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0 재벌에이스 =========================
변우섭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최민혁이 연습 시합을 뛴 나정 히어로즈와 태산 베어스 2군 감독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네. 네. 아네. 타자로서도요? 하아? 천재라고요?”
그랬더니 두 감독이 입에 침을 튀겨가며 최민혁을 극찬했다. 최민혁이 투수로서 뿐 아니라 타자로도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고 말이다.
그 얘기들을 듣고 난 변우섭은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구단주를 만나러 그녀 사무실로 향했다.
“..........그 결과...............라고 하더군요.”
변우섭은 자신이 알아본 바를 사실대로 박민주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박민주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뭐랄까? 부드러워졌다고 할까? 아니 화사해 졌다는 게 맞을 까? 아무튼 박민주는 여태 변우섭에게 보여 준 적이 없는 묘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변우섭은 눈치 하난 빨랐다. 그랬기에 박민주의 눈에 들 수 있었고 구단 내에서 그녀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유독 최민혁 얘기를 할 때면 표정이 바뀌는 걸 변우섭은 캐치 해 냈다. 즉 박민주가 최민혁을 신경쓰고 있단 소리였다.
‘구단주와 최민혁 사이에 뭔가 있어.’
변우섭은 그게 궁금했다. 박민주와 최민혁이 무슨 관계인지. 하지만 박민주는 그에게 엉뚱한 소릴 내뱉었다. 자신은 계속 구단주로 남아 있을 거라나?
물론 그 점도 중요했다. 이대로 구단주가 떠나 버리면 그는 그야말로 끈 떨어진 연 신세일 테니까. 하지만 그럼 오성 라이온즈를 떠나면 그만이었다. 그는 충분히 능력이 있었고 그보고 오란 구단은 많았으니까. 때문에 그는 구단주인 박민주의 거취보다 그녀와 최민혁의 관계가 더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변우섭은 확신 할 수 있었다.
‘둘이 보통 관계가 아니야. 그렇다면.........’
최민혁은 용도 폐기해야 할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단장과 감독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잘 하면..........’
변우섭의 눈이 빛났다. 그의 처지로 단장의 자리에 오르는 건 아직 먼 얘기였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서 그의 입지가 확실히 변할 건 확실했다. 그리고 단장으로 가는 그의 앞길에 훤히 열릴 가능성도 높았고.
때문에 변우섭은 오성 라이온즈 구단을 떠나려던 생각 자체를 접었다. 이곳만큼 그의 출세가 보장 된 구단도 없었으니까.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의 큰딸과 야구 선수와의 열애라.......’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변우섭은 든든한 뒷배기 생긴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럼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변우섭은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는 박민주를 뒤로하고 그녀 사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가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프로야구단에는 선수단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배팅 볼 투수와 불펜 포수, 더 나은 성적을 내도록 상대팀 투수와 타자의 전력을 분석해 그 정보를 선수들에게 제공하는 전력분석원도 그런 사람들에 해당 되었다. 이들은 모두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빛날 수 있도록 돕는데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도 선수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양 트레이너. 나야.”
변우섭은 바로 그 오성 라이온즈의 트레이너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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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우섭의 전화를 받은 오성 라이온즈의 트레이너 양준우는 그와 특히 친분이 두터웠다. 변우섭의 소개로 오성 라이온즈의 트레이너가 되기까지 한 터라 사실상 변우섭의 사람으로 보면 됐다.
“네. 형님. 근데 주말에 쉬시지 않으시고 웬 전홥니까? 네. 네? 지금 일하고 계시다고요?”
양준우는 변우섭이 서울 오성 라이온즈 사무실에 출근해 있단 말에 놀랐다. 오성 라이온즈 사무실은 서울과 대구에 각각 있었는데 홈 구장이 있는 대구가 일이 많지 서울은 한가했기에 양준우는 서울에 있는 변우섭을 항상 부러워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역전 되었다. 주말에 양준우는 쉬고 있는 반면 변우섭은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네. 네. 네에? 최민혁이요? 진짜 최민혁이 맞습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양준우도 최민혁의 어깨 MRI사진을 봤다. 그런 어깨로 162Km/h의 공을 던진다? 150Km/h의 공만 던져도 어깨가 떨어져 나갈 통증이 일어야 정상이었다.
이건 최민혁이 그 동안 치료를 받고 재활을 받았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최민혁의 검사가 잘 못 됐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낼 모레 전지훈련을 떠나는 최민혁을 불러내서 다시 검사를 하는 건 아무래도 구단 입장에서도 꺼려 질 수밖에 없었다.
자꾸 검사 받는 걸 좋아할 선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검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전과 똑 같다면 최민혁도 자신의 부상 상태를 눈치 챌 터였다. 그럼 수술을 하려 들 것이고 올 한해 오성 라이온즈의 에이스는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에 대한 책임은 변우섭뿐 아니라 양준우도 지기에는 너무 버거운 일이었다. 그래서 변우섭은 양준우에게 딴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전지훈련 중에 저보고 최민혁의 상태를 다시 체크 해 보란 말이죠?”
-그래. 그리고...................
이어지는 변우섭의 말을 경청하던 양준우가 반짝 눈빛을 빛냈다.
“.......로도 가능하겠군요. 이거 잘하면 형님의 계획을 더 빨리 실천 할 수도 있겠는 걸요? 네. 알죠. 그렇게 되면 형님도 아시죠? 하하하하. 당연하죠. 트레이너 실장은 시켜 주셔야죠. 네. 네. 알겠습니다. 당연히 단장님과 감독님에겐 말하지 않을 겁니다. 네. 네. 그럼 수고하세요.”
