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0 재벌에이스 =========================
최민혁은 자신이 구한 노숙자를 살피다 기절한 척 쓰러져 있던 이경철이 도망치자 바로 그의 능력 중 하나인 슬립(Slip)을 사용했다. 그러자 바닥이 미끄러워진 이경철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는데 너무 앞서 도망치기 급급했던 터라 몸이 앞으로 쏠렸고 그 때문에 얼굴을 바닥에 찧고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 소리가 제법 커서 지나가던 사람들도 그쪽을 쳐다봤는데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이 달려가서 이경철을 살피는 걸 보고 다들 그대로 지나쳐서 지하보도를 빠져 나갔다.
최민혁은 미끄러져서 쌍코피를 질질 흘리며 기절한 상태의 이경철을 사람들이 안 볼 때 질질 끌어다가 톤백 옆으로 옮겨 놓았다.
원래는 이경철도 개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스스로 톤백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차폐막 능력을 사용해 버려서 그러긴 어려워졌다. 그래서 최민혁은 귀찮지만 톤백을 열고 이경철을 들어서 그 안에 쑤셔 넣었다.
“으으으으....”
이경철은 최민혁이 톤백 안으로 욱여 넣는 과정에서 정신을 차리는 듯 했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안 돼에에에에~”
뒤늦게 통백 안의 이경철이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지하보도 구석을 울렸을 뿐이었다.
최민혁은 그 다음 톤백과 개 몽둥이를 다시 냉철한 사업가 창의 아이템으로 돌려보내고 노숙자의 상태를 살폈다.
“으윽..... 여, 여긴.....”
그때 노숙자가 정신을 차렸고 최민혁이 곧장 그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드세요?”
“어? 내 몸이.....”
분명 온 몸에 열이 불덩이처럼 펄펄 났었는데 지금은 괜찮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노숙자가 최민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최민혁이 말했다.
“마침 저한테 해열제가 있어서 먹여 드렸는데 그게 효과를 발휘한 모양입니다. 시키신 대로 119는 부르지 않았습니다만. 어떻게 지름이라도 부를까요?”
최민혁의 그 말에 노숙자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기 몸 상태를 확인했는데 어디도 불편한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꼬르르르르!
대신 노숙자의 배에서 시끄럽게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쳤다. 그런 노숙자에게 최민혁이 말했다.
“괜찮으시면 제가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겠습니다.”
“아이고. 그럴 수야 있나요. 저를 구해 주셨는데 그런 민폐까지 끼칠 수는 없습니다.”
노숙자가 거절했지만 최민혁은 그의 등을 떠밀어서 서울역 근처 소고기국밥집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푸짐하게 수육과 함께 소고기국밥을 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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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을 먹기 전 노숙자가 먼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양지철이라고 올해 31살입니다.”
“네. 저는 최민혁이고 28살입니다. 저보다 3살이나 많으신데 말을 놓으세요.”
“아닙니다. 그럴 수야 있나요. 저의 생명에 은인이신데.”
“생명의 은인은 무슨. 정말 가지고 다니던 해열제를 먹여 드린 거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다신 그런 말씀 마십시오. 자자. 국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최민혁은 양지철이 혼자 먹기 무안해 할 거 같아서 자신도 소고기국밥을 한 그릇 시켜서 같이 먹었다. 양지철은 오랜 만에 먹는 뜨끈한 식사에 정신없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놀렸다. 그렇게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양지철이 입맛을 다실 때 국밥과 밥이 더 나왔다. 최민혁이 그럴 줄 알고 미리 한 그릇을 더 시켜 둔 것이다.
양지철은 그런 최민혁의 배려에 고마워 하며 염치 불구하고 한 그릇을 더 먹었다. 그때 배가 불러 와선지 몰라도 양지철의 시선이 옆 테이블로 향했다. 거기엔 국밥을 먹고 있던 중년 남자가 소주를 반주로 마시고 있었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말했다.
