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4 재벌에이스 =========================
반대로 불펜에 있던 태산 베어스 2군의 또 다른 에이스 권오성이 마운드에 올랐다. 권오성은 배재성과는 상반된 유형의 투수였다.
배재성 보다 1년 뒤에 신인 드래프트, 역시 1순위로 태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권오성은 150Km/h의 빠른 공을 던졌다. 즉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타입의 투수였던 것이다.
뻐엉!
태산 베어스 2군 포수는 딱히 미트 질도 할 필요가 없었다. 권오성이 매다 꽂는 직구는 그냥 받기만 해도 미트가 찢어 져 나갈 듯 소리가 크게 일었으니까.
연습 투구를 하는 권오성을 보고 그의 역동적인 투구에 타이탄스 선수들이 다들 넋을 놓았다.
하지만 유독 타이탄스의 감독인 윤동준은 팔짱을 낀 체 웃고 있었다. 사실 앞서 타이탄스 선수들이 상대했던 배재성이 타이탄스 입장에서는 더 까다로운 상대였던 것이다.
지금 마운드에 오른 태산 베어스 2군 투수는 구속은 빨랐지만 제구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타이탄스에서도 저 투수를 상대로 얼마든지 점수를 뽑아 낼 수 있을 터였다.
타이탄스 타자들은 그 동안 빠른 공에 익숙해져 있었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공략하다보면 오히려 이쪽에서도 대량 득점의 물꼬가 트일 수 있었다.
“플레이 볼!”
권오성은 간단히 5구의 연습구만 던지고 바로 시합을 시작해도 좋다는 제스처를 주심에게 취했다. 그걸 확인한 주심이 시합 재개를 선언했고.
타석에는 최민혁에 이어 타이탄스의 4번 타자가 들어섰다. 그는 특히 빠른 공에 강했다. 그래서 윤동준 감독은 그에게 상대 투수와 정면 승부할 수 있게 사인을 내지 않았다.
따악!
역시 빠른 공에 강한 타자답게 타이탄스의 4번 타자는 초구에 권오성의 강속구를 통타했다. 그 타구는 3루 라인을 타고 뻗어나갔고 운 좋게 라인 위에 떨어졌다.
“3루! 3루!”
좌익수가 그 공을 잡자 중견수가 콜을 했다. 그 콜에 좌익수가 3루를 향해 공을 던졌고 2루를 돌아 3루로 뛰려던 타자는 다시 2루로 돌아갔다.
“에이. 씨....”
등판하자마자 초구를 맞아 2루타를 내준 권오성의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 나왔다. 다시 1사에 2루 상황으로 태산 베이스가 또 점수를 내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권오성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스코어가 2대 5로 태산 베어스 2군이 역전 했다가 다시 역전을 당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권오성은 비교적 차분했다. 이런 상황을 어디 한두 번 겪었어야지. 작년에만 해도 이런 위기 상황은 십 여 차례는 더 경험한 그는 가볍게 호흡을 고르며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길 기다렸다. 그리고 포수와 사인을 교환 한 뒤 권오성은 힘껏 공을 던졌다.
뻐엉!
“스트라이크! 원!”
권오성의 강속구는 아무나 쉽게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권오성은 앞 타자는 초구를 노리고 있다가 운 좋게 배트에 공이 맞은 거지 사회인 야구단 선수들이 그의 공을 제대로 칠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뻐엉!
“스트라이크! 투!”
그걸 증명해 보이듯 권오성의 강속구가 포수 미트에 꽂힌 뒤 타이탄스 5번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딱 봐도 상대는 권오성의 강속구에 배팅 타이밍 조차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문제 될 건 하나도 없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권오성은 150Km/h의 공 세 개로 타이탄스 5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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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사에 주자 2루 상황에서 타이탄스의 6번 타자, 아니 대타가 나왔다. 윤동준 감독이 생각해 둔 패 하나를 비교적 빠른 3회 초에 꺼냈다.
타이탄스 소속 선수들 중에서 유독 빠른 공에 강한 타자 윤필중을 대타로 쓴 것이다.
뻐엉!
하지만 권오성은 전혀 대타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스트라이크! 원!”
