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5 재벌에이스 =========================
부우웅!
방망이가 나오는 속도 자체가 틀렸다. 그리고 정확히 날아오는 공을 때렸다.
따악!
경쾌한 타격 소리와 함께 타구가 센터 방면으로 쭉 뻗어 나갔다. 투수는 투구 후라 정신이 없을 테지만 포수는 잘 알았다.
‘넘어갔다.’
맞는 순간 태산 베어스 2군 포수는 생각했다. 그 정도로 타구는 잘 맞았고 제대로 뻗어나갔다. 그의 예상대로 타구는 펜스를 훌쩍 넘어 아예 전광판을 때렸다. 초대형 홈런이 터진 것이다. 태산 베어스 포수는 좀 불안하긴 했다.
오늘 3연타석 홈런을 친 최민혁이었다. 하지만 마운드의 마윤석이 투심 패스트볼을 높게 던지겠다고 했을 때 그걸 막지 못했다. 마윤석의 투심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타자는 태산 베어스 포수도 보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지켜봤다. 그랬더니 그 결과가 홈런이었다.
포수가 잠깐 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루상에 나가 있던 주자와 함께 최민혁이 홈을 밟았다. 순간 전광판의 스코어가 바뀌었다.
5대 12!
무려 7점 차가 났다. 문제는 마운드였다. 최민혁에게 홈런을 맞은 마윤석은 이 사실이 좀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타임!”
그래서 태산 베어스 포수는 주심에게 양해를 구하고 곧장 마운드에 올랐다.
“형. 괜찮아요?”
“응? 뭐, 뭐라고 했어?”
마윤석은 그다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태산 베어스 포수의 시선이 덕 아웃으로 향했다. 그러자 바로 봉준석 감독과 눈이 마주쳤다. 그때 봉준석 감독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란 사인을 포수에게 보냈다.
투수를 교체 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단 소리였다. 하지만 포수가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빨리 경기 진행 하자고.”
주심의 볼멘소리에 태산 베어스 포수는 어쩔 수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경기가 바로 재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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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치고 금의환향한 최민혁은 덕 아웃으로 가다가 다음 타석에 설 타이탄스의 4번 타자 옆을 스쳐 지나가며 재빨리 말했다.
“초구에 밋밋한 직구가 올 겁니다. 그걸 노리세요.”
그 말에 타이탄스 4번 타자가 반짝 눈빛을 빛냈다. 그래도 명색이 4번 타자였다. 당연히 한방이 있는 그였고 상대 투수가 뭘 던질지 아는 상황에서 그 공을 못 친다면 애초에 4번 타자 자릴 내 놔야 할 터.
타이탄스 4번 타자는 곧장 타석에 섰다. 그때 포수가 갑자기 타임을 외치며 마운드에 올라갔고 그렇게 몇 분을 버텼다. 그러자 주심이 뭐라고 하자 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경기가 속해 되었다.
타이탄스 4번 타자는 마운드 위의 투수를 쳐다 봤다. 그런데 투수의 상태가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걸 보고 생각했다.
‘최민혁의 홈런 때문에 심적으로 타격을 받았군. 그래서 인가?’
최민혁은 태산 베어스 투수의 초구를 노려 치라고 했다. 밋밋한 직구가 들어 올 거라나?
그런데 그 말이 맞았다. 태산 마운드의 투수는 마치 배팅 볼처럼 밋밋한 직구를 던졌다. 타이탄스의 4번 타자는 바로 그 공을 기다리고 있었고. 결론은 벌써 나 있었다.
따악!
타이탄스 4번 타자가 제대로 공을 때렸다. 팔로스윙도 완벽했고. 그러니 공은 쭉 뻗어 나갔고 가볍게 우측 펜스를 넘어갔다.
“와아아아아!”
타이탄스 덕 아웃이 난리가 났다. 반면 태산 베어스 2군 덕 아웃은 초상집 분위기를 풀풀 풍겼고.
솔로 홈런을 친 타이탄스의 4번 타자가 루상을 돌아 홈을 밟으면서 스코어가 5대 13으로 더 벌어진 가운데 태산 베어서 2군 덕 아웃에서 봉준석 감독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는 주심을 보고 손가락을 돌렸다. 투수를 바꾸겠단 제스처였다. 그리고 곧장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런 그의 뒤를 태산 베어스 2군 포수가 뒤따랐다.
“수고했다.”
봉준석 감독은 그 말 후 투수에게 손을 내밀었고 마윤석은 고개를 숙이며 쥐고 있던 공을 감독에게 넘겼다. 그리고 홱 몸을 돌려서 덕 아웃으로 뛰어갔다. 그러자 곧바로 불펜에서 몸을 푼 투수가 마운드로 뛰어 올라왔다.
마윤석과 같은 유형의 불펜 투수였는데 위기 상황에 강하니 이번 이닝은 잘 막아 줄 터였다.
봉준석 감독은 마운드 옆에서 바뀐 불펜 투수의 투구를 2구까지 지켜보다 덕 아웃으로 돌아갔다.
바뀐 투수 심재욱은 3구를 더 던지고 주심에게 이제 됐다며 신호를 넣었다. 그걸 보고 주심이 외쳤다.
“플레이 볼!”
주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리면서 7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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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투수 심재욱은 미칠 지경이었다. 자신의 유인구가 전혀 상대 타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펑!
“볼! 포볼!”
내리 두 타자를 포볼로 내 보낸 심재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상하네. 오늘 내 유인구가 별론가?’
심재욱은 주로 맞춰 잡는 유형의 투수였다. 때문에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게 들어가는 볼로 타이탄스 타자들의 배트를 이끌어 내려 했는데 그게 먹혀들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별수 없이 진짜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따악!
