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213화 (213/248)

00213 재벌에이스 =========================

펑!

“볼!”

그런데 3구 째 배재성의 공은 높게 제구가 되었다. 그리고 4구 째 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볼카운트 3-1, 상황에서 포수가 타임을 외치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그리고 배재성의 상태를 살핀 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윤동준 감독은 타이탄스의 1번 타자에게 기다리라는 사인을 넣었다.

여기서 앞서처럼 히트 앤 런을 시도해 볼까도 싶었지만 지금은 루상에 주자를 모을 수 있으면 모으는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펑!”

“볼! 볼 포!”

타자가 칠거라고 생각 했던지 태산 베어스 배터리가 땅볼을 유도하려 유인구를 던진 것이다. 만약 작전이 걸렸고 그 공을 1번 타자가 쳤다면....... 그 땅볼이 3루 쪽으로 가기라도 했다면 역전을 노렸던 윤동준 감독의 생각은 공염불이 되었을 터였다. 어째든 결과는 좋았다.

무사에 1, 2루 상황. 하지만 여기서 다음 타자가 병살타라도 친다면. 팀 타선에 찬물을 확 끼얹는 일이 될 터였다.

반면 태산 베어스 배터리는 어떡하든 다음 타자에게 병살타를 유도할 테고 말이다. 이에 윤동준 감독이 생각한 건 또 희생 번트였다.

성공하면 주자를 2, 3루에 두고 최민혁이 타석에 설 것이고 아니면 혼자 아웃이 되는 거고 말이다. 물론 2번 타자가 배재성을 상대로 안타를 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윤동준 감독의 판단에는 2번 타자가 안타를 칠 확률보다 병살타를 칠 확률이 더 높았다. 그래서 그런 사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2번 타자는 감독의 작전 지시대로 움직였다. 희생 번트 자세를 취하자 그걸 보고 타이탄스의 내야수들이 다시 압박 수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3루수는 정상 수비 위치에 있었다. 대신 유격수가 한참 앞으로 내려 왔다. 만약 번트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면 유격수는 지체 없이 공을 잡아 3루로 던질 터였다. 번트를 대면 무조건 선행 주자를 잡겠다는 태산 베어스 2군의 압박 플레이였다.

거기에 쫄았는지 타이탄스의 2번 타자는 번트를 대긴 했지만 그만 공을 띄우고 말았고 그 공을 포수가 냉큼 잡았다.

“아웃!”

주심의 콜과 함께 드디어 타이탄스의 아웃 카운트에 불이 하나 들어왔다. 그리고 드디어 대기 타석에 서 있던 최민혁이 1사 1, 2루 상황에서 배터박스에 들어섰다. 그를 보고 태산 베어스 2군 투수 배재성이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감독과의 약속 때문에 최민혁을 끝으로 자신은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눈앞의 최민혁만 제대로 잡으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운드를 내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문제는 그게 쉽지 않을 거 같단 점이었다.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은 배재성은 공을 뿌렸다.

펑!

“볼!”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직구! 하지만 스플리터였다. 최민혁이 초구를 노렸다면 반드시 배트가 헛돌았을 유인구였는데 최민혁은 그 공을 별거 아닌 거처럼 골라냈다. 그걸 보고 배재성은 볼을 부풀렸다.

‘역시 쉽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 설 배재성이 아니었다. 앞서 맞은 홈런의 복수는 꼭 하고 말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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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대기 타석에서 막 타석에 들어 설 때였다. 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서 2회 말에 안타 성 타구를 막아 내셨습니다. 이제 안타 성 타구 1개만 더 잡으시면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당연히 그 때문에 대기 타석에서 잡아 왔던 타자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최민혁은 곧장 타임을 외치며 타석에서 발을 뺐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나.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그 말은 최민혁이 2회 수비를 끝냈을 해도 됐다. 그런데 하필 대기 타석에 있을 때도 아니고 타석에 들어섰을 때 그런 소릴 한다는 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가 분명했다.

