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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200화 (20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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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나는 자신의 아지트를 나서며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두 번 끝나자 바로 최민혁이 전화를 받았다.

-어.

“언제 갔어? 어제 내가 많이 취했었지?”

-좀.

“미안. 속은 괜찮아? 너도 제법 마셨잖아?”

-난 괜찮아. 넌? 너는 많이 마셨잖아?

“어. 그게 신기하게 아무렇지도 않네. 뭐 내가 아직 젊은가 보지 뭐.”

-그래도 작작 마셔라. 술에 장사 없다.

“나 걱정해 주는 거야?”

-그렇다고.

“어제는....... 우리 사이 아무 문제없는 거지?”

-무슨 문제?

“아, 아냐. 또 전화하자. 나 출근해야 돼.”

-그래.

그렇게 최민혁과 통화를 끝낸 이주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아침부터 최민혁의 목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았다. 그런데 그의 시크한 반응이 뭐랄까? 서운하달까?

“아니 왜?”

그런 자신의 감정이 이주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렇다는 건 자신이 최민혁을 신경 쓴다는 건데 그 자체가 그에게 관심이 있단 소리였으니까.

“안 돼. 그는 친구야.”

문제는 그 친구와 자꾸 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게 좋고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연락을 하지 말아야겠어.”

그건 그녀가 진짜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다시 오지 않게 만들 자신이 그녀는 있었다. 바로 바쁘게 일하다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일의 양을 늘려야 할 모양이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그를 잊을 수 있을 터였다.

이주나는 아지트 밑에 주차 되어 있던 자신의 차에 올랐다. 술을 마시고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아니 오히려 컨디션이 최상인 적은 여태 없었다. 시동을 건 이주나는 기분 좋게 핸들을 돌렸다.

그녀의 회사는 아지트에서 가까웠다. 10분도 되지 않아 회사에 도착한 이주나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이른 출근이라 그녀의 비서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 이주나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앉자마자 오늘 스케줄부터 확인했다. 역시 빈틈이 보이지 않는 팍팍한 스케줄 표가 그녀를 반겼다.

그녀의 업무량은 원래부터 많았다. 더 끼워 넣을 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혁이 자꾸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 새 그녀 마음 한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걸 그녀는 또 억지로 없애려 하고 있었고. 하지만 이번엔 그게 쉽지 않을 거 같았다. 그에 대한 생각이 쉽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이 출근한 비서가 그녀에게 모닝커피를 내어 왔다. 그녀에게 있어서 하루 중 유일하게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그 10분간의 티타임이 끝나면 그녀는 또 치열한 엔터 사업의 전장으로 뛰어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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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모친이 계시지 않으니 그 대신으로 자신이 식사를 챙겨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해장도 할 겸 콩나물국을 준비했다. 여동생이 좋아하는 햄도 좀 굽고 부친이 좋아하는 계란찜도 하고 말이다. 계란찜은 그냥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간단히 만들었다. 그래서 만드는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친 출근에 늦지 않게 밥상이 차려졌고 식구들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갓 지은 쌀밥에 콩나물국, 거기에 맛김이 더해지자 밥이 술술 넘어갔다. 여동생은 연신 햄 위주로 젓가락질을 했고 부친은 콩나물국과 계란찜을 번갈아가며 숟가락을 놀렸다. 그렇게 다들 밥 한 공기씩을 뚝딱 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다.”

“오빠. 오늘도 맛있었어.”

가족들의 칭찬에 최민혁도 아침을 차린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막 설거지를 하려는 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이주나였다. 최민혁을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하다보니 이주나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최민혁에게 이주나는 친구였다. 그냥 아는 여자 친구 말이다. 문제는 그녀와 자꾸 같이 자게 된다는 건데 그러지 않으려면 그녀와 같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했다.

“그놈의 술이 웬수지.”

하지만 그녀와 자는 게 딱히 싫은 건 아니었다. 최민혁은 젊고 뜨거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 욕구를 풀어 줄 필요가 있었는데 이주나는 지금 그에게 바로 그런 역할을 해 주고 있는 여자였다. 물론 민예린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최대한 빨리 정리 되어야 할 상대일 뿐이었다.

최민혁의 인생에서 그녀가 들어 올 자리는 없었으니까.

이주나와 통화 후 최민혁은 설거지를 끝내고 부엌 정리 까지 하고 나서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 들어갔다.

“좋군.”

그리곤 뭔가를 확인하고 흡족하게 웃었다. 그가 올린 동영상의 조회수가 그 사이 확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는 장기매매단이었고 2위가 강동경찰서, 3위가 강동경찰서장이었다.

최민혁이 무려 실시간 검색 순위 3위에 빛나는 강동경찰서장을 클릭하자 모친이 ‘짜잔’하고 등장하셨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그녀가 건져 올린 결과물을 발표 했고.

“잘하시네.”

당연히 그런 그녀에게 국민들은 열화와 같은 지지를 보냈다. 일타쌍피도 아닌 일타삼피였다. 장기매매단에 마약 제조 공장, 거기다 인신매매단까지 소탕한 그녀의 공은 새해 들어 경찰이 올린 최고의 쾌거였다.

“난리가 났겠군.”

대충 인터넷에 올라 온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범죄는 늘어나는데 그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불만이 쌓여 가던 국민들이었다. 그런데 웬 아줌마 경찰이 나타나서 나쁜 범죄자들을 다 때려 잡은 것이다.