변우섭과 통화 후 양준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자신의 노트북을 꺼냈다. 그 노트북에 선수들의 부상 내역과 함께 그들의 CT와 MRI 자료도 들어 있었다. 양준우는 최민혁을 찾아서 그의 부상 내역을 본 뒤 CT와 MRI 사진을 꼼꼼히 살폈다.
“이거 부상이 확실한데. 하지만 이런 어깨로 그런 공을 던진다는 게 말이 안 되고........ 하여튼 이번 전지훈련은 재미있겠어.”
양준우가 재미있다고 말한 건 최민혁 때문만 아니었다. 최민혁을 용도 폐기하기로 결정한 단장과 감독, 그리고 그들과 뇌화부동(雷和附同)한 자들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물론 그 사실을 빨리 알게 된다면 그들도 나름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변우섭과 양준우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최민혁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면............ 거기다 자신이 용도 폐기 될 뻔 했단 걸 최민혁이 알게 된다면..........”
오성 라이온즈는 최고 에이스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최민혁이 타 팀으로 가게 되면 오성 라이온즈가 입게 될 피해는 생각한 것보다 더 클 터였다. 당연히 팬들도 가만 있지 않을 테고. 그 후폭풍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아마도 지도부는 전원 사퇴해야 할 터였다. 그리고 새로운 지도부가 오성 라이온즈를 맡을 때 적어도 양준우는 트레이너 실장이 될 건 확실했다.
“그 정도면야...........”
양준우는 흡족해 하며 노트북을 덮었다. 최민혁의 진짜 상태는 전지훈련 가서 그가 직접 확인해야지 지금 노트북을 보고 있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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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시끄럽게 울려 대는 핸드폰 소리에 잠이 깼다. 그리고 제일 먼저 자신의 잠을 깨운 핸드폰을 챙겨서 누가 그의 단잠을 깨웠는지부터 확인했다.
“어?”
최민혁에게 이 시간에 전화를 건 사람은 민예린이었다. 그녀와 연락하지 않은지 며칠 된 터라 최민혁은 조금 어색한 가운데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민혁씨. 저예요.
“네.”
-뭐예요? 저 안 반가워요? 며칠 만에 전화 한 건데?“아, 아뇨. 그게 아니라 제가 자다 깨서.....”
-낮잠 잤구나. 미안해요. 저 때문에 깨신 거 같은데.
“아닙니다. 낮잠이란 게 잠깐 자는 거지 계속 자면 밤에 잠도 못자요. 그런 면에선 저한테 잘 전화하신 겁니다.”
-그래요? 호호호. 그럼 다행이고요. 그럼 집이겠네요?
“네.”
최민혁은 대답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벌써 5시 30분이었다. 두 시간 정도 푹 잔 것이다.
-혹시 시간 되세요?
“지금요?”
-네.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싶어서요. 시간 되시면 저랑 같이 저녁 먹자고요. 우리 안 본지 너무 오래 되지 않았어요?
최민혁은 사실 이대로 민예린에게 연락이 안 왔으면 싶었다. 그녀는 차성국의 여자였지 최민혁의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차성국의 여자 였기에 대 놓고 매몰차게 연락하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요. 봐요. 어떻게 제가 집으로 갈까요?”
-네. 오실 때 빈손으로 오실 건 아니죠?
“필요한 거 말씀하세요.”
-그럼 삼겹살이랑 상추, 깻잎..................
민예린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식자재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 말을 듣고 최민혁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저보고 다 사오란 소리잖아요?”
-호호호호. 맞아요. 대신 전 장소를 제공하잖아요. 그리고 또...........
민예린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인데 그게 뭔지는 전화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
“에구. 그럼 일어나 볼까?”
최민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두 시간 정도 잤다고 몸이 한결 가벼웠다. 지갑을 챙기던 최민혁은 차키도 같이 챙겼다.
민예린의 집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하지만 밖은 추웠다. 마트에서 민예린이 말한 식자재들을 다 사면 짐도 제법 되고.
최민혁은 곧장 집을 나가서 집 앞에 주차 되어 있던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의 차는 어제 고척돔 주자창에 있었는데 박민주가 사람을 시켜서 그의 집으로 보내 준 터였다. 아까 그 점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박민주에게 못한 게 생각 난 최민혁은 그녀에게 전화가 오면 그때는 꼭 그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밖에 주차 되어 있었던 차는 냉기가 가득했다. 최민혁은 바로 시동을 걸고 히트를 틀었다. 그러자 뜨거운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입에서 입김도 나오지 않았다. 최민혁은 곧장 차를 몰아서 근처 중형 마트로 갔다.
“안녕하세요!”
“네.”
이제 단골이 되다시피 한 최민혁이었다. 그래서 마트 직원도 최민혁을 보면 스스럼없이 먼저 인사를 해왔다. 최민혁은 그런 직원에게 따라 죽으며 머리를 숙였고. 그때 여태 조용했던 세나가 말을 했다.
[스타는 원래 겸손해야 한 법이죠. 보기 좋네요.]
최민혁은 그 말에 어째 불안했다. 세나가 스타 운운할 때는 꼭 이상한 일을 시키곤 했으니까. 주로 방송용으로 다가. 최민혁의 그런 예상은 이번에도 역시 적중했다.
[마스터께서 출연하신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그 인지도가 대폭 상승하셨습니다. 축하드려요. 이제 마스터께서도 스타의 반열에 오르셨네요.]
세나는 기뻐하며 말했지만 최민혁은 전혀 좋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짜증이 치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