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16화 (216/248)

00216 재벌에이스 =========================

순식간은 볼 카운트가 0-2로 내몰리자 태산 베어스 2군 7번 타자는 짜증이 치밀었다.

‘이거 게스 히팅 하지 않고서는 치기가 쉽지 않겠어.’

보통 처음 상대하는 투수의 공을 타자들은 지켜보기 마련이다. 주로 실투나 스트라이크 존 중앙으로 공이 몰리는 경우를 기다리며. 그런데 지금 마운드의 투수는 제대로 생각하고 투구를 하고 있었다. 즉 실투나 스트라이크 존 중앙으로 몰리는 공을 던질 투수가 아닌 것이다.

그만큼 제구가 된다는 소리였고 거기다가 오늘 제대로 긁히는 날 이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파지지.’

태산 베어스 2군 7번 타자는 이제부터 날아오는 공 중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는 공은 커트를 해 내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투수에게서 실투가 나오기 마련.

그 만큼 오늘 태산 베어스 2군 7번 타자의 컨디션은 좋았다. 평소에도 컨택 능력은 좋은 편이었고.

그때 상대 투수가 와인드 업 후 공을 던지는 게 보였다.

‘온다!’

그런데 또 전혀 예상 밖의 공이 날아왔다. 변화구였는데 태산 베어스 2군 7번 타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어떡하든 그 공을 커트 해 내야 했기 때문에. 하지만 구질이 더럽다고 해야 하나? 아니 공 끝이 워낙 좋다 보니 빗맞은 공의 타구는 타자가 의도한 곳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타석 위로 솟아 오른 공을 향해 상대 투수가 손을 치켜들며 말했다.

“떴다!”

그러자 타이탄스 포수가 어느 새 마스크를 벗어 던진 체 고개를 젖히고 위를 쳐다보며 외쳤다.

“알아!”

그리곤 옆으로 두어 걸음 움직이더니 안전하게 떨어져 내리는 공을 잡아냈다. 그렇게 유명철은 2타자를 연속으로 뜬 볼로 잡아내며 아웃 카운트를 2개로 늘렸다. 그로 인해 3연타석 홈런을 맞고 침체 되었던 타이탄스의 분위기도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운드의 유명철은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그 사이 타석에 태산 베어스 2군의 8번 타자가 들어섰다.

유명철은 그 타자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 한 방 있는 타자란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자칫 실투를 했다가는 큰 거 한 방을 맞을 수 있었기에 투구에 신중을 기울였다.

“볼!”

그 결과 3-2 풀카운트까지 갔다. 볼 카운트로 봐서는 치열한 승부라고 볼 수 있을 텐데 실상은 달랐다. 태산 베어스 2군 8번 타자는 오늘 확실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유명철의 공에 타자는 배트 한 번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알고보면 유명철의 공이 오늘 워낙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스트라이크 존의 끝자락을 걸치는 공에 태산 베어스 2군 8번 타자는 배트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펑!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그리고 유명철의 6구째 결정구는 슬러브였다. 몸 쪽 변화구를 거북해 하는 타자에게 절묘한 슬러브를 던져서 루킹 삼진을 잡아 낸 것이다.

“좋았어!”

삼진을 잡고 난 유명철은 마운드 위를 폴짝 뛰었다. 그 만큼 좋았던 것이다. 그렇게 타이탄스의 바뀐 투수 유명철의 호투로 3회 말 태산 베어스 2군 타선을 막아 낸 타이탄스는 4회 초 반격을 준비했다.

--------------------------------------------------------------

스코어 5대 6!

1점 차로 타이탄스가 앞서 가는 가운데 4회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타이탄스는 하위 타선인 7번부터 시작했는데 윤동준 감독은 바로 대타를 냈다. 후속 타자들인 8, 9번 타자들이 빠른 타자들이라서 그들을 활용하려면 7번 타석의 타자가 반드시 출루를 해 줘야 했다.

그래서 윤동준 감독은 프로에서도 뛴 경험이 있는 노련한 타자를 타석에 세웠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문제였다.

펑!

