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마켓-1화 (1/277)

#001화

하루 24시간.

열흘이면 240시간.

한 달이면 720시간쯤 되려나?

그게 40년이면?

글쎄, 잘 모르겠지만 참으로 긴 시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 긴 시간을 보낸 내 인생은, 짧게 요약해 봤자 참으로 보잘것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후 군대에 다녀와서 지금까지 내 인생에 반전이란 드라마는 딱히 없었고, 그저 이런저런 막일을 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뿐인가?

이다지도 눈에 띌 것 없는 인생이건만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 군대에서 막 전역했을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는 최악의 사건마저 삶에 더했으니 말해 뭐 하나.

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 최대 이벤트가 벌어진 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나는 3년 전부터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전엔 닥치는 대로 공사판도 가 보고 공장도 전전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좋아졌다. 꿈도 미래도 없이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다 보니,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도 나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더 정밀하게 말하자면 비교당하는 게 싫었다.

끼이이익.

낡은 오토바이가 치킨집 앞에 섰다.

'냄새 좋네.'

슬슬 출출할 시간이었다.

물씬 풍기는 치킨 냄새가 내 위장을 자극한다.

'오늘은 간만에 사치를 부려 봐? 그래도 되는 날이잖아?'

치킨에 맥주 몇 캔 사 들고, TV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어쩌면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이겠지만, 카드값이랑 이런저런 공과금을 떠올리면 내겐 매일 누릴 수 있는 일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흐흐흐."

문득,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

이런 기분, 얼마 만인가!

흥얼흥얼 콧노래마저 절로 나왔다.

"보람 아파트 8동이요!"

"네!"

치킨을 받아 들고 나왔다.

'오늘은 파티다, 파티!'

나는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째진 기분을 만끽하며 달렸다.

내 나이 마흔.

나도 언제까지 길바닥에서 살 순 없으니 뭔가 목표를 세우긴 해야 할 텐데 그게 참 녹록지 않았다. 그간 배운 거라곤 잡일 혹은 막노동이 전부였으니 별수 있나.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보기 시작했었다.

장사?

큭, 그건 뭐 아무나 하나?

사업?

쥐뿔도 없는데 밑천도 없이 무슨….

헛꿈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어릴 적엔 그나마 나도 꿈이란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막연히 뭐라도 될 줄 알았건만, 남들 다 가는 대학 문턱에도 가 보지 못하고 군대에 다녀오니 세상은 거대한 벽처럼 내 앞에 서 있었다.

번듯한 대학 나온 사람들도 취업이 어려운데, 누가 나를 써 주겠는가? 결국 선택지는 많지 않았고, 어쩌다 흘러든 공장에서 20대를 홀랑 날려 버렸다. 열심히 일했지만 계속된 교대 근무와 기계적 노동을 장시간 반복하면서 몸까지 점점 망가져 갔다.

1년을 하든 5년을 하든 컨베이어 벨트에서 같은 일만 반복하기에 기술이랄 것도 없이 시간만 잡아먹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즈음 다른 일을 찾아봤지만, 기술이 없으니 똑같은 일의 연속. 별 볼 일 없는 나를 다시 증명해 줄 뿐이었다.

그럼 모은 돈은 없냐고?

있지.

변두리의 낡고, 좁은 빌라 전셋집. 그게 전부다.

결혼은 안 했냐고?

하? 누가 나랑?

쥐뿔도 없는 날 만나 줄 리가.

아,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이 보잘것없는 인생에 작은 목표가 생긴 날이자 나 스스로를 칭찬하는 날!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무기력하던 평소완 다른 흥겨운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치킨을 건네주고 아파트를 빠져나와 오토바이에 올랐다. 그리곤 흐뭇한 얼굴로 스마트폰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낮부터 100번은 더 본 것 같지만, 보고 또 봐도 어쩜 이렇게 설렐 수가 있을까!

【도민준 님 (수험번호07138006)의 공인 중개사 1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으하하하하!"

고작 1차 시험이었다.

공인 중개사가 된 것도 아니고, 시험이 뭐 대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겐 살면서 이렇게 기쁜 날이 없었다.

"으하하하! 합격이다! 합격! 합격했다고! 내가!"

배달하면서 3년간 밤잠 줄여 가며 틈틈이 했던 공부였다. 누군가는 몇 달이면 붙는다지만, 그건 남들 이야기고. 내 평생 너무나 큰 수확이자 행운이었다. 뭐 하나 된 거 없던 인생의 한 줄기 희망이랄까?

드디어 내게도 이런 날이 오긴 하는구나!

'2차 시험은 학원이라도 알아보자. 떨어지면 1차를 또 봐야 하니까.'

거금이 들어가겠지만, 이 시험만큼은 어떻게든 붙고 싶었다. 그래서 증명하고 싶다. 나도 그렇게 쓸모없는 인생은 아니었다고.

부릉.

오토바이가 달린다.

이렇게 새벽에 집에 들어갈 때면 잡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뭘까?

난 도대체 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나는 똥만 생산하는 기계인가?

이럴 거면 차라리 없는 편이 이 땅에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평소라면 이런 생각을 하며 퇴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분명 달랐다.

