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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07화 (207/248)

00207 재벌에이스 =========================

구단주랍시고 하는 박민주의 잔소리에 최민혁은 바로 사과를 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그런데 그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그리고 그녀가 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용건을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맞다. 그게...............”

박민주가 최민혁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그가 비시즌 중에 야구를 해서가 아니었다. 그 정도 일이라면 구단 사람을 시켜도 충분했을 테니까. 박민주가 조곤조곤 자신이 왜 최민혁에게 전화했는지 설명했다. 덕분에 최민혁도 그녀의 말을 쉽게 알아들었다.

-..........부친께서 갑자기 약속 장소를 바꿨지 뭐에요. 혹시 뉴서울CC라고 아세요? 경기도 광주에 있는데.

당연히 안다. 차성국 때 박규철 회장과 같이 거기서 친 골프공만 한 트럭은 더 될 터였다.

“네. 압니다.”

-잘 됐네요. 부친께서 오후에 거기서 골프를 치실 모양이에요. 그래서 거기로 저희보고 오라네요.

“골프치잔 말입니까?”

-아뇨. 아버진 자신의 사람이 아니면 절대 같이 골프를 치지 않으세요. 그러니 민혁씨가 거기서 골프 칠 일은 없는 거죠. 저는 가족이니까 당연히 예외고요.  아마 골프 치신 뒤 같이 저녁을 먹자는 얘기 신 거 같아요.

“그럼 약속 시간도 변경 되겠네요.”

-그렇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말인데 제가 그냥 민혁씨 데리러 집에 가도록 할게요.

“그래도 되시겠습니까?”

-뭐 그게 더 합리적일 거 같네요. 4시에 어떠세요?

“좋습니다. 그럼 그때 뵙도록 하죠.”

-아! 옷은 정장이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아니 그냥 캐주얼하게 입으세요. 부친은 격식 따위 차리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으시니까.

“네. 그러죠.”

-그리고..............

박민주는 최민혁을 데리고 박규철 회장을 만나는 게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그걸 눈치 챘기에 최민혁은 그녀가 요구하는 걸 일체 불만 없이 다 수용해주기로 했다. 양말 색깔까지 말이다.

-.........이러 내가 말이 많았네요. 그럼 그때 봐요.

그렇게 박민주와 통화를 끝낸 최민혁은 눈앞에 나타난 고척돔을 보고 그쪽으로 차를 몰아 들어갔다.

태산 베이스 2군과의 시합 역시 고척돔에서 하게 된 것이다. 원래는 태산 베어스의 홈구장인 잠실구장에서 하기로 얘기가 됐다가 어젯밤에 갑자기 눈이 좀 오면서 갑자기 장소가 고척돔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시합 시간은 바뀌지 않아서 최민혁은 9시 30분에 고척돔에 도착했다.

최민혁이 차를 주차시키고 고척돔으로 들어서자 타이탄스 선수들과 태산 베어스 2군 선수들이 야구장 안에서 몸 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최민혁은 곧장 타이탄스 덕 아웃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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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아웃의 윤동준 감독이 이제 자기 선수 마냥 편안하게 최민혁을 맞았다.

“어서 와요.”

“일찍들 오셨네요?”

“저번 나정 히어로즈와의 시합 후 선수들이 하겠다는 의욕이 워낙 강렬해서. 최 선수도 빨리 유니폼 갈아입고 나오세요. 몸 풀어야죠.”

“네. 그래야죠.”

최민혁은 곧장 유니폼을 챙겨서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막 옷을 갈아입었을 때였다.

[전 타석 진루하세요. 그럼 보상으로 20,000포인트 지급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어떻게 진루할지는 타석에 들어서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합이 시작도 되기 전에 세나가 미션부터 제시했다.

“전 타석 진루라.....”

