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8 재벌에이스 =========================
유태국은 요즘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밤만 되면 그놈이 또 무슨 사진을 그에게 보낼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릴지 몰랐기에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던 것이다.
“밥버러지 같은 것들..........”
그렇다보니 그의 신경도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특히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동영상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특별 전산실에 대한 그의 불만은 극에 다다랐다. 그래서 이미 전산실장 구재호는 잘랐고 전산실 직원들의 연봉도 10% 삭감한 상태였다.
만약 그들이 또 한 번 인터넷상에 올라 온 그를 음해하는 동영상을 막지 못한다면 그땐 연봉 삭감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 전부를 잘라 버릴 생각이었다. 그때 특별전산실의 과장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구재호 실장 대신 임시 실장을 맡겨 놨는데 주둥이는 자신있다하지만 어째 믿음이 가지 않는 녀석이었다.
“왜?”
-그, 그것이..... 떴습니다.
“뭐? 헉! 설마 또?”
-네. 직접 보시는 것이.......
유태국은 인터넷에 접속을 했고 전산과장이 불러주는 유아투브에 들어가서 거기 동영상을 봤다.
“씨팔......”
그 동영상을 보는 순간 유태국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고 맨 끝에 전 비서실장 박주혁이 처절히 그의 이름을 부를 때 유태국은 눈앞에 깜깜해졌다. 유태국은 더듬거리며 겨우 특별전산실의 과장에게 외쳤다.
“김과장. 막아. 무슨 수를 쓰든 막아. 이거 퍼지면...... 너 뿐 아니라 전산실 다 죽을 줄 알아.”
유태국이 살벌하게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동영상은 정말 유태국에게도 치명적이었다. 범죄 현장을 찾고 거기 땅을 파서 그곳에 박주혁의 시체라도 나오는 날이면 유태국은 살인 교사 혐의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물론 그 전에 오성그룹에서 그를 먼저 쳐 낼 테지만.
아니 박규철 회장이 오성그룹의 비리에 대해 너무도 잘 아는 유태국을 그냥 내버려 둘리 없었다. 아마 조사 과정에서 유태국은 죽게 될 터였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인한 쇼크사? 아마 그 제목으로 기사 한 줄 나가는 것으로 유태국의 일은 마무리 지어 질 터였다.
“누구 마음대로.......”
하지만 유태국은 그렇게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니 오성그룹의 권력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일단 인터넷상에서 이 동영상이 퍼지는 걸 막는 게 시급했다. 더불어 언론사를 통제시킬 필요가 있었다. 거기까지 나서면 동영상은 전국으로 일파만파 퍼져 나갈 테니까. 그래서 유태국은 아예 그 시간에 특별 전산실이 있는 본사로 향했다. 전산실 직원들을 자신이 직접 가서 쥐어짜서라도 그 동영상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다.
-----------------------------------------------------
특별 전산실의 실장 구재호는 원래는 자신이 잘릴 때 후배인 김 과장도 데리고 나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러지 않는 게 오히려 오성그룹이나 유태국 비서실장에게 복수를 하는 길임을 깨달았다.
그 정도로 김 과장은 눈치만 100단이지 일은 더럽게 못하는 무능한 작자였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김 과장은 구재호 실장이 잘리자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찰 생각만 하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실장은 내가 돼야지. 안 그래?”
그때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유태국 비서실장이 특별 전산실을 직접 찾아 온 것이다. 그때 김 과장은 자신이 마치 구재호 실장의 후임자라도 되는 듯 굴었다.
“저는 다릅니다. 제게 맡겨만 주시면 절대 실장님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 김 과장에게 유태국은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 당장 구재호 실장을 대신할 사람을 찾기가 국내에선 어려웠던 것이다. 그 만큼 구재호 실장은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런 자가 왜 그딴 동영상 하나 못 막는지 유태국도 답답했다.