"흐으… 이걸 어머니도 보셨어야 하는데."

효도 한 번 못 해 봤는데 훌쩍 가신 어머니 생각에 억지로 머릴 털며 하늘을 보았다.

"…."

밤하늘이 오늘따라 지독히도 깨끗하고 예쁘다. 별이 원래 저렇게 많았던가?

빤히 바라보다 보니 눈시울마저 찡하다.

'어머니….'

홀린 것같이 바라보던 하늘 사이로 휙휙 가로등이 지나갔다. 불빛이 유난히 고혹적인 건 착각이겠지?

그런데 이때!

"…?!"

그것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뭐, 뭐야…?"

여긴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었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 눈을 감고도 오갈 수 있는 곳이란 말이다.

'내가 잘못 봤나?'

그런데 웬걸?

저 앞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아, 안 돼…!"

끼이이이익.

다급히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성큼 다가온 구멍은 피할 수 없었다. 오토바이가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건 순식간의 일!

'이게 시, 싱크홀이라는 건가?'

맨홀은 아니었다.

이렇게 큰 맨홀이 어딨나?

'이렇게 어이없이 죽어?'

뭐가 어쨌든 나는 고꾸라져서 시커먼 어둠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이라도 질러야 하는데, 공포보단 황당함이 더 커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 처먹을 인생….'

【…공인 중개사 1차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겨우 뭔가 해 보나 싶더니…!

"아, 안 돼애애애애애애!"

.

.

.

"민준아…."

그래, 도민준. 내 이름이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

"…민준아! 얘가!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 학교 가야지!"

꿈이라면 참으로 좋은 꿈이다.

어머니 목소리를 들어 본 게 얼마 만인지.

"도민준!"

찰싹!

매서운 손길이 내 등을 쳤다.

"흐어어어억?"

나는 번쩍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빨리 씻어! 학기 초반부터 지각할래?"

"…어머니?"

"얘, 얘가 왜 이래?"

어릴 적 나는 그냥 엄마라고 불렀었다. 군대에 가서부터 어머니라 불렀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20년 전 이야기.

"잠 안 깼으면 세수부터 해!"

어머니는 헛웃음을 흘리며 돌아섰다.

"…."

나는 그런 어머니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엄마…."

그토록 불러 보고 싶었던 한마디.

"왜…?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

어머니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꿈….'

그 모든 게 꿈이었을까?

내 공인 중개사 시험은? 그것도 꿈이라고?

"으응…. 그런 것 같은데…."

그래, 정말 꿈이었다면, 무서워도 너무 무서운 꿈이었다.

"아이고, 내 새끼. 고등학생이 돼도 어린애네."

머리를 쓸어 주는 어머니의 손길이 보드랍다.

"자, 그만. 어서 씻고 나와. 늦어."

"1분만… 요. 그냥 조금만…."

정말 꿈이라고?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엄마의 온기를 더 느끼고 싶다.

.

.

.

얼결에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꿈?'

아직도 얼떨떨했다.

'아니면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건가?'

모르겠다.

시원하게 답을 알려 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니, 하필 왜 지금?'

진즉 돌아오든가!

살면서 처음으로 해낸 날이었는데!

'하아…. 됐다. 어느 쪽이든, 솔직히 밝은 미래는 아니잖아.'

꿈이라 쳐도 끔찍한 일이다.

이도 저도 안 되는 삶에 무슨 미련이 있을까.

'정말 꿈이라면 좋겠네.'

하지만 꿈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선명한 노동의 기억들이 처절하게 피부로 느껴졌다. 칼바람 속에서 타던 오토바이 위의 한기를 어찌 잊을까?

'지금이 오히려 낯설어.'

그래, 정말 어색해서 미칠 지경이다. 낡고 곰팡내 나는 빌라조차 선명한데, 왜 일주일 전 기억조차 아무것도 없냔 말이다. 이게 현실이라면, 뭐라도 기억이 나야 하지 않을까?

왜 어제 일도 생각이 안 나고, 치킨 배달의 기억만이 생생하냔 말이다.

'그럼 혹시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이게 정말 과거라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까?

"으음…."

나는 곰곰이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하지만 이내,

"대체 뭘 하고 산 건데?"

이렇게 허탈할 수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딱히 미래라고 떠오르는 특별한 게 없기 때문이다.

주식?

해 본 적 없다.

로또?

몇 회차 몇 번 번호를 누가 외워?

'쓸모가 없네.'

그나마 지금, 학교로 자연스레 걷고 있었다. 학교가 어디인지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게 참 무섭다.

그러다 문득, 손을 내려다보곤 새삼 놀랬다.

이 뽀얀 손은 누구 손인가?

어제까진 분명 고된 막노동으로 다 트고 거칠어진 손이었건만.

'환장하겠네.'

이제 뭘 해야 할까?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학교에 다니면 되는 건가? 이렇게 태연하게 학교로 가고 있는 것도 참으로 어색하다. 하지만 더 미치겠는 건….

'그 끔찍한 인생을 다시 반복하라고?'