현재 최민혁의 타자로서의 능력과 상대가 2군이란 점을 비춰 봤을 때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역시 완벽한 건 없는 법. 최민혁이라도 전 타석 진루를 장담하긴 어려웠다. 그게 그리 쉬웠다면 그 팀의 3할 타자가 몇 명인지가 그 팀의 타격을 말해 주는 좌표가 되진 않았을 테니까.

최민혁은 일단 세나의 미션을 받고 라커룸을 나섰다. 그런 그에게 윤동준 감독이 물었다.

“최 선수. 혹시 유격수 좀 봐 줄 수 있어요?”

“유격수요?”

“네. 그 포지션의 선수가 어제 훈련 중 발목을 삐어서요.”

“훈련도 하셨어요?”

“네. 어젯밤에. 선수들이 워낙 의욕이 넘쳐나다 보니....... 하하하하. 그렇게 됐습니다.”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은 최민혁을 여러 포지션을 소화 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 쯤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유격수는 최민혁도 쉽지 않은 포지션이었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송구 능력이 우수해야하니까. 거기다 수비 범위도 넓어야 하고 센스도 있어야 했다.

‘뭐야? 내가 다 갖추고 있는 것들이네. 그렇다면......’

생각해 보니 못할 것도 없었다. 단지 2루수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그건 들어가서 바로 맞춰 보면 될 거 같았다. 그래서 최민혁은 쿨하게 대답했다.

“뭐 해 보죠.”

“하하하하. 역시 야구 천재답네요. 글러브는 여기 있습니다.”

윤동준 감독은 최민혁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 드릴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유격수 수비용 글러브를 최민혁에게 건넸다. 최민혁은 그 글러브를 챙겨서 곧장 야구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최민혁의 눈에 2루수가 보였다.

“우리 좀 맞춰 보죠?”

이때 최민혁이 2루수에게 맞춰 보자고 한 건 키스톤콤비네이션(keystone combination)을 말했다. 이 말은 즉 유격수와 2루수가 2루 근처에서 벌이는 콤비플레이를 맞춰 보잔 소리였다.

윤동준 감독은 최민혁이 2루수와 진지하게 얘기를 하며 서로 콤비를 맞추는 걸 보고 흡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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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베어스 2군의 봉준석 감독은 최민혁이 뜬금없이 유격수 자리에 들어가서 2루수와 수비 연습을 하는 걸 보고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지금 유격수를 보겠단 건가?”

그럴 것이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가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 서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수비까지 가장 까다로운 유격수를 보겠다니 정말 코까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역시 천재라 이거지?”

하지만 봉준석 감독은 바로 최민혁을 인정했다. 최민혁은 나정 히어로즈 2군과의 경기에서 타자로서 자신을 완벽히 어필했다. 물론 그게 우연이 아니란 건 오늘 이 시합에서 증명해야 할 터였다. 그러나 그때 그가 보여준 활약은 데이터 상으로 봤을 때 완벽했다.

봉준석 감독은 데이터를 맹신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간혹 그런 데이터를 무시하는 선수가 있었는데 그런 선수를 봉준석 감독은 천재라 규정지었다.

봉준석 감독이 보기에 최준석은 그런 천재였다. 봉준석 감독도 최민혁이 마지막 이닝에 마운드에 서는 조건으로 사회인 야구단인 타이탄스와의 시합을 허락했다. 그러니까 목적은 나정 히어로즈 2군 감독과 같았다. 즉 대한민국 최고 에이스의 공을 태산 베어스의 신예 타자들이 타석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겠단 의도였다. 더불어 복수도 할 생각이었다.

나정 히어로즈 2군이 사회인 야구단에 지므로 해서 프로 2군의 수준이 확 떨어져 보이게 만든 건 사실이었다. 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봉준석 감독은 오늘 압도적으로 사회인 야구단 타이탄스를 눌러 줄 생각이었다.

그래서 태산 베어스 2군의 두 에이스를 준비 시켜 두었다. 물론 불펜과 마무리 투수까지 다 준비 된 상태였다.

“재성이 컨디션은 어때?”