어째든 특별 전산실의 실권은 그렇게 김 과장에게로 넘어갔다. 김 과장은 특별 전산실 직원 중 누구도 퇴근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전부를 닦달하며 말했다.
“놈은 주로 밤에, 그것도 자정 전후로 동영상을 올려왔다. 그러니 우린 오늘 다 같이 밤을 새면서 놈이 올릴 동영상을 무조건 막아 내야 한다. 알겠나?”
똥이 무서워서 피하진 않는다. 구재호 실장 대신 전산실의 실권을 쥔 김 과장의 말에 특별 전산실 직원들은 더러워서 그 말에 따랐다. 그리고 자정을 넘기고 얼마 뒤 그 놈이 또 동영상을 올렸다.
“막아! 무조건 막아!”
일은 쥐뿔도 할 줄 모르는 김 과장은 목청 하나는 컸다. 그가 시끄럽게 빽빽거리며 전산실 직원들을 쪼아댔지만 그런다고 막아질 동영상이 아니었다. 특별 전산실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어떻게든 막아 보려 했지만 그때마다 결국은 방어막이 뚫렸다. 그렇게 전산실 직원들이 김 과장의 잔소리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실감에 지쳐가고 있을 때였다.
“어어? 아이피가 잡혔다.”
“뭐?”
“놈의 아이피를 찾아냈습니다.”
그 소리에 모든 전산실 직원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놈의 아이피를 찾아냈다는 직원에게로 몰려갔다. 그 직원은 즉시 아이피 추적에 나섰고 놈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그때 특별 전산실에 유태국 실장이 들어섰다.
“실장님!”
그걸 보고 김 과장이 눈썹을 휘날리며 유태국 실장 앞으로 뛰어갔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찾았다고요.”
“뭐?”
마치 자신이 그 아이피를 찾아 낸 것처럼 김과장은 유태국 실장에게 보고를 했다. 그걸 보고 전산실 직원들은 절레절레 혀를 내둘렀다.
----------------------------------------------------
현재로서 유태국은 특별 전산실 밖에 믿을 곳이 없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관한 최고의 인재들만 모여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런 그곳이 그 동영상을 막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에서 누구도 막을 수 없단 소리였다.
유태국은 채찍질은 충분했으니 이제 그들에게 당근을 제시할 생각이었다. 누구든 그 동영상을 막으면 무조건 전산실장으로 특진 시키고 포상금도 10억을 주겠다고 말하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 놈 아이피를 찾았다고?”
“네. 지금 놈이 있는 곳의 주소도 알아냈습니다.”
“어디야? 빨리 가져 와.”
유태국의 말에 김 과장은 쪼르르 그 아이피를 찾아내고 더불어 그 아이피의 컴퓨터가 있는 위치까지 추적해 낸 직원에게서 그 주소지를 뺏어서 유태국에게 갖다 바쳤다.
“수고 했어.”
유태국의 칭찬에 김 과장의 입이 귀에 걸렸다. 이제 그는 과장이란 타이틀을 떼어 내고 실장이란 타이틀만 붙을 일만 남았다.
김 과장으로부터 놈이 있는 주소지를 받아 든 유태국은 곧장 경호 2팀의 팀장인 주민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놈이 있는 곳을 찾았다. 주소는 한남동 UN빌리지................”
유태국이 주소를 다 말하고 나자 주민성이 한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주 팀장!”
그래서 유태국이 버럭 화를 내며 그를 불렀다. 그제야 주민성이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서.....
“뭐가 놀라? 빨리 가서 그 놈 잡아.”
-빨리 갈 것도 없습니다. 이미 그 앞이니까요.
“뭐?”
-좀 전에 말한 그 주소....... 경호 3팀 부팀장 김관영의 집 주소입니다.
“뭐라고?”
유태국은 바로 통화를 끝내고 김 과장을 불렀다. 그리고 경호 3팀 부팀장 김관영의 집 주소를 알아 오라고 했다. 그 정도는 특별 전산실에게 일도 아니었다. 30초도 안 돼서 김관영의 집 주소가 나왔다.
