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26화 (226/248)

00226 재벌에이스 =========================

최민혁은 힐끗 태산 베어스 덕 아웃을 쳐다보았다. 그곳에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봉준석 감독이 보였다. 자신과 시선을 마주치는 걸 회피하려는 듯 봉준석 감독은 딴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최민혁은 시선을 다시 마운드로 옮겼다. 바뀐 사이드암 투수가 열심히 연습투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5구까지 던졌고 주심이 그만 하면 됐다며 시합을 재개 시켰다.

최민혁은 타석에 들어서자 바로 피칭존(Pitching Zone)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피칭존 세부 창이 열렸다.

회차: 8회 초

투수: 김희준(좌투우타)

타자: 타이탄스 3번 타자

투구내용: 초구- 빠지는 볼(슬라이더), 2구-한 복판 스트라이크(슬라이더), 3구 흘러나가는 볼(슬라이더)

피칭존을 살핀 최민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3구 모두 구종이 슬라이더 였던 것이다. 하긴 사이드암 투수는 가로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던졌다. 그러니 슬라이더를 가장 효율적으로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오버핸드스로나 언더핸드스로가 수직적 움직임이 크다면, 사이드암스로는 주로 팔꿈치와 손목을 이용하여 손을 평행하게 움직인다. 즉 팔꿈치를 중심 축으로 두고 채찍을 휘두르듯이 팔을 휘둘러 공에 모멘 텀을 주는 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사이드암으로 투구하는 투수를 사이드아머(sidearmer)로 불렀다.

최민혁은 상대 투수가 얼마나 자신이 있기에 초구부터 3구까지를 전부 슬라이더로 던지나 싶었다.

그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이암 투수가 곧장 몸을 숙이며 움츠린 동작에서 몸을 쫙 펴면서 투구를 했다. 그걸 보고 최민혁도 타격 자세를 잡았고. 물론 초구는 피칭존에서 빠지는 볼이라고 했기에 배트를 내지는 않았다.

그랬던 사이암 투수가 던진 공이 뱀처럼 휘어져 들어왔다. 선구안을 사용한 최민혁은 그 공의 움직임을 다 파악했다. 그런데 컨택 능력이 80이나 되는 최민혁도 그 휘어져 들어오는 사이암 투수의 공에 제대로 배팅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었다.

펑!

“볼!”

초구 볼을 던진 사이암 투수는 포수로부터 공을 받자 바로 투구 동작을 취했다. 투구를 빨리 해서 타자가 자신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최민혁이 그 행동에 제동을 걸었다.

“타임!”

최민혁의 요구를 주심이 들어 주었다. 최민혁은 잠깐 배터박스를 벗어나서 가볍게 배트를 휘두르며 생각했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2구는 반드시 쳐야 해.’

하지만 뱀처럼 꿈틀거리는 공을 치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타자 상세 창의 능력중 배팅 클러치가 생각났다. 찬스에 공격성을 향상 시켜 주는 배팅 클러치의 수치는 현재 70. 그 능력을 끌어 올려 주면 최민혁의 타격에 분명이 도움이 될 거 같았다. 그래서 최민혁은 생각했다.

‘세나. 내가 가진 타자 총 포인트를 전부 배팅 클러치 수치를 끌어 올리는 데 넣을 게.’

최민혁의 그런 생각을 읽은 세나가 그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웠다.

[소비 포인트 +8,000. 타자 총 포인트: 0]

최민혁은 눈앞에 타자 총 포인트가 또 다시 0이 되었지만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어차피 미션 수행으로 금방 다시 포인트를 쌓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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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타자 총 포인트를 확인하자 세나는 곧장 눈앞의 창을 지우고 최민혁이 수치를 끌어 올린 배팅 클러치를 확인할 수 있게 타자 상세 창을 띄웠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80

좌 투 상대 파워: 80

우 투 상대 컨택: 80

우 투 상대 파워: 80

번트: 50

배팅 클러치: 81

스피드: 85

송구 정확도: 82

스틸: 50

수비 범위: 82

보유 능력:한방 스윙(2단계),전력질주(2단계), 선구안(3단계), 워스트컨디션(Worst condition)(2단계), 스프레이존(Spray Zone)(2단계), 피칭존(Pitching Zone)(2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힘x2)

할인권: 보유능력 30%DC(1회 한정)

최민혁이 타자 상세 창의 배팅 클러치를 확인하니 그 수치가 11이나 올라서 81을 기록하고 있었다.

