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2 재벌에이스 =========================
최민혁은 다이빙 캐치 후 더블플레이를 노렸다. 하지만 그가 2루로 공을 던지려 할 때 1루 주자가 벌써 2루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던져 봐야 아웃은 잡기 힘들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곧장 1루로 공을 던졌다. 송구 정확도가 향상 되어선지 최민혁이 던진 공은 안정적으로 1루수가 내밀고 있는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뒤 최민혁이 유니폼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을 때였다.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왔다.
[안타 성 타구를 막아 내셨습니다. 이제 안타 성 타구 2개만 더 잡으시면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됩니다.]
‘2개라.....’
2개면 이 미션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타이탄스의 투수는 태산 베어스 2군 타자들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해 내고 있었고 최민혁은 내야수 중에서 땅볼을 가장 많이 처리하는 유격수였으니까.
1사 2루 상황에서 태산 베어스 2군의 9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 타자를 상대로 타이탄스의 투수는 집중해서 투구를 했고 3구만에 땅볼을 유도해 내는 데 성공했다.
파팟!
3루수 앞의 땅볼을 타이탄스의 3루수가 잡아서 2루의 주자를 견제하고 안정적으로 3루로 공을 던졌다.
“아웃!”
그렇게 상황이 2사 2루로 바뀐 상태에서 타석에 태산 베어스 2군 톱타자가 다시 타석에 섰다. 이미 타이탄스 투수에게 1회 초에 안타를 뽑아냈던 1번 타자였다. 그는 자신감 넘친 얼굴로 배트박스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그라운드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었다. 빈틈이 있으면 그곳으로 타구를 날릴 자신이 있기라도 한 듯 말이다.
한 번 당한 터라 타이탄스의 투수는 초구 공을 뺐다. 그리고 2구는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에 포크 볼을 던졌는데 그게 제대로 제구가 되었다.
딱!
다른 타자였다면 헛스윙을 유도 했을 텐데 태산 베어스 2군의 톱타자의 컨택 능력은 역시 대단했다. 그 공을 기어코 배트에 맞췄다. 하지만 맞추기 급급하다보니 타구는 땅볼이 되었고 유격수 앞으로 굴러갔다. 그런데 땅볼 속도가 문제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지만 그대로 유격수가 기다렸다가 처리하기엔 타자가 너무 빨랐다.
파파파파팟!
타자는 땅볼이 나자 이미 죽기 살기로 1루로 뛰고 있었다. 최민혁은 포크볼을 타자가 건드리고 그 타구 방향이 유격수 쪽임을 간파하자 바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째든 저 공만 잡으면 송구 정확도가 향상 되었기에 1루에서 타자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타자가 너무 빨랐다. 때문에 글러브로 잡았다가는 최민혁의 송구 정확도가 향상 되었다고 해도 타자를 잡기 어려울 거 같았다.
파앗!
그래서 최민혁은 맨손으로 공을 잡아서 바로 1루로 던졌다. 송구 정확도만 믿고 말이다.
“아웃!”
최민혁의 예상이 맞았다. 간발의 차이였지만 최민혁이 던진 공이 주자보다 빨랐던 것이다. 만약 최민혁이 맨손으로 공을 잡지 않고 또 송구 정확도를 올리지 않았다면 태산 베어스 2군의 톱타자는 잡아 낼 수 없었을 터였다. 그 사이 2루 주자는 3루까지 갔지만 홈을 밟진 못했다.
최민혁의 파인 플레이로 2회 말 태산 베어스 2군의 공격이 끝났으니까.
“생큐!”
이번에도 최민혁은 마운드에서 막 내려 온 타이탄스 투수와 글러브 하이 파이브를 하고는 덕 아웃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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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초 타이탄스의 공격은 8번, 하위 타순 부터였다. 그런데 특이할 것은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이 8번과 9번에 발 따른 주자들을 배치 시켰단 점이었다. 그걸 확인한 최민혁은 윤동준 감독이 무슨 꼼수를 준비 중임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정상적인 타이탄스의 전력으로 태산 베어스 2군을 잡는단 건 어려운 일이었다. 때문에 변칙적인 플레이는 필수였긴 했다.