그랬더니 또 귀신같이 그 공을 쳤다. 물론 공을 친다고 해서 다 안타나 홈런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공이, 그것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공이 계속 두들겨 맞는 게 기분 좋을 투수는 없었다.
“헉헉헉헉!”
심재욱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7명의 타자를 상대로 만루 상황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그는 결국 1실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은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 만큼 힘들었단 소리였다. 천만다행이라면 최민혁이 바로 앞에서 공격의 맥을 끊었단 점이었다. 만약 만루 상황에 최민혁이 또 타석에 들어섰다면.........
심재욱은 최민혁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앞서 그 보다 훨씬 뛰어난 투수들에게서 홈런을 뽑아낸 최민혁이 아니던가?
반면 최민혁은 수비에 나서며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최민혁은 자신의 능력을 총 동원했다. 하지만 최민혁이 알려줘도 타이탄스 타자들이 그 기회를 못 살렸다. 그러니 최민혁도 어쩔 수가 없었다.
최민혁은 그라운드 센터 방면의 중견수 자리에 가서 섰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세나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4연타석 홈런을 치셨네요. 미션은 아니지만 보상 받아 마땅한 훌륭한 플레이였기에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또한 전 타석 출루 미션은 계속 유지 됩니다.]
그 말 후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획득 포인트 +5,000. 타자 총 포인트: 8,000]
최민혁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서 어떡하던 더 득점을 하려고 설치고 다닌 탓에 세나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한 모양이었다. 세나가 그 점을 먼저 말하자 최민혁도 세나의 늦은 포인트 지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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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뒤에 기회가 있다고 태산 베어스 2군은 매 회 위기를 맞았고 또 그 위기 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 기회를 최민혁이란 녀석 하나 때문에 번번이 놓쳐 왔다. 그래서 봉준석 감독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아예 타구를 중견수 쪽으로 보내지 않게 지시한 것이다. 즉 땅볼 안타를 치라는 직접적인 언급까지 내렸다.
따악!
그 결과 6회에 이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원성우를 상대로 태산 베어스 2군 타자들의 맹폭이 시작 되었다.
따악!
“돌아! 돌아!”
9번 타자부터 시작 된 태산의 공격은 4명의 타자들이 연이어 땅볼성 안타를 쳐댔다. 그렇게 4안타를 두들겨 맞은 원성우는 2실점하면서 결국 마운드를 내려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운드에 타이탄스의 진짜 클로저로 불리는 이해명이 올라왔다.
따악!
하지만 이해명도 태산 베어스의 4번 타자 윤동석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좌측 펜스를 훌쩍 넘기는 윤동석의 타구는 최민혁도 중견수 자리에서 멍하니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7회 말에 5점을 따라 붙은 태산 베어스 2군은 스코어를 10대 12로 확 좁혔다.
따악!
그리고 태산 베어스 2군의 공격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이해명도 마무리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했다.
역투 끝에 두 명의 태산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것이다. 그러나 태산 타자들이 이해명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그 결과 투 아웃에 주자 2, 3루 위기 상황에서 이해명은 태산의 9번 타자를 맞았다. 7회 말에 9번 타자부터 시작했으니 타순이 벌써 한 바퀴 돈 것이다.
최민혁은 그 상황에서 자신이 능력 중 하나인 워스트 컨디션(Worst condition)을 타석에 선 태산 베어스의 9번 타자에게 사용했다.
최민혁도 어떻게든 실점을 하지 않게 만들려 했지만 타구가 그에게 오지를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외야수인 그가 죄다 땅볼을 쳐 대는 태산 타자들을 아웃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펑!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최민혁이 태산 베어스의 9번 타자에게 건 워스트 컨디션(Worst condition)이 효과를 발휘 한 듯 태산 베어스의 9번 타자는 이해명의 빠른 직구에 대처하지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이해명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고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최민혁도 뛰어서 덕 아웃으로 들어가서는 곧장 헬멧과 배트를 챙겼다.
8회 초 타이탄스의 선두타자는 3번, 즉 최민혁부터 시작 되었다. 최민혁은 대기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다가 곧장 타석으로 향했다. 최민혁이 막 타석에 섰을 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를 울려왔다.
[5연타석 홈런에 도전하세요. 성공시 보상 포인트로 10,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세나가 공격 미션 중 세부 미션 하나를 최민혁에게 제시한 것이다. 그때였다. 갑자기 태산 베어스 덕 아웃에서 감독이 나왔다. 최민혁은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맞았다. 마운드 위의 불펜 투수 심재욱이 기다렸다는 듯 후다닥 내려오고 새로운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어?”
그 투수를 보고 최민혁은 기가 찬 듯 웃었다. 그럴 것이 바뀐 투수가 사이드암(Sidearm)으로 공을 던졌던 것이다.
사이드암은 몸을 웅크렸다가 팔을 어깨와 수평으로 맞힌 뒤에 공을 옆으로 던지기 때문에 채찍이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어깨 위로 던지는 오버핸드에 비해 볼 끝의 변화를 강조할 수 있는 투구 폼으로 내리꽂는 폼이 아니기 때문에 중력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그래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디메리트를 상쇄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팔꿈치와 손목의 힘이 강조되는 점을 특징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이드암 투수는 좌완 투수가 우 타자를 상대할 때나 우완 투수가 좌 타자를 상대할 경우엔 공이 먼 바깥에서부터 평행한 궤적을 그리며 다가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략 당하기 쉽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는데 지금 마운드에 오른 사이드암 투수는 좌 투수였다.
즉 좌 타자인 최민혁을 상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원 포인트 릴리프로 올린 투수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