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20화 (220/248)

00220 재벌에이스 =========================

태산 베어스 2군의 중심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유명철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죄다 안타에 홈런까지 친 타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마운드에 오른 유명철은 골치가 아팠다.

그 사이 타석에 태산 베어스 2군의 3번 타자가 들어섰다.

부웅!

가볍게 휘두른 배트에서 꽤 요란한 났다. 그 만큼 배트스피트가 빠르단 소리였다.

‘어설픈 공을 던졌다가는.........’

앞서 유명철이 던졌던 그 밋밋한 직구를 던졌다간 바로 펜스 밖으로 공이 넘어 갈 터였다. 유명철은 보다 신중하게 포수와 사인을 교환 한 후 초구를 제일 자신 있는 변화구인 커브를 던졌다.

딱!

그런데 그 폭포수 커브를 태산 베어스 2군 3번 타자가 간단히 때려냈다. 물론 초구에 커브가 들어 올 거라 예상 못한 듯 배트가 좀 더 빨리 나오면서 파울이 되었지만 만약 노렸다면......

유명철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공을 던졌다

펑!

“볼!”

그러다보니 투구수가 늘었고 어느 새 3-2 풀카운트까지 갔다. 중심타자답게 태산의 3번 타자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회심의 일격이랍시고 던진 공은 죄다 커트 해 냈고 볼에는 아예 배트가 나오지도 않았다.

주르르!

긴장한 유명철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렸다. 그 땀을 옷소매로 스윽 닦아 낸 뒤 유명철은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았다. 역시 이 상황에서 유명철이 믿고 던질 수 있는 공은 오늘 제대로 제구 되는 슬라이더 뿐이었다.

당연히 스트라이크 존을 빠져 나가는 유인구로 유명철은 슬라이더를 던질 생각이었다.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다간 그의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좋더라도 태산 3번 타자가 쳐 낼 테니 말이다.

“후욱! 후욱!”

거친 숨을 고르며 유명철은 와인드업 후 공을 던졌다. 유명철이 투구를 하자 태산 3번 타자도 바로 타격 자세를 취했다.

“아아!”

하지만 이내 유명철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슬라이더는 홈 플레이트 앞에서 제대로 휘었다. 문제는 타자가 배트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볼! 볼 포!”

그렇게 10구의 공을 던졌건만 타자를 베이스 온 볼스로 1루로 내보낸 유명철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괜히 혼자서 삽질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반면 태산 3번 타자는 배트를 타석에 놓고 천천히 뛰어서 1루로 향했다.

원래 그는 큰 걸 노리고 타석에 섰다. 하지만 오늘 상대 투수의 공은 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거기다 변화구의 구질 파악도 쉽지 않아서 맞춰서 나가기 쉽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태산 3번 타자는 중심 타자지만 그의 역할이 뭔지 생각하고 결심을 했다.

‘걸어 나갈 수 있으면 걸어 나간다.’

그리고 3-2 풀카운트 상황에서 태산 3번 타자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공을 던지기 전에 글러브 안에서 공을 두 번 움직였다.’

투수의 습관, 흔히 쿠세라고 하는 데 태산 3번 타자는 그의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2번의 슬라이더를 던질 때 그 전에 취한 행동을 기억하고 있었다.

‘슬라이더!’

그래서 이번에 들어 올 공이 슬라이더란 확신이 섰다. 하지만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에 넣진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가 커트 하거나 쳐 낼 테니까. 그렇다면 유인구로 슬라이더를 던질 공산이 컸다.

‘그렇다면.........’

태산의 3번 타자는 만약 빠지는 슬라이더라면 그 공에 배트를 내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상대 투수는 슬라이더를 던졌고 그 공은 홈플레이트에서 바깥으로 흘러 나갔다.

‘됐다.’

타석의 태산 3번 타자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주심의 볼 판정에 웃으며 1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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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코어 5대 10! 5점 차를 뒤집기 위해서는 루상에 주자를 모을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중심 타자지만 3번 타자가 포볼로 1루에 나간 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리고 타석에 오늘 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인 태산의 4번 타자 윤동석이 들어섰다. 그는 중견수로 출전해서 시원찮은 수비실력을 선보였다. 물론 그걸 자신의 장타력으로 충분히 만회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4번 타자인 만큼 이번에 제몫을 해야 하는 그는 부담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 티내서야 프로라고 할 수 없는 법.

윤동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타석에 들어서서 마운드 위의 상대 투수를 째려보았다. 오늘 처음 상대하는 투수였지만 3회부터 저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 지 다 파악하고 있는 윤동석이었다.

‘뭐 어떤 공이든 상관없다. 던지기만 해라.’

윤동석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 투수를 쏘아보면서 타격 자세를 취했다. 그때 상대 투수가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세트포지션 후 공을 던졌다.

‘커브!’

이미 윤동석의 머릿속에 있는 구질이었다. 윤동석은 초구지만 거침없이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때리는 순간 윤동석은 살짝 미간을 모았다. 맞추긴 했는데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추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워낙 손목 힘이 좋은 그는 그대로 배트를 돌렸고 그 공은 외야로 쭉 날아갔다.

그걸 보고 윤동석은 아쉽다는 얼굴로 배트를 뒤로 던지고 1루로 뛰기 시작했다. 홈런은 어렵겠고 아마 펜스를 직격할 거 같았다. 윤동성은 당연히 2루타라 보고 1루를 밟고 돌았다.

그런데 2루로 뛰었던 주자가 다시 1루로 돌아오고 있었다.

“뭐, 뭐야?”