‘태산 베어스 2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
최민혁은 세나의 미션이 걸려 있지만 사실 그 미션은 이루기 힘들 거라 여겼다. 태산 베어스 2군의 타격이 너무 막강하다보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타이탄스의 타자들을 적극적으로 독려한다면 말이다. 특히 마운드의 경우 안 되겠다 싶으면 최민혁 자신이 나서도 됐고.
태산 베어스 2군과의 시합에서 최민혁은 1회 이상을 던지기로 되어 있었다. 그 말은 꼭 9회가 아니더라도 그 앞에 마운드에 서도 된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선발투수의 퀄리티 스타트, 즉 6회까지 그가 나서긴 좀 뭐 하긴 했다. 그래서 6회 말까지 타이탄스가 앞서거나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인다면 최민혁은 7회 말부터라도 자신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틱!
최민혁이 덕 아웃에서 잠시 딴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타석에 들어 선 타이탄스의 8번 타자가 2구째 갑자기 기습 번트를 댔다. 그 공은 투수 앞으로 굴러갔고 투수가 그 공을 잡아서 1루로 던지려고 몸을 틀 때였다. 앞으로 내 디딘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투수의 공이 폭투가 되고 말았다.
“돌아!”
타이탄스의 1루 주루 코치가 소리쳤고 타이탄스의 8번 타자는 2루로 내달렸다.
“세이프!”
그리고 2루에서 살아남았다. 그 뒤 시합이 잠시 중단 되었다. 투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태산 베어스 2군 봉준석 감독이 타임을 건 것이다.
배재성에게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건 순전히 봉준석 감독의 책임이었다. 그러니 그가 직접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발이 미끄러졌을 뿐입니다.”
배재성이 괜찮다는 말에 봉준석 감독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배재성에게 말했다.
“안 되겠다. 3회 까지만 던져라.”
그러자 배재성이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됩니다.”
“뭐?”
“최민혁을 다시 한 번 더 상대해 보고 내려가도 내려가겠습니다.”
아무래도 1회에 최민혁에게 홈런 맞은 게 어지간히도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잠시 배재성을 쳐다보던 봉준석 감독은 그의 눈에서 확고함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하지만 최민혁까지 만이다.”
“네.”
봉준석 감독의 허락에 배재성이 피식 웃었다. 그런 배재성을 보고 봉준석 감독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그의 팔을 가볍게 다독인 뒤 봉준석 감독은 덕 아웃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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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좋았어!”
윤동준 감독의 꼼수는 일단 먹혀들었다. 기습 번트가 성공하고 투수 폭투로 주자가 무사에 2루로 진루하자 타이탄스 덕 아웃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최민혁도 다른 타이탄스 선수들과 같이 고함을 지르며 팀의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 그때 윤동준 감독이 역시나 다리가 빠른 9번 타자에게 사인을 넣었다.
척!
투수가 투구도 하기 전 타이탄스의 9번 타자가 배트를 홈 플레이트 위로 내밀고 섰다. 즉 희생 번트를 대겠다는 제스처였다.
이에 태산 베어스 내야수들이 전진 수비에 들어가고 배재성은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은 뒤 공을 뿌렸다.
펑!
“볼!”
그런데 높게 형성 된 공에 타이탄스 9번 타자가 배트를 빼면서 주심이 볼을 선언했다. 그 뒤에도 배재성의 공이 높게 제구가 되었고 주심은 말이 없었다. 그렇게 2-0인 상황에서 포수는 빠른 직구를 요구했다.
그 공에 타자가 번트를 대면 어쩔 수 없고 잘못 대면 아웃 카운트 하나를 늘릴 수 있을 터였다.
펑!
“볼!”
그런데 배재성의 공은 포수가 내밀고 있던 한 복판이 아닌 옆으로 빠졌다. 당연히 주심은 볼을 선언했고. 포수는 바로 몸을 일으키며 마스크를 벗고는 마운드로 뛰어 올라갔다.
