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8 재벌에이스 =========================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10시가 다 되어 가자 주심이 두 감독을 불렀다. 그리고 1회 초 선공을 타이탄스가 하기로 결정이 났다. 그때까지 타격 훈련을 하지 않고 유격수 적응 훈련을 하고 있었던 최민혁은 덕 아웃에 들어가자마자 배트부터 챙겼다.
오늘 최민혁은 3번 타자로 타석에 서게 되었다. 때문에 1회에는 무조건 타석에 서야 했기에 배트를 들고 대기 타석으로 가서 가볍게 배트를 휘둘렀다.
펑!
그때 상대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서 공을 뿌렸고 포수가 미트 질을 어떻게 했는지 제법 큰 소리가 그라운드를 울렸다.
최민혁이 보기에 상대 투수의 구속은 대략 140Km/h초중반이었다. 물론 140Km/h대의 공이 느리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프로에서 저 정도 공은 흔했다.
연습 투구를 하는 상대 선발 투수에 타이탄스 타자들이 시선이 집중 되었다. 특히 1회초에 무조건 타석에 서야 하는 3명의 타자들은 그 투수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떼지 못했다.
최민혁의 앞 타석, 2명의 타자들은 상대 선발 투수의 구속을 보고 해 볼만 하다는 얼굴빛을 띠었다. 그런데 최민혁은 달랐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공이 대부분 홈플레이트를 걸치고 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는 건 제구가 좋다는 얘기고........포수도 딱히 미트 질을 심하게 하지 않는데 포구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는 건 공의 종속이 살아 있단 얘기. 그렇다면..........’
최민혁은 상대가 구속은 그리 빠르지 않지만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임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려왔다.
[포지션이 유격수로 변경 되었군요. 그렇다면 안타 성 타구 5개를 잡아내세요. 그러면 15,000포인트를 보상으로 지급합니다. 또 병살타도 잡을 수 있으면 최대한 많이 잡아 보세요. 병살타 하나에 3,000포인트를 지급하도록 할 테니까요.]
하필 최민혁이 대기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을 때 세나는 수비 미션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세나의 말에 최민혁은 눈빛을 반짝 빛냈다.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세요. 그럼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지급합니다. 안타의 경우 3루타는 3,000, 2루타는 2,000, 그냥 안타는 1,000. 포볼의 경우는 500포인트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공격에서 세나는 전 타석 진루를 미션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으로 어떻게 진루할지는 타석에 들어서면 알려 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이 말인 모양이었다.
‘내가 타석에 설 상황에 맞춰서 앞으로 미션을 내겠다 이건가?’
최민혁의 생각을 읽은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네. 맞아요.]
그런데 최민혁에게는 세나는 첫 타석부터 홈런을 요구했다. 그렇다는 건............
최민혁이 다시 마운드 위를 쳐다 볼 때 태산 베어스의 선발 투수가 막 연습투구를 끝내고 투구판에 다리를 올리고 있었다.
“플레이 볼!”
투수가 던질 준비가 끝난 걸 확인한 주심이 큰소리로 경기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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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의 1번 타자는 당연히 태산 베어스 2군 선발 투수를 얕보지 않았다.
‘일단 초구는 지켜본다.’
스트라이크를 주더라도 상대 투수의 공을 눈에 익게 만들 생각이었다. 타이탄스의 1번 타자는 집중해서 마운드 위의 상대 투수를 살폈다.
배재성이 투구 자세를 취할 때 타이탄스의 1번 타자는 그의 움직임이나 팔꿈치 각도, 손끝을 자세히 살폈다.
펑!
그렇게 상대 투수가 던진 공을 타이탄스 1번 타자는 끝까지 봤다.
“스트라이크! 원!”
주심의 콜에 타이탄스 1번 타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라이크 존에 꽉 차게 들어 온 그 공은 그가 봐도 스트라이크가 맞았다.
그때 타이탄스의 1번 타자는 힐끗 전광판을 쳐다봤다. 그런 그의 눈에 띈 숫자. 141Km/h!
사회인 야구단에서는 엄청 빠른 공이었지만 프로에선 흔한 구속이었다. 그리고 타이탄스의 타자들은 며칠 전부터 태산 베어스 2군을 상대하기 위해 특훈을 했다. 그 특훈 중 하나가 바로 150Km/h대의 공을 치는 것이었다.
그 특훈 때문인지 몰라도 타이탄스 1번 타자의 눈에 배재성의 공은 느리게 보였다.
‘이거 칠 수 있겠는데?’
타이탄스 1번 타자의 입 꼬리가 자기도 모르게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그 초구가 배재성이 던진 미끼였단 사실을 말이다.
‘좋았어. 적극적으로 공격한다.’
타이탄스 1번 타자는 타석에서 배트를 꽉 쥐었다. 그리고 직구가 오면 친다는 생각으로 대기했다. 그때 배재성이 힘차게 킥킹 후 공을 뿌렸다.
‘직구다.’
타이탄스의 1번 타자는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다.
펑!
“스윙! 스트라이크. 투!”
그런데 배트가 늦었다. 분명 초구 직구 타이밍에 제대로 배트 타이밍을 맞췄는데도 말이다. 타이탄스 1번 타자는 바로 전광판을 쳐다 보았다.
“헉!”
그리고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전광판에 적힌 숫자를 보고 말이다. 146Km/h!
무려 앞서 배재성이 던진 직구와 5Km/h의 구속 차이가 다는 직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가 말하는 바는 컸다. 똑 같은 투구 동작에서 5Km/h의 차이가 나는 직구를 던지는 투수라니?
