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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04화 (204/248)

00204 재벌에이스 =========================

유태국이 자백하는 모습은 3대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고 그의 육성 고백은 전부 녹음 되고 있었다.

‘됐다.’

민정숙은 속으로 쾌재를 외쳤다. 이 정도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셈이었다. 이제 오성그룹의 법무팀이 아니라 그 할배가 와도 상관없었다. 그때 최민혁이 말했다.

-어머니.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죠. 장현석 서울경찰청장 아느냐고 물어 보세요.

민정숙은 유태국으로부터 그가 살인 교사를 했음을 충분하게 실토 받은 다음 곧장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니 사실 그녀에게는 이게 더 중요한 일이었다.

“장현석 서울경찰청장 알죠?”

“물론입니다. 그를 그 자리에 있게 한 사람이 나니까.”

유태국의 말에 민정숙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렇군요. 그럼 장현석 청장이 오성의 뒷돈깨나 받았겠네요?”

“당연하죠. 그에게는 지금도 주기적으로 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계좌를 알 수 있을까요?”

민정숙의 그 말에 유태국이 피식 웃었다.

“그런 돈을 계좌 이채 할 리 없죠. 장현석 그 작자가 그런 돈을 받을 리도 없고.”

“그럼 어떻게.....”

“현금으로 지급합니다. 그 지급 방법은..................”

유태국이 술술 장현석 청장에 대한 비리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민정숙의 얼굴도 점점 밝아졌다. 그때 아들 목소리가 민정숙의 귀로 들려왔다.

-유태국의 지금 진술로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을 잡을 순 없습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 그러니 지금 즉시 형사들을 보내서................

민정숙은 아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진술 고마워요. 저의 취조는 여기까지 하는 걸로.”

그 말 후 민정숙은 취조실을 나섰다. 그리고 앞서 유태국을 취조했던 형사를 다시 취조실로 보내서 그를 계속 취조하게 했다.

“형사 과장 어디 있어.”

그리고 현재 그녀가 제일 믿고 있는 형사 과장을 불러서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형사 과장이 직접 형사 몇 명을 대동하고 경찰서를 나섰다. 그때 오성자동차에서 만든 세단 두 대가 경찰서 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차 안에서 서류 가방을 든 최고급 정장 남들이 내렸다.

그때 그들을 본 중년 형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성 법무 팀이로군.”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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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실장의 전화를 받은 법무 2팀의 부 팀장 정상호는 자기 밑에 팀원 3명을 데리고 근처 사우나로 갔다.

원래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그 일은 다른 팀원들에게 넘겼다. 법무실장의 핑계를 대고 말이다.

법무실장은 최대한 그 일을 처리하는 걸 미루라고 했다. 그렇다면 경찰서에 빨리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젯밤에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정상호는 호텔 사우나에 가서 땀을 쫙 뺐다.

“이제야 좀 살 거 같네.”

그 뒤 정상호는 강동 경찰서로 갔다. 그와 그의 팀원들이 나타나자 경찰들이 따가운 눈총을 보내왔다. 하지만 정상호는 그 딴 건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어디 이런 일이 한 두 번 이어야지 말이다.

경찰 입장에서도 매번 다 잡아 놓은 범인을 놓아줘야 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하지만 그게 오성그룹 법무 팀의 일이었다. 익숙하게 형사과를 찾아 간 정상호가 눈앞의 형사에게 물었다.

“오성그룹 유태국 비서실장님 지금 어디 계십니까?”

“최조실에 있습니다만.”

“취조실? 누구 마음대로 그분을 취조를 한단 말입니까!”

정상호의 외침이 형사과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정상호도 검찰에 몸담았었다. 부장 검사까지 했으니 경찰의 생리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경찰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억지 자백을 받아 내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그 모든 게 이뤄지는 곳이 취조실이었다. 하지만 유태국이 누구던가?

여기 경찰서장이 누군지 정상호는 그가 한심스러웠다. 능구렁이 유태국에게서 자백을 받아 낼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변호인의 자격으로 유 실장님을 지금 바로 만나 봬야겠습니다.”

정상호는 일단 유태국에게 자신들이 왔다는 것 정도는 알릴 생각이었다.

“그러시죠.”

형사과 형사가 순순히 일어나서 오성그룹 법무팀을 취조실로 안내 했다.

“실장님!”

정상호는 취조실에 앉아 있는 유태국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그를 수행해 온 팀원들 역시 같이 마찬가지로 머리를 조아렸고. 그런 그들을 보고 유태국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뭐야? 너희들이 다야?”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하긴 법무실장과 법무 1팀 에이스 변호사들이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법무 2팀의 부 팀장과 2팀 떨거지 변호사들이 왔으니 유태국의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긴 했다. 그런 그에게 정상호가 웃으며 말했다.

“닭 잡는데 도끼 쓸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제가 최대한 빨리 여기서 실장님을 빼내 드리겠습니다.”

“..............”

정상호의 말에 유태국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쏘아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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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국에게 말은 그렇게 해 놓았지만 정상호는 느긋하게 움직였다. 법무실장의 지시에 따르려면 아직 시간을 더 끌어야 했으니까. 그래도 유태국을 빼내기 위해서 사전에 조치는 취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강동경찰서의 관할 지검의 부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보다 아래 기수로 한 때 그 밑에서 일을 배웠던 녀석이었는데 어느 새 부장 검사가 되어 있었다. 그에게서 정상호는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다. 물론 그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했지만.

“어. 양 부장. 나야. 오랜만은. 저번 연말에 신나게 퍼 놓고. 하하하하. 그래. 또 뭉쳐야지. 그런데 여기 강동 경찰선데.....................”