“빨리 안 들어오고 뭐하나?”

그때 주심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 들어갑니다.”

최민혁은 눈앞의 타자 상세 창을 지우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왼 손목에 차고 있던 손목 보호대를 고쳐 차며 추가 된 파워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불끈 방망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구질이 좀 더럽긴 하지만 결국 그 공은 스트라이크 존의 한 복판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최민혁은 선구안을 사용하며 사이암 투수가 공을 던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사이드암 투수가 역동적인 자세로 웅크렸던 몸을 펴며 힘껏 공을 뿌렸다.

이번에도 공은 뱀처럼 꿈틀거리며 날아왔고 최민혁은 이미 칠 생각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 배팅 클러치 능력까지 효과를 발휘 하면서 타격 자세에서 거침없이 배트를 돌아갔다.

공은 피칭존의 예상대로 한 복판으로 꺾여 들어왔고 그때 최민혁의 배트 역시 홈 플레이트 위를 스쳐 지나고 있었다. 무브먼트가 심한 공과 배트가 딱 마주쳤다.

따악!

제법 요란한 타격 음이 일고 공이 우측 펜스를 향해 쭉 뻗어 나갔다. 최민혁의 배트에는 잔뜩 힘이 실려 있었고 거기에 팔로스윙까지 완벽했다.

그 타구를 보고 우익수가 허겁지겁 워닝 트랙까지 쫓아갔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 선 우익수는 넋 놓고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타구를 지켜만 봤다.

최민혁은 1루로 뛰어가다가 타구가 펜스를 넘어 가는 걸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뛰어서 루상을 돌고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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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5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전광판의 스코어가 또 바뀌었다. 10대 13! 3점차로 앞서가고 있던 타이탄스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려 할 때였다. 태산 베어스 덕 아웃에서 봉준석 감독이 나왔다. 그리고 손을 돌리며 주심에게 투수 교체를 알렸다.

최민혁의 예상대로 사이드암 투수는 최민혁 하나를 잡기 위한 원 포인트 릴리프가 맞았던 것이다. 또 투수가 바뀌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 되었다. 그 사이 바뀐 태산 베어스 측 투수는 마운드에 올라 연습 투구를 했다. 그런데 태산 베어스 측에서도 클로저를 올린 모양이었다.

펑!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의 구속이 ‘내가 마무리 투수다.’라고 말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덕 아웃에는 숨은 염탐꾼 최민혁이 있었다. 최민혁이 피칭존을 통해 간파한 정보가 타이탄스 4번 타자부터 시작해서 그 후속 타자들에게 전달이 되었다.

마운드 위의 태산 마무리 투수가 타석에서 3구까지 어떤 코스와 어떤 구종을 던지는 지 최민혁이 피칭존을 통해 다 말해 준 가운데 태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는 당연히 곤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따악!

태산의 마무리 투수는 첫 타석에 나선 타이탄스 4번 타자와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그 뒤 5번 타자는 희생 번트를 댔다. 그 사이 1루의 4번 타자가 2루로 진루했고.