펑!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그리고 몸 쪽으로 바짝 붙이고 들어오는 직구! 그 공을 보고 타이탄스의 1번 타자는 몸을 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서 있으면 그 공에 맞을 거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 공은 타자 몸쪽 홈플레이트를 걸치고 포수의 미트에 꽂혔다. 주심은 오늘 몸 쪽 공에 후한 편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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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 세운 배재성은 속으로 웃었지만 겉으로는 포커베이스를 유지했다. 하긴 프로 1군무대로 아니고 겨우 사회인 야구단을 상대로 삼진을 뽑아냈다고 기뻐하는 건 오버 같았다.
배재성의 눈에 삼진당한 타이탄스의 타자가 다음 타석의 타자에게 뭐라고 얘기하는 게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직구 구속이 차이 나는 걸 다음 타자에게 말한 모양이었다.
마운드에 오르면 배재성은 머리를 풀가동했다. 그는 150Km/h대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그래서 타자를 힘으로 압박할 수 없었다. 대신 지능적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마운드에 오르면 배재성은 평상시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갔다.
타이탄스의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배재성은 바로 투구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그 타자가 움찔하며 타격 자세를 취했다. 배재성이 이렇게 빨리 투구를 할 거라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럴 때 노련한 타자는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했을 터였다. 하지만 좀 얼어 있는 사회인 야구단의 타자는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때 타이탄스의 2번 타자는 앞선 1번 타자의 조언을 생각하며 초구 직구를 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 투수가 빠르게 투구를 시작하자 머릿속에는 오직 쳐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그때 상대 투수가 그에게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날아오는 직구! 바로 그가 노리고 있던 그 공이었다.
앞선 1번 타자는 그에게 상대 투수가 직구 구속 조절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초구를 지켜보는 건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다음은 다른 구속의 직구를 던질 테고 설혹 그가 그 공을 친다고 해도 제대로 칠 수 있을 거 같지 않았기 때문에 말이다.
그럴 바에야 아예 초구를 노리고 배트를 휘두르는 게 나았다. 어차피 앞선 타석의 타자에게 상대 투수가 던진 직구는 그도 대기 타석에서 봐 둔 터라 배트 타이밍은 얼추 맞출 수 있을 터였다. 타이탄스의 2번 타자는 그 공에 반사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부웅!
그의 배트가 움직인 순간 홈 플레이트로 잘 날아오고 있던 공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타이탄스의 2번 타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의 배트를 허공을 갈랐다.
“스윙! 스트라이크. 원!”
직구처럼 날아오다 떨어지는 구질. 스플리터에 당한 것이다.
“와아!”
대기 타석의 최민혁은 그걸 보고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투수인 그가 더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직구를 노리는 타자에게 체인지업과 함께 가장 잘 먹혀 들어가는 공이 스플리터란 사실을.
상대 투수가 스플리터를 던진다면 오늘 타이탄스의 타석은 침묵할 공산이 컸다. 그리고 세나가 왜 자신에게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치라고 했는지도 알 거 같았다.
자기 타석 앞에 주자가 있다면 세나는 다양한 미션을 최민혁에게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자가 한 명도 없다면......
공격의 최종 목적은 점수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점과 득점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홈런뿐이고. 세나는 최민혁의 첫 타석에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공격 미션을 낸 것이다.
타이탄스의 2번 타자는 상대 투수의 스플리터를 상대한 후 많이 놀란 듯 잠시 타석에서 벗어 나 있었다. 그런 그가 덕 아웃을 쳐다보았는데 그때 윤동준 감독이 그를 향해 사인을 보냈다. 아쉽지만 타이탄스의 정식 팀원이 아닌 최민혁은 그 사인이 뭔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 사인을 받은 타자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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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스의 2번 타자가 덕 아웃의 윤동준 감독에게 받은 사인은 별거 없었다. 그냥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르란 거였다.
윤동준 감독도 배재성의 투구를 보고 그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란 걸 바로 간파했다. 그런 투수에게 한 번 말려들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었다. 그걸 알기에 윤동준 감독은 타이탄스 2번 타자에게 과감한 스윙을 요구했던 것이다. 걸리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펑!
“스윙. 스트라이트. 투!”
윤동준 감독의 지시대로 타이탄스 2번 타자는 시원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배트는 이번에도 시원하게 허공을 갈랐다.
태산 베어스 2군 배터리에게 타이탄스 2번 타자가 치려 한다는 게 너무 잘 엿 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배재성이 던질 공을 정해져 있었다. 바로 앞서 던진 공과 같은 스플리터! 그 공은 한 번 봤다고 사회인 야구단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펑!
“스윙. 스트라이크, 삼진 아웃!”
그리고 3구도 마찬가지였다. 배재성의 스플리터에 타이탄스의 2번 타자가 대차게 배트를 휘두르고는 자신도 무안한지 후다닥 타이탄스의 덕 아웃으로 뛰어 갔다.
처척!
이어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를 보고 배재성이 움찔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타자가 배재성이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있던 선수였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야구사에서 20승 투수는 흔치 않다. 국내 투수 중 20승 투수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지경. 그런 한국 야구에 최민혁이란 투수가 등장하면서 20승 투수란 말이 이제 흔해졌다. 그럴 것이 무려 5년 연속 20승 이상의 기록을 최민혁이 세웠기 때문이었다.
투수 인생에서 한두 번으로도 영광스런 20승! 그걸 벌써 5년이나 이어오고 있는 최민혁은 배재성 뿐 아니라 전 구단의 신인 투수들의 롤 모델이 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