“스트라이크! 원!”

강속구를, 그것도 어디 쳐 볼 테면 쳐 보라며 스트라이크 존에다 매다 꽂아 대는 권오성의 투구에 대타는 질린 얼굴로 덕 아웃의 윤동준 감독을 쳐다보았다. 이에 윤동준 감독은 강공을 주문했다.

상대가 직구로 승부해 오니 저절로 게스히팅이 되는 상황이 아닌가? 그럼 집중해서 때리기만 하면 됐다. 못 때리면 아웃이 되는 거고.

대타도 지금 점수차를 벌리지 못하면 다음 회에 역전이 될 수도 있단 걸 알았기에 이를 악물고 타석에 섰다.

부웅!

펑!

“스윙! 스트라이크! 투!”

하지만 권오성은 직구만 던지지 않았다. 커브를 던졌고 직구 타이밍에 무조건 배트를 휘두른 타자의 배트가 먼저 허공을 갈랐다. 그 뒤에 공이 포수 미트에 꽂혔고 주심은 바로 콜을 했다.

상대 투수가 빠른 공 말고 커브까지 던지자 대타의 얼굴이 굳었다. 덕 아웃에서는 강공 사인이 났고 더 이상 사인은 없었다. 그 말은 타자가 알아서 대처 하란 소리였다.

이때 노련한 타자의 진가가 발휘 되었다. 보통 이럴 경우 타자는 다음에 직구가 올 것을 예상한다. 앞서 커브를 던졌으니까. 하지만 대타는 역으로 커브가 하나 더 올 거라 예상했다.

‘직구가 오면 커트 하고.’

물론 그 커트가 잘 될 거 같지는 않았지만. 권오성은 여전히 역동적인 투구 동작으로 공을 뿌렸다.

‘왔다.’

그런데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은 크게 곡선을 그리며 포수 미트로 날아왔다. 그걸 보고 대타는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따악!

제대로 맞은 공이 투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권오성은 투구 후 뒤를 돌아봤다.

“아아!”

2루수가 1루 쪽으로 많이 치우쳐 수비하고 있었던 터라 2루 베이스 위를 통과하는 공을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신 중견수가 부지런히 뛰어 내려와서 공을 잡아서 2루로 던졌다. 당연히 중견수 앞에 안타를 친 대타는 1루를 밟은 체 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주자가 대주자로 바뀌었다.

-------------------------------------------------------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자신의 대타 카드가 또 먹혀들자 불끈 두 주먹을 쥐었다.

“그렇지!”

오늘은 분위기가 좋았다. 승리의 여신이 타이탄스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달 까? 아무튼 윤동준 감독은 기동력 야구를 펼치기 위해서 안타를 치고 나간 대타를 대주자로 교체 시켰다.

타이탄스의 타자들 중에는 발 빠른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윤동준 감독은 타이탄스가 독립구단이 되면 기동력을 살린 야구를 펼칠 생각이었다.

아마 그러면 타이탄스를 상대해야 하는 다른 독립 구단과 프로 2군 팀들이 꽤나 곤욕을 치를 터였다. 윤동준 감독은 오늘 그 예행연습을 할 생각이었다.

“쳇!”

마운드의 권오성은 4회 초에 첫 타자를 안타 맞고 루상에 내 보낸 게 영 못마땅했다. 하지만 주자야 병살로 지우면 됐다.

권오성은 강속구에 타자들은 먹힌 타구가 많이 나왔고 그게 병살로 많이 연결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권오성은 평소대로 포수가 내미는 미트에 150Km/h대의 속구를 꽂아 넣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딜레마 중 하나가 바로 제구력인데 권오성 역시 제구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긴 그가 제구력이 좋았다면 벌써 1군 무대에 섰을 터. 태산 베어스 측에서는 한 일 년 더 권오성을 2군에 두고 그의 제구력을 향상 시킬 모양이었다.