누군가에겐 돌아온 젊음이 로또 당첨만큼 기쁜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존감을 바닥 치고 있는 내겐 막막한 인생이 목을 졸라매는 기분이었다. 공인 중개사 시험을 다시 봐? 그 끔찍한 1차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그건 절대 못 해!'

군대를 두 번 가라는 말과 비슷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데,

"야, 도민준!"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른다.

'누구?'

낯선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나를 보며 신나게 달려오고 있었다.

"같이 가자!"

걷고 있는 나를 한달음에 따라잡으며 헉헉 숨을 헐떡이는 녀석이 대뜸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야, 어제 그거 봤냐?"

"…."

나는 녀석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얘는 누구지? 이런 녀석이 있었던가? 내 친구던가?

'돌겠네.'

하지만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 봐야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도 어색한 상황.

그러나 녀석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말을 이었다.

"야, 봤냐고?"

"…뭐?"

"K스타 오디션!"

"아니…."

그딴 걸 내가 왜 봐야 하나.

"하! 어떻게 그걸 안 볼 수 있어? 이런 의리 없는 자식!"

"…."

여기서 의리가 또 왜 나오나?

심지어 내 목에 팔을 조여 가는 녀석의 행동은 적잖게 당황스럽다. 아무리 돌이켜 봐도 내겐 친구라고 특정할 만한 사람이 없다.

"예원이가 예선 통과했잖아!"

예원이는 또 누구냐….

"하, 널 딱 봤을 때부터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진짜 주변에 전혀 관심 없는 놈이구나? 너 예원이 모르지?"

"알아야 하냐?"

"당연하지! 우리 반이잖아!"

우리 반? 그게 뭐?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 지 고작 이틀째다. 반 애들을 어찌 다 아나? 물론, 지금 내 상태론 2학기였어도 몰랐겠지만.

"아, 그래."

"아, 그래? 아, 그래는 무슨! 얘, 진짜 답 없네?"

답답해하는 녀석을 뒤로하고, 나는 걸음을 좀 더 빨리 옮겼다. 녀석을 떼어 놓으려는 거다.

나는 내게 일어난 일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다. 녀석에게 가십을 들을 이윤 없단 말이다.

"야! 같이 가자니까!"

녀석이 다시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너, 항상 이 길로 다니냐?"

"어."

"어디 사는데?"

헐, 역시.

이 녀석, 나랑 원래 친구가 아니다.

"저기, 청송마을."

내가 고개를 슬쩍 밀며 답하자 녀석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

청송마을은 임대 아파트다. 이미 잘사는 녀석들이 임대 아파트를 어떻게 인식하는진 충분히 겪어 봐서 이젠 아무렇지 않다. 그래, 이게 사회다. 너무도 쓰디쓴 현실 말이지.

"야, 나도 근처 사는데. 내일도 아까 거기서 35분에 만날래?"

하지만 녀석은 다시 씩씩하게 내 어깨를 툭 치며 다시 말했다.

"왜?"

"같이 오게."

그래야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을까?

"앗! 상훈이다! 야! 상훈아! 전상훈!"

녀석은 금세 돌아서선 저 앞에 가는 녀석을 보며 외쳤다. 그러더니 나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도민준! 내일 또 같이 오자! 35분이야!"

녀석은 그렇게 앞을 향해 홱 하고 뛰어갔다.

"…."

어지간히 붙임성이 좋은 녀석이다.

저런 녀석인데도 기억이 없는 걸 보면 학교, 친구는 내게 의미 있는 곳은 아니었었다.

녀석을 따라 교실로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뭐지?

애들의 이목이 쏠렸다.

"…."

젠장. 부담스럽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쳐다보는 일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녀석들의 실망이 깃든 눈빛으로 주인공이 내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고,

-예원이 오늘 안 오나?

-설마, 오겠지.

-오디션 예선 통과했으니까 안 올 수도 있는 거 아니야?

-주말에만 촬영한다던데?

-야, 촬영만 하면 다냐? 미션 곡 연습하려면 주중을 다 써도 빡세!

-그런가?

'아….'

웅성거리는 아이들은 전부 예원이란 아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까 그 K 어쩌고 하는 오디션 때문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빈자리로 가 앉았다.

여기가 내 자린 맞는 걸까?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이건 내 껍데기일 뿐, 이미 나는 40년을 살아 본 경험과 무기력한 기억이 있었다.

그걸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어떻게?'

학생이니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게 상류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그쪽으로 자질이 없다는 걸 지난 40년간 처절하게 깨달았다.

'공인 중개사…. 역시 그것밖엔 없나.'

다시 시험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했다. 남들은 몇 달이면 합격한다는 시험을 3년이나 걸려 합격한 나다.

'다시 할 수나 있을까….'

막막함이 더 밀려들었다.

답답함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한 여학생이 보였다.

"…예…."

허,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나올 뻔했다.

'예쁘네.'

그러고 보니 저런 애가 우리 반에 있었던 기억이 났다.

모든 남자애들의 첫사랑.

당연히 나는 3년간 말 한 번 섞어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어?'

방금 눈이 마주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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