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21화 (221/248)

00221 재벌에이스 =========================

포볼을 골라 1루에 나간 태산 베어스 3번 타자는 4번 타자 윤동석이 공을 치자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1루와 2루 사이에서 더 빨리 뛰었다. 타구가 살짝 먹힌 듯 더 뻗지 못하는 걸 보고 펜스를 때릴 거라 여겼던 것이다. 그렇다면 주자인 그의 주루 플레이에 의해서 득점을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자는 일단 2루까지 가고 나서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펜스 플레이를 어떻게 하는지 보고 홈을 노릴지 결정할 생각이었다.

“밟지 마!”

“돌아가!”

그때 1, 3루의 주루코치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래서 2루 베이스를 막 밟으려던 주자는 걸음을 멈추고 펜스 쪽을 쳐다보았다. 그때 타이탄스의 중견수가 글러브에서 야구 공을 꺼내는 게 그의 눈에 보였다.

“젠장!”

주자는 바로 돌아서 1루로 뛰었다. 그때 어느 새 1루를 돈 윤동석이 허망한 얼굴로 그 앞에 서 있었다. 주자는 일단 뛰었다. 슬라이딩까지 하면 살 수도 있었다. 펜스에서 1루까지 거리가 있으니까.

척!

그런데 슬라이딩을 해야지 싶었을 때 펜스 쪽에서 다이렉트로 날아 온 공이 1루수 글러브에 꽂히는 걸 보고 주자는 슬라이딩을 포기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타이탄스의 중견수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최민혁!”

유격수로 있던 그가 언제 중견수로 가 있었단 말인가? 허탈한 얼굴의 주자는 지금 처한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멍하니 서 있는 윤동석을 팔을 잡아끌고는 태산 베어스의 덕 아웃으로 향했다.

그때 최민혁은 정신이 없었다. 세나의 말과 그의 눈앞에 뜬 창 때문에 말이다.

[안타 성 타구를 1개 잡아 내셨습니다. 앞으로 2개의 안타 성 타구를 더 잡아내시면 포상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보살에 성공하셨습니다. 포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획득 포인트 +3,000. 타자 총 포인트: 32,000]

최민혁은 시합이 바로 속행 되었기에 눈앞의 창을 바로 지웠다. 그때 타석에 5번 타자가 들어섰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중얼거렸다.

“하나 쳐 볼 생각인 모양인데 그렇게는 안 될 거다.”

최민혁이 웃으며 타석의 태산 베어스 5번 타자에게 5회에 그가 사용하지 않은 워스트 컨디션(Worst condition)능력을 사용했다.

부웅!

펑!

“스트라이크! 원!”

그러자 5번 타자가 유명철의 초구에 맥없이 배트가 돌아갔다. 그때 당황한 얼굴이 역력한 태산 베어스 5번 타자를 보고 최민혁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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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를 직격할 장타를 펜스 앞에서 잡아서 그 공을 또 1루로 던져 병살타로 만들어 낸 최민혁의 능력에 태산 베어스 2군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다.

덕 아웃의 봉준석 감독은 이제 아예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좋아서 웃는 웃음이 아니라 기가차서 웃는 웃음임을 모르는 태산 베어스 2군 선수는 없었다.

그 사이 대기 타석에 있던 태산의 5번 타자 김강수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최민혁의 파인 플레이 하나로 인해 침울해진 팀 타선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 이를 악물고 타석에 들어섰다.

이미 앞 타석에서 홈런을 친 그는 연타석 홈런을 노렸다. 그래서 아예 게스 히팅으로 초구에 커브가 들어오면 바로 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유명철의 커브 정도는 힘으로 밀어 쳐서 담장을 넘겨 버릴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왔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대로 유명철은 초구로 커브를 던졌다. 기다리고 있던 김강수는 냅다 배트를 휘둘렀다. 그런데 당연히 맞춰야 할 그의 배트가 허망하게 공을 비껴 쳤다. 그렇게 헛스윙을 한 김강수는 재빨리 배터박스 밖으로 나갔다.

