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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05화 (205/248)

00205 재벌에이스 =========================

정상호는 애인에게 5만 원짜리 몇 장을 쥐어주며 먼저 가라고 했다. 그러자 애인은 오히려 더 신이 난 얼굴로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그의 눈앞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정상호는 그 모습을 보고 기가 차 하다가 이내 차에 올라서 강동경찰서로 향했다. 그곳으로 가면서 정상호는 그곳에 있던 자기 밑에 변호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다들 경찰서 밖에 나와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것도 한우 전문점에서. 정상호에게 식사 안하셨으면 그쪽으로 오라나 뭐라나.

그가 없으니 나머지 변호사들도 다들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들도 눈치는 있었다. 정상호가 다 알아서 조치를 취했으니 현장은 비우고 어디 딴 볼 일을 보러 간 거라 여긴 것이다. 오히려 검사 경력이 있는 변호사들이라 더 빠졌던 것이다.

“야 이 새끼들아. 당장 경찰서로 튀어 가. 가서 무슨 수를 쓰던 유태국 실장을 빼내.”

버럭 소리를 친 정상호는 통화를 끝내고 강동경찰서로 향하며 틈틈이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했다.

정상호도 양동우 부장검사처럼 어제 늦도록 술을 마셨다. 그리고 아침부터 오성그룹 계열사의 특허소송을 두고 재판이 있었고 말이다. 그야 말로 법무실장에게 전화를 받기 전까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빴던 그였다. 그러다보니 어젯밤에 강동경찰서에서 거둔 쾌거를 몰랐다.

“젠장.........”

하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강동경찰서에서, 그것도 개념 아줌마 경찰로 유명해진 거기 경찰서장에게 체포 될 건 뭐란 말인가?

“가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러면 유태국에게도 핑계가 될 수 있으니까. 그를 왜 빨리 못 빼내는 지 말이다. 문제는 내일 오전까지 진짜 유태국을 빼내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게 되었단 점이었다.

관할 지검의 부장 검사가 어렵다면 그 다음은 경찰 쪽을 움직여 보는 수밖에 없었다. 정상호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서울경찰청의 경무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부장님. 저 정 변호삽니다. 하하하하. 잘 지내셨죠? 저번 연말과 연초에 보낸 선물은 잘 받으셨고요? 네. 하하하하. 약소합니다. 저기 부장님............”

정상호는 조심스럽게 경무부장에게 자신이 전화를 건 용건을 말했다. 그러자 경무부장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강동 경찰서? 왜 하필 거기야? 에이. 거긴 나도 안 돼.

“네?”

-우리 청장님도 손 놓은 데가 거기야. 그런데 내가 무슨 수로 거기 민 총경에게 내가 뭐라 그래. 안 돼는 건 안 되는 거야.

경무부장은 정상호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하지만 그의 거절보다 정상호를 놀라게 한 건 강동 경찰서의 서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대립 관계에 있단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개 총경과 치안정감인 서울경찰청장은 싸움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좀 이상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 문득 생각 난 것이다. 어째 다윗인 강동 경찰서장이 골리앗인 서울경찰청장을 잡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에이 설마.”

정상호는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은 딴 생각 할 때가 아니었다. 그의 코가 석자였다. 내일 아침까지는 무슨 수를 쓰던 유태국 실장이 강동 경찰서를 나가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법무부며 법원에 아는 사람들에게 다 연락을 취해 봤지만 정상호의 능력으로는 유태국을 빼내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지.”

그래서 결국 정상호는 법무 2팀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법무 2팀장이 강동 경찰서의 관할 지검인 동부 지검의 지검장을 움직였다. 이것이 오성그룹의 부 팀장과 팀장의 차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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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검의 지검장은 검사와 수사관을 강동 경찰서로 보내서 유태국의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동 경찰서의 서장인 문정숙 총경이 그걸 거부하더니 유태국 비서실장의 자백 동영상을 언론에 흘려버렸다. 그리고 언론에 검찰의 외압 사실을 밝혔다. 당연히 검찰청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로 인해 검찰과 경찰 사이가 급격히 냉각 되었고. 하지만 국민들은 개념 아줌마 경찰인 민정숙 총경의 편이었다.

소신 있는 그녀의 수사와 검찰에도 당당히 맞서는 그녀의 용기가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민정숙 총경은 경찰의 비리도 폭로했다. 그것도 경찰 서열 2위인 서울경찰 청장의 비위 사실을 말이다. 이에 경찰은 즉시 민정숙 총경의 보직을 해임 시켰다. 그러자 그게 더 화를 불러 일으켰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에 민정숙은 서울경찰 청장의 비리의 증거를 인터넷에 공개하며 경찰에 맞불을 놓았다.

“허어.......허허허허.”

장현석 서울경찰 청장은 TV에 나오는 장면을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그의 주위가 문제였다. 장현석 같이 철두철미한 인물이 자신의 잘못을 증거로 남겨 놓을 리 없었다.

그의 아내가 수시로 오성그룹에서 제공한 돈을 챙긴 것이다. 현금이라 문제가 될 게 없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골프 가방 속에 가득 든 현금 다발을 확인한 그의 부인이 그 가방을 자신의 차에 넣는 걸 보고 장현석은 TV를 껐다.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경찰청장이었다.

“네. 청장님.”

장현석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네. 네. 알겠습니다. 책임 질 건 져야죠. 네. 네.”