현재 권오성은 공 3개를 던지면 하나 정도 제구가 되고 나머지는 제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가 사회인 야구단이니 권오성은 한 복판에 공이 몰려도 상관없이 공을 던졌다. 그러다 보니 제구와 크게 상관없이 공을 던질 수 있었다. 물론 그 공이 다 한 복판에 들어가는 건 아니었지만 3개 중에 2개는 한 복판에 꽂혔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151Km/h의 속구가 한 복판으로 정확히 날아갔다. 하지만 그 공은 사회인 야구단의 타자가 때릴 수 있는 수준의 공이 아니었다. 권오성은 자신의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힐 것을 확신했다.

툭!

그런데 타자가 배트를 냈다. 배트를 휘두른 게 아니라 배트만 한 복판으로 내밀었고 그 배트에 권오성이 던진 공이 가서 맞았다. 그리고 투수와 3루수 사이, 유격수 앞으로 굴렀다.

파파파팟!

황급히 뛰어 나온 투수가 최민혁이 선보였던 것처럼 맨손으로 공을 잡아서 1루로 던졌다. 하지만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기에 1루수는 베이스를 밟고 있지 못했다. 그 사이 타자는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갔고. 1루심은 굳이 세이프 콜로 하지 않았다. 태산 베어스 2군 1루수는 베이스에서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서 투수에게 공을 던져 주었다.

내야 안타! 그리고 무사에 주자 1, 2루 상황!

졸지에 권오성이 위기 상황을 맞은 것이다. 권오성은 기가 찬 듯 마운드에서 1, 2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크게 심호흡을 한 권오성은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타자에 집중 할 때였다.

여기서 먹힌 타구 하나만 나오면 아웃 카운트 2개는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주자가 3루에 가 있더라도 그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솎아내면 무실점으로 이번 이닝을 끝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권오성은 좀 더 집중해서 다음 타자를 상대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포수와 사인 교환 후 권오성이 세트포지션에 들어갔을 때였다.

척!

상대 타자가 대 놓고 번트 자세를 취했다.

‘젠장!’

권오성은 최대한 힘껏 한 복판에 공을 뿌리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은 오늘 8, 9번에 배치시킨 빠른 타자들이 최근 얼마나 힘들게 번트 연습을 해 왔는지 잘 알았다. 그들은 150Km/h의 공을 배트에 맞춰서 그들이 원하는 코스에 보내는 연습을 했다. 그 때문에 공에 맞아 온 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였다. 특히 손이 심했는데 장갑을 끼고 해도 공에 맞으면 정말 눈물 나게 아팠다. 그런 노력과 눈물을 알기에 윤동준 감독은 그들에게 마음껏 그들이 연습해 온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다.

그 결과 8번 타자는 간단히 내야 안타를 만들어서 1루 주자와 함께 같이 살아서 루상으로 나갔고 9번 타자는 주자를 2, 3루로 보내는 희생 번트를 정확히 대 주었다.

그렇게 1사 2, 3루 상황에서 타석에 타이탄스의 톱타자가 들어섰다. 여기서 안타 하나면 2점이, 희생 플라이 하나면 1점이 들어왔다.

펑!

“스트라이크! 원!”

하지만 상대 투수는 역시 녹록찮았다. 시종일관 150Km/h대의 강속구를 뿌렸고 간혹 던지는 커브에 타이탄스 타자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부웅!

펑!

“스윙! 스트라이크! 투!”

타이탄스 1번 타자도 마찬가지였다. 권오성의 속구와 커브에 맥없이 투 스트라이크를 내주면서 코너에 내 몰렸다.

틱!

그나마 1번 타자는 컨택 능력이라도 되었기에 권오성의 속구를 2개 정도 파울로 걷어냈다. 그러다가 훅 들어 온 커브에 허망하게 배트가 돌아갔다.

“스윙! 삼진 아웃!”

주심의 콜에 타이탄스 1번 타자가 아쉬운 얼굴로 덕 아웃으로 향했다. 그때 최민혁은 대기 타석에서 불안한 얼굴로 서 있었다. 아무래도 자기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거 같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태성 베어스 2군 포수가 ‘타임’을 외친 뒤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배터리의 시선이 대기 타선에 있는 그를 향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