‘뭐, 뭐지?’

갑자기 공을 치려 할 때 눈앞이 뿌옇게 변했다. 그러니 제대로 타격이 이뤄 질 리 없었다. 김강수는 아예 끼고 있던 장갑까지 벗고 눈을 만졌다. 그리고 몇 번 눈을 깜빡여 본 그는 눈에 아무 이상이 없자 다시 장갑을 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김강수는 이번에도 게스 히팅으로 슬라이더를 노렸다.

‘왔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명백한 투수의 실투였다. 김강수는 속으로 고맙다고 생각하며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펑!

“스윙! 스트라이크! 투!”

김강수는 스윙 후 눈을 깜빡이며 또 배터박스에서 물러났다. 또 타격 직전 눈이 침침해 지면서 제대로 된 임팩트 있는 스윙을 하지 못한 것이다. 연이어 타자가 스윙 후 타석 밖에서 눈을 만지작거리는 걸 보고 타이탄스 배터리도 타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음을 간파했다.

그렇다면 승부를 미룰 필요도 없었다.

펑!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김강수는 몸 쪽 꽉 차게 들어 온 직구에 배트도 내지 못하고 선 채 루킹 아웃을 당했다. 아니 배트를 낼 수조차 없었다. 투수의 손끝을 떠난 직후 그의 눈이 또 침침해 지면서 공이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태산의 5번 타자 김강수는 허탈하게 웃으며 뒤돌아서 덕 아웃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당장 안과에 가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5회 말에 중심타선의 활약으로 5점차 실점을 만회하려했던 태산 베어스는 1득점도 하지 못하고 3, 4, 5번 세 타자로 공격을 끝냈고 시합은 6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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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초에 타이탄스의 5, 6, 7번 타자를 잡으며 삼자범퇴로 처리한 태산 베어스 불펜 투수 마윤석이 6회 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타이탄스의 타순은 8번부터 시작하지만 8번 타자도 발이 빠르고 번트를 잘 대기에 마윤석은 방심하지 않고 그를 상대했다.

펑!

“볼!”

따악!

“파울!”

그런데 마운드의 마윤석은 투구를 하면서 이상함을 느꼈다. 그럴 것이 타자가 마치 알고 있다는 듯 그의 유인구에는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카운트를 잡으러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그걸 쳤던 것이다. 다행히 제대로 그의 공을 맞추지 못해서 파울만 나고 있었지만. 어째든 그 결과 볼 카운터가 3-2 풀카운트까지 갔다.

펑!

“스윙! 삼진 아웃!”

결국 그의 결정구인 포크 볼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긴 했지만 투구 수가 9개나 되었다.

마윤석은 호흡을 고르며 동시에 마운드도 골랐다. 그 뒤 스파이크의 흙은 털고 로진 백을 만지고 나서 마운드에 섰을 때 다음 타자가 타석에 서 있었다.

마윤석은 포수와 사인을 교환 한 뒤 초구에 포크 볼을 던졌다. 타자가 초구를 노릴 거 같아서 말이다.

“볼!”

하지만 타자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기만 했다. 마윤석은 자신의 예측이 계속 맞지 않자 불안한 얼굴로 포수와 다시 사인을 주고받았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서 몸 쪽 꽉 찬 직구를 던지기로 하고 마윤석이 와인드 업 후 공을 뿌렸을 때였다.

홱!

타석의 타자가 왼발 스탠스를 옆으로 벌리며 냅다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제대로 맞은 타구는 유격수 키를 넘겼다. 그 사이 배트르 내던진 타자가 쪼르르 1루로 달려갔고 말이다.

“허어!”

마운드 위의 마윤석은 기가 찼다. 좀 전에 타자가 보여준 타격은 마치 그가 몸 쪽으로 공을 던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타격 자세였다. 그리고 타석에 타이탄스의 톱타자가 들어섰다.