힘없이 통화를 끝낸 장현석은 자신의 방을 쭈욱 훑어보았다. 아마 내일부터 여기 올 일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아쉬움 만 있을 뿐 장현석의 얼굴은 어째 태연했다.

“일단 비는 좀 피하고 보자. 하지만...........”

바득!

장현석은 이를 갈았다. 이 번 일을 주도 한 것으로 밝혀진 강동 경찰서장 민정숙, 그리고 그녀의 아들인 최민혁. 그 두 사람 만큼은 뼈에 새겨 두었다.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꼭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였다.

“돌아오면 그 때는............”

장현석은 두 모자에 대해 반드시 복수할 각오를 다지며 서울경찰청장 실을 나섰다. 그런데 그를 태운 차가 그의 집이 아닌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뒤 효자로에 들어선 그의 차는 효자 삼거리에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쭈욱 올라갔다. 그리고 보이는 푸른 지붕의 집.

장현석을 태운 차는 그 푸른 지붕의 집으로 곧장 향했고 그 입구에서 잠시 검문이 있었지만 그의 차는 곧장 청와대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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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서울경찰청장 장현석으로 능력빙의를 한 적이 있었기에 그의 개인비리는 밝히기 어렵다는 걸 잘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유태국으로 능력빙의 했을 때 알게 되었다. 오성그룹의 돈을 장현석이 아닌 그의 부인이 여태 챙겨 왔던 걸 말이다. 그리고 그 부인이 어디서 그 돈을 챙겼는지 훤히 다 아는 최민혁은 모친에게 말해서 그곳으로 경찰들을 보냈다.

민정숙 총경이 가장 믿는 형사 과장은 형사들과 같이 서울 외곽에 위치한 한 골프 연습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 CCTV를 증거로 확보했다. 다행히 연초지만 작년 CCTV 자료들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상태라 장현석의 부인이 수시로 오성그룹이 건넨 돈을 챙기는 장면들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그 CCTV 증거를 확보한 순간 민정숙 총경은 바로 터트렸다. 서울경찰청장의 비리 사실을 말이다. 그녀의 오랜 경찰 생활에서 이런 증거는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그녀와 그녀 가족만 더 위험해진단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 인해서 경찰청에서 바로 그녀를 보직 해임시켰다. 그리고 바로 징계 위원회를 열어서 그녀에 대한 파면을 결정 하려 했고. 하지만 방송에서 서울경찰청장 부인이 골프 연습장에서 5만 원짜리 돈다발이 가득 든 골프 가방을 챙기는 장면을 내 보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녀를 파면시키기 위해서 열리기로 한 징계 위원회가 갑자기 없어졌고 대신 그녀에 대한 보직 해임이 취소되면서 되레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으로 승진 발령이 난 것이다.

“허어......”

그야말로 3년 같이 길었던 3일이었다. 이 모든 게 사흘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동경찰 서장 민정숙은 서장실에서 자신에게 내려진 발령장을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경찰서장을 끝으로 퇴직을 하는 게 유력했던 민정숙 총경이었다. 여자로 경찰서장이 된 것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물론 선배 여 경찰 중에는 경무관으로 진급한 선배들도 있었다. 실제 2012년에는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하면서 광주지방경찰청장의 자리에 오른 여 경찰 선배도 있었고. 하지만 그게 다였다. 치안정감과 청장의 자리에 오른 여 경찰은 없었다.

“나보고 경찰청장이 되라고?”

어제 경찰서를 찾아 온 그녀의 아들, 최민혁이 그녀에게 한 말이었다. 기왕 경찰에 몸담은 거 최고 자리에 올라 봐야 하지 않겠냐며 말이다. 그런데 아들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민정숙 총경, 아니 이제 민정숙 경무관이 된 그녀는 어쩌면 그 말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자신이 경찰청장이 된다?

“뭐 못할 것도 없지.”

그녀의 믿음직한 아들이 팍팍 밀어 주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테이블 위 자신의 발령장을 챙겨 든 그녀는 퇴근을 준비했다.

사흘 동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고생한 그녀였다. 빨리 집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었다. 그 다음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게 저녁을 먹고 그 동안 그리웠던 남편의 품에 안겨서 푹 좀 잘 생각이었다.

그 생각에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하지만 서장실을 나서기 전 그녀는 뒤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그 동안 그녀가 써온 정든 방이었다. 하지만 내일부터 이 방의 주인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었다.

그리 크지 않지만 민정숙은 한참 동안 서장실을 그녀 눈에 담았다. 그리고 서장실을 나가기 전 불을 끄고 방문을 닫았다.

그녀가 퇴근 하는 길에 그녀와 마주친 경찰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거수경례를 취했다. 그들도 내일부터 그녀를 여기서 볼 수 없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떠나는 그녀에게 존경을 담아 경례를 한 것이다. 민정숙은 웃으며 그 경례를 받고 경찰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 때문에 경찰서를 나서기까지 30분이나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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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녀가 막 경찰서 건물을 나섰을 때였다. 눈에 익은 차가 입구 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나오자 운전석의 문이 열리고 중년의 잘 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차 앞쪽을 돌아서 왔다.

“민정숙 경무관님. 모시러 왔습니다.”

그 잘생긴 중년 남자가 그녀를 위해서 차 문을 열며 말했다. 하지만 모시는 분을 위해 상석인 뒷좌석 문을 연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옆, 보조석의 문을 열었다.

“고마워요. 여보.”

민정숙이 그 잘생긴 중년 남자를 향해 하트를 뿅뿅 날리며 열린 차 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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