그리고 그때 윤동석 앞으로 공이 날아왔다. 그 공은 윤동석 옆을 지나서 타이탄스 1루수의 글러브에 꽂혔다. 타이탄스 1루수는 옆에 1루 베이스를 밟았고 그걸 본 1루심이 외쳤다.

“아웃!”

그 사이 1루로 돌아오고 있던 주자는 윤동석 앞에 멈춰 서서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기껏 2루타성 안타를 쳤다고 봤는데 그게 병살로 이어진 것이다. 기가 찬 윤동석은 자신의 타구가 날아간 외야, 즉 자신과 같은 포지션의 타이탄스 중견수를 찾았다. 그런데 그 중견수가 워닝 트랙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펜스 바로 앞에서 1루까지 다이렉트로 공을 던져서 주자를 잡아낸 것이다.

“무슨 어깨가......”

황당해 하는 윤동석의 팔을 잡힌 주자가 잡아끌며 말했다.

“중견수 최민혁이잖아.”

그 말에 윤동석은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최민혁 정도의 어깨가 되어야 이런 플레이를 펼치는 게 가능 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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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5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 때 덕 아웃에 앉아서 그라운드를 주시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딴 생각 중이었다. 바로 세나와 얘기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스프레이존(Spray Zone)이란 게 타자의 타구 방향을 미리 알려 주는 능력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이는 마스터가 공격을 할 때도 유용하게 쓰이겠지만 수비에 쓰기 딱이죠. 특히 외야수라면.]

당연히 지금 중견수를 맡고 있는 최민혁에게는 혹 할 수밖에 없는 능력이었다. 거기다 뒤에 있을 타격시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 이런 좋은 능력은 구입에 있어서 망설일 것도 없었다. 단지 좋은 만큼 구입하는 포인트가 높을 거란 게 걱정이긴 했지만.

그런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구입 포인트도 그리 높지 않아요. 제가 업그레이드까지 포함해서 딱 10,000포인트에 모시도록 할게요.]

세나의 말에 최민혁은 잠시 고심했다. 스프레이존(Spray Zone)능력을 구입할 때 할인권을 쓸지를 두고 말이다.

최민혁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10,000포인트도 적지 않은 포인트지만 앞으로 그가 구입하게 될 능력이나 아이템은 점점 그 값이 높아 질 터. 특히 아이템의 경우는 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지만 꼭 사야 할 아이템인데 포인트가 없어서 못 살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할인권이 아마도 유용하게 쓰일 거 같아서 최민혁은 이번에는 할인권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나. 스프레이존(Spray Zone) 능력을 구입할게.’

[잘 생각하셨어요.]

세나의 그 말 후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바로 떴다.

[소비 포인트 +10,000. 타자 총 포인트: 29,000]

최민혁이 타자 총 포인트를 확인하자 세나는 그 창을 지우고 최민혁이 새롭게 구입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타자 상세 창을 띄웠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80

좌 투 상대 파워: 80

우 투 상대 컨택: 80

우 투 상대 파워: 80

번트: 50

배팅 클러치: 70

스피드: 85

송구 정확도: 82

스틸: 50

수비 범위: 82

보유 능력:한방 스윙(2단계),전력질주(2단계), 선구안(3단계), 워스트컨디션(Worst condition)(2단계), 스프레이존(Spray Zone)(2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할인권: 보유능력 30%DC(1회 한정)

최민혁이 타자 상세 창의 보유 능력에서 새로 생긴 스프레이존(Spray Zone) 능력을 확인하자 세나의 설명이 있었다.

[............1단계에서는 매 회에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2단계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매 회 세 번까지 사용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사용 방법은.....................]

최민혁은 넋을 놓고 세나의 설명을 들었고 그녀의 얘기가 전부 끝났을 때 5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도 끝이 났다. 최민혁은 곧장 글러브와 모자를 챙겨서 그라운드로 뛰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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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수 자리에 선 최민혁은 5회에 아직 워스트 컨디션(Worst condition)을 쓰지 않은 게 생각났다. 그리고 막 생긴 스프레이존(Spray Zone)도 수비 할 때 써 먹어 보기로 했고. 그런데 유명철이 첫 타자와 어렵게 승부 끝에 포볼로 내보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중얼거렸다.

“그냥 자신 있게 승부 할 것이지. 마운드에서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제대로 된 공을 던질 수 없는 데 말이야.”

그러면서 최민혁은 타석에 들어 서는 태산 베어스의 4번 타자를 보고 스프레이존(Spray Zone)능력을 바로 사용했다. 그는 최민혁처럼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3연타석 홈런을 치지 말란 법은 없었다.

최민혁도 태산 베어스 4번 타자의 무식한 힘만은 인정하고 있는 상황. 최민혁은 저 타자가 치면 무조건 펜스 가까이로 날아 올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덕 아웃에서 따로 수비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는데 최민혁은 센터 뒤로 훌쩍 물러나서 수비에 임했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으로 그라운드 모형이 그려지면서 홈 플레이트에서 공이 날아왔다. 그 공은 펜스를 직격했다.

따악!

그때 태산 베어스 4번 타자가 타격을 했고 타구는 쭉쭉 센터로 뻗어왔다.

파파파파팟!

이미 스프레이존(Spray Zone)을 통해 타구가 어디로 날아올지 알고 있었던 최민혁은 냅다 펜스까지 뛰었다. 그리고 타구가 펜스를 때릴 그 위치에 섰을 때 타구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최민혁은 글러브를 낀 팔을 위로 뻗었다.

척!

글러브 안으로 공이 빨려 들어가자 그 글러브를 밑으로 내린 최민혁은 그 속에서 재빨리 공을 빼냈다. 그때 그의 시선을 2루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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