“재성아. 어깨 힘 좀 빼라.”
“네.”
“어차피 점수는 줬잖아.”
포수가 턱짓으로 전광판을 가리켰다. 그의 말처럼 배재성은 최민혁에게 한 방을 맞아서 점수를 준 상태였다. 즉 그가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던져도 완투승 밖에 거둘 수 없었다. 물론 최민혁과의 타석 이후 마운드를 내려가기로 봉준석 감독과 얘기가 끝나 있는 상태지만.
“편하게 던져라. 번트 대 줘.”
“알겠습니다.”
배재성보다 선배인 포수는 그를 다독여 준 뒤 이내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리고 안방으로 돌아가서 앉은 그는 배재성에게 직구 사인을 냈다. 이때 포수는 온통 배재성에게 신경을 집중 시키고 있었던 터라 타이탄스 덕 아웃을 살피는 걸 빼먹었다. 그리고 사소한 그 실수가 바로 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배재성은 호흡을 고른 뒤 포수의 미트를 향해 정확히 직구를 던졌다.
번트를 대려면 얼마든지 대 보라고 말이다. 그때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타이탄스의 9번 타자가 배트를 회수하더니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따악!
잘 맞은 타구는 훌쩍 2루수 키를 넘어갔고 그 사이 2루 주자는 벌써 3루 베이스를 밟고 돌아서 홈으로 내달렸다. 중견수가 그 공을 잡아 냅다 홈으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이때 수비에 나서고 있던 태산 베어스의 중견수는 오늘 홈런을 친 태산 베어스의 4번 타자였지만 어깨가 약했다.
촤아아아!
타이탄스의 주자가 홈 플레이트를 슬라이딩으로 통과 하고 났을 때 태산 베어스 2군 포수가 뒤늦게 공을 잡아 태그 동작을 취했다.
“세이프!”
주심은 접전 양상도 아닌지라 가볍게 두 손을 옆으로 뻗으며 콜을 했다.
“2루!”
그때 투수의 외침에 태산 베어스 2군 포수가 홱 몸을 틀어서 2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세이프!”
하지만 급하다 보니 공이 높았고 태산 베어스 2군 2루수가 공을 잡아 태그를 했을 때 이미 주자의 발이 먼저 2루 베이스를 밟고 있었다.
무사에 다시 주자 2루 상황! 거기에 득점을 올린 탓에 스코어는 2대 2로 동점이 되었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투수의 배재성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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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윤동준 감독의 꼼수가 연거푸 성공을 거두면서 타이탄스 덕 아웃은 난리가 났다. 특히 최민혁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자신도 이번 타석에 들어 설 수 있게 되자 생각이 많아졌다.
“내 앞에 주자만 쌓인다면........”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 그 점은 윤동준 감독도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1루 주자에게 최대한 공을 많이 지켜보란 사인을 넣었다. 하지만 실제로 윤동준 감독은 마운드의 상대 투수의 상대를 보고 그런 사인을 넣었다.
배재성은 실점을 하고 나자 얼굴빛이 변했다. 그렇다는 건 그가 심적으로 동요가 일고 있단 소리고 그건 그의 정교한 볼 컨트롤에 충분히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었다.
펑!
“볼!”
배재성의 초구 바깥쪽 직구에 주심은 볼을 선언했다. 여태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고 들어왔던 배재성의 공이 반개 정도 빠져서 들어 온 것이다. 주심은 그 공에는 스트라이크를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펑!
“스트라이크! 원!”
하지만 배재성은 두 번째 공을 다시 바깥쪽으로 던졌고 그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걸쳤다. 그걸 보고 타이탄스 덕 아웃의 윤동준 감독의 얼굴이 굳었다. 배재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작전은 변경이 불가피했다.
윤동준 감독은 어떡하든 이번 이닝에 역전을 시켜 놓고 볼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이번에 주자를 반드시 3루로 보내야 했다. 그래야 그 다음 타자와 최민혁에게 기대를 걸어 볼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