어디 쳐 볼 테면 쳐 보란 식으로 윽박을 질러 댄 것이다. 그런 권오성의 공을 윤필중은 차분히 지켜만 보았다. 하지만 권오성은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싶었다.
뻐엉!
“스트라이크! 투!”
그래서 거침없이 공을 던졌고 한 복판에다가 직구를 꽂아 넣었다. 윤필중은 그런 권오성의 공이 점차 눈에 들어 왔다. 권오성은 윤필중도 3구로 삼진을 잡겠다는 듯 빠른 속구를 던졌다.
틱!
그런 권오성의 강속구를 권오성이 커트를 했다. 그 말은 권오성의 공이 완전히 윤필중에 눈에 익었단 소리였다.
“어쭈!”
하지만 권오성은 자신의 공을 커트한 윤필중에게 깨닫게 해 줄 생각이었다. 너 따위는 자신의 공을 절대 칠 수 없단 걸 말이다. 권오성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내서 한 복판에 공을 던졌다.
딱!
그 공을 윤필중이 쳤다.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무려 155Km/h! 오늘 양 팀에서 던진 투수들의 공중에서 가장 빠른 구속이었다. 그런데 그 공을 윤필중이 기어코 때려 낸 것이다. 하지만 워낙 공에 힘이 있다 보니 타구가 먹혔다.
“어어!”
그래서 더 뻗지 못했는데 그게 윤필중에게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태산 베어스 2군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진 것이다. 텍사스안타, 흔히 바가지 안타가 나온 것이다.
“돌아! 돌아!”
그 사이 2루 주자는 3루를 돌아 거침없이 홈으로 질주했다. 보통 바가지 안타에 2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긴 어렵다. 하지만 타이탄스의 3루 주루 코치는 거침없이 팔을 돌렸다. 지금 공을 쥐고 있는 중견수의 어깨가 약하단 걸 알기 때문에 말이다. 거기다 그 중견수는 송구 정확도도 떨어졌다.
파앗!
때문에 중견수가 던진 공이 주자보다 먼저 홈으로 날아 왔지만 홈 플레이트를 한창 비껴왔고 그 공을 잡느라 포수가 두어 걸음 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잡은 공으로 주자를 태그 하려 홈 플레이트로 움직일 때 타이탄스의 주자는 슬라이딩하며 손을 뻗어 홈 베이스를 쓸었다.
“세이프!”
주심의 콜을 듣고 태산 베어스의 포수는 바로 몸을 틀어서는 2루로 공을 던졌다. 그때 바가지 안타의 주인공 윤필중이 중견수가 공을 홈으로 던지자 1루를 돌아서 열심히 2루로 뛰고 있었다. 그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던지 서서 2루로 들어갔는데 어느 새 수비에 가담한 태산 베어스 2군의 유격수가 포수가 던진 공을 받아서 그를 태그 했다. 태산 베어스 2군의 유격수는 윤필중을 태그 후 2루심에게 글러브 안에 공이 있음을 확인 시켰다.
“아웃!”
그러자 그 공을 보고 2루심이 윤필중에게 바로 아웃을 선언했다. 태그가 먼저였단 것이다. 그렇게 길었던 3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이 끝나고 3회 말 태산 베어스의 공격이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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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점 홈런을 치고 덕 아웃으로 돌아온 최민혁은 타이탄스의 영웅이 되어 있었다.
스코어 2대 5!
타이탄스가 나정 히어로즈 2군에 이어서 태산 베어스 2군 마저 이기고 있었다. 거기다 대타 윤필중의 안타로 1점을 더 올려서 스코어는 2대 6으로 더 벌어졌다. 하지만 윤필중의 미숙한 주루 플레이가 타이탄스의 3회 초 공격에 불을 꺼버렸다.
그 사이 최민혁은 덕 아웃 벤치에 앉아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세나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마스터. 아직 삐졌어요?]
‘...........’
최민혁은 일부러 머릿속으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나의 말을 씹은 것이다. 최민혁이 이렇게 세나에게 뿔이 난 건 그녀가 해도 너무했기 때문이었다. 세나는 최민혁이 배재성과 3-2의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에게 갑작스런 타격 미션을 제시했다.