“어?”
그런데 김관영의 집주소와 그 놈의 아이피 주소가 나온 곳의 주소가 똑같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유태국의 머릿속에는 그놈일 가능성이 높은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오성그룹의 경호 책임자 중 하나가 그놈이라니..............
일단 확인을 해야 했기에 유태국은 주민성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일단 그 놈 잡아. 여기 직원 몇 명 그쪽으로 보낼 테니 그놈인지 아닌지 확인이 가능할 거야. 맞다면 그 놈 거기로 데리고 와.”
거기가 어딘지는 유태국과 주민성만 알았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유태국은 축제 분위기의 전산실 직원들을 향해 버럭 외쳤다.
“뭣들 하는 거야? 빨리 동영상 막아! 그거 못 막으면 너희들 내 손에 다 죽을 줄 알아.”
원래는 당근을 주려 했는데 상황이 바뀌었다. 그 놈만 잡으면 떠도는 동영상이야 놈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연출한 영상물일 뿐이라고 둘러 대면 될 일이었다. 그러니 그 놈이 올린 동영상도 더 이상 두렵지 않는 유태국이었다.
단지 그 동영상이 퍼져 봐야 좋을 게 없으니 특별 전산실에서 밤을 새서라도 최대한 막아 주면 그것으로도 족하다고 능구렁이 유태국이 그 사이 판단 한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게 채찍을 휘두른 것이고.
좋다며 이제 퇴근 할 수 있다고 들떴던 전산실 직원들은 시무룩하니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막을 수 없는 동영상을 막아 보겠다고 밤 새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 사이 유태국은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났고 집에 가서 오랜 만에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청했다. 날이 밝으면 그 놈과 만날 생각에 흥분도 되었지만 너무 피곤했다. 눈을 감기 무섭게 유태국은 꼬박 잠이 들었다.
-------------------------------------------------------
주민성은 차 안에 앉아서 쪽잠을 잤다. 늘상 이런 임무를 뛰다보니 이제 편하게 누워서 자는 게 더 불편했다.
찌이이잉!
같이 있는 수하들이 잠에 깰까봐 자신의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 둔 주민성은 진동음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전화를 확인하자 유태국 실장이었다. 주민성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랬더니 유태국 실장이 주소 하나를 불러 주었다. 거기 그 놈이 있다면서 그런데 그 주소가 지금 그가 있는 곳이었다. 그 말을 하자 전화를 끊었던 유태국 실장이 1분 쯤 뒤 다시 전화를 했다. 그리곤 그 주소지에 사는 김관영 부 팀장을 잡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김관영이 그 놈이 맞는지는 유태국 실장이 이쪽으로 사람을 보내서 확인하겠다고 했고.
주민성은 유태국 실장의 지시대로 움직였다.
“다들 일어나.”
먼저 같은 차에서 자고 있던 수하들부터 깨웠다. 그리고 다른 차에도 연락해서 장비를 챙겨서 오라고 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기에 경호 2팀에서는 문을 강제로 열수 있는 기계들을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잠시 뒤 김관영이 사는 빌라 3층 문 앞에서 만난 경호 2팀원들에게 주민성이 말했다.
“열어!”
그의 지시가 내려지자 경호 2팀원들은 즉시 문에 달라붙었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잠겨 있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우르르 집 안으로 들어간 경호 2팀원들은 제일 먼저 김관영을 찾았다. 김관영은 안방에 있었고 그걸 확인한 경호 2팀원이 바로 그 사실을 알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주민성은 타깃을 확보하자 그 다음 김관영의 컴퓨터를 찾게 해서 거길 지키게 했다.
그 뒤 안방으로 들어간 주민성은 침대 위에서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김관영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만 보았다. 침대가 무슨 욕조도 아니고 왜 그 위에서 때를 밀고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