그 다음 타석의 타이탄스 6번 타자는 태산 마무리 투수의 2구를 통타했다. 이번에도 태산 마무리 투수의 스트라이크 존으로 넣은 공을 타이탄스 6번 타자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때렸고 그게 안타가 되면서 2루의 주자가 홈으로 쇄도했다. 안타깝게도 그 타구는 중견수 앞으로 굴러갔고 어깨가 약한 중견수는 곧장 2루수에게 공을 던졌다. 2루수는 그 공을 잡자마자 홈으로 던지려다 그만뒀다. 그때 이미 주자는 홈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가 던지더라도 포수가 그 공을 잡아서 주자를 아웃시키긴 어려울 터였다. 그러자 2루수는 공을 홈으로 뿌리지 않고 1루로 던졌다.

2루수가 홈으로 주자를 잡으려고 공을 던졌다면 1루의 주자는 지체 없이 2루로 뛰었을 터였다. 하지만 2루수가 공을 쥐고 있다 되레 1루 베이스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었던 타이탄스의 4번 타자를 확인하고 1루로 냅다 공을 던졌다. 그러자 주자는 뒤돌아 뛰었고 슬라이딩까지 했다.

촤아아아!

2루수의 공을 받은 1루수는 바로 태그에 들어가고. 접전 양상!

“세이프!”

하지만 1루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1루수의 태그가 좀 늦었던 것이다. 그때 전광판에 바뀐 스코어가 떴다. 10대 14!

최민혁은 그 타이밍에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의 타이탄스 7번 타자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초구와 2구는 버리고 3구를 노리세요. 체인지업이 들어 올 테니까 주의하시고요.”

최민혁의 말을 듣고 타석에 오른 7번 타자는 그의 말처럼 태산의 마무리 투수의 공을 초구와 2구 모두 버렸다.

펑!

“볼! 볼 투!”

태산의 마무리 투수는 연속으로 유인구 2개를 던졌는데 타석의 타자가 꿈쩍도 하지 않자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던졌다. 그런데 그 공이 치기가 까다로운 체인지업이었다. 직구보다 살짝 가라앉는 수준의 체인지업은 모르고 있으면 당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체인지업인 줄 알고 있거나 노리고 있다면 얘기는 달랐다.

체인지업은 아무래도 직구보다 그 구속이 10-15Km/h느렸으니까. 딱 준비하고 있던 7번 타자는 몸 쪽에서 한복판으로 흘러들어오는 체인지업을 향해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따악!

하지만 역시 마무리 투수답게 공이 묵직했던 터라 타구는 생각 했던 것보다 정타로 맞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아간 타구의 위치가 절묘했다. 유격수의 키를 살짝 넘기며 안타로 연결 된 것이다. 1사에 1, 2루! 타이탄스의 공격의 불길이 활활 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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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10대 14!

8회 초에서 벌써 2득점을 올리고 주자가 2명이나 루상에 나가 있었다. 그리고 타석에는 타이탄스의 8번 타자, 아니 대타가 타석에 들어섰다.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더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찬스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과감히 8회에도 대타를 냈다. 그가 그렇게 한 건 이유가 있었다.

바로 8회 말부터 최민혁에게 마운드를 맡길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 대신 마음 놓고 대타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타로 나선 타자가 최민혁의 말을 귀등으로 흘려들었던 것이다. 초구는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 말을 무시하고 유인구인 초구를 건드린 것이다.

틱!

빗맞은 공은 3루수 앞으로 굴러 갔고 태진 베어스 2군의 3루수는 그 공을 잡아 2루로, 그 공을 잡은 2루수는 다시 1루로 공을 던졌다.

최민혁의 말을 듣지 않은 대타는 발걸음도 느려 터져서 1루에서 여유 있게 아웃을 당했다.

5-4-3으로 이어진 그 병살타로 8회 초 그 불길이 활활 타오르던 타이탄스의 공격이 단박 진화 되어 버렸다.

무안한 얼굴로 덕 아웃으로 돌아오는 그 대타를 최민혁은 쳐다도 안 봤다. 그때 공수 교대를 하기 위해서 최민혁이 막 글러브와 모자를 챙길 때 윤동준 감독이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최 선수.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주시죠?”

윤동준 감독은 이대로 승부를 결정짓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면서 최민혁에게 투수 글러브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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