안 그래도 앞서 수비에 대한 미션을 두고 뒷북을 친 거 때문에 최민혁이 세나를 두고 보자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점수를 벌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 여기서 홈런을 치시면 8,000포인트, 3루타는 5,000포인트, 2루타는 3,000포인트 안타는 1,000. 포볼으로라도 출루하면 500포인트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문에 버럭 화가 난 최민혁은 그야말로 홧김에 아무 생각 없이 배재성이 던진 공을 보고 배트를 휘둘렀는데 그게 오히려 화가 복이 되었다. 최민혁의 배트에 맞은 공이 쭉 뻗어나가서 훌쩍 담장을 넘겨 버린 것이다.
[마스터. 화 푸세요. 앞으로 그런 장난은 다신 치지 않을 게요.]
‘...........’
세나가 최민혁의 화를 풀려고 계속 그의 머리를 웽웽 거렸지만 최민혁은 계속 아무 생각도 없이 머리를 비워둔 체 멍 때리고 있었다. 그때 세나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 좋아요. 좋아. 내가 이번에 잘못했으니까 할인권 드릴게요.]
세나의 할인권이란 말에 최민혁 바로 생각했다.
‘진짜?’
[네. 대신 50% 할인권은 못 드려요. 30%에 만족하세요.]
그 말 후 세나는 자신이 최민혁에게 할인권을 줬다는 걸 확인 할 수 있게 타자 상세창을 그의 눈앞에 띄워 주었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 투 상대 컨택: 80
좌 투 상대 파워: 80
우 투 상대 컨택: 80
우 투 상대 파워: 80
번트: 50
배팅 클러치: 70
스피드: 85
송구 정확도: 82
스틸: 50
수비 범위: 82
보유 능력: 한방 스윙(2단계), 전력 질주(2단계), 선구안(3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할인권: 보유능력 30%DC(1회 한정)
최민혁은 타자 상세창에서 아이템 밑에 새로이 할인권이 생겨 나고 거기에 30%할인권이 있는 걸 확인하고 흡족하게 웃었다. 그때 최민혁의 머릿속에 세나의 말이 울려왔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홈런을 쳐서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전 타석 진루 미션도 계속 진행 됩니다.]
그 말 뒤 세나가 계속 이어 말했다.
[홈런을 쳐서 점수를 벌리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이제 약속한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세나는 그 말을 하고 나서 바로 최민혁의 눈앞에 간결한 창을 띄웠다.
[획득 포인트 +8,000. 타자 총 포인트: 11,000]
최민혁이 자신의 타자 총 포인트를 보고 흡족하게 웃을 때 덕 아웃 안에 아쉬운 탄식이 일고 선수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아깝네. 찬스를 계속 이어 갈 수 있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거기서 걸어 들어가는 건 좀 심했다. 슬라이딩을 했으면 살았을 텐데 말이야.”
“그만해. 끝난 일가지고 왈가왈부해 봐야 뭘 해? 빨리 수비나 하러 나가자고.”
벤치에서 일어난 타이탄스 선수들의 얘기를 들으니 3회 초가 끝나고 공수 교대를 할 타이밍임을 깨달은 최민혁은 몸을 일으켜서 글러브와 모자를 챙겼다. 그리고 막 그라운드로 나서려 할 때였다.
“최 선수!”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이 그를 불렀다.
“네.”
최민혁은 곧장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윤동준 감독이 웃으며 최민혁에게 외야수 글러브를 불쑥 내밀었다.
“미안한데 중견수로 가서 뛰어주셔야겠습니다.”
3회 초에 윤동준 감독이 대타를 쓰면서 타이탄스 수비진의 포지션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유격수 자원인 대타 윤필중을 최민혁 대신 유격수에, 그리고 대타로 인해 빠진 중견수 자리에 최민혁이 들어가서 뛰게 된 것이다.
최민혁은 들고 있던 내야수 글러브는 덕 아웃 벤치에 던져 두고 윤동준 감독이 건넨 외야수 글러브를 들고 그라운드로 뛰어갔다. 유격수와 달리 더 위로 올라가야 했던 최민혁은 센터 방면까지 그대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