄새를 맡은 사건이라면 아주 골치가 아프다는 뜻이다.

조우진 형사가 작게 말했다.

"피해자는 오늘 오전 7시 22분에 발견됐고요."

"그래서."

내가 왜 그걸 알아야 하는데? 라는 표정의 팀장이 눈빛으로 채근했다. 본론만 빨리!

"부검을 해 봐야 하겠지만…."

조우진 형사는 끝내 갈증을 풀어 주지 않았다. 대신 직접 보라는 듯 시신이 발견된 곳까지 가서 덮어 둔 천을 들었다.

"흐읍…."

팀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

"어떻습니까? 비슷하죠?"

물가에서 발견된 시체이니 상태가 좋을 순 없었다. 팀장 개인적으론 익사한 시체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 이상이 여기 있었다.

퉁퉁 불지도 않았다.

익사체 특유의 흔적같이 푸르딩딩하지도 않았다.

단지 까맣다.

피부부터 이빨, 눈, 손톱… 모든 것이 그 김유선처럼.

"이걸 누가 처음 발견했지?"

"저쪽에서 수상 스키 타던 애들이었습니다. 걔들한텐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요."

"이 여자 신원은?"

"아직 모릅니다. 지갑도 없고요. 외형으로 특정할 수 있는 건…."

"없겠지."

김유선은 할머니 모습이었다.

근데, 이 시체도 마찬가지다. 나이를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김유선과 관련된 실종자 셋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었고, 조부모 집에 찾아왔다던 친구의 흔적도 오리무중인 가운데 또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때, 저쪽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광수대 윤일권입니다."

몇 번 본 적 있었다.

팀장이 꾸벅 머릴 숙이자, 윤일권은 악수하려고 뻗은 손으로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었다.

"19번 방 사건하고 닮았죠? 시신 말입니다."

정보가 넘어갔나? 란 생각에 팀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아,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가로채거나 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거창하게 공조까지도 아니고요.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럽니다."

"말씀하세요."

"왜, 있지 않습니까. 요즘 종종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시체들."

전국 각지?

처음 듣는 얘기에 팀장이 조우진 형사를 봤다. 조우진 형사 역시 모르는 눈치다.

"하하! 아직은 쉬쉬하고 있어서 우리밖에 모릅니다."

"더… 있었다는 겁니까?"

"있지요. 그것도 많아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최근엔 일본에서도 13명이나 한꺼번에 나왔었습니다."

윤일권이 명함을 내밀었다. 평소라면 받아서 그냥 버렸겠지만, 팀장은 그걸 꼭 쥐었다.

"마약반도 움직이고 있어서 꽤 복잡한 사건입니다, 이거."

"시체가 저렇게 되는 게 마약 때문이라는 겁니까?"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여쭤보려는 거고요."

"…."

팀장이 끄덕거리자 윤일권이 물었다.

"이상한 얘길 들어서 말입니다. 혹시 피해자들 근처에서 동물이 목격됐다는 얘긴 없었습니까? 그 19번 방 여자 주위라든지."

"동물이요?"

"네, 저도 참 이상하긴 한데."

그가 헛웃음을 흘렸다.

"요즘 이 근처에서도 이상한 얘기가 낚시꾼들 사이에 퍼져 있더라고요."

"무슨 얘깁니까?"

"괴물을 봤다나? 하하! 여하튼 단서가 나오면 좀 알려 주십시오. 이쪽도 죽을 맛입니다."

연쇄 살인범은 특유의 시그니처를 남긴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특이한 시체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살해 동기도 이유도 피해자들 간의 관련성도 전혀 없었다.

아, 하나 있다면 김유선 주변의 실종자 셋이 유일할 것이다.

'마약? 그쪽은 아닌 것 같은데.'

팀장은 한강 물을 보면서 생각했다.

'차라리 괴물 쪽이 더 낫겠네.'

그러더니 피식 웃었다.

괴물이라니.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 없지 않은가?

.

.