그 역시 타석에 들어서는 데 의욕이 넘쳐 보였다. 마치 마윤석의 공쯤은 얼마든지 칠 수 있다는........

마윤석은 공을 바꿔 달라는 사인을 넣으면서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지금 그의 투구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을 거 같았던 것이다. 그랬더니 타석의 타자가 갑자기 헤매기 시작했다.

틱!

그리곤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 앞으로 갔고 유격수가 그 타구를 잡아서 2루수에게, 2루수는 다시 1루로 던지면서 6-3-4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가 이뤄졌다.

“좋았어!”

마윤석은 꽉 쥔 주먹을 위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밑으로 내치며 환호했다. 그런 그를 보고 씁쓸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최민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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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말 수비를 마치고 덕 아웃으로 돌아 온 최민혁은 자신이 갓 구입한 능력인 스프레이존(Spray Zone)을 어떤 식으로 타격에서 사용 할 수 있는 지 세나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타석에서 최민혁이 어떤 공을 칠거란 생각을 하면 스프레이존(Spray Zone)에서 그 타구가 어디로 날아갈지를 알려 준다고 했다. 반대로 최민혁이 어디로 타구를 날리고 싶다면 스프레이존(Spray Zone)에서 어떤 식으로 치면 그쪽으로 공을 날려 보낼 수 있는지 알려 주고 말이다.

그 설명을 들은 최민혁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럴 것이 이 스프레이존(Spray Zone)능력만 있으면 최민혁의 타석에서는 예측 수비, 즉 수비 시프트가 무용지물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좀 아쉬운 건 스프레이존(Spray Zone)의 능력은 자신 밖에 쓸 수 없단 점이었다.

야구는 팀 스포츠라서 최민혁 혼자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없었다.

승리를 위해선 다른 선수들도 잘 해야 하는 데 최민혁이 그들을 도와 줄 수 있는 무슨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 했을 때였다.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그런 능력이 있기는 한데 좀 비쌉니다.]

너무 비싸면 그 능력을 안 구입하면 됐다. 그래서 최민혁이 속으로 물었다.

‘얼만데?

[3만 포인트요. 업그레이드 해서 32,000포인트에 모실게요.]

한마디로 지금 최민혁의 타자 총 포인트를 탈탈 털어 먹겠단 소리였다. 최민혁은 피식 웃으며 계속 속으로 물었다.

‘어떤 대단한 능력이기에 그렇게 비싼 건데?’

[‘피칭존(Pitching Zone)’의 능력은 상대 투수가 어디로 무슨 공을 던질지 알려 줍니다. 물론 본인 타석 뿐 아니라 지켜보기만 할 때도 마찬가집니다.]

세나의 설명에 최민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으로 말했다.

‘이미 타석에 들어 선 타자에게 내가 상대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알려 줄 순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다면 그 피칭존(Pitching Zone)의 능력이 스프레이존(Spray Zone)의 능력과 다를 게 뭐야?’

그 말에 세나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하지만 업그레이드가 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피칭존(Pitching Zone)’의 능력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3구의 코스와 구종을 미리 얘기해 주니까요.]

‘뭐?’

세나의 그 말에 놀란 최민혁의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세나의 말처럼 ‘피칭존(Pitching Zone)’이 그런 능력이 있다면 이건 대박이었다.

비록 3구에 불과하지만 상대 투수가 자신에게 무슨 공을 던질지 타자가 알고 타석에 들어간다? 그건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최민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세나에게 전했다.

‘세나. 그 능력을 구입하도록 할게.’

[당연하죠. 이런 능력은 무조건 구입하고 봐 야해요.]

세나는 그 말 후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웠다.

[소비 포인트 +32,000. 타자 총 포인트: 0]

최민혁은 자신의 눈앞에 뜬 창에서 타자 총 포인트가 0이 된 걸 확인하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아직 진행 중인 미션이 있었기에 빈 타자 총 포인트는 금방 포인트로 채워 질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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