“지철이 형.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네? 아이고. 형은 무슨...... 그냥 뭐든 그쪽 편한 데로 불러요.”
“그럼 형이라고 할게요. 형. 며칠 전 수술을 받으셨죠?”
“그, 그게..... 하아. 맞아요. 수술을 받았다기 보다 콩팥을 적출 당했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역시...... 장기매매단에게 당한 겁니까?”
“그, 그런 셈이죠. 하아. 내가 왜 이렇게 된 건지. 지금도 그 여자 생각만하면 울화가 치밀어서......”
그 말을 하며 양지철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리고 옆 테이블에 있는 술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그 동안 술을 마신 것도 울화를 삭힐 방법이 술 밖에 없어서 그런 듯 했다.
최민혁도 생각 같아선 양지철에게 술을 시켜 주고 싶었다. 그것이 그의 울화를 가라앉혀 줄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 술을 마셔선 안 될 사람이었다. 그랬다간 또 오늘처럼 수술부위가 곪을 테고 그땐 진짜 위험할 수 있었다.
양지철은 그 정도 지각 능력은 있는 지 술 대신 물을 벌컥 들이키고는 긴 한숨과 함께 자신에 대해 최민혁에게 얘기했다.
“내가 말입니다. 그 여자와 선을 보고.....................”
양지철은 자신이 어떻게 속아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최민혁에게 말했다. 그 말을 전부 다 경청한 뒤 최민혁이 그를 보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윤지란 여자와 사기단에 속아 넘어가셔 이렇게 되셨단 말이군요?”
“그래요. 나도 불과 세 달 전에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보통의 샐러리맨이었습니다.”
“경찰엔 신고하셨고요?”
“당연하죠. 하지만 수사를 한다고는 하던데 어째 설렁설렁 하더니 며칠 뒤에 그 수사마저 접어 버리더라고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터졌다나 뭐래나. 그리고 그때 그 사채꾼놈 나타났고 그 놈 때문에 경찰서에도 못 갔습니다. 경찰서만 가려 하면 그 놈이 나타나서 돈 갚으라고 지랄을 해서..........”
그 뒤 양지철은 그 사채꾼 때문에 인생을 망쳐 버렸다. 직장도 그만 둬야했고 가족들도 겁박을 받아야했고 말이다. 그 결과 파산신청 후 양지철은 노숙자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노숙자인 그를 기어코 찾아 낸 사채꾼은 양지철의 콩팥을 떼어 팔아서 빚을 다 받아 냈다.
“그 지독한 사채꾼이 바로 고준열이란 내 또래의 인간인데 그 애비도 사채업자라고 하더군요. 아. 맞다. 그 새끼가 항상 하던 말이 기억나네요. 자기 아버지가 부동산 재벌 변학수의 오른 팔인데 그 변학수의 딸과 자신이 결혼해서 부동산 재벌가를 이을 거래라 뭐래나.........”
최민혁은 양지철의 변학수란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변학수 하면 그 딸인 변은하가 생각났기 때문에 말이다. 최민혁이 자신의 첫사랑 변은하를 떠올리자 그의 가슴이 정직하게 반응을 했다. 쿵쾅거리며 심장이 제법 빠르게 뛰었지만 그 정도는 최민혁 스스로 마인트 컨트롤로 조절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보고 까불지 말고 가만있으란 거였죠. 그러고 보니 경찰들이 왜 그때 그렇게 그 수사에 소극적이었는지 알거 같네요. 변학수의 사위가 연루 된 사건을 경찰들이 반길 리 없으니까요.”
“변학수와 경찰이 무슨 관계라고 그렇게 말하는 겁니까?”
모친이 경찰인 최민혁이다 보니 마치 경찰을 변학수의 하수인 취급하며 말하는 양지철의 말이 아무래도 귀에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지철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경찰들 월급의 절반은 변학수다 다 먹여 살리고 있단 얘기 못 들어 봤어요?”
“네?”