[아니. 뭐 저는 그 말을 하는 걸 깜빡해서....]

그때 주심이 타석에 빨리 복귀하라고 했고 최민혁은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최민혁은 속으로 이따 두고 보자고 생각하고는 바로 선구안의 능력을 사용했다. 또 대량 득점을 노리는 상황인지라 한방 스윙 능력도 같이 썼다.

그런 가운데 배재성이 초구로 딱 치기 좋은 직구를 던져왔다. 다른 타자였다면 냅다 배트를 휘둘렀을 테지만 최민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유인구 일 테니 말이다.

그의 생각대로 초구는 유인구였다. 그리고 2구는 바깥쪽에 꽉 찬 직구, 하지만 겨우 공이 홈 플레이트를 걸치고 들어 온 공이었다.

펑!

깐깐한 주심이면 바로 볼 판정을 내렸을 공이었다.

“스트라이크! 원!”

주심은 그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 주었고 최민혁은 그런 주심의 판정을 별 말 없이 수용했다. 사실 그 공은 최민혁이 잘 쳐도 땅볼이나 뜬 볼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타석에서 보면 먼 거리에 공이었다. 주심이 그 공을 계속 스트라이크를 잡아 준다면 최민혁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반면 배재성으로서는 당연히 똑같은 코스에 공을 찔러 넣을 수밖에 없었다.

펑!

“..........볼!”

하지만 주심은 두 번까지 투수의 편을 들어 주진 않았다. 볼카운트 2-1, 배재성은 포수의 사인을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체인지업!

역시 유인구였다. 최민혁은 배터 박스에서 살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바깥쪽은 버리고 대신 한 가운데와 몸 쪽으로 오는 공을 공략하겠다는 제스처였다. 그렇다면 직구로 들어오다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체인지업에 속을 공산이 컸다. 잘하면 병살타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 배재성에게 있어서 그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최민혁을 끝으로 3회 초를 자신이 마무리 짓고 깔끔하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 말이다. 하지만 그건 최민혁에게 선구안이란 능력이 없을 때가 가능한 일이었다.

펑!

“볼!”

최민혁은 또 한 복판으로 날아오는 공을 보고 가만 서 있었다. 그러자 공은 홈 플레이트에 오기 전에 휘어져 나갔다. 볼카운트 3-1, 괜히 유인구를 던졌다가 투수에게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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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타자는 앞선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이럴 때 덕 아웃에서는 당연히 그 타자와 승부하지 말고 유인구를 또 던지라는 사인을 보낸다. 그 유인구에 타자가 넘어가면 좋고 아니면 볼넷으로 내 보내도 좋단 소리다. 하지만 그 타자가 최민혁이었다.

태산 베어스 2군 봉준석 감독은 최민혁이기에 그런 사인을 낼 수가 없었다. 아까 마운드에서 배재성이 보인 그 눈빛을 생각하면 모든 건 녀석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여기서 맞으면 어쩔 수 없고.”

어차피 최민혁과의 승부가 배재성의 마지막 투구가 될 터였다.

“오성이 몸 다 풀렸나?”

봉준석 감독이 투수 코치에게 물었다. 그러자 투수코치가 바로 대답했다.

“네. 당장이라도 올라 갈 수 있습니다.”

“좋아.”

그렇게 불펜 상황을 확인한 후 봉준석 감독의 시선이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배재성은 여기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고 볼을 던진다면 최민혁은 걸어서 1루를 밟을 것이고 자신은 마운드를 내려가야 할 테니까. 그럼 그와의 승부는 자신의 패배라고 봐야했다.

‘그럴 수야 없지.’

배재성은 몸 쪽 꽉 찬 직구를 던지기로 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일단 3-2 풀카운트를 만든 뒤 최민혁과 마지막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홱!

배재성의 허리가 크게 돌아가면서 동시에 그의 어깨에서 팔이 넘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이 최민혁의 몸으로 날아왔다. 그 공에 다른 타자들은 다들 놀랐는데 최민혁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만큼 선구안이 좋단 소리였다.