봉준석 감독이 막 그의 앞을 지나가던 주전포수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가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최곱니다. 아마도 저쪽은 오늘 재성이 공을 건드리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 말에 봉준석 감독은 흡족하게 웃었다. 그가 듣고 싶었던 바로 그 말이었으니까. 오늘 태산 베어스 2군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배재성은 정교한 재구력을 자랑하는 태산 베어스의 차세대 에이스였다.

3년 전 태산 베어스의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그는 2년 동안 2군에서 담금질을 해 왔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배재성은 1군으로 올라가기로 사실상 결정이 나 있었다.

프론트에서도 그가 1군에서 충분히 먹힌다고 확신이 선 것이다. 때문에 배재성이 올해 태산 베어스 마운드에 5선발 중 한 명으로 뛰는 건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배재성을 봉준석 감독은 2군을 떠나기 전에 마운드에 올리기로 결정을 봤다. 배재성도 봉준석 감독의 그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말이다.

사실 배재성은 내일 모레 1군 선수들과 같이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다. 혹시 부상이 염려 되어서 못 던지겠다고 할 수 있음에도 그는 기특하게도 2군에서 마지막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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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배재성의 결정이 태산 베어스 2군 타자들에게도 전해지자 그들 모두 활활 투지를 불살랐다.

“재성이 승리 투수로 만들어 줘야지.”

“당연하지. 상대 투수가 누군지 모르지만 초반에 10점은 내 줘야 할 거야.”

“그럼 뭐야? 후반에도 10점 내 줘야 하니까 20대 0으로 이기는 거냐?”

“그렇게 되겠지. 재성이가 그런 허접한 녀석들에게 1점이라도 내 줄 리 없으니까.”

안 그래도 강한 타선을 자랑하는 태산 베어스였다. 2군 타자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같은 2군 팀에도 10점 내는 걸 우습게 여기는 그들에게 사회인 야구단에게 10점은 누워서 떡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도 배재성의 공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 만큼 2년 동안 2군 마운드에 오르면서 배재성이 팀 동료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을 시킨 것이다. 자신이 에이스란 사실을 말이다.

배재성은 140Km/h 중 후반의 공을 던졌다. 즉 150Km/h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란 소리다. 하지만 배재성의 장점은 정교한 제구에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섞어 던지는 변화구도 기가 막혔다. 상하좌우로 정교하게 찔러 들어오는 직구에 갑자기 휘어지는 변화구. 타자들은 타석에서 그런 배재성의 공의 구질을 파악하다 결국 코너에 몰려서 삼진을 당하거나 땅볼, 혹은 뜬 볼로 물러나야 했다.

그런 배재성이 오늘 컨디션마저 좋았다. 작년 2군 무대지만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배재성이었다. 그때도 그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그러니 태산 베어스 2군 감독이나 선수들의 눈에 그 상대인 사회인 야구단 타이탄스 타자들이 불쌍해 보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딱!

그런 줄도 모르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는 타이탄스 선수들을 보고 태산 베어스 2군 선수들은 히죽 거리며 웃었다.

“뭐야? 기분 나쁘게.”

“그러게. 우리가 우습게 보인다 이거야?”

“놔둬. 그래야 방심하지.”

“맞아. 크흐흐흐. 그러다 뒤통수 한 번 제대로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 거야.”

그게 또 사회인 야구단 타이탄스 선수들을 자극시켰다. 안 그래도 나정 히어로즈 2군을 상대로 이기면서 한껏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 타이탄스 선수들이었다.

자신들의 실력이 프로 2군에 못 미친다는 생각은 이미 그들 머릿속에서 떠나고 없었다. 때문에 오늘도 그들은 태산 베어스 2군을 잡고 곧 있을 그들의 독립구단의 창단 소식을 세상에 널리 알릴 생각이었다.

프로 2군을 전문으로 잡는 사냥꾼 독립구단. 타이탄스!

이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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