당연히 그녀에게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인기 급상승 중인 그녀를 정치판에서 가만 내버려 둘리 있겠는가? 매스컴도 난리가 난 상태고 말이다.

최민혁은 지금쯤 모친이 꽤나 정신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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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찰서장 총경 민정숙은 안 그래도 밤샘 조사에 지쳐 있었다. 조사할 쓰레기들은 많은 데 경찰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총경인 그녀도 한팔 걷어 부친 상황이었다.

그나마 아침에 직원들과 같이 먹고 온 해장국 한 그릇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녀는 또 범죄자와 조사실에서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를 찾는 전화가 폭주했다.

“뭐? 매경일보? MBS?”

각종 신문사부터 방송국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고위 공무원들의 출근 시간이 지난 후였다. 경찰의 주무부서인 행정안정부의 장관부터 시작해서 법무부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오더니 결국 청와대에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네. 네. 대통령님.................. 앞으로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네.”

대통령과 진땀나는 통화를 끝낸 민정숙의 입에서 길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휴우우.”

하지만 전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두 시간 넘게 하던 조사는 미루고 전화만 받던 그녀가 점점 더 지쳐 갈 때였다.

“어?”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확인하니 아들인 민혁이었다. 민정숙은 당연히 다른 전화야 울리던 말던 그냥 두고 아들 전화부터 받았다.

“아들! 아침 먹었어?”

그게 무슨 말인지 눈치 빠른 아들은 바로 알아들었다.

-네. 잘 챙겨 드렸어요. 그보다 바쁘시죠?

“어. 죽겠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 뭘. 어쩔 수 없지. 근데 왜 전화 했니?”

최민혁이 모친이 걱정 돼서 전화할 그런 살가운 아들 녀석은 아니었다. 그걸 아는 모친의 말에 최민혁이 바로 자신이 그녀에게 전화를 건 용건을 얘기했다.

-좀 전에 인터넷에 올라 온 동영상을 하나 봤는데 거기 용의자가 오성그룹 비서실장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알아 본 바에 따르면 그 오성그룹 비서실장이 서울경찰청장과 이어진 정황이 있어요.

민정숙은 최민혁의 서울경찰청장이란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도 경찰 짬밥 30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와의 싸움은 이미 시작 되었고 서울경찰청장 장현석이 물러나든 자신이 경찰 옷을 벗든 둘 중 하나는 피할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아들이 서울경찰청장을 거론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얘기에 집중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황 확실한 거냐?”

-지금 어머니 메일로 그 증거를 보내 드릴게요. 그것 보시고 어머니께서 판단해 주세요.

“알았다.”

민정숙은 그 뒤 걸려 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자신의 메일을 확인했다. 그러자 방금 보낸 따끈따끈한 아들이 보낸 메일이 와 있었다. 민정숙은 바로 그 메일을 확인하곤 눈빛을 빛냈다.

최민혁이 보낸 메일은 오성그룹 비서실에서 서울경찰청장실에 전화를 한 기록이었다. 무슨 통화를 했는지 모르지만 그 통화 시간이 10분이 넘었다. 단순히 안부 전화나 나눈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 기록을 확인한 민정숙은 인터넷에 들어가서 아들이 말한 동영상을 찾아 봤다. 그리고 웃었다. 아들이 판단하라는 게 무슨 소린지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민정숙은 그 인터넷에 올라 온 동영상을 증거로 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영장은 바로 나왔다. 증거가 워낙 확실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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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악. 살려 주세요. 제발.....”

유태국은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오랜 만에 손맛 좀 보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뭐 제대로 된 고문을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녀석이 다 불었다. 녀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사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딱 보면 알았다. 녀석은 사색이 된 체 사실만을 말했다. 유태국은 이미 알았다. 눈앞에 녀석이 그 놈이 아니란 걸 말이다. 하지만 증거가 너무 확실했다.

녀석의 컴퓨터를 확인한 전산실 직원들이 녀석이 그놈이 맞다고 하며 내 놓은 근거들은 유태국이 봐도 일리가 있었다. 녀석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린 시간이 일치하고 또 녀석의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도 깔려 있었고 말이다. 거기다 결정적으로 유태국에게 메일로 보낸 사진과 그 보낸 시간까지 일치했다.

즉 김관영이 그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의 컴퓨터는 그놈이 사용한 게 맞았다. 그렇다면 김관영과 그놈은 분명 아는 사이일 터. 유태국은 그 점을 김관영에게 신문했다. 그 과정에서 살짝 피가 튀었다.

“크흑흑흑.....몰라요. 내가 그놈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요?”

김관영은 밑도 끝도 없이 그놈이 누군지 밝히라며 고문을 시작하는 유태국에게 울부짖으며 외쳤다. 유태국은 나뭇가지를 전정할 때 쓰던 큰 가위를 챙겨 들었다. 손가락 몇 개 잘리고 나면 누구든 없던 죄까지 다 불게 되어 있었다.

“아, 안 돼!”

김관영이 처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유태국은 비릿하게 웃기까지 하며 그 가위 날 사이로 김관영의 손가락 하나를 넣었다. 그리고 막 그 손가락을 자르려는 데 유태국이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유태국은 일고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전정가위를 치우고 그 전화를 받았다.

“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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