얘기는 잘 됐다. 양 부장이 직접 여기 경찰서장에게 전화를 넣을 터였다. 그럼 경찰서장이 알아서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에 유 실장을 풀어 줄 것이고.

그 동안 정상호는 밑에 변호사들을 여길 맡겨 두고 애인이랑 스크린 골프나 치고 근사한 곳에 가서 저녁을 먹은 다음 근처 모텔에 가서.........

“흐흐흐흐.....”

요즘 상류층에선 결혼을 했어도 애인을 두는 게 다반사였다. 정상호도 그 중 한 명이었고. 물론 그의 아내도 애인이 있었다. 그걸 알지만 그들은 서로 모른 척했다.

정상호의 애인은 미모의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돈이 필요했고 정상호는 그녀의 젊고 싱그러운 몸을 원했고. 그렇게 둘은 애인 사이가 되었다.

정상호는 애인이 생각나자 벌써 아랫도리가 뻐근했다. 그래서 뒷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경찰서를 나섰다. 어차피 그가 없어도 그 밑의 변호사들이 알아서 잘 대처를 할 테니까. 그들 역시 다들 검사 생활을 했던 자들이었다. 경찰서에게 그들을 우습게 볼 경찰은 없었다.

“어. 혜라야. 어쩐 일은. 네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어디야? 학교라고. 지금 갈 테니까 정문 앞에 있어.”

정상호는 운전기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차를 몰아서 경찰서를 빠져 나갔다. 그걸 보고 정상호에게 차 키를 넘긴 운전기사가 부럽다는 듯 말했다.

“씨발. 또 즐기러 가나 보네. 누군 좋겠다.”

운전기사도 정상호가 애인이 있는 지 아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정상호가 경찰서를 빠져 나갔을 때 강동경찰서장에게 지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양 부장님.”

관할 지검이라 강동경찰서장 민정숙 총경도 거기 양동우 부장 검사는 알았다.

“네? 그러니까 지금 저보고 유태국 비서실장을 오늘 밤에 풀어 주라 이 말이 시네요? 근데 어쩌나? 그렇게는 못하겠는데? 네. 네. 마음대로 하세요.”

오성그룹의 법무 팀이 왔다더니 바로 외압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고 눈도 깜짝 할 민정숙 총경이 아니었다. 반면 민정숙 총경과 통화를 하고 난 동부지검의 부장검사 양동우는 펄펄 뛰었다.

“이런 미친 여자를 봤나? 뭐? 마음대로 해?”

그런 그를 보고 옆에 있던 부 부장 검사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강동경찰서장 알아?”

“알죠. 저희 관할인데.”

“그 여자 사이코야?”

양동우가 손가락을 돌려 보이며 부 부장 검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부 부장 검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선 되레 반문했다.

“부장님. 좀 전에 혹시 강동 경찰서장과 통화 하신 겁니까?”

“어.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부장님은 오늘 신문, 아니 인터넷에도 안 들어가 보셨습니까?”

“어. 어제 차장님 모시고 광주지검에 갔다가 이제 막 와서 못 봤어.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하아. 하필 건들려도....... 직접 인터넷부터 살펴보십시오.”

양동우는 심각해 보이는 부 부장 검사를 보고 켜져 있는 자신의 컴퓨터로 인터넷을 접속했다. 그러자 포털 사이트가 뜨고 실시간 검색 순위가 바로 그의 눈에 들어왔다.

“헉!”

잠시 후 양동우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바로 깨달았다.

“이런 미친.........”

하필 건드려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경찰 간부를 건드린 것이다. 강동 경찰서장이 미친 척하고 자신이 검찰의 외압을 받았다고 한 마디만 쓸 적 언론에 흘려도 양동우의 목은 뎅강 잘려 나갈 터였다.

“이 새끼가.........”

좀 전까지 정상호를 선배님이라며 살갑게 굴었던 양동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싹 바꿨다.

“감히 날 엿 먹여?”

양동우는 씩씩대며 정상호에게 전화를 걸ㅁ녀서 부 부장 검사에게 손짓을 했다. 그의 방에서 나가라고 말이다. 그런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그의 방을 나서는 부 부장 검사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이거 잘하면.........”

운 좋으면 자신의 직함의 부 부장에 ‘부’ 글자 하나를 뗄 수도 있을 거 같았던 것이다. 그럼 지금 나온 방의 주인이 자신이 될 공산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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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호는 애인과 만나서 스크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느라 자신의 핸드폰이 계속 울리는 줄도 몰랐다. 그렇게 정상호가 겨우 한 라운드, 즉 한 게임을 즐기고 나자 애인이 배를 만지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나 배고파요.”

“그래? 그럼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정상호는 곧장 스크린 골프장을 나섰다. 그때 그는 핸드폰을 살폈고 그제야 양동우 부장 검사가 그에게 10통도 넘게 전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혜라야. 잠깐만.”

정상호는 먼저 애인을 차에 태우고 자신은 차 밖에서 양동우 부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 강동 경찰서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아, 아니야. 양 부장. 오해야. 나 정말 그러려고........”

하지만 양동우 부장 검사는 신경질과 함께 다시는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 말라며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이런.....”

정상호는 다시 양동우 부장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정상호의 전화를 씹었다. 그때 차창이 열리고 그의 애인이 고개를 쏘옥 빼낸 체 말했다.

“오빠. 빨리 가자.”

좀 전까지 예쁘고 귀엽고 깜짝했던 애인이었는데 지금 정상호의 눈에는 귀찮은 애물단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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