“아아. 그쪽이 경찰서에 들락거릴 리가 없지 참. 경찰서에 몇 번 들락 거려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긴데.”
최민혁은 양지철의 말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하긴 오성 그룹과 같은 재벌도 경찰 쪽은 꽉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빌딩 재벌로 불리는 변학수가 그러지 말란 법도 없었다. 재벌이란 애초부터 권력 없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존재도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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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배부르게 먹인 양지철을 데리고 근처 약국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소독약과 거즈를 사서 양지철이 수시로 수술 부위를 소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병원엔 양지철이 절대 못간다고 고집을 피워서 못가고 대신 해열 진통제를 충분히 사 주며 말했다.
“술 마시면 그땐 진짜 죽습니다.”
최민혁이 죽음을 바로 언급하자 양지철도 움찔했다. 비록 콩팥 하나가 없는 신세지만 양지철도 죽고 싶진 않았다. 착한 사마리아인 최민혁이 해 줄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였다.
최민혁은 서울역 앞에서 양지철과 헤어졌다. 그리고 서울역 주차장에 세워 놓은 자기 차로 향할 때 그의 눈앞에 간결한 창이 떴다.
[소비 포인트 +12,000. 사업가 총 포인트 32,000]
최민혁은 갑자기 주어진 만 2천 포인트에 놀랐다. 그때 세나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을 울렸다.
[악인 셋을 해치우셨기에 그 공을 인정해서 보상 포인트가 주어 진 것입니다. 깡패 새끼 둘에 각각 1,000포인트, 그리고 소시오패스 살인마 이경철은 10,000포인트. 해서 총 1,2000포인트가 지급 된 겁니다.]
세나의 설명에 최민혁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경철이 저지른 살인 행각을 생각하면 세나가 보상으로 준 만 포인트도 그리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최민혁은 눈앞의 창을 지우고 일단 자기 차에 올랐다. 그리고 시동을 걸면서 생각했다.
“장기매매단이라..........”
생각 같아선 자신이 그쪽으로 가서 놈들을 죄다 다 죽여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럼 포인트도 어마무시하게 쌓을 수 있을 테고 말이다. 하지만 이때 불쑥 부친이 한 말이 생각났다.
“그래. 장기매매단을 소탕하는 건 경찰이 할 일이야.”
그래서 경찰에 그냥 신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 법. 최민혁이 지금 제공할 정보는 제보 받는 경찰서에는 그야말로 대박, 아니 확실한 실적을 거두게 될 것이 자명했다. 그렇다면 이왕 주는 정보 모친이 있는 강동 경찰서에 신고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최민혁은 경찰의 보고 체계로 미뤄 혹시 중간이 있을지 모를 사태가 우려 되었다.
바로 빌딩 재벌, 부동산 재벌이랍시고 떠들어 대는 변학수처럼 장기매매단도 경찰에 끄나풀을 심지 말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최민혁은 모친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민혁아. 네가 이 시간에 전화를 다하고. 어쩐 일이니?
“어머니. 실은..................”
최민혁은 친구 조재익을 배웅하러 KTX역에 왔다가 집에 가려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양지철을 자신이 구한 얘기를 시작으로, 그런 양지철을 노리고 있었던 깡패 새끼들, 그리고 그 깡패 새끼들과 격투 끝에 그들로부터 장기매매단이 어디 있는지 알아냈단 사실을 모친에게 말했다. 물론 그 깡패 새끼들은 전부 도망쳤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얘기를 묵묵히 듣고 난 계시던 모친이 버럭 화를 냈다.
-최민혁! 너 이 새끼..... 엄마가 위험한 행동 하지 말랬지? 하아. 너 그러다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 죽어 가는 사람을 그냥 모른 척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 과정에서 그런 트러블이 일어났고요. 저도 그런 위험한 상황이 연출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일단 그쪽 관할 서에 내가 연락할 테니까 형사들이 그리로 가면..........
“어머니!”
모친의 말을 최민혁이 중간에 뚝 끊었다.