좌 타석에 선 최민혁의 모습을 태산 베어스 2군 감독 봉준석은 덕 아웃에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최민혁은 타석에 단단히 서 있었다. 그의 눈에 이내 최민혁이 오른쪽 다리를 포함 뒤쪽에 힘이 모여 있는 게 보인다.

이때 왼 팔(뒤쪽 팔)을 잘 봐야 한다. 최민혁의 왼 팔이 갈비뼈 쪽으로 빠르게 내려와 몸에 붙었다.

“인 앤 아웃(In and out) 스윙!”

팔꿈치가 몸에 붙어 나와서 앞쪽, 즉 바깥쪽으로 쭉 밀어주는 스윙이 인 앤 아웃 스윙이다. 만일 팔꿈치가 몸에 붙지 않으면 이런 코스의 공은 다 파울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프로 애들 도 참 안되는 게 이 인 앤 아웃 스윙인데 타격 폼이 몸에 익지 않은 상황에서 온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르다보면 대부분 아웃 앤 인 스윙, 즉 퍼져 나와서 몸 쪽으로 끌어당기는 스윙이 되기 쉬웠다.

몸에서 배트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배트가 몸 쪽으로 오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

아웃 앤 인 스윙은 힘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힘이 뒤에서 앞으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대각선으로 전달돼 힘의 손실도 크고 페어 지역 안으로 공을 보내기도 쉽지 않다.

하여튼 요점은 뒤쪽 팔꿈치는 최대한 갈비 쪽에 붙어서 몸과 같이 회전한 뒤, 앞으로 쭉 뻗어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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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석 감독의 눈에 최민혁의 뒤쪽 팔꿈치가 갈비뼈 쪽에 딱 붙어서 같이 돌아 나오는 게 보였다. 동시에 뒤쪽에 모아져 있던 힘이 체중이동과 동시에 앞쪽으로 제대로 전달되었고 그렇게 몸통과 같이 붙어 나온 왼팔이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앞으로 쭉 펴졌다. 힘이 앞으로 온전하게 전달되는 것. 나머지 팔로스윙을 깔끔하게 해내면...........

‘.........볼 것도 없이 홈런이지.’

그때 봉준석 감독의 눈에 시원스런 최민혁의 팔로스윙이 보였다. 그리고 타구는 쭉 뻗어 나갔다. 봉준석 감독은 굳이 타구를 더 쫓지 않았다. 안 봐도 뻔 했으니까. 대신 시선을 마운드로 옮겼다.

“하아!”

마운드 위의 배재성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 봉준석 감독은 자책을 했다.

“그때 내려서야 했어.”

아까 마운드에 올랐을 때 배재성을 내렸으면 이런 꼴을 당하지 않아도 됐을 터였다. 봉준석 감독은 긴 한숨과 함께 덕 아웃을 나섰다.

그가 주심 앞으로 걸어갔을 때 막 루상을 다 돈 최민혁이 홈 플레이트를 밟고 있었다.

봉준석 감독은 무슨 괴물 쳐다보듯 최민혁을 바라보았다.

‘투수로서만 아니라 타자로서도 천재야.’

그때 주심이 먼저 봉준석 감독에게 말했다.

“왜요?”

“아! 네. 투수 교체 하겠습니다.”

그 말에 주심이 경기를 중단 시켰고 봉준석 감독은 곧장 마운드로 올라갔다. 그러자 배재성이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은 무슨.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냥......1군 무대에 오르기 전에 예방 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해라.”

“네.”

배재성은 힘없이 대답하고 이내 마운드를 내려갔다. 배재성은 이때 더 던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최민혁에게 완벽하게 데인 것이다. 다시는 타석에 선 최민혁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최민혁은 꼴도 보기 싫었다. 때문에 덕 아웃에 들어간 배재성은 덕 아웃 바로 뒤 실내 불펜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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