.

"하악, 하악, 하악!"

전력으로 질주해도 웬만해선 호흡이 딸리지 않던 나였다. 그런데 이 살인적인 운동은 절로 욕이 터져 나왔다.

"젠장! 젠자아장!"

바닥에 널브러져서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데, 작게 변한 범이가 훌쩍 밸런스 볼 위로 뛰어올라 중심을 잡고 있다.

잘하네, 잘해!

"뭐가 이렇게 어렵냐고!"

쩌렁쩌렁 고함을 쳐 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밸런스 볼 위에서 스쿼트, 9,931개 남았습니다.】

생각만으론 단순할 수 있다. 밸런스 볼 운동도 해 놨고, 스쿼트는 이제 쉽다. 그런데 밸런스 볼 위에 올라가서 스쿼트를 하면, 벌러덩!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버텨야 하니…. 젠장.

"하아, 하아…."

적어도 1,000번은 넘어진 것 같았다. 고꾸라지고, 옆으로 자빠지고, 엉덩방아는 셀 수도 없었다.

"싫다, 진짜 싫어…."

차라리 철봉 오르기 10만 개를 하라고 해라. 이거 애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잖아.

"이 재능마켓아!"

버럭버럭 소릴 지르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

멍하니 천장을 보고 누워 있다가 꾸역꾸역 다시 일어났다.

"해야지, 해…."

어차피 이거 못 하면 밖에 못 나간다.

"비켜 봐."

규우?

범이가 옆으로 내려섰다.

저 녀석은 가벼우니까 저렇지, 내가 올라가면 볼이 푹 꺼져 버린다.

성큼!

올라타서 두 다리를 어깨 간격으로 벌리고, 팔은 앞으로 뻗어 중심을 잡았다. 그래도 전에 1만 개를 했으니 올라가는 것까진 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스쿼트는 하체를 내리는 동작이다. 엉덩이가 뒤로 향할 수밖에 없는데, 중요한 건 상체였다. 밸런스가 맞아야만 비틀거리지 않고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잘 내려왔어!'

허벅지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일단 절반은 했다.

10, 9, 8 … 1.

됐다.

이제 올라만 가면….

"케엑?"

오른쪽 다리가 미끌! 앞으로 빠져 버렸다. 그러자 몸이 쓰러지면서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져서 뒤통수가 충돌했다.

"크윽… 아프잖아…."

힘을 3이나 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밖에서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모든 여한을 비운 채 들어왔어야 했다.

"제길…."

이렇게 서럽다니.

범이는 심심한지 주변을 뛰어다니다가 이내 쿨쿨 잠들었다. 저 녀석, 정글에서 나온 뒤로 하루 80%는 잠이다. 어쩌면 여기가 무료해서 그럴 수도 있겠고.

"팔자 좋네."

괜히 얄미웠지만 범이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내가 못 해서 발생한 문제다. 근데 이걸 잘하는 사람이 있긴 하냐?

"미션부터 할 걸 그랬나."

괴물 3종이 뭔진 몰라도 이것보단 쉽겠다, 생각하면서 이를 갈았다.

.

.

.

학! 하악! 학!

'저게 뭐지?'

남자는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새벽 3시 20분.

그는 전과 8범이다. 인생의 절반을 감옥에서 보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려움 따윈 없었는데, 오늘은 눈동자가 가득 공포에 잠겨 있었다.

'뭐였지?'

사라라라라락!

풀숲에서 뭔가가 그를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히이이익?"

개처럼 큰 걸 본 것 같긴 한데, 정확히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

"저리 가! 가라고! 새끼야!"

그가 뛰다가 바닥의 돌을 잡아 저쪽으로 던졌다. 하지만 놈은 계속 따라왔다.

'흐윽? 젠장! 알았어! 알았다고! 착하게 살게!'

오늘도 그는 야심한 시간에 한강에 나와 이런저런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남들은 크게 한탕 해서 잘 먹고 잘사는데, 그는 참 운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망한 인생 욕구나 풀면서 쉽게 살자고 생각해서 오늘도 화장실로 가는 여자를 따라갔더랬다. 저 이상한 게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캬아아아!

"허어어억?"

뭔가가 풀숲에서 튀어나오자 남자는 팔을 뿌리치며 뛰었다.

'뭐야? 뭐였지? 아아아악! 기분 나빠!'

물컹한 뭔가를 때린 것 같은데, 저게 뭔지 모르겠다.

'쥐? 아니잖아! 무슨 쥐가 저렇게 커!'

샤샤샥.

풀숲으로 숨어드는 놈의 몸통은 진돗개만 했다. 다리가 짧아서 저렇게 숨어 있을 땐 안 보이는데, 튀어나오면 엄청 크다.

축축한 팔 느낌에 진저리를 치면서 다시 뛰었다.

"살려 주세요! 누구 없어요?"

하필 오늘따라 그 흔한 자전거 한 대도 지나가지 않을까? 하긴 인적 없는 곳을 찾아온 건 자신이었으니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끼이이이잇!

그는 소름이 쫘악 끼쳤다.

이 울음소린 찍찍하는 쥐 울음소리와 비슷했지만, 더 날카롭고 기괴하다. 그리고 그건 아주 가까이에서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히이이이잉이익?"

거대 쥐가 그의 등에 올라탔다.

콱! 콱콱!

그의 등을 물어뜯는 이빨에 그는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넘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거대 쥐도 같이 구르다가 벌떡 일어났는데, 남자의 등에선 이미 피가 진득하게 흘러내렸고, 살점마저 떨어졌다.

"미, 미친… 이게 뭐야. 나한테 왜 이래…."

쥐 새끼?

아니다. 세상에 저렇게 큰 쥐가 어딨나! 뾰족한 앞니는 멧돼지 엄니처럼 길고, 흉측했다.

"저리 가! 새끼야! 쉭! 쉬익! 꺼지라고!"

남자가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욕을 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봤다고 생각했는데, 거대 쥐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생물이었다. 게다가 어찌나 빠른지 놈이 샤샤삭! 풀숲으로 들어가는 걸 분명 봤는데, 반대쪽에서 스슷 움직임이 포착됐다.

정확한 건 놈의 길쭉하고, 섬뜩한 꼬리가 분명 쥐꼬리 같다는 거였다.

"히이이익!"

그가 네발로 뛰며 다시 도망치려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풀숲으로 들어간 거대 쥐가 다시 뛰어올랐다.

-키이이익!

놈이 달려드는 걸 느끼며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안 돼! 제바아아아알!"

그런데 그때였다.

쑤우우우우욱!

바람 소리 같은 게 나더니 뒤에서 퍼억! 소리가 들렸다. 목덜미가 서늘하다가 위협이 사라지자 소름이 돋았는데,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뭐지? 또 뭔데?'

몰라! 다 모른다고!

"으아아아아!"

그가 미친 듯이 강 쪽을 향해 뛰었다. 멈추면 거대 쥐가 또 달려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린 그가 겨우 숨을 몰아쉬었다.

"하악, 하악. 하아아악, ×발. 뭐야, 진짜."

강물을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따라오던 게 떨어진 것 같긴 했다.

"별 거지 같은 게…."

저쪽을 보며 중얼거리던 그가 돌연 휘익! 고꾸라졌다.

"커헉…?"

그의 발목에 뭔가 채찍 같은 것이 감겨 있었다. 그리곤 주르륵 강으로 끌려갔다.

"헉? 어어어어어억?"

그 물컹한 건 그의 발목을 단단히 감고 놓아주지 않았고, 그는 물속으로 끌려 들어가면서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

'이, 이건 또 뭐야!'

잘못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발목을 휘감은 그건 어떤 것의 혀였고, 그 혀가 튀어나온 커다란 입이 자신을 기다리면서 쩌억 벌어